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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86화 (1,186/1,559)

제 1186화

이전까지만 해도 이 상황을 나름의 방법으로 즐기는 유리아나 륀느를 차갑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던 에반젤린치고는 극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전쟁!! 결코! 다시! 전쟁!”

한 손에 용신검을, 또 한 손에 나무로 만든 창을 들고 소리치는 그녀의 외침에 거짓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이봐…… 쟤 왜 저래…….”

“이상한데요. 평소의 아가씨가 아니에요.”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이었다.

“륀느 양, 륀느 양은 아는 게 없나요?”

그 질문에 륀느는 말없이 에반젤린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명백히 이상 현상. 하지만 추측 가는 바가 존재한다고 보고해.”

륀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할 것을 촉구. 륀느가 에반젤린의 다급함을 낮게 평가.”

“진정? 진정하게 생겼어요?! 지금 도둑이 내 보물을 훔쳐갔는데!”

그녀의 대답을 들은 륀느가 빠르게 돌아왔다.

그리고 셋은 머리를 마주 대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뭔가 잡히는 게 있나요?”

“연산장치 가동 중. 륀느의 사고회로가 빠르게 가열된다고 보고.”

“그럼…….”

“한가지. 가능성. 에반젤린의 종족, 고대룡. 용족은 고대룡과 일반 드래곤을 포함해 모두 자신의 보물에 상당한 집착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

그 한마디에 셋은 고개를 들어 저 뒤에서 브레스를 뿜을 기세를 내뿜는 에반젤린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머리를 마주 댔다.

“본능 각성. 륀느가 가능성을 높게 평가.”

“확실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아가씨가 저렇게 격분하는 건 그런 이유겠죠?”

“어떻게 할 거야. 이러다가 계획이 파탄 나면.”

“뭐해요?”

그때 에반젤린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셋은 경기를 일으킨 듯 벌떡 일어났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가씨. 그보다 그 범인의 얼굴은 봤나요?”

“아뇨. 그 도둑놈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이 가려져 있었어요.”

셋의 시선이 순식간에 교차했다.

“좋아요. 우리 소중한 식재료를 훔쳐간 자에겐 피의 복수가 필요하겠죠. 점순이와 제가 수색을 도울게요. 우선 그 도둑은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

의욕을 내비치는 에반젤린의 등을 떠밀며 유리아가 륀느에게 빠르게 눈치를 보냈다.

이에 륀느는 고개를 끄덕인 뒤 등 뒤의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날아올랐다.

* * *

“륀느가. 데이비 님의 안일함을 낮게 평가.”

륀느가 대놓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아름다운 별장의 창밖을 보고 있는 데이비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륀느. 애착 인형이라고 알아?”

그 질문에 륀느가 인상을 찌푸렸다.

“륀느의 기억회로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이 갓난아기 시절부터 함께 하는 인형으로 알고 있다고 분석.”

보통 그런 애착 인형들은 어느 정도 커서도 쉬이 버리지 못하는 그런 하나의 보물이 된다.

“에반젤린은 인간이 아니야.”

그녀는 고대룡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종족특성인 애착 인형이 존재한다.

정확히는 애착 보물고나 다름없다.

“륀느가 자세한 설명을 요청.”

“간단해. 고대룡도 드래곤이잖아. 드래곤들은 각자 자신의 보물고를 가지고 있어. 그게 단순히 드래곤 사회에 만연한 문화 때문이 아니야.”

까마귀가 반짝이는 걸 모으듯 드래곤 또한 보물을 어딘가에 모아놓는 걸 종족적으로 갈구한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성장 배경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기에 그녀의 본능을 풀어줄 애착 보물고, 즉 그녀만의 레어를 구하는 것은 물론이오 그녀가 그 레어에 애착을 가지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걱정 마. 그 토끼도 내가 일부러 보낸 거고.”

륀느가 묘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묻고 싶은 게 있어?”

“왜 미식연구회에 이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지 해명을 요청. 륀느가 데이비 님의 계략을 낮게 평가.”

“난 너흴 믿어.”

데이비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런데 너희가 치는 사고는 못 믿어.”

그녀들이 고작 1년 사이에 저지른 사고횟수는 아마 그녀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깊었던 모양이었다.

“알았으면 그대로 해. 지금부터 보팔 레빗들이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계속해서 에반젤린의 보물을 약탈할 거야. 처음엔 덤빈답시고 하겠지만 지금은 결계 때문에 제대로 힘을 못 쓰거든.”

이곳은 데이비와 페르세르크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공간이다.

그리고, 현재 데이비가 있는 이 별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장은 물론이고 그녀가 좋아하는 책으로 가득 찬 서재. 아름다운 화이트 비치가 보이는 거대한 창문까지.

조금만 나가면 당장이라도 바다에 뛰어들어 놀아도 괜찮을 정도로 아름답고 예쁘게 꾸며놓은 별장이다.

데이비는 자신의 딸을 위해 이 섬 전체를 그녀의 레어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작업이 착수된 지 약 6개월.

드디어 그 대장정이 끝을 맺고 기념일인 이틀 뒤까지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켠에선 홍단이와 청단이가 그 작디작은 손으로 꼬물거리며 벽에 풍선을 달고 에반젤린을 축하하는 글귀가 적힌 천을 달고 있다.

한켠에선 레이나와 일리나가 인상을 찡그린 채 부엌을 초토화 시키며 에반젤린만을 위한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너희는 에반젤린을 돕는 척만 해. 그러면서 점점 밀리는 척. 알겠지? 에반젤린은 아마 점점 자신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본능을 발휘할 거야. 그 상황에 너희가 유도하는 대로 에반젤린을 데리고 가면 아마 그 아이는 그곳을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레어 화 시킬 거고.”

륀느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 목적지와 이곳을 이어붙이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어. 유리아와 점순이에게 그 사실을 조심스레 전해줘. 명심해. 절대 에린이 알면 안 돼.”

“륀느가 맨입으론 비밀 엄수가 힘들다고 명시.”

요망한 대답이 들려온다.

“이번일 잘만 성사되면, 미식연구회 내가 지원비 0.5 더 얹어주마.”

“명령인수. 륀느가 최우선순위로 임무를 재갱신.”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한 륀느가 날아올라 사라졌다.

“자. 그럼 시작하자. 토끼들.”

그 말에 미리 기다렸다는 듯 곰 가죽으로 전신을 가린 토끼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엔 가장 최약체인 토끼이면서, 근육 하며 곰을 사냥해서 그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꼴을 보면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작전 시작하자.”

* * *

에반젤린은 당장 고구마를 훔쳐간 존재를 잡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이놈의 침입자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그녀의 추적을 따돌렸고, 끝내 흔적이 사라져 침입자를 놓쳐버린 그녀는 울분을 토해내며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유리아와 륀느 점순이는 현 상황을 순방향으로 보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현재. 또다시 침입자가 소중한 고구마와 감자를 훔쳐갈지도 모른다며 손톱을 물어뜯던 에반젤린은 방비를 철저히 한답시고 이전엔 신경도 쓰지 않았을 목책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만 륀느와 유리아도 의심을 살 수 있었기에 그녀들만의 고인물 같은 손길로 방비를 확실히 해냈다.

당연히 그 장면을 만족스레 보며 웃음 짓는 에반젤린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완벽한 방비를 해버리면 소리소문없이 그녀의 보물을 훔쳐갈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셋은 머리를 맞대고 구멍을 뚫기로 결정을 내렸다.

“쟤도 정상은 아니지만…… 그 인간은 정말 미친놈이 틀림없어.”

점순이가 기가 막히다는 듯 중얼거리며 단단한 방벽의 일부를 닫고 있는 레버를 당겼다.

“그래도…… 솔직히 좀 부럽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을 위해서 아빠가 이렇게까지 준비한 거잖아.”

그녀는 묘하게 부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데이비에게 피가 섞인 아이라고 해봐야 다리안과 페르세르크의 배 속에 있는 막내 녀석뿐이지만 그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모두 동등하게 대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도 말이다.

덜컹! 소리와 함께 작은 구멍이 생겨났고 셋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렇게까지 방비를 했으니 더 이상 쳐들어와서 보물을 훔쳐가지 못할 거에요.”

“진정해요. 아가씨. 고작 고구마일 뿐이에요. 금방 다시 캐낼 수도 있구요.”

“아뇨! 그건 제가 직접 캔 첫 보물이라고요! 보물은 절대 못 뺏겨!”

미안하지만 그거 오늘 절반은 털릴 것이다.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셋은 침을 꿀꺽 삼킨 뒤 감자와 고구마가 담긴 상자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킵슨. 내가 오기 전까지 잘 지켜야 해.”

커다란 마법용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킵슨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는 그녀의 행동은 확실히 에반젤린이 인간이 아니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꺄아아아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셋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물품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반쯤 부러진 킵슨과 사라진 감자 상자를 놓고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는 에반젤린을 볼 수 있었다.

“안돼…… 안돼 킵슨! 날 두고 가지 마!!”

엉엉 우는 그녀는 그야말로 세상 모든 걸 잃어버린 듯 처연하게 울었다.

“이…… 이 빌어먹을 도둑들이!!”

격분한 그녀는 방송을 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수할 거야…… 복수할 거라고!”

격하게 소리친 그녀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륀느! 유리아 언니! 따라와요! 이 자식들을 잡아서 아주 요절을 내버릴 테니까!”

“하지만 아가씨. 흔적이 없어요…….”

상대는 너무도 용의주도했다.

“어쩔 수 없어요. 차라리 함정을 파보죠.”

이에 유리아가 그녀를 살살 구슬렸고 에반젤린은 격분하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좋아요. 함정.”

그리고. 그날 저녁. 또다시 에반젤린은 놀림을 받듯 함정을 돌파하고 상당량의 고구마를 도둑질당했다.

아드득…… 빠드득…….

당장 걸리면 뼈와 살을 분리해버릴 것처럼 분노하는 그녀였다.

눈동자가 자색으로 물들고 파충류의 눈처럼 세로로 찢어졌다.

“안 되겠어. 여긴 너무 개활지에요. 위치를 옮겨야 해요.”

급기야 그녀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적당히 잘 버티면서 구조가 올 때까지 버틴다는 생각은 이미 그녀의 본능에 밀려 지워진 지 오래였다.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듯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미식연구회는 데이비가 말했던 대로 에반젤린이 인간이 아닌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베이스캠프를 떠나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미식 연구회는 최대한 그녀를 목적지로 빠르게 유인했다.

그리고, 우연에 우연을 가장하여 그녀가 목적지로 향하는 동굴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이거 봐요! 내가 정말 멋진 동굴을 발견했어요!”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흐흐…… 이런 폐쇄적인 동굴이라면 내 보물을 지킬 수 있어…… 마의 프레셔스…….”

예쁜 얼굴로 저런 짓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건 미식 연구회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구조 기다리던 불쌍한 방장 어디 가고 x룸이 하나 빙의했네?]

[아니 근데 저러는데도 귀여운 거 실화냐 ㅋㅋ]

[절제 - 클립 따놨다. 필요하면 도네이션, 알지?]

[절제쉑 인성 보소.]

“흐흐흐……아무도 못 가져가. 내 보물은 내가 지킬 거야.”

그녀는 마치 만들어놓은 듯 아름답게 파여진 동굴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시도는 처음으로 침입자를 방어하는 데에 성공하게 만들어주었다.

“킵슨 3호! 네가 해냈구나!”

야광석이 예쁘게 박힌 동굴 창고 속에서 그녀가 허수아비를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계속해서 약탈을 당했는데 처음으로 빼앗기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 여긴 안전해. 내 보물을 보관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될거야.”

그녀의 애착 인형, 아니 애착 보물고, 즉 드래곤 레어가 그녀의 인지 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몰랐다. 동굴의 위에 무엇이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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