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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89화 (1,189/1,559)

제 1189화

데이비에게 달려든 에반젤린은 엉엉 울며 그의 가슴팍을 마구 때렸다.

그러기를 한참. 결국, 에반젤린은 데이비의 품에 안긴 채 엉엉 울었다.

팡!!

그때 어디선가 폭죽 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내 모두의 시선이 그 소리의 발원지로 향했다.

당연히 그곳에는 눈치 없이 뒤따라와서 폭죽을 양손에 쥐고 터뜨린 점순이가 서 있었다.

“축하해.”

반면 상대적으로 눈치가 빠른 유리아는 점순이의 어깨를 잡아 그녀를 말리며 고개를 저었다.

황망한 상황에서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자 점순이가 떨떠름하게 두리번거렸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

륀느가 무표정한 얼굴로 점순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엔 한심한 무언가를 보는 듯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

“아니 왜 그렇게들 보는건데…….”

그녀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 * *

사용인 하나 고용하지 않고 모두 손수 준비했다.

파티를 축하하는 카드부터 풍선 장식, 그 외에 음식까지.

에반젤린은 더 이상 데이비에게 불만을 표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의 모든 과정은 그녀에게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그만큼 안도감이 그녀를 감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깜짝파티였다는 게 허탈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무리하게 상황을 극화시킨 이유가 파티 준비가 덜 됐는데 에반젤린이 이곳을 찾아버린 게 문제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갑자기 날려버릴 이유가 있었을까.

깜짝 파티도 이 정도면 정도가 지나치다 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진실을 전해 듣지 못한 그녀로썬 아빠의 짓궂은 장난이 그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파티 자체는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그만큼 힘들었기에 더욱 소중히 여겨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기분이 바닥을 치다가 한순간에 역전이 되는 기분도 묘한 느낌이었다.

“흥.”

그렇다곤 해도 아빠를 당장 용서할 생각은 없는 그녀였다.

“에린아아! 이것도 먹어바바!”

그때 그녀의 옆에 앉아 닭 다리를 뜯고 있던 홍단이가 해맑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언니…….”

“이고, 홍단이가 아껴둔 건데에…… 에린이는 홍단이가 좋아하니까 줄게!”

“고마워, 언니.”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을까.

조금 불만스럽긴 해도. 그녀는 그냥 웃고 넘기자고 생각했다.

이윽고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된다.

데이비가 직접 연주를 하자 마치 정령들이 춤을 추듯 주변을 노니는 게 보였다.

티비나 컴퓨터 실제 연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연출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섬은 마음에 드니?”

“네? 아……. 네 마음에 들어요.”

그때 일리나가 천천히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사실 에반젤린에게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이 일에 엄마들이 동조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빠는 장난기가 심하니 그렇다 할 수 있는데 엄마가 이럴 줄 몰랐기에 배신감이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엄마…….”

“응?”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요.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미안해.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

“아빠 미워…… 엄마도 미워…….”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뒤에서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아 주는 포근한 손길에 그녀는 애써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번만 용서해주는 거예요. 이 섬이 정말 마음에 들었으니까 용서하는 거예요!”

“그래, 고마워. 하지만 데이비를 너무 미워하진 말렴.”

“…….”

“데이비는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널 아끼고 사랑하고 있으니까.”

“아끼고 사랑하는데 이렇게 나를 놀려요?”

“흐음…… 글쎄? 어쩌면 그것도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이유라.

쉽게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 * *

에반젤린의 보물고, 즉 레어 위에 지어진 별장에선 거대한 해변이 한눈에 비친다.

당연히 내부에서 파티를 즐기고 해변가에서 노는 건 정해진 수순과 같았다.

퍼어엉!!!

바다 저편에서 엄청난 물보라가 일며 누군가가 맹렬하게 수영해 나갔다.

다름 아닌 륀느였다.

골렘인 탓에 가녀린 소녀의 모습이지만 200kg이 넘는 체중을 지닌 그녀는 수영을 사실 쉽게 할 수가 없다.

이에 그녀는 입자 구현을 통해 그녀의 등에 달 수 있는 특수한 장치를 달고 바다를 헤엄쳐 다녔다.

또 한켠에는 수경을 쓴 채 바닷속을 쏘다니며 물고기들을 맨손으로 잡는 유리아와 점순이, 그리고 레이나 까지 있었다.

홍단이와 청단이는 수심이 얕은 곳에서 에반젤린과 물장난을 치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다른 이들이 구경하며 한껏 여유를 즐겼다.

반면 축하를 위해 휴가를 내고 왔던 에오니샤나 티아라는 이 와중에도 바다를 보며 여길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독한 일 중독을 보여주었다.

“데이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도 될까? 이러면 에린이가 정말로 네게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 정도면 딱 좋아.”

파라솔 아래 썬배드에 엎드려 있던 일리나가 괜히 신경이 쓰이는지 말을 걸어왔다.

“왜 이런 계획을 짰는데. 사실을 알면 주객이 바뀌게 될거야.”

에반젤린은 자신이 도둑맞은 고구마 상자를 돌려받고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화를 내야 하는데 자기 보물을 되찾았으니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이에 그녀는 파티 중간에 몰래 빠져나가 자신의 레어에 고구마 상자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나서 돌아왔다.

그녀가 지하 동굴을 자신의 레어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대답을 듣고 나서도 그녀는 아쉬운 기색을 쉬이 떨쳐내지 못했다.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았으면 저 아이가 네게 그렇게 불만을 표하진 않았을 텐데.”

“적어도 부모가 아이에게 하소연하는 건 아니지.”

“그거. 아버님이 네게 했던 짓과 같은 거 아니야?”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달라야지. 과정이든 결과든.”

짧게 대답한 나는 묘하게 화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시작한다?”

“어? 아아, 응. 잘 부탁할게.”

가볍게 대답한 일리나는 몸을 쭉 뻗듯 엎드렸고 나는 그녀의 비키니 끈을 슬쩍 풀어헤친 뒤 그 위에 특수제작한 엘프 전용 묘약을 주르륵 부었다.

태닝용 오일과 비슷하지만, 피부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고 마나를 받아들이기 좋게 만들어주는 약으로 세계수 [알]이 세계수의 열매즙을 짜서 만들어낸 것이라 효과 자체는 기존의 화학약품과 비교할 건덕지가 되지 못했다.

나름대로 귀한 물건이었는데 쓸일이 생겼으면 쓰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으읏…… 차가워라…….”

“내가 말했잖아. 차갑다고. 그런데 그 얄미운 입 때문에 멈추기가 싫네.”

“야…… 야! 하지 마?!”

당황한 그녀가 돌아서려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등에 약을 주욱 부어버렸다.

“꺅! 차가워!”

비명을 지르며 그녀가 경련을 일으켰다.

이질적인 차가움 탓에 엎드린 채 주먹을 꼭 쥐고 발가락 끝을 쭉 뻗는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져 있다.

“너 진짜 죽을래?!”

“지금 위아래가 파악이 안 되시나 봅니다. 마님. 약은 제 손에 있는데 말이지요.”

“악! 차가워! 하지 마! 꺅! 잘못했어! 그만! 그만!”

처음엔 차가움과 간지러움에 몸을 억지로 비틀 거니 이를 악물고 버티던 그녀였지만 차가움이 서서히 가시고 손길이 익숙해지자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팔 사이에 파묻었다.

“하아…… 너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능숙해?”

“음?”

“아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너 설마 우리 몰래 지구에 와서 다른 여자 만나고 다녀?”

그녀의 질문은 단순한 찔러보기였다.

하지만 장난인 걸 알면서도 감히 나를 의심하는 이 괘씸한 와이프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왜 능숙하냐고?”

“어…… 어어?”

“왜긴 하루 이틀이야? 내가 손을 대는 게.”

내 한마디에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데이비. 장난 그만해.”

그때 옆에 다리를 꼰 채 누워있던 페르세르크가 선글라스를 스윽 끌어올리며 타박했다.

“예, 마님.”

깔끔하게 약을 바른 뒤 비키니의 끈을 다시 묶어준 나는 느긋하게 썬배드에 드러누운 채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해변을 바라보았다.

제법 재밌게 노는 것을 보니 고생고생해서 만든 보람이 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야. 뭐하냐?”

혼자 눕기엔 조금 큰 사이즈의 썬배드라곤 해도 둘이 눕기엔 좁은 곳이다.

느긋하게 누워있던 나는 갑자기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놀라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돌렸다.

내가 누워있던 썬배드에 일리나가 올라와 착 달라붙듯 안겨 온 것이다.

“왜? 하면 안 돼?”

“좁아. 네 자리 저기 있잖아.”

“흐음…… 난 여기도 좋은데?”

그녀는 애정 공세를 펼치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에이리아나 페르세르크와는 양상이 다른 게 그녀의 장점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계속 거부하면 나 떨어진다?”

“…….”

조금만 밀어내도 툭! 하고 떨어질 만큼 비좁아진 모습을 보며 내가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괜히 페르세르크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페르세르크는 한 손에는 과일음료를 쪽쪽 빨며 물장구를 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

이제와서 견제는 무슨.

한숨을 내쉬며 나는 차라리 있는 대로 즐기자는 심정으로 내 팔을 베고 누운 일리나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차원을 격리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프리아 여신이 보통 자아를 가진 존재의 상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도 간과했다.

* * *

일이 잘 풀렸다곤 하지만 정작 당혹스러운 건 에반젤린뿐만이 아니었다.

에반젤린의 채널 게시판에선 이전에 있었던 방송내용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그래서 방장 방송 진위가 뭐임???]

[뭐긴 뭐야 며칠간 이어진 X나 큰 몰카지.]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ㅋ]

[그럼 그 긴박한 상황이니 뭐니 한 것도 다 연극이었음? 방장 그대로 속아 넘어갔네 ㅋㅋㅋ]

[진짜 티오니스 성자 이 미친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뭔 몰래카메라 규모를ㅋㅋㅋ]

[근데 선 넘은 거 아님? 진짜 방장 엄청 당황한 거 같던데.]

[너나 선 넘지 마. 남의 가정사에 네가 왜 이래라 저래라임.]

[아니 미친 아닌 건 아닌 거지.]

[응 너만 아닌 거야. 난 재밌어서 상관없음.]

[애초에 다친 사람도 없잖아.]

사실 그들이 가장 황당해했던 것은 미식연구회였다.

[그 미식연구회 또라이들 진짜 연기자로 나서면 상 휩쓸 듯. 진짜 개 깜짝 속아 넘어갔잖아.]

[리얼 륀느 연기실력 진짜 소름돋았넼ㅋㅋㅋ]

깜짝파티의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미식연구회가 저지른 사태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된 시 청자들로썬 황당하면서 어이가 없고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아니 방장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빨리 후일담 내놔아아아!]

[그래. 어떻게 됐는지 말을 해줘야지.]

깜짝파티였다는 사실을 끝으로 방송이 종료된 탓에 사람들은 어서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알려달라며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해변가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는 에반젤린이 이 사태를 알 리가 없었다.

[야! X불 절제 쉑 사진 올림!]

[? 절제가 왜.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아니 미친 직접 가서 보셈.]

갑작스레 올라온 링크에 사람들은 당연히 호기심을 드러냈고, 속는 셈 치고 링크를 타고 절제의 SNS에 접속했다.

그리고 모두가 기함을 토해냈다.

프라이빗 비치에서 귀여운 수영복을 입은 채 홍단이와 청단이, 그리고 처음 보는 꼬마 하프엘프와 놀고 있는 사진 너머로 마치 시청자들을 놀리듯 씨익 웃고 있는 한 사내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V자를 그린 채 사각 수영복 하나만 입고 씨익 웃고 있는 절제의 뒤로 레이나가 수영복을 입은 채 머리에 머금어진 물기를 짜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유려한 목선과 새하얀 피부가 수많은 이들의 심정을 철렁이게 만드는 사진이었다.

[X불 지금 이 새끼 저기 초대됐다고 염장질하는 거지?]

[가서 불 질러!]

[태워 x발!]

[절제 이 개 배신자 새끼!!]

[미친 핫 연예인들 모아놓고 해변가에서 놀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와 선 넘네?]

[그래서 여왕님!! 여왕님 어디 있어!!]

해외 댓글도 보인다.

[우리는 원한다. 일리나!!]

미국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일리나의 모습을 요구하는 댓글도 우후죽순으로 달렸다.

하지만 정작 사진의 주인인 절제는 깔끔하게 그들의 복장을 뒤집어 놓았다.

[풉.]

사진의 밑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니들은 이런 거 못 해봤지? 여기 진짜 끝내준다.

파티에 초대된 절제의 염장질에 시청자들이 더욱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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