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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12화 (1,212/1,559)

제 1212화

메가로드리아. 아득한 시간을 살아온 환수계의 왕. 그의 무력은 가히 재앙이라 부를 수준이며 존재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빠지게 만드는 위압을 풍긴다.

메가로드리아는 나차 제국에서 최근 굉장히 시끄러운 소재였다.

그럴 수밖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 생명체가 어마어마한 위압을 내뿜으니 그 힘을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놈은 수많은 방어마법이 깔린 위험 지역에 아무렇지도 않게 맨몸으로 들어가서 방사능 덩어리들을 들이마시는 기행까지 보였다.

작정하고 밀고 들어오는 순간 수도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존재가 바로 메가로드리아였다.

인간은 같은 인간보다 거대한 흑룡을 더 무서워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존재와 접촉하는 데에 성공했고, 그런 존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집행관 유라는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륙 곳곳에 있는 방사능 지역에 그를 안내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그녀에게 힘을 빌려주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 조건에서 특수한 예외가 존재했다. 제국이 자신의 계약자와 적대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말이다.

그 계약자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었다.

“아…… 아아…….”

유라는 쓰러진 몸을 일으킬 노력도 하지 못한 채 허망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뭔가, 뭔가 이해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메기. 얘들이 치킨이 먹고 싶단다.”

[그…… 그렇군. 내가 돌아다니는 커다란 놈들로 잡아 오마! 자, 잠시만 기다려라!]

“아니. 그걸로 간에 기별이라도 가겠냐.”

바닥에 떨어진 집행관의 미스릴제 검을 든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너 정도 크기는 돼야 다 같이 나눠 먹지, 안 그래?”

마치 아는 사이인 것처럼 구는 둘의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처음엔 그저 자신의 힘에 심취한 그저 그런 강자인 줄 알았다.

집행관 중 하나를 쓰러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제법이라곤 생각했지만 그래봐야 그정도일 뿐이라 여겼다.

설마. 정말로 재앙 같은 존재일 거라곤 여기지 못했다.

단순히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에너지가 탈진이 되는데 그는 대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곧 어떤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저 거대한 흑룡을 소환할 수 있었던 건 흑룡의 소환에너지를 그녀가 감당할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눈앞의 저 괴물. 괴물 같은 인간이 무의식적에 힘을 발산하여 저 흑룡을 보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비…… 빌어먹을!!]

급기야 절대 패배할 것 같지 않은 재앙 그 자체.

흑룡이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한다.

균열을 타고 도망치는 걸 방해받은 그는 이제는 직접 날아서 범위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고작 단단한 것 말고는 어떤 힘도 없어야 할 미스릴제 검에서 주변을 짓누르는 어마어마한 기류가 쏟아져 나오자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막대한 에너지를 풍기는 흑룡과 다르게 저 인간의 마나는 제대로 측정할 수가 없었다.

그건 단순히 다른 곳에서 온 마나라 감지가 잘 안 되는 것이 아니었다.

“본적이 있어…….”

자신의 마법을 모조리 디스펠 당하고 무너진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너무 거대해서…… 정할 수 없는 마나…… 항간에선 거대한 달이나 행성의 에너지를 그렇게 표현하곤 해.”

행성의 중력이 너무 광범위하고 큰 탓에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그런 막대한 에너지를, 고작 저 작은 인간 하나가 품고 있다는 것이 실로 말이 되지 않았다.

쩌억!!!

이윽고 황급히 도망치던 흑룡의 앞 하늘이 갈라졌다.

단순히 갈라지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잘려나간 느낌을 강하게 준다.

저 현상이 벌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아는 마법사의 입장에선 그저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집행관 유라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저 흑룡의 주인, 계약자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이 싸움은 애초에 성립이 될 수 없었다.

황제의 정복 욕심은 끝내 건드려선 안 될 곳을 건드렸고, 그가 기회를 주었음에도 끝내 그 선을 넘어버렸다.

[빌어먹을! 진짜로 나를 죽일 셈이냐?!]

“살아있는 치킨을 먹을 순 없잖냐.”

[계약자! 정신 차려라!!]

“말해봐. 네가 왜 여기 있어.”

[그것은…….]

“내가 분명 돌아가라고 말했을 텐데. 전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여기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다?

데이비의 표정이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심각함을 눈치챈 듯 메가로드리아가 필사적으로 변명하지만, 그의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끝내 말로 설득이 불가능해짐을 느낀 메가로드리아가 2차 탈주를 감행했다.

하지만…….

촤악!!!

순간적으로 날아든 섬광이 메가로드리아의 날갯죽지에 큰 상처를 남겼다.

[컥?!]

“아직 내 이야기 안 끝났는데 어딜 도망가.”

저 거대한 존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게 가능했던 것인가.

그보다. 언제 날아든 공격인지 인지하기도 어려웠다.

모두가 숨죽인 채 현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계약자…… 네놈…….]

“변명은 그게 끝이야?”

[치졸…… 아니, 계약자. 너 뭐냐.]

뭔가 말하려던 메가로드리아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무슨 소리야.”

[네놈…… 계약자가 아니구나. 누구냐.]

그 질문에 데이비가 피식 웃었다.

“뭐라는 거야. 데이비 올 라운. 네 계약자. 달리 이상한 게 있나?”

[아니. 네놈은 나의 계약자지만 내가 아는 데이비 올 라운이 아니다.]

메가로드리아가 상당히 경직된 어조로 말했다.

“무슨 소린지…….”

[적어도 내가 아는 계약자는 자신 이외에 생명체를 그렇게 벌레 보듯 본 적이 없다!!]

그 외침에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대체 누구냐. 네놈처럼 세상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존재는 내가 아는 계약자가 아니다!]

“이상하네. 난 그대로인데.”

[지금 네놈은!!]

메가로드리아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기류가 터져 나왔다.

결사 항전의 낌새가 보였다.

[저 하늘에 뜬 네놈이 죽여버린 심연의 신 타나토스와 다를 바가 없단 소리다!]

후웅!!!!!

어마어마한 폭풍을 일으키며 날아오른 메가로드리아는 이내 전투를 상정한 것처럼 힘을 끌어모으며 선언했다.

[네놈의 말을 따를 수 없다. 적어도 네놈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죽여달라고?”

데이비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 얼굴은 홍단이 청단이가 보기에도 너무 이질적이었다.

“아빠아…….”

“아빠 무셔어…….”

홍단이와 청단이도 겁을 먹고 주춤거리며 물러날 정도로 데이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상황이 우습게 돌아간다.

그때 데이비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행관 유라는 순간적으로 그와 눈을 마주치기가 무섭게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강자와 마주했을 때 느낌이 아니다.

그보다 상위. 어떤 까마득한 무언가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이길 수 없다. 저건 인간이 아닌 괴물. 처음 보았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

그때였다.

갑작스런 메가로드리아의 외침에 유라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인간들을 데리고 꺼져라! 당장!]

메가로드리아의 외침에 데이비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어렸다.

“누구 마음대로.”

슈슈슉!!!

콰앙!! 쾅!!

좀 전과 같은 마법이 날아든다.

마법사가 막는다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그녀는 자신의 마법이 모조리 디스펠 당한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의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폐하를 지켜낼 수가…….

서걱!!

“어?”

눈을 크게 뜬 유라가 휘청거렸다.

언제 사라진 것인지 모를 데이비가 황제의 곁을 지키던 근위 기사들의 목을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경고했잖아. 하찮은 인간아. 선 넘지 말라고.”

“……네놈.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도 없겠구나.”

“곧 죽을 상황에서도 여유는 넘치네. 아니 이게 진짜 목숨이 아니라서 자신만만한 건가?”

“괴물 놈. 그래 어디 날뛰어보거라. 다 죽여보란 말이다.”

황제는 조소를 담은 채 말했다.

황제는 그랬다.

유라가 모신 황제는 예전부터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잔혹하고 포악했으나 그 누구보다 유능했기에 그 작은 나차 제국을 지금까지 번영시킨 존재이기도 했다.

선배 집행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도 예전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유라의 입장에서 볼 때 황제도 무시무시한 괴물인 건 분명했다.

힘이 없는 일반인에 불과한 황제와 마치 정말로 파괴신이 강림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존재가 서로를 마주 본다.

“이번엔 바로 죽이지 않는 것이냐?”

“그땐 이야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거 같아서.”

푸욱!!

데이비의 검 끝이 그의 어깨를 찔렀다.

“커헉?!”

동시에 황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예상 못했나 보지?”

“크윽?!”

마치 자신의 고통 자체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듯한 그 모습은 확실한 괴리감을 불러왔다.

“내가 지금껏 너만 한, 아니지…… 너보다 더한 불사자 놈들을 한두 번 봤는지 알아?”

뿌드득…….

어깨를 관통한 검이 천천히 헤집어지자 그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본체와 이어지지 않았다고? 웃기는 소리. 네가 독립 개체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이어지게 되어있어.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데이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절대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괴물 놈.”

황제는 그 말을 남긴 뒤로 그대로 데이비에게 목이 베여 죽어버렸다.

물론, 가짜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병사들에겐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폐하!!!”

자신들의 황제가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더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된 것이다.

황제의 죽음으로 아연실색하는 병사들을 뒤로한 채 잠시 고민하던 데이비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열받네.”

담담하게 중얼거린 그의 주변으로 어떤 기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메가로드리아가 거대한 브레스를 보아 그대로 데이비에게 방출했다.

콰아앙!!

세상을 지우는듯한 파괴광선이 그대로 데이비의 뒤를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그는 손날로 그것을 그대로 쳐내 버렸다.

그의 손엔 가히 상상하기 힘든 신격이 스며들어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메기.”

[정신을 차려라 계약자. 본래대로라면 네놈은 절대 관계없는 이들까지 죽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네놈은 명백히 비정상이다. 환수로써 계약자의 이상 현상을 그냥 넘어갈 순 없다.]

그 말에 데이비가 옅게 웃었다.

“홍단아.”

그리고는 홍단이를 불렀다.

그 의도는 명백했다.

하지만 홍단이는 울먹거리며 고개를 저어 보였고 한발 물러났다.

“아빠 무셔어…….”

홍단이가 느끼기에도 지금의 데이비는 뭔가 이상했다.

“안 와?”

데이비의 목소리에 한기가 서린다.

그 모습에 홍단이가 와들와들 떨었고 청단이가 홍단이를 꼭 끌어안은 채 엉엉 울었다.

“아부아…… 그러지마아…….”

발음까지 뭉개져 가며 서럽게 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데이비가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윽…….”

그리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가로드리아가 그대로 데이비에게 날아들어 꼬리로 그를 휘감았다.

콰앙!!!

그리고는 그를 데리고 창공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만, 차가운 곳에서 머리부터 식…….]

쩌어엉!!

데이비가 후회할 짓을 하기 전에 그를 데리고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던 메가로드리아는 갑작스런 충격에 그대로 입을 쩍 벌리고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스가가각! 촤악!!

동시에 어딘가에서 날아든 기검들이 수없이 몰아쳤고, 메가로드리아의 전신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정신…… 차려라 계약자.]

그의 목소리에도 데이비는 듣지 않았다.

“이해가 안 되네. 뭐가 문제야. 난 멀쩡해 메기.”

[웃기는 소리! 지금 네놈이 인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라!]

고통을 억누르며 그가 소리쳤다.

이에 데이비가 인상을 찡그렸다.

“적이잖아. 적에게 사정을 봐준 적은 없다.”

[웃기는 소리! 적 이전에 네놈은 인간들을 같은 인간이라고 인식조차 하고 있지 않다! 예전 네놈이 포식의 힘으로 폭주했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걸 모르나?!]

그땐 누가 봐도 미친놈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변해서 이상이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식의 변화가 섬찟하다.

“그게 뭐 문젠가? 일만 잘 풀리면 다 해결…….”

[그딴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 부인인 전 마왕 페르세르크가 이 꼴을 보면 잘도 행복해하겠군.]

그 한마디가 트리거였을까.

데이비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녀도 네 눈에는 하찮은 존재더냐?]

크나큰 부상으로 추락하며 메가로드리아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에 멍하니 있던 데이비가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x발…….”

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내가 방금 무슨 짓을…….”

* * *

집행대의 가면을 쓴 채 은밀하게 침투하던 슈네리아는 생각보다 레이나가 과격하게 날뛰는 것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류는 처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와 흡사했다.

비틀리고 검게 변질된 말 그대로의 타락 천사.

하지만 한번 겪어본 탓인지 지금의 그녀는 어느 정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덕에 슈네리아가 그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고.

무엇이건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다행히 집행대의 가면을 쓰고 있는 터라 방해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것도 한두 번. 의심을 하는 이는 분명 나온다.

“정지. 집행대님.”

지금 눈앞의 기사들처럼 말이다.

“마…… 맞다. 내가 집행대야. 뭐가 문제지?”

“지금 이 난리가 났는데. 집행대 분께서는 왜 저 여인을 막지 않으십니까.”

“황제 폐하께서 더 중요한 임무를 내리셨다. 길을 비켜.”

심장이 쿵쿵 뛰지만, 슈네리아는 필사적으로 안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여기만 조용히 넘어가면 바로 그녀의 동생들이 잡혀있는 곳이다.

불안함을 애써 누른 채 집행대인 양 행동하는 그녀를 향해 기사 중 하나가 물었다.

“오늘 암구어를 말씀해주십시오.”

“뭐?”

“레블.”

암구어. 집행대라면 모를 수가 없는 암호였다.

하지만 집행대의 흉내만 내는 슈네리아는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건…….”

“역시 당신은 집행대가 아니었어.”

혼란을 틈타 잠입하다 보니 크게 의심하는 이는 없었건만. 역시 한계였던가.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드는 그들을 보며 슈네리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이렇다 할 무력이 없다. 가진 것이라곤 호신용 방출 지팡이가 전부.

‘어쩌지. 하나는 가능해도 둘 이상은 힘들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이곳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찰나였다.

“그녀는 집행대가 맞아.”

그때 그녀의 뒤편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당신은?!”

“어허. 내 직속 부하가 호칭이 아직도 애매한 모양이네.”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를 보며 기사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지…… 집행관님!”

“폐하의 중요한 명령이다. 길을 터.”

“하…… 하지만 지금은…….”

“지금…… 누구 말에 토를 다는 거냐.”

섬뜩한 사내의 눈빛에 기사들이 움찔했다.

“10초 준다. 꺼져.”

“하…… 하오나!”

“5초.”

순식간에 5초를 날려버리는 사내를 보며 기사들이 헐레벌떡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순식간에 도망치는 이들을 슈네리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이자가?

“당신…….”

“바쁜 거 아니었나? 네 동생들이 잡혀있는 감옥은 여기서 3층을 더 내려가야 해.”

집행관.

그 이름이 가져다주는 무게는 거대했다.

다만 슈네리아가 가장 놀란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그녀를 도와준 이는 명백히 그녀를 발견한 존재이며, 이 가면의 주인. 그리고 데이비에게 한방에 나가떨어진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멍하니 있는 그녀를 향해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알고 들여보내 준거 아니었나? 그 남자는 내가 깨어있는 걸 알고 있었어.”

“무슨…….”

“뭐, 사실 처음엔 잡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너희라면 충분할 거 같아서 쭉 따라왔지.”

그녀가 슈네리아의 등을 떠밀었다.

“뭐해. 안가이고.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이래 봬도 집행관 서열이 말석이라곤 하지만 집행관이거든.”

그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이곳을 지키던 가디언 하나가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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