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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62화 (1,162/1,559)

제 1162화

갑작스런 에반젤린의 실종으로 인한 방송사고의 소식은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갑자기 엇! 하는 순간에 그녀가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처음엔 그저 몰카니 뭐니 했지만 삼십 분이고 한 시간이고 나타나지 않는 이 상태하며, 이상한 어그로는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상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에린이가 사라졌습니다.

가장 먼저 지구에 체류 중인 일리나에게 소식을 전한 것은 알하자드였다.

그는 짬을 내어 에반젤린의 방송을 시청하던 중 그녀가 사라진 걸 보고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

물론, 그런 연락을 한 것은 알하자드뿐만이 아니었다.

데이비의 편에선 세 별자리 중 둘, 사수자리와 사자자리의 밀고로 데이비 또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데이비로썬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뒤늦게 사태를 알아채고 방송이 종료되었으나 아직까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듯 웅웅 돌아가는 컴퓨터와 고요한 방.

초단이와 레이나가 주기적으로 이곳에 머무르곤 있지만 두 사람이 매번 이곳에서 머무르는 것만은 아니었다.

에반젤린이 사라져버린 의자를 말없이 바라보던 중 걱정 서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페르세르크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이 기지배가…….”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왜요 언…… 얘는 나중에 돌아오면 혼이 좀 나야 돼.”

그리고는 거세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애가 지금 사라졌는데.”

타박하듯 말해보자 페르세르크는 조용히 내게 이리오라는 듯 손짓했고, 나는 그녀의 의도에 따라 의자에 퍼뜨렸던 마나를 거둬들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가 내 어깨의 옷깃을 잡아당겨 냉장고 내부를 들여다보게 했다.

“이거 돌아오면 혼 진짜 세게 나야겠네.”

웬만해선 별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등짝 한도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냉장고 내부에 뭐 콜라가 가득 차 있다든지 뭐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에반젤린은 밥을 거의 먹지도 않았다.

페르세르크나 일리나의 입장에서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었으면 하는 자식이 밥도 안 먹고 방송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열이 받을 수밖에.

애석하게도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반젤린의 식성은 대단한 거로 아는데.

그렇다면 이 녀석이 먹은 것은…….

“배달음식으로 때우셨다 이거지.”

혼이 안 날 수가 있나.

이제는 걱정보다 이 녀석을 잡아서 어떻게 혼을 내줘야 하는지가 더 중요해져 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나는 에반젤린이 사라진 자리에서 보이는 기묘한 위화감을 눈치챘다.

처음 보는 방식의 힘이지만 속일 걸 속여야지.

나는 보이지 않는 나비 한 마리를 그대로 낚아챘다.

날개를 퍼덕이는 그것은 거대한 힘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능, 혹은 초능력.

합쳐서 특질능력이라 부르는 힘.

익숙한 힘이면서 가장 생소한 힘이기도 하다.

뚜둑…… 뚜둑.

손가락을 꺾으며 스산한 기세를 내비치는 일리나와 페르세르크가 서늘한 귀기를 내뿜는다.

“에이리아가 보지 않았으니 다행이네.”

냉장고에 든 것 중 절반이 에이리아가 그녀를 위해 남겨놓은 것이다.

에이리아가 카트린느의 일로 잠시 린디스 제국으로 간 덕에 못 봤으니 망정이지 그녀가 보았다면 그리 좋은 표정은 짓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기도 했다.

“범인의 흔적은 찾았어.”

이윽고 내가 손에 잡은 나비를 압박하며 힘을 가하자 빛으로 만들어진 나비가 나풀거리다 파스스 부서져 내렸다.

그 독특한 힘에 일리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누구야?”

“그건 직접 가서 만나봐야지.”

나비.

본래라면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을 테지만 프리아 여신이 했던 말은 아직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나비를 지켜보라던 말.

아직 이 나비를 부리는 존재가 에반젤린에게 적대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곤 생각지 않는다.

그만큼 품고 있는 힘이 따뜻한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지금 혼이 나야 할 에반젤린을 당장 돌려보내지 않으면 이쪽도 과격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에반젤린이 틀어놓은 사이트를 스륵스륵 넘겨보았다.

[방장 문 열어!!]

에반젤린의 개인 채널에는 그녀가 갑자기 방송을 꺼버린 것에 대한 시위가 한가득이었다.

직접 나섰다간 괜히 에반젤린이 툴툴거릴 수 있으니 넘어가고.

이래저래 창을 넘기던 중 나는 어떤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태평양에 생겨난 거대한 대륙 같은 섬.

그 섬에서 찍힌 익숙한 무언가가 보인다.

“찾았다.”

아틀란티스라 불리는 땅덩어리 위에 보이는 나비들. 사진 속의 나비라 정확하게 비교할 순 없지만,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방금 에반젤린의 자리에서 나타난 나비와 똑같은 놈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찾았어? 어디야?”

“새 이웃인가 보네. 가보자고.”

정확한 위치는 바다에 대해 빠삭한 인어, 소야와 베헤모스가 있으니 걱정할 요소조차 되지 않았다.

* * *

“끄응…….”

새하얗고 아름다운 궁전. 그 대리석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에반젤린이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분명 자신은 방송을 하고 있었다.

절제가 레이나에게 반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해 대뜸 찾아가서 그를 뒤흔들어놓은 건 좋았는데. 그 후의 기억이 영 모호했다.

갑자기 빛이 나고 자신을 휘감은 것까지만 기억이 난 것이다.

“여긴 어디야.”

“어서 오십시오.”

그때 그녀를 향해 다가온 무언가가 말을 걸었다.

흠칫 놀란 에반젤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이내 말을 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비?”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건 황금색의 나비였다.

다만 일반적인 나비와 다르게 꽤 귀여운 인상이었다.

보통 나비는 날개 때문에 예뻐 보인다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보면 참 무섭게 생긴 곤충인데 녀석에겐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맞습니다. 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왕? 넌 누구야?”

에반젤린이 순식간에 검붉은 검신을 지닌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뽑아 들고 녀석에게 검 끝을 겨누었다.

주변의 아름답고 고고한 풍경에 긴장을 놓을뻔했다.

하지만 중요한 걸 잊으면 곤란했다.

“왕이 기다리고 뭐고, 당신은 뭔데 나를 이곳으로 불러온 거죠?”

“제가 부른 게 아닙니다. 왕께서 당신을 초대하신 겁니다.”

“그러니까 묻잖아요! 당신의 왕이라는 존재가 왜 나를 멋대로 아무런 의사 존중 없이 이곳으로 불렀냐는 거에요. 이곳은 애초에 지구가 맞나요?!”

그 외침에 나비는 조용히 날갯짓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베어버릴 기세를 내풍기는 그 모습에 나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왕께서 오라고 하시면 가시면 됩니다. 당신에겐 어떤 선택권도…….”

쿠웅!!!!!

그때였다.

갑작스런 압박감에 주변이 뒤틀리듯 짓눌리기 시작했고, 에반젤린은 인상을 찡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힘은 아직 성장 중이라곤 하지만 고대룡인 그녀조차 놀라게 할 정도였다.

“죄…… 죄송합니다.”

그때 그녀를 안내하던 나비가 겁에 질린 듯 어딘가를 향해 대답했다.

“따라와 주십시오. 왕께서 정중히 모셔달라 하셨습니다.”

태도가 변한 나비를 보며 에반젤린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주인이 누구이건 간에 일단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라면…….’

만약 그녀가 아는 소중한 아버지. 데이비 올 라운이 그랬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실상 데이비였다면 누구보고 오라가라냐며 주변을 부숴버리기 전에 튀어나오라 말했을 테지만 에반젤린은 거기까지 생각하진 못했다.

“알겠어요.”

이윽고 그녀는 용신검을 검집에 밀어 넣고 손에 든 뒤 나비를 따라나섰다.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 말고도 주변에는 작은 나비들이 가득했다.

다만 그냥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마치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성의 구성품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끼이이익…….

“이곳입니다. 이곳에서 왕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비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에반젤린은 긴장감을 억누른 채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정원과 그 정원의 중앙에 있는 익숙한 나무를 말이다.

“세계수?”

그 모습이 너무도 익숙한 세계수의 모습이라 의아해하던 찰나.

세계수로 추정되는 나뭇가지 위에서 푸른 드레스를 입은 한 아름다운 여인이 인기척을 냈다.

“반가워요. 용족이여.”

“당신은 누구시죠?”

“우선 차라도 한잔하시겠어요?”

그녀의 물음에 에반젤린이 입을 댓발 내밀었다.

“우리 아빠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함부로 먹지 말랬어요.”

“쿡쿡…… 용족치곤 경계심이 많으시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빛으로 된 나비의 일부가 날아들더니 이내 모여들었고, 테이블과 의자가 되었다.

“앉으세요. 세계수의 묘목에서 난 잎으로 만든 차라 향이 좋을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찻잔이 놓여있었는데 그 향이 심상치 않았다.

이전 데이비를 따라 신목의 성지에 갔다가 세계수 알에게 받아마셨던 것과 비슷한 향이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의자에 앉은 그녀가 경계를 지우지 않은 채 물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이름은 있지만, 이제는 그 이름을 버렸습니다. 그냥…… 나비 여제라 불러주세요.”

그녀가 싱긋 웃어 보였다.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닌가?

주변의 분위기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는 듯한 세계수의 분위기까지.

아무리 봐도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미묘한 위화감이 감돈다.

“그래서. 저를 왜 부른 거죠?”

“이 세상에서 당신만이 인간이 아닌 존재니까요.”

그녀의 말에 에반젤린이 멈칫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 하면 사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레이나도 있고 초단이도 있으며 넬타리드 교단의 사도 케인과 프레이아도 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요?”

“제안을 하나 드리려고 해요.”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일순간 그 미소가 스산할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너무도 차가운 냉소.

그 웃음에 서린 감정은…….

극한의 증오심이었다.

“인간을 몰아내고 제 땅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

“최종목표는 인간을 말살하는 것. 그 외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아요. 드워프, 엘프. 님프, 오크. 모두 저의 아군입니다.”

“…….”

“하지만 인간은 아니죠. 제 제안을 받아들이실래요?”

밑도 끝도없이 인간을 다 말살시키려 하니 협조하라니. 이 여자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부터 강하게 들었다.

“미안하지만 난 그 인간들과 함께 있어요.”

“인간은 신의를 모릅니다. 태생부터 순수하게 악한 존재예요.”

“뭐라고요?!”

아빠도 인간이다. 그런 인간을 못되게 말하는 그녀에게 좋은 감정이 갈 리가 없었다.

“어린아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잔인하게 벌레를 찢어 죽이고 식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죠. 그 어떤 종족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인간은 열에 아홉은 그런 종족이에요.”

“그건 궤변이에요. 용족이든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에반젤린이 화가 난 듯 쏘아붙였다.

이에 그녀는 냉소를 머금은 채 시선을 돌렸다.

“맞아요. 이런 건 다 궤변이죠. 그냥 제가 인간을 죽이고 싶은 이유는…….”

그녀의 눈에 처절한 복수심이 묻어났다.

“그냥 인간이 그만큼 무섭고 밉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에 에반젤린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인간을 미워하시는지 자세한 건 저는 모르겠어요.”

“…….”

“하지만. 거짓말을 하시는 거면 당장 그만두세요. 우리 아빠가 그냥 안 있을 테니.”

그녀의 말에 나비 여제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아버지는 강한 용족인가요?”

“용족?”

피식 웃은 그녀가 용신검의 검 끝을 그녀에게 겨누었다.

“인간이에요.”

“풉…….”

그녀가 쿡쿡 웃었다.

그리고 이내 예쁘게 웃으며 테이블을 가볍게 내리쳤다.

“아하하하…… 정말 오랜만에 재밌었네요. 당신 같은 강한 용족의 부모가 인간이라니…….”

그녀의 미소가 일순간 사라진다.

“당신. 그러다가 언젠가 배신당해. 처절하게 나락으로 처박히고, 모든 걸 증오하게 되겠지.”

“…….”

“인간이란 그런 존재야.”

“아빠는 곧 이곳으로 올 거예요.”

“아니, 당신의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이 섬을 찾는 것은 몰라도, 진입은 절대 불가하죠. 나는 이미 지금 이 세상 인간들의 수준을 봐서 알고 있…….”

콰아아아앙!!!

멀리서 폭음이 울려 퍼진다.

갑작스런 굉음에 나비 여제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깜짝 놀란 그녀가 손을 휘젓자 나비들이 모여들며 어떤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림은 총 세 장이었다.

뿔이 달린 여인이 스태프 하나만 쥐고 거대한 마법을 스태프의 끝에 캐스팅해 집어던지는 모습.

짧은 청바지에 쫙 달라붙는 면티를 입고 손에 쥔 검으로 모조리 베어버리고 있는 금발의 여인.

마지막으로.

“아빠!”

흑발의 청년이 느긋한 얼굴로 거대한 바위 골렘을 맨손으로 으깨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청년이 골렘을 부수고 거대한 정원을 비틀어버리려던 찰나.

갑자기 나비 여제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날개를 펼쳤다.

거대한 나비 날개가 펼쳐지기가 무섭게 그녀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였다.

“에반젤린! 당장 나와. 너 혼이 좀 나야 돼.”

청년, 데이비의 외침에 에반젤린이 흠칫 놀랐다.

“그동안 거짓말하고 배달음식만 실컷 시켜 먹었더라?”

에반젤린이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친다.

“당신…… 저거 진짜 당신 부모 맞아요?”

“……저…… 우리 동맹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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