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67화
방금까지 어떤 미련도 없이 죽음을 기다리던 존재가 맞는 것일까.
“저……더 가져올까요?”
“……일단 좀 더 부탁하겠습니다.”
체격은 작기 그지없는데 저 많은 햄버거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속도가 빠른 건 아니지만 그녀의 먹는 속도에는 감속이라는 게 없었다.
“우웅…… 언니 배고파?”
초단이에서 다시 홍단이 청단이로 돌아온 두 아이는 햄버거를 우물거리고 있는 찬드라에게 다가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흡!”
동시에 청단이 홍단이를 본 그녀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목이 막힌 듯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자, 자…… 이것도 처먹어라…….”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중얼거리자 그녀가 순간적으로 나를 흘겨보았지만 이내 무시하고는 물을 들이켰다.
“푸하…….”
크게 숨을 내뱉으며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햄버거를 내려놓자 홍단이가 손가락을 쪽쪽 빨며 남은 햄버거들을 바라보았다.
“으웅…….”
그 눈빛은 자신도 먹고 싶다는 시선이었다.
“저기…… 먹을래?”
“먹을래! 홍단이 먹을래!”
당연히 아이들은 거절이라는 걸 잘 모르는 법이다.
찬드라의 제의에 홍단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햄버거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는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파먹듯 야금야금 햄버거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애를 굶긴 거예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너 뭐, 몇 달은 굶었냐?”
“…….”
당연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녀는 내 물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을 흘겼다.
“그냥…… 그냥 맛있는 거라 맛만 본 것뿐이에요.”
“한 번만 더 맛봤다간 아주 식당을 거덜 내겠다. 네가 먹은 게 여기 온 군인들 식사라는 건 알고 있냐?”
물론, 이 정도 먹었다고 이 거대한 항모에 식재료가 탈탈 털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크흠!”
이윽고 만족스럽게 먹은 그녀가 떨떠름한 얼굴로 나를 직시했다.
“고마워요. 이렇게 맛있는 건 생전 처음이야.”
“인간한테 고마워할 줄 몰랐는데.”
“크흠!”
그녀가 인상을 찡그렸다.
좀 전까지 치즈버거를 행복하게 먹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약간의 이질감을 보며 나는 어느 정도 생각이 확신에 이르렀다.
“자. 원 없이 먹었어요. 그럼 이제 죽여주세요.”
그녀가 목을 빼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홍단이 청단이가 슬픈 표정으로 서로를 보더니 이내 빛으로 화해 초단이로 융합했다.
“아버지! 잠시만요!”
그녀가 황급히 나를 말렸다.
“그녀가 폭발을 일으킨 게 아니잖아요. 에린이를 해칠 의도도 없었어요.”
그녀는 찬드라가 죽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녀를 꼭 죽여야만 하는 건가요?”
그 질문에도 나는 말 없이 찬드라를 바라보았다.
인간을 미워했으나 갈 곳을 잃어버린 배신감만 남아버린 그녀는 죽음을 바라고 있다.
그녀가 정말로 악인이었다면, 차라리 망설이지 않고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겐 살아남는 게 더욱 고통일 테니까.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그녀가 바라는 대로 숨을 끊어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이에 내가 그녀의 목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 힘을 가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아버지!!”
초단이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그녀를 보던 내가 손에 힘을 가하려던 순간.
나는 손을 놓았다.
미묘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김샜다.”
“뭐…… 뭐라고요?”
“됐다고. 용서해줄 테니 가라.”
쓰디쓴 입맛을 뒤로한 채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취조실의 문을 열었다.
“후회하지 않을 건가요? 지금 나를 죽이지 않으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거에요. 내가 인간들을 전부 몰살시킬 테니.”
그녀의 외침에 걸음을 멈춘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구라칠 때 상대방 눈을 보지 마라.”
“네?”
그녀가 내비친 의문에 내가 말했다.
“너, 지금 죽고 싶지 않은 거 같은데?”
내 말에 그녀가 얼어붙은 것처럼 침묵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어차피 널 죽일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선 나밖에 없는 거 같은데.”
내 말에 그녀가 숨을 삼켰다.
“죽여줄 테니까. 당분간만 협조해봐.”
그녀에게 들은 정보대로라면 그녀가 초단이와 레이나를 공격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가정했을 때 뒤에 숨어서 음흉한 흉계를 꾸민 놈이 아직 남아있다.
“그놈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그놈을 족치고 나면 그때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내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인간과 협력할 거 같은가요?”
“인간을 미워하는 것 이상으로 죽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그 질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할 거야 말 거야.”
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가 갑자기 눈을 부릅 뜨더니 피를 울컥 토해냈기 때문이었다.
“음?”
갑작스런 그녀의 변화에 내가 인상을 찡그리려던 찰나. 그녀가 비틀거리더니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크읏?! 이게 무슨!”
“어이. 괜찮나?”
“그만!! 싫어! 듣고 싶지 않아!!”
격하게 외친 그녀가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는 그녀의 몰골에 초단이가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허공에서 검은 안개 같은 것들이 그녀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미 한차례 그녀의 힘은 죄다 소진시켜 놓았을 텐데. 내부에서 폭주할 요소가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이 검은 안개는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황급히 내가 포식의 권능을 일으켜 그 힘을 물어뜯고 끊어버렸지만 이미 대량의 힘이 그녀에게 스며든 뒤였다.
이윽고 괴로워하던 그녀가 멈칫했고.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해하던 찰나. 모습을 감췄던 그녀의 등 뒤로 나비의 날개가 펄럭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퍼어엉!!!!
동시에 날개를 펼친 그녀는 이성이 날아간 듯한 모습으로 그대로 벽면을 부수고는 바다 위 하늘로 날아올랐다.
갑작스레 폭주한 그녀로 인해 대기 중이던 함대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호위함대의 함포가 그녀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였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그녀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떻게 된 거죠?!”
“뭔가가 그녀를 폭주시킨 것 같은데.”
겉보기엔 그녀에게 스며든 힘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나와 싸우면서 대부분의 힘을 소진했고, 이런 사태를 일으킬 여력조차 없었다.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관이 그녀에게 이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때였다.
퍼엉!!!
갑작스레 호위함대 한쪽에서 그녀를 향해 포를 발사해버린 것이다.
콰아앙!!
맹렬하게 날아든 함포는 그대로 그녀에게 명중했고 허공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먼지구름을 만들어냈다.
“대체 누가!!”
가장 먼저 격분한 것은 함대를 이끄는 함장 비스타였다.
그는 자신의 명령 없이 공격이 떨어진 것에 대해 격노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검은 연기가 걷히고 이내 멀쩡한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가 무섭게 그녀가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그 비명에 공기가 저릿저릿하게 울러 펴졌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반쯤 미쳐버린 것처럼 그녀가 손뼉을 쳤고 그녀의 등 뒤에 돋아나 있던 나비 날개가 한차례 일렁이며 빛을 토해냈다.
동시에 허공에서 광원들이 만들어지며 함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초단아.”
나는 망설임 없이 초단이를 불러들였고, 검의 형태가 된 초단이를 휘둘렀다.
[마령검]
[일휘섬광]
쩌억!!!
길이 수십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기가 쩌억! 소리를 내며 허공에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이에 공격 자체가 대부분 무산되었지만 어째서일까.
호위함대 일부분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흐음?”
공격은 분명 닿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폭발이 일어났다.
눈을 가늘게 뜬 채 폭발이 일어난 호위함을 바라본 나는 그 함선이 조금 전 그녀에게 선제 공격을 가한 함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그녀와 미 함대 사이에 강제로 싸움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함선 하나가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하자 함대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가 들었다.
전쟁의 시작은 가벼운 한발의 포로 시작된다.
순식간에 동료가 당해버린 미 함대는 격분과 광란에 휩싸였고 비스타 함장의 명령조차 무시한 채 응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격중지!! 빌어먹을 사격중지!!”
비스타 함장이 급히 함대에 연락을 날렸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명령을 듣고도 무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순식간에 밤바다가 환하게 비칠 정도로 많은 미사일과 포탄의 세례가 그녀에게 쏟아졌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또다시 손뼉을 쳤다.
쩌적!!
그러자 그녀의 주변으로 안개 같은 것들이 모여들더니 이내 거대한 마법진 같은 것을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 형태는 거대한 나비였다.
빛으로 된 나비는 이내 날개를 펄럭이더니 함대를 향해 다시 힘을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이러면 별수 없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이런 사태가 되면 더 이상 그녀를 종용하는 건 힘들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가정 하나. 그녀가 의도한 상황이 아니다.
가정 둘. 마치 조종당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주변 전체를 광기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 하나가 떠오른다.
그녀 이외에 어떤 또 다른 존재가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결론은 금방 났다.
아직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은 빌어먹을 누군가가 그녀를 폭주시키고 함대의 인간들을 조종하여 서로 싸움을 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억지로라도 그녀를 죽이게 만들려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손바닥 위에 나를 올려다 놓고 가지고 놀겠다고 말하는 듯한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보에 나는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폭주한 찬드라는 당장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힘으로 찍어누른다고 한들 그녀가 본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이에 나는 그녀를 제압하고 그녀의 상태를 돌리기에 최적의 존재를 모색했다.
쾅!!! 쾅!!
애초에 미 함대가 강력하다곤 하나 단신으로 국가를 멸망시키는 존재를 상대로 버텨봐야 얼마나 버티겠는가.
벌써 호위함 몇 대가 화염에 휩싸여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태가 되어있는 게 보였다.
이에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되네.”
가능하면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건만 세상일이라는 게 쉬이 돌아가진 않는 듯 보였다.
지잉!!! 쩌어어엉!!
이윽고 허공에서 만들어진 광원이 다시금 호위함대 하나를 노리자 비스타 함장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오…… 빌어먹을 신이시여.”
그는 곧 광선에 적중당해 침몰할 호위함을 상상했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빌어먹을! 괜찮다고 하지 않았소!”
“그녀가 벌인 짓이 아니에요.”
내 말에 비스타 함장이 격하게 소리 질렀다.
“이게 그녀가 저지른 짓이 아니면 누가 한 짓이란 말이오!”
“그녀도 조종당하고 있고 함대 내에서도 조종당하는 이가 있습니다.”
“무슨…….”
“함장님은 일단 방어에만 치중하세요. 내가 요격할 테니.”
그렇게 말하며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그녀가 쏘아 보낸 광선이 호위함 하나를 완전히 집어삼키기 전 바다가 요동쳤다.
“나와라. 베헤모스.”
퍼어어어엉!!!
그말과 함께 엄청난 굉음이 일어났고 바닷속에서 튀어나온 수 킬로미터는 우습게 되어 보일법한 거대한 촉수가 백여 미터의 길이를 지닌 호위함을 마치 장난감처럼 휘감더니 그대로 광선이 쏘아지는 지역에서 치워버렸다.
슈슈슈슉!!! 콰아앙!!
그리고는 남은 촉수들이 광선과 충돌하며 허공에서 폭발을 강제로 일으켜버렸다.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촉수들을 보며 비스타 함장의 시선이 크게 뜨여졌다.
“저…… 저건 또 무슨?!”
그가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나는 담담하게 언령을 내뱉을 뿐이었다.
“일어나라.”
내 한마디와 함께 바다가 한차례 크게 출렁이더니 이내 어마어마한 크기의 흰수염 고래와 흡사한 형태를 지닌 거대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크기부터 흉폭한 생김새까지 보는 이가 오금이 저리는 듯한 형태였다.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환수왕 중 하나 베헤모스의 엄청난 위압감에도 나비 여제 찬드라는 폭주한 채 비명을 지르며 억지로 손뼉을 쳤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 공간이 마치 비현실이 현실이 되듯 일그러지며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며 에너지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머릿수로 밀어붙이신다 이거지.”
초단이를 휘두르면 금방 끝날 일이지만 남 좋은 일은 절대 해줄 수 없는 나였다.
이윽고 활주로를 걸어 그녀에게 다가가며 내가 다시 한번 읊었다.
“모습을 드러내라.”
그 말과 함께 허공이 갈라지고 깨지더니 그 사이로 거대한 발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깨진 틈 사이를 휘어잡고 마치 강제로 문을 열 듯 부수고 거대한 흑빛의 용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창공의 폭풍 용왕이라 불리던 환수왕 메가로드리아였다.
[계약자.]
“저 나비 치워버려, 메가로드리아”
내 명령과 함께 놈은 균열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뒤 거대한 포효를 일으켰고 그대로 찬드라가 소환한 거대나비에게 덤벼들어 놈을 움켜쥐고 지근거리에서 브레스를 방출해버렸다.
순식간에 환수왕 두 마리가 전장에 난입하자 사태가 순식간에 역전되기 시작했다.
물론 찬드라는 거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이성이 날아갔으니 판단이 될 턱이 없었다.
그녀는 나비 한 마리로도 만족이 안 되는지 이번엔 또 다른 거대한 무언가를 불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불러내는 것들은 제대로 활약하지도 못했다.
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모습을 드러내라고 할 때마다 하나씩 허공을 찢으며 거대한 존재감을 내뿜었기 때문이었다.
사신수 중 최고의 분노조절 장애를 지니고 있는 주작 불닭이가 먼저 날아들어 그녀가 불러낸 소환수와 뒤엉켰고 그 뒤를 따라 청룡 쿠릉이가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 순식간에 주작이를 공격하려던 소환수를 물고 바닷속으로 돌진했다.
지상으로 쏟아지는 광원은 곧이어 소환된 현무와 백호의 손에 차단되었다.
그녀가 무언가를 불러낼수록 이쪽에서도 무언가를 불러낸다.
순식간에 다수전으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그녀를 진정시키려면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라는 듯 움직이는 폭주하는 찬드라를 보며 내가 말했다.
“너로 정했다. 베르단데.”
비현실을 현실로 구현하는 미친 힘을 지닌 심연의 공주.
고대룡의 공주 이클립스의 양딸 중 둘째이며 사실상 살아있는 심연의 공주 중 가장 이질적인 힘을 지닌 그녀였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소환해낸 사실이 조금 떨떠름한 듯 보였다. 그동안 이렇게 막무가내로 불러낸 적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이렇게 나를 불러낼 줄 몰랐는데.
“됐고, 간만에 같이 일 좀 하자. 너랑 비슷한 힘을 쓰는 녀석인데. 죽이지 않고 폭주만 제압할 거야. 할 수 있지?”
“내가 당신 부하라도 되는 줄 알아?”
상당히 심통이 난 말투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곧바로 움직였다.
찬드라의 힘은 베르단데와 비슷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의 짙음은 가히 베르단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윽고 허공에서 생겨난 거대한 손이 찬드라를 그대로 낚아챘고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벗어나려 하기가 무섭게 베르단데가 손가락을 튕겼다.
사방에서 나타난 엄청나 힘을 풍기는 사신수와 환수왕, 그리고 내 뒤에 서 있는 베르단데를 보며 함장 비스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빌어먹을 일개 국가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은 들었다만…….”
식은땀을 흘리며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펜타곤에서 당신에게 저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있었군.”
그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