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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75화 (1,175/1,559)

제 1175화

미식 연구회에 복수를 시전한 에반젤린은 평소와 같이 방송을 켰다.

늘 하는 일이지만 지구는 참 그림을 그릴 요소가 많다는 게 참 좋았다.

그녀도 예쁜 그림을 그리는 건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으니 말이다.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데에도 그녀가 인기가 많은 데엔 사실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그녀의 그림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점과 그녀의 독특한 외견 때문이리라.

예쁜 것을 떠나서 그녀의 머리에 나 있는 뿔은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확실히 직감시켜주었다.

역동적인 버츄얼 유튜버가 이러할까.

콧노래를 부르며 그림 신청을 받은 에반젤린의 마우스가 어딘가에서 멈췄다.

“이건…… 뭐에요? 사…… 사마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가 중얼거렸다.

[미친 ㅋㅋㅋ 사마코좌가 여길 출현하넼ㅋㅋ]

[무서운 것도 잘 그릴 거 같은데. 가즈아!!]

“잠깐만요. 이게 대체 뭐길래 이렇게 유명해요?”

[이걸 몰라?]

[우물좌 님을 몰라?]

“네. 몰라요. 알잖아요. 저 지구 사람 아닌 거.”

그 한마디에 모두가 수긍하는 눈치였다.

“일단 잘 모르니까 검색이나 해볼…… 엄마야!!”

빠르게 검색창을 열어 사마코라는 이름을 검색해본 그녀는 기겁하듯 비명을 질렀다.

검색하기가 무섭게 우물에서 음산한 차림새를 한 여인이 기어 나오는 그림들이 한가득 나왔기 때문이었다.

“뭐…… 뭐에요 이게?”

무섭기보다는 기괴한 그림이었던 탓인지 그녀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공포영화 귀신임. 지구에선 레전설이었음.]

“레전설? 그건 또 뭐래. 어쨌든…… 귀신…… 망령 같은 거예요?”

망령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긍정한다.

[ㅇㅇ 귀신, 망령 뭐 그런 거임. 죽어서 한을 품은 원혼이 사람을 죽이는 그런 류.]

“지구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뭐. 망령을 무서워하는 건 많이 봤어요. 실제로 엄마도 바퀴벌레만 보면 학을 떼거든요.”

그게 누굴 말하는 건지는 새삼 알릴 필요가 없었다.

[어우야. 바 선생 보고 기겁하는 여왕님.]

“아니…….”

[지구에는 망령 같은 게 없었음. 그러니 무서울 수밖에. 티오니스에서도 살인광은 무섭지 않음?]

“하긴 그러네요. 티오니스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울면 밤에 듀라한이 찾아와서 머리를 가져가 버린다고 막 겁을 주고 그랬거든요.”

[밤에 호랑이가 잡아가는 것처럼 말하넼ㅋㅋㅋㅋ]

[듀라한이 머맄ㅋㅋ]

문화가 다르니 여러 면에서 신기한 구석은 많았다.

“그래서 제가 지구 이야기를 좋아해요. 뭔가 새로운 동화 같잖아요.”

[그렇지 않아…….]

[현실은 지옥이야…….]

양측 모두 현실인데 새삼스럽기는.

샐쭉하니 혀를 쏙 내민 에반젤린은 곧 음산하게 생긴 귀신의 모습을 보며 손뼉을 쳤다.

“아 그럼요. 그림 가볍게 그리고 저 귀신영화를 캡처한 장면부터 좀 볼까요? 나 이런 거 굉장히 궁금해.”

그녀의 말에 일부가 상당히 난색을 표했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부류였다.

“다 보겠다는 건 아니고 일부만 볼게요. 일부만.”

[나]

[락]

[나]

[락]

“아! 알았어요! 다 큰사람들이 겁이 왜 이렇게 많아 정말…….”

결국, 백기를 든 그녀는 송출되지 않는 화면으로 귀신의 그림을 켜놓고 그림을 빠르게 그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밑그림 없이 낙서로 시작되는 그림이었다.

척 보기엔 대체 뭘 그리는 건지 모를 모습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마법이 부려진다는 걸 시청자들은 알고 있었다.

순식간에 음산하고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이내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그림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아 ㅋㅋㅋ 전혀 안 무섭네 ㅋㅋㅋ 오늘만 부모님이랑 같이 자야겠다.]

[저런 게 왜 무서움? 어? 나 왜 불 꺼놨지? 눈 버리기 전에 켜야겠네.]

[아,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밤새볼까.]

웃기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는 이들을 비웃으며 에반젤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깐만요. 전화 왔다. 잠깐만 기다려줘요.”

그리고 그녀가 자리를 비우기가 무섭게 채팅창에선 한창 귀신에 대한 이야기로 들끓었다.

그때였다.

끼익…….

음산한 소리와 함께 방송실의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푸른 단발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어? 미식회 눈나 떴다!]

그 한마디에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그녀는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컴퓨터에 앉았다.

“저…… 내 말 들려요?”

[ㅇㅇ 들려 눈나.]

[눈나 나 죽어…….]

“죽긴 왜 죽어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린 그녀가 화면을 보다 흠칫 놀랐다.

“으…… 뭐야 이 무섭게 생긴 건…… 꿈에 나올까 무섭네.”

그리고는 그림 화면을 하단부에 내려버렸다.

[? 이 눈나는 귀신이 무섭나보넼ㅋㅋ]

[하긴 솔직히 영화는 별로였는데 그림은 진짜 무섭게 생기긴 했음.]

“이거…… 에반젤린이 그린 건가요?”

긍정하는 채팅이 올라오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라…….”

그녀는 영혼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딱히 이런 귀신이 무서울 리는 없어야 하건만 그 비주얼이 상당히 공포를 자아낸다.

“귀신이 뭐가 무섭다고…… 그거 다 망령 같은 거잖아요. 때려잡으면 되는 거예요.”

담담하게 중얼거리며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그 존재를 알아도 무서운 게 공포요소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살인마가 모티브가 된 귀신영화도 상당한 공포를 불러오곤 하니 말이다.

즉. 점순이는 괜히 꿈에 나올까 무서운 느낌을 받으면서도 애써 아닌 척 무시한 것이다.

“아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 지금 몇 명이 들어와 있는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띄웠다.

[이거 신종기만임?]

[ㅋㅋㅋ 직접 보라곸ㅋㅋ]

그 반응에 눈을 꿈틀거린 그녀가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나…… 나는 인간이 아니라서 인간의 문화는 익숙하지 않아요. 아. 이건가? 3만 명…… 응? 3만 명이라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3만이 그녀가 아는 그 숫자가 맞다면 엄청난 숫자였기 때문이었다.

“전부 다 이 방송을 보는 사람이에요?”

[평소엔 더 많음]

“허…… 아니지 오히려 잘됐어.”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에반젤린이 돌아오려면 좀 걸리잖아요. 그동안만 어울려줘요.”

띠링!

[그런데 방장 지금 아직 화 안 풀린 거 아님?]

“그때 그렇게 독살하려 해놓고 아직도 뒤끝이 남았다고요? 말도 안 돼. 뒤끝이 세봐야 얼마나 쌔겠어요. 그보다 중요한 건 다른 거예요.”

띠링!

사자자리 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맨입으로?

“누…… 누가 맨입으로 해달래요? 원하는 게 있으면 해줄게요. 나 재주 많아요.”

그렇게 말하며 손뼉을 치자 그녀의 손끝에서 빛으로 된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꽤 예쁜 모습이었다.

[와…… 인간 아니라고 했을 때 솔직히 거짓말인 줄.]

[와 언니, 웃는 거 너무 매력적이에요.]

여성 시청자의 말에 그녀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 그만해요. 매력적이긴 무슨. 그래서. 뭘 원해요?”

띠링!!

-일단 킵. 도망치면 재미없을 줄 아셈.

“후…… 좋아요. 이름만 괜찮은 게 나오면 얼마든지 해줄게요. 이상한 것만 아니면요. 실은 이름 때문인데요…… 제가 지금 점순이라고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나는 그게 싫어요.”

[점순잌ㅋㅋㅋㅋ]

[진짜 정감 가넼ㅋ]

“장난치지 말구요. 어쨌든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인간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저도 입장이 난처해져서 여기서 살고 있는데 이름을 빨리 안정하면 정말로 점순이가 된다고요.”

그녀의 의도는 금방 알려졌다.

즉. 이름을 새로 지어야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주변에 물어보면 전부 다 점순이 괜찮다고 말하고 있고…….”

그 대상이 하필 유리아와 륀느라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요.”

[맨입으로?]

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도와준다면서요…….”

[장난임 ㅋㅋㅋ 그런데 막상 이름하면 어떤 걸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음…… 평생 써야 하는 이름이니까. 가능하면 의미가 있거나 예쁜 이름이면 좋겠어요.”

[그전엔 뭐라고 불렸음?]

그 질문에 점순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찬드라.”

[이름 보소. 위엄 넘치네. 설마 밤의 여신 그 이름임?]

“몰라요. 그런 뜻인가?”

애초에 팔라디아의 찬드라가 지구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혹시 좋은 이름 없을…….”

덜컹!!!

그때였다.

갑작스런 소음에 하던 이야기를 멈춘 점순이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며 그녀가 다시 고개를 화면으로 돌렸다.

좀 전부터 묘하게 최소화시켜놓은 귀신의 그림이 신경이 쓰였다.

어째서인지는 그녀도 몰랐다.

[루나 어떰. 밤의 여신 찬드라잖아. 그럼 달의 여신 같은 거지.]

“루나? 조금 독특하긴 한데 묘하네요. 다른 건 없나요?”

[머리색 파란색이니까 거기 맞춰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너무 큰 의의만 두지 않으면.]

생각보다 여러 조력을 해주는 시청자들이 고마워서 그녀가 미소짓던 찰나였다.

[????]

[????]

갑자기 물음표가 빠르게 쳐지기 시작했다.

이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물었다.

“왜요?”

계속해서 올라오는 물음표에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려던 찰나.

콰당!!

갑자기 뒤편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꺅!”

이에 깜짝 놀란 그녀가 움찔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작은 책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평범한 책이다. 하지만 점순이는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왜 선반 위에 잘 올려져 있던 책이 떨어진 것일까.

묘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방송을 이어나갔다.

시청자들도 의아해하면서도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이름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끼이이이익…….

[?????]

[뒤뒤뒤뒤뒤!!]

[oh wtf back!!]

뒤를 보라 외치는 시청자들의 성화에 고개를 돌리자 문이 조금 열린 방송실이 보였다. 분명 닫아놨었는데?

문이 무거워서 스스로는 잘 열리지 않아야 정상인데.

문득 에반젤린이 그려놓은 귀신의 그림이 떠오른 그녀는 온몸에 오한이 돋는 느낌이었다.

“장난하지 말아요. 나 진짜 이런 거 안 좋아해…….”

[우리가 어떻게 장난을 쳐 이년아…….]

[아씨 소름 돋아.]

애써 모른 척 무시하며 밝은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뒤!! 뒤뒤뒤뒤!]

비명과도 같은 채팅이 또 한 번 올라왔다.

이에 그녀가 장난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번엔 안 속아요.”

[미친 문 너머에서 지금 고개 빼꼼 내민 거 누구임?]

[와씨 X나 무섭네 진짜…….]

무언가가 열린 방송실 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는 이야기였다.

“한 번만 더 장난치면 화낼 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사실 이 상황에 대해 많은 상념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기이한 일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끼익!! 쾅!!

“꺅!”

갑자기 두꺼운 방송실 문이 닫혀버린 것이다.

깜짝 놀란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누구…… 있어요? 지금 아무도 없는데…… 에반젤린은 밖에 나갔고, 미식회 그 두 또라이는 하인스에 잡혀가서…….”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한다.

“에반젤린이 장난치는 건가? 장난이라면 그만둬요! 나 재미없어!”

그리 외쳐보지만 공허한 울림이 될 뿐이었다.

겁에 질린 몸이 굳어 한참 동안 뒤를 바라보던 그녀는 살짝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됐어요. 우리 재밌는 이야기나 해요.”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에반젤린이 돌아올 때까지만이라도.

그녀는 괜한 짓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캠 화면이 비치는 화면 너머 에반젤린이 가져다 놓은 침대 밑에서 유색의 머리카락 같은 것이 스르르륵 하며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길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어 보였다.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던 시청자와 점순이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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