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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94화 (1,194/1,559)

제 1194화

절제는 에반젤린에게 별장 섬의 출입을 허락받은 지구인 중 하나다.

특수한 마도구를 이용해 에반젤린을 만나러 온 그는 의외의 인물이 해변에 비치된 썬배드에 누워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레이나 누님?”

“응? 무슨 일이야? 에린이는 지금 여기 없는데?”

“누님은 여기서 뭐 하십니까?”

절제의 질문에 그녀는 말없이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난 내륙지방 출신이거든. 그래서 바다를 볼일이 잘 없어.”

“아…… 미안해요. 누님.”

“아냐. 보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볼 수는 있었어. 세계가 마족에 의해 파멸되었을 때도 전쟁을 위해 바다를 볼 때가 많았거든.”

다만, 그녀의 경우 이렇게 평화롭고 밝은 해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바다는 피와 쇳내, 그리고 바다 위에 타오르는 화염만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평화롭고, 조용한 해변. 여기밖에 없더라.”

본래 지구에서 알바를 하던 그녀였지만 정 사장이 새로이 가게를 오픈하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그녀도 지금의 여유를 즐기는 듯 보였다.

“그…… 같이 다니는 초단……? 그 아이는요?”

“시험공부. 코앞에 다가왔거든.”

미묘한 침묵에 절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에반젤린을 거론했다.

“그런데. 그 오색 슬라임이요. 괜찮은 거 맞아요? 운이 너무 좋으니까 오히려 불안하던데.”

“레인보우 슬라임?”

“예. 만나면 운이 좋은 건데 아예 데리고 있으니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 말로는 별문제 없다더라.”

그렇게 말하며 레이나가 수영복만 입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그 사람은 유능하거든.”

“아…… 그건 잘 알죠.”

“이래저래 알아본 바로는 별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자 온 김에 같이 식사라도 할래? 마침 알하자드 씨와 크리스, 코오나 양도 그렇고 같이 식사하기로 했거든.”

한 명은 미국의 영웅, 한 명은 중동의 왕자. 한 명은 일본에서 건너온 고위 각성자. 절제는 자신이 괜히 초라해짐을 느꼈다.

“제가 거기 있어도 될까요?”

“뭐가 문제야? 넌 에반젤린에게 가장 편한 친구잖아.”

“그거야…….”

“당장 위치만 놓고 보는 거면 나도 할 말은 없어. 단순 식객일 뿐이니까.”

용사가 언제부터 식객이 되었다고. 씁쓸함을 뒤로한 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어? 누님, 저건 뭡니까?”

그때 절제가 바다 저편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에 선글라스를 슬쩍 끌어 올린 레이나는 절제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고 이내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절제를 낚아채 신형을 날렸다.

터어엉!!!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언가였다.

“우억!!”

바닷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10여 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물개였다.

엉! 엉! 엉!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며 펄떡펄떡 모래사장으로 기어나 온 녀석은 겁을 집어먹은 절제를 내려다보더니 망설임 없이 거대한 혓바닥으로 그를 처덕처덕 핥았다.

“으아악!! 누님 살려주세요!”

겁을 집어먹은 그가 소리치자 멍하니 물개를 보고 있던 레이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물개가 레이나에게 덤벼들었다.

“꺅! 뭐 하는 거야 얘!”

엉! 엉! 엉!

마치 사람을 굉장히 잘 따르는 강아지처럼 레이나도 마구잡이로 핥기 시작한 녀석은 거대한 체구를 이용해 레이나의 몸에 제 머리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꺅 간지러워 그만해!”

적의가 한순간에 녹아내린다. 이 거대한 물개가 하는 행동은 그야말로 친근함의 표시였다. 갑자기 어디서 이런 물개가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한참 동안 레이나에게 머리를 비벼대더니 이내 살짝 떨어져서 몸을 모래사장에 눕히고는 말없이 쳐다보았다.

“저기…… 누님, 티오니스엔 이런 거대물개도 있어요?”

“……그럴 리가. 티오니스의 해종이 지구와 같진 않지만 대개 비슷해. 몬스터를 제외하고, 다만 몬스터 중에도 이런 녀석은 없어.”

단순 물개가 거대해졌다는 소리였다.

이 황당한 사태에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현 상황을 데이비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썬배드 옆에 비치해둔 수정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퍼어어엉!!!

다시금 바닷속에서 거대한 소음이 울려 퍼지더니 이내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문어 다리들이 뻗어 나오더니 그대로 물개를 휘감아 바닷속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엉! 엉!

물개는 구슬프게 울며 끌려가지 않게 필사적으로 버텼다.

“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데요?”

“저건…… 아무래도 크라켄의 아종인 거 같네. 그런데 크기가 너무 큰데?”

물개와 마찬가지로 거대해진 생명체다.

“위험한 거 아니에요? 왜 저런걸…….”

“넌 에반젤린이 저런 거에 당할 거 같아? 게다가 크라켄의 아종은 파괴적인 생명체가 아니거니와 맛도 기가 막힌 생명체야.”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물개를 끌고 들어가는 크라켄의 아종을 바라보았다.

“일단 구해야…….”

“그래 마침 문어구이도 땡겼는데.”

짧게 숨을 고른 그녀가 허공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으로 주변의 마나가 끌려오며 그녀의 주변으로 응축되기 시작했고 이내 금빛으로 된 빛의 검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어…….”

수영복만 입은 채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금빛의 무기들을 허공에 만들어내는 레이나의 뒷모습을 박승현은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아름답다.

그녀에게서 느낀 감정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이상하리만치 너무 멀어 보였다.

[이기어검]

데이비에게 배운 검술을 익히기엔 그녀에겐 너무 시간이 짧다.

하지만 그녀는 일리나 데 팔란이었고, 일리나의 검에 대한 재능은 검신 하레스가 기함을 토할 수준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스르릉…….

레이나의 움직임에서 적의를 감지한 것인지 거대한 문어 다리는 이내 순식간에 물개를 치워버리고 레이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에 눈이라도 달린 것인지 녀석의 촉수 다발은 그녀를 맹렬하게 노리고 날아들었다.

쾅!! 쾅!! 자신의 생존에 위험을 느낀 저항이었다.

크라켄의 아종의 크기는 비록 일반적인 문어보다는 크지만, 단순히 대왕오징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녀석들은 크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종을 잡아먹는 녀석들이라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이로운 존재이기도 했다.

문제는 녀석이 굉장히 놀라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는 점이었다.

“뭐가 이상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일단 아종 크라켄을 제압하는 게 우선이었다.

콰앙!!

거대한 촉수 다발 하나가 쏟아져 내린다. 덩치가 커지면 화력도 강해지는 게 당연지사였다.

쾅!! 쾅!!

레이나는 부드럽게 공격을 피해내며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슈슈슈슉 푸욱!!

그러자 그녀의 손끝을 따라 허공에 떠 있던 빛의 검들이 일제히 문어의 촉수를 꿰고 바닥에 꽂혀 들었다.

궤에에에에에엑!!

구슬프면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촉수라곤 하지만 끝부터 물 밖으로 나온 모든 부위에 검을 꽂아 대지에 고정시키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아종 크라켄의 다리는 적게는 수십 많게는 100개까지 달리는 녀석이었다.

놈은 자신의 다리가 제압당해가면서도 자신을 공격하는 레이나에게 저항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퍼엉!! 휘리리리릭!!

바닥을 뚫고 나타난 거대한 촉수가 순간적으로 레이나의 다리를 휘감았다.

주춤거린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촉수를 잘라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빛의 검이 쏟아져 내린다는 걸 알고 있는지 문어 다리는 순식간에 그녀의 양 팔을 구속해 강하게 고정시켰다.

정확히는 그녀의 팔다리를 잡아당겨 뜯어낼 정도의 힘이 없었다.

레이나가 겉보기엔 가녀려 보이지만 그녀의 육체 스펙은 고작 바다 생명체 하나가 어찌할 수준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누님!!”

순식간에 양다리와 팔을 포박당한 레이나가 허공으로 들어 올려지자 승현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다 황급히 썬배드 근처에 있던 금속 거치대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나설 틈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포박당한 채 침묵하던 레이나의 표정이 이전보다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낙화. 천검폭우”

이윽고 그녀의 중얼거림이 흘러나오자 경악스러운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디 있었는지 모를 천여 개의 빛의 검이 마치 비처럼 바다와 해변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나하나가 오러로 만들어진 검기들.

그녀가 빛의 용사라 불리는 진면목이 바로 이것이었다.

말 그대로 폭우처럼 쏟아지는 검은 그녀를 포박하고 있던 문어 다리를 꿰뚫다 못해 완전히 찢어 발겨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모래사장과 바다에 가리지 않고 내리꽂히며 닥치는 대로 꿰뚫어버렸다.

동시에 바닥에 숨겨져 있던 다리와 날뛰던 다리들이 하나같이 피를 흩뿌리며 추욱 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속에서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바닥에 내려선 채 살짝 비틀거렸다.

“누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그냥…… 좀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허공에 뜬 검증 하나를 손에 쥐었다.

단순한 기검이며 그것을 천여 개로 나눈 터라 내구성은 형편없지만, 순간적인 화력은 일반적인 검기를 두른 검과 다를 바가 없다.

퍼엉!!

자신의 다리가 모조리 제압당했음을 깨달은 아종 크라켄은 끝내 자신의 본체까지 바다 위로 드러냈다.

엉! 엉! 엉!

그러자 겁을 집어먹은 거대한 물개는 황급히 몸을 뒤척이더니 바닷속으로 도망쳐버렸다.

-키아아아악!!

구슬픈 괴성을 들으며 그녀는 조용히 손에 쥔 기검을 가볍게 내리 세웠고 이내 나머지 손으로 검 자루의 아랫부분을 강하게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숨을 짧게 들이켠 뒤 눈을 감았다.

현시점에서 검을 가장 잘 쓰는 건 데이비일 것이다.

그 아래로 일리나와 심연의 공주 이실디가 있을 것이고.

그들에 비하면 레이나의 검술은 약간 이가 빠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녀가 약해진 건 아니었다.

“미안해. 많이 아프구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검을 강하게 대각선으로 그어 올렸다.

쩌억!!

동시에 금빛의 거대한 검기가 폭사하듯 쏘아져 나갔고 받아준 일부를 순간적으로 가르며 아종 크라켄을 크게 베어버렸다.

남은 힘을 쥐어짜던 아종 크라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는지 서서히 무너져 내렸고 이내 검은 연기를 푸쉬이익 토해내고는 그대로 늘어져 버렸다.

“이게…… 대체…….”

아름답던 해변은 그녀가 검을 휘두름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때 허공이 찢어지며 데이비가 나타났다.

“아…….”

“저건 또 뭐냐.”

“아종 크라켄이에요. 갑자기 공격해와서.”

“음? 설마…….”

고민하던 그가 추욱 늘어진 촉수로 다가갔다.

“이거, 설마 레인보우 슬라임 때문은 아니겠죠?”

레이나도 레인보우 슬라임이 가져다주는 행운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고 데이비의 우려를 알고 있었기에 걱정스레 물었다.

하지만 곧 들려온 대답은 그녀의 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미식연구회. 활동 자금을 줬더니 이런 짓을 하고 다녀?!”

범인은 미식연구회였다.

동시에 어디선가 누군가가 도망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3초 준다. 튀어와.”

동시에 도망치던 세 인영이 일순간 멈췄고 이내 조심스레 걸어나 오더니, 데이비의 앞에 섰다.

시선을 피하며 휘파람을 부는 유리아와 쓰러진 아종 크라켄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륀느.

그리고 피곤한 표정의 점순이까지.

“저거 뭐냐?”

그 질문에 유리아가 어색하게 말했다.

“저……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 말할래. 깊은 인상을 심어줄까.”

“아하하하 그게 팔란 제국 경매장에서 거대화 열매가 두 개 정도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맛은 좋은데 보기가 힘든 아종 크라켄을 키워서 더 맛있게 먹어보려고…….”

“…….”

“저…… 은공, 기왕 잡은 거 맛있게 먹어볼 생각 없나요? 은공께서도 엄청 좋아하셨잖아요. 요리는 자신이 있는데.”

“……네 맘대로 해라.”

데이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절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이 사태가 저 미식연구회 또라이들이 친 사고였다는 소리가 아닌가.

멍하니 있던 그는 문득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무언가를 보며 기겁하며 소리쳤다.

“우왁!!!!”

퍼억!!!

동시에 오색 빛을 찬란하게 빛내던 슬라임이 그의 복부에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가하고는 그대로 레이나에게 쪼르르 튀어가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버렸다.

“어? 레…… 레인보우 슬라임?!”

“뭐야. 이 녀석은 또 어디서 나온 거야.”

분명 부화한 레인보우 슬라임 하나는 에반젤린에게 있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지구에 있는 그녀의 스튜디오에 있는 만큼 이 녀석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말인즉.

이 녀석은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 중 하나에서 나온 녀석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왜 이번엔 네 옆에 있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는…… 으읏. 이 녀석 움직임이…….”

레이나의 허리에 착 달라붙어 있던 슬라임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지자 그녀는 레인보우 슬라임을 한 손으로 주욱 잡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녀석이 이번엔 그녀의 가슴에 파고들어 마치 옷처럼 그녀를 감쌌다.

“꺅! 이 변태 자식 떨어져!”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레인보우 슬라임이 추욱 늘어지듯 떨어졌고 이내 힘없이 스윽스윽 물러났다.

“저거 대체 왜더래요?”

“나도 모르지.”

그때였다.

풀이 죽은 듯 있던 레인보우 슬라임이 이내 빛을 뿜더니 누군가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데이비였다.

동시에 상황을 파악한 레이나의 얼굴이 홍시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이건 그러니까요!”

당황한 그녀가 횡설수설하든 말든 데이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검은 형체는 조용히 몸을 통통 튕기며 남은 알이 있던 연못으로 빠르게 돌아갔고 두 개가 사라진 알들을 바라보더니 다시 하나를 집어삼켰다가 뱉어냈다.

그러자 또다시 삼켜졌던 알이 파르르 떨며 미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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