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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11화 (1,211/1,559)

제 1211화

데이비가 어그로를 끄는 동안 수용소로 통하는 마나 게이트로 진입한 슈네리아는 레이나의 무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나같이 뛰어난 기사들이다.

그들 중 일부는 인간을 전략 병기로 만들어주는 마나의 구조를 흩어 제대로 마나를 쓰지 못하게 하는 장비도 착용하고 있다.

이쪽은 마나를 쓸 수 있는데 저쪽은 그냥 일반인?

마나라는 건 인간을 초월적인 무언가로 만들어주는 원천이니 말이다.

물론, 환골탈태를 통해 기본적인 스펙이 인간을 초월하지만, 평균 환골탈태를 하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한 번 정도는 쪽수에 장사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소수의 침입자가. 대비가 된 곳을 뚫는다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상식은 레이나에게 완전히 박살 났다.

“또 무슨 짓을 하고 계신 건가요.”

레이나가 알싸한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괘……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냥 두통이 와서.”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린 그녀는 아직 일어나있는 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데이비도 버티고 있다.

자신이라고 못 버틸까.

비록 충동이 계속해서 다 고통을 주고 찢어 죽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죽이더라도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는 쪽을 택했다.

“괴…… 괴물…….”

쓰러져 피를 흘리며 그녀를 향해 괴물이라 말하는 이들을 무시한다.

“어서 가죠.”

마나 게이트를 바라보며 레이나가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상황이 어찌 되었건 두 동생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슈네리아는 따로 거부하지 않고 레이나를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익숙한 마나 게이트의 느낌이 났다.

“역시…… 이 마나 게이트는 티오니스의 마나 게이트와 같은 구조로 되어있네요.”

조용히 중얼거린 그녀는 곧 펼쳐지는 풍경에 눈을 가늘게 떴다.

좀 전 세상이 잿빛으로 물든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곳은 음습한 습기와 안개로 가득했다.

“저기에요.”

슈네리아는 이윽고 안개 너머 보이는 거대한 성벽을 가리켰다.

“수용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어요.”

“어째서요? 지키는 인원은 없어 보이는데.”

“단단한 방벽 때문이죠. 대마법 방어막에 물리적인 방어도 완벽해요. 그렇다고 은밀히 잠입하기엔 너무 많은 방어마법이 준비되어있어요.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하는 것도 어렵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가는 건 더 어렵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품 안에서 작은 가면을 꺼냈다.

집행대의 사내에게서 빼앗은 가면이었다.

“이건 집행대를 상징하는 가면이에요. 내부엔 방어 장막이 약해요. 그러니 진입하기 위해선 연기가 필요하죠.”

슈네리아는 밧줄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지금부터 레이나 씨를 묶을게요. 저는 지금 집행대로써 죄인을 수용소로 압송하는 집행대가 되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레이나의 눈이 가늘게 뜨여졌다.

“들키지 않을까요?”

“집행관의 가면을 벗어 신원을 요구할 멍청이는 없어요. 가면은 그야말로 힘의 상징이니까.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 리도 없구요.”

그녀의 설명에 레이나는 잠시 수용소를 바라보았다.

“가장 문제는 밖에서 장막을 부수기 위해 힘을 가하는 순간 내부에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몰라요. 어쩌면 저 안에 잡힌 수천 수만 명의 수용인원을 모조리 몰살할 수도 있죠.”

시간이 생명인데 시간이 끌리는 순간 답이 없어진다는 소리였다.

슈네리아의 제안은 확실히 적절했다.

하지만.

레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예? 무슨…… 강한 건 알지만, 저 방벽은 공격자에게 데미지를 반사하는 힘도 지니고 있어요, 자칫했다간 내상으로 이어질 수도……”

“결과적으로 어떤 강한 방어 장막이 펼쳐져 있다. 이거 아닌가요?”

놀란 슈네리아와 별개로 레이나는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거대한 해머를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걸 예상했던 거네요.”

이쯤 되면 정말 그가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로 변해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 그녀였다.

“해…… 해머?”

* * *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나는 걸음을 계속 내디뎠다.

형장에 끌려온 이들은 처음 보는 이들로 별로 관심 없는 분야였다.

황제가 진짜건 가짜건 사실 상관없었다.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나를 향해 황제가 물었다.

“액운이 끼었군. 검은 재액이 모습을 드러내고, 네놈 같은 천지 분간 못 하는 놈이 날뛰다니.”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말을 하는 건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완벽한 대처가 되어있기 때문일 터다.

“잘되었다. 이곳에서 네놈을 제압하고 저 형장으로 올려주지.”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선언하는 그의 모습에 두려움에 가득 차 있던 이들의 얼굴에 희망이 서린다.

나차 제국의 국민들에게 있어서 이미 황제는 반쯤 신격화된 존재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나차 제국의 인간들이 더욱 잘살게 된 건 사실일 테니 말이다.

비록 그게 남의 피눈물을 빨아먹은 결과일지라도.

결과적으로 가짜라곤 하지만 나차 제국의 사람들에겐 현재의 황제는 엄연히 진짜 황제일 터.

마냥 죽이라고 목을 내밀 순 없으니 상당수의 강자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그중 한 명은 구면이었다.

“또 보네.”

내 물음에 거구의 기사는 표정을 굳혔다.

“저 하늘에 펼쳐진 사술은 네놈이 벌인 짓인가?”

“너희들에게 실망한 신이 내린 벌인가 보지 뭐.”

내 대답에 일부가 피식 웃었다.

“결계 마법일 겁니다. 보통 인간은 저렇게 거대한 마법을 펼칠 수 없어요. 단순한 시각효과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제법 날카로웠지만 그래 봐야 추측에 불과했다.

자신의 상식에 기반한 추측. 현실적으로 이런 마법을 펼친 것과 달리 저들이 내게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방심하지 마라. 그는 위험하다.”

하지만 단 한 명은 달랐다.

황제가 처음 살해당했던 광산. 그곳에서 그를 호위하던 자였다.

“이봐요. 당신이 호위 실패했다고 해서 우리까지 싸잡지 말아 주실래요?”

상당히 여유로운 말투를 지닌 여인이 한 발 내디뎠다.

그런데 집행관이라면 제법 수가 있는 거로 아는데.

지금 보이는 집행관은 많이 잡아봐야 넷이다.

그중 하나는 이미 봤던 사내이니 그 셋이 처음 보는 인간이었다.

“그때 본 그놈도 단순한 집행대가 아니라 집행관이라는 소리네.”

절로 비웃음이 나왔다.

“목숨보다 욕심이 우선이었나?”

“오만하구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감히 누굴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냐. 고개를 조아려라. 미물 같은 놈.”

[매직 미사일]

따악!!

그의 외침에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살짝 비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에 나는 생각보다 먼저 행동이 움직였다.

내 손가락이 허공에 퉁겨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내 주변으로 오색의 구체들이 생겨났고 이내 황제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콰아앙!!!!

작은 규모치고는 엄청난 충격파와 먼지가 터져나갔다.

광탄, 뭔가 대단한 마법 같지만 사실 별거 없는 최하위 공격마법 매직 미사일이었다.

“하…… 제법이네? 이런 무속성 고위마법이라니. 이 정도 수준은 되니 하늘에 대규모 환각을 보이게 하는 장치도 가동할 수 있었겠지.”

내 공격을 막아낸 건 로브를 뒤집어쓴 여성이었다.

그녀는 손에 띄워둔 독특한 아티펙트를 허공에 띄웠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내 방벽을 뚫을 수가 없다는걸 잊지 마.”

고위마법?

제법?

“공격 마법 자체는 별거 없어. 당신이라면 몰라도 나는 원천 차단 가능하니까 제압해.”

그 말과 함께 다른 세 명의 집행관이 나를 에워쌌다.

동시에 광장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방출형 지팡이와 화살촉을 내게 겨누었다.

-인간이 강해 봐야 인간이지.

그들에게 깔린 이러한 짙은 편견이 불러온 참사이건만 나는 어찌 되었든 상관없었다.

상대가 착각한다면 이쪽도 편해지는 법이니.

방어에 치중하는 마법사 하나. 기사로 보이는 이가 둘. 그리고. 조금 특이한 마나 파장을 지닌 한 명.

특질능력자 계통이라는 건 분명 알 것 같았다.

“방어는 내가 할 테니 당신들은 저자를 제압해요!”

“좋다.”

그 말과 함께 덩치 큰 기사 두 명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한 명은 검을 한 명은 창을.

연계가 딱딱 맞아떨어진다곤 할 수 없지만 실력은 하나같이 제법 존재했다.

다만 그 와중에도 한 명은 아직도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독특한 마나를 풍기고 있었다.

마스터급.

혹은 그 이상.

이 정도 실력자가 있다는 건 예상치 못했지만, 일반적인 소드마스터 정도의 수준이라면 차원 내에서 없을 수가 없다.

검을 든 기사가 가장 먼저 접근한다.

오러 블레이드를 펼친 채 빠르게 파고드는 그는 한번 내게 패배한 전례가 있는 사내였기에 방심 따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숏소드 형태의 기검을 하나 만들어낸 뒤 그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쳤다.

“흐아아압!!!”

콰아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막대한 충격파가 내게 가해진다.

“본래라면 절대 마음에 들겠다만! 네놈은 위험하다! 따라서 물불 가리는 짓 따윈 하지 않겠다!”

놀라울 정도로 무거운 기사도 정신이라 할까.

그는 막대한 완력으로 나를 찍어누름과 동시에 입고 있는 방어구의 마법 아티펙트를 사용했다.

파직…….

동시에 내 주변에 깔린 마나의 구조를 흩트리는 파장이 퍼져나간다.

“기검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만! 그게 네 목숨을 조여올 터! 이전처럼 알량한 실력으로 버틸 수 있는 출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

그는 내 기검이 곧 사라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검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내 기검에 의해 소모되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이 악물어.”

그 한마디와 함께 내 한 손이 뒤로 당겨지며 주먹 주변으로 수십장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크윽?!”

반사적으로 위험을 눈치챈 그가 검을 회수하여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만 마치 검끼리 달라붙은 것처럼 그는 내게서 멀어지지 못했다.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명치 세게 치기]

콰아앙!!!

막대한 풍압이 터져나가며 주변을 휩쓸자 내 뒤를 노리고 파고들었던 창기사가 그 풍압에 떠밀려 물러났다.

“이게 대체…….”

그들은 곧 벌어진 일을 보고 경악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내게 한방을 허용한 기사가 저 멀리 벽면에 처박힌 채 의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마법사가…… 어떻게 저렇게 강한 접근전을…….”

“저런 강화 마법도 있어?!”

심상찮음을 느낀 창기사가 황제를 보호하던 마법을 쓰는 집행관에게 소리치자 그녀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저딴 게 있었으면 기사가 왜 있겠어요! 대체 무슨?!”

“이건 대체…….”

“야.”

좀 전 벌어진 충격적인 사태에 창기사가 주춤거리며 물러나려다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느새 그의 뒤를 잡은 내가 그의 등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언제! 방금전까지 앞쪽에…….”

그렇게 소리치던 그는 자신이 방금전까지 보고 있던 내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화아아악!!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이 터져 나온다.

본능적으로 사기와 죽음을 느낀 그가 얼어붙은 그 순간.

하늘에서 수십 개의 파이어볼이 날아들었다.

콰앙!!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폭발을 쏟아부음으로써 어떻게든 현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계책이었을 터다.

다만 내 손에 잡힌 놈은 더 이상 움직일 기색을 안 보이는데.

이윽고 먼지가 걷히자 그들의 얼굴에 경악성이 어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군중들은 싸움이 벌어지자마자 도망쳤으니 남은 건 군인들뿐이었다.

그들은 먼지가 걷히고 보이는 풍경에 일부는 주저앉아버렸고 일부는 멍한 얼굴을 했다.

집행관은 황제의 힘의 상징.

그렇기에 사실상 단일 무력으로는 제국의 최강이라 불리는 이들일 것이다.

내 기준에선 탈락 선이지만 저들에겐 어떻게 비칠지.

온몸에 기검이 꽂힌 채 내게 얼굴을 잡혀 미동도 하지 않고 무릎 꿇고 있는 창기사의 몰골은 그런 그들의 자부심. 그리고 절대 집행관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박살 내버렸다.

죽이진 않았으나 당분간 다시 창을 들긴 어려울 거다.

털썩!

말없이 두 번째 집행관을 쓰러뜨려 버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그를 말 없이 던져버린 뒤 말했다.

“저항하기에 뭐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이걸로 끝이야?”

단순한 질문이지만 그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젠장!! 아직 멀었어?!”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마법사 여성이 황급히 소리쳤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으로 얼음의 창들이 무수히 솟아났다.

침착하게 주문을 외우는 그녀와 별개로 처음부터 나서지 않고 있던 여성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웅얼거리고 있었다.

“죽어!!!”

이윽고 아이스 스피어를 완전히 만들어낸 그녀가 내게 수십 발의 아이스 스피어를 난사해왔다.

[디스펠]

하지만 초고위 마법사. 언데드 리치 닉스의 마법도 깨부숴버린 내게 있어서 고작 한 인간의 마법이 효과를 발휘하기엔 너무 미약했다.

“마법의 구조는 대개 비슷할 수밖에 없지.”

아이스 스피어의 구조 자체는 티오니스의 마법과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흐름에는 차이가 없다.

얼음의 창을 날린다.

그것이니 말이다.

“이익!! 그럼 이거나 먹어봐!”

수십 발의 아이스 스피어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단순히 내상을 입은 모양새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늘이 갈라지며 수십 미터의 마법진이 생겨났고 거기에서 엄청난 크기의 송곳 같은 빙정이 나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없애보시지!!”

그녀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뭐?”

[디스펠]

와장창!!!

가장 흔한 마법이나 가장 쓰기 어려운 마법.

디스펠은 상대 마법의 수준에 따라 그 난이도가 급증한다.

9서클 초월을 이미 넘어선 입장에서도 디스펠이 가장 어려운 마법이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고작 6서클 거대 아이스 스피어라면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적어도 네 마법보다는 티오니스의 대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 그 영감의 마법이 위협적일 거다.

거대한 빙정이 순식간에 조각나서 흩어져버린다.

흩어진 조각들을 주변의 잿빛 안개들이 휘감기 시작했고 게걸스레 먹어치워 버렸다.

“저…… 안개와 검은 태양이…… 단순히 환각이 아니라고?”

자신의 상식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그녀가 무너져 내렸다.

마법사가 자신의 마법을 부정당한 이상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이 와중에도 황제는 그저 묵묵하게 나를, 오만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실망이구나.”

그때 그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홀로 남은 집행관이 흠칫 놀랐다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싸늘한 시선으로 홀로 남은 집행관을 바라보던 황제가 고갯짓하자 겁을 집어먹은 병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다만 집행관들도 하지 못한 일을 일개 병사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의 비밀병기인 마나의 구조를 흩어버리는 장비가 무용지물이 된 이상 그들의 전력은 사실상 일반 왕국의 병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실망이야.”

그 모습을 황제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바…… 반드시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황제에게 겁을 먹은 것처럼 마지막 남은 집행관이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푸욱!

“크윽…….”

자신의 팔을 강하게 찌른 뒤 비틀거렸다.

단순한 자해가 아니었다. 자신의 피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는 촉매였다.

“내게 시간을 준 걸…… 후회하게 될거야.”

비틀거리며 주저앉은 여성이 양팔을 펼쳤다.

동시에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존재감이 드러난다.

뭔가 익숙한데.

“나오세요! 가디언이시여! 당신의 힘을 저 어리석은 존재에게 여지없이 보여주세요!!”

자신의 생명력을 대가로 강제 소환에 성공한 그녀가 거의 피폐해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쩌적!! 동시에 거대한 존재가 균열을 타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비늘과 깃털. 거대한 체구. 주변을 압도하는 막대한 존재감.

그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병사들은 환호를 지르면서 두려운 눈으로 그 존재를 눈에 담았다.

“호오…… 저건 쓸만하군. 얼마 전 포획했다던 존재인가?”

황제는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오만한 놈. 제국은 네놈이 생각하는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어디 그 재롱잔치를 마저 피워 보아라.”

황제의 말에도 나는 말 없이 그 존재를 바라보았다.

“어떠하냐. 겁이 나느냐?”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어있자 그는 내가 겁을 먹었다 판단한 듯 보였다.

그럴 수밖에.

지금 나타난 존재는 단순한 존재감만으로도 압도적인 힘을 내뿜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 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봐도 저 괴물이 더 강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거대한 존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며 천천히 피막으로 덮인 눈을 떴다.

[감히 누가 내 식사를 방해하는가.]

위엄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묵직한 투기가 풍긴다.

“폐하를 위협하는 적을…… 제거…… 해…… 주…….”

정작 그를 소환한 여성은 극심한 탈진으로 말을 끝내 잇지 못하고 무너져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어려있었다.

이에 괴물이 고개를 돌렸다.

[좋다. 약속은 약속이니…….]

그리 말하며 당당하게 고개를 돌린 존재.

그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이윽고 내 입이 떨어지자 막대한 힘을 풍기고 있던 존재. 흑룡 메가로드리아가 침묵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제 메가로드리아가 나를 짓밟는 상상을 한 듯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메가로드리아의 행동은 그들 모두의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콰지지직!!

메가로드리아가 갑자기 허공을 거대한 앞발로 찢어발기기 시작하더니 제 머리부터 들이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홍단아. 치킨 먹고 싶니?”

내 물음에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검이 번뜩인다.

“우웅…… 메기 먹는 거야?”

“치킨은 마싰는 데에…….”

이어지는 청단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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