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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21화 (1,221/1,559)

제 1221화

쾅! 쾅!!

요란스러운 폭음이 울려 퍼진다.

일격에 기절해버린 샤드란과 다르게 레이나는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공격하는 두 명의 인물과 정면으로 부딪쳐 나갔다.

빛이 환하게 비치는 거대한 싱크홀 내부를 튕겨 다니며 위협적인 공격들이 오간다.

반면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닥치는 대로 황제를 향해 지옥 불을 집어던졌다.

쾅! 쾅!

“크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듯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녀석의 힘으로는 내 공격을 온전히 저항하는 데엔 무리가 있었다.

마치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듯 행하는 그 모습에 문득 묘한 생각이 든 나는 지옥 불을 다시 한차례 그에게 던졌다.

콰앙!!

“크아아아아악!!”

놈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피하지 못했다.

동시에 내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걸렸다.

이 새끼. 아직 심장부를 완전히 잠식한 게 아니구나.

그래서 저 옥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이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너, 못 피하는구나?”

내 웃음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를 막아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레이나와 싸우고 있던 두 명의 집행관 중 하나가 순식간에 나를 막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 꼴을 두고 볼 레이나가 아니었다.

“가져다 쓸게요.”

그 한마디와 함께 내 안에서 상당한 양의 신력이 빠져나간다.

마치 기도를 올리고 기적을 발현하는 성녀처럼. 레이나는 지금 저 말도 안 되는 기도를 읊고 내 힘을 빼간 것이다.

내가 네 신격인데 좀 더 경건하게 하라고, 기도가 장난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멋대로 힘을 끌어갈 뿐이었다.

화아아악!!!

동시에 레이나의 등 뒤에 있던 날개가 한차례 크게 요동치더니 더욱 늘어나며 순식간에 힘이 압도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흩어지는 듯하더니 일순간 집행관 스토벨 바르샤의 어깨에 롱기누스를 박아넣으며 벽면에 꽂아버렸다.

“커헉!”

“엄청 약하시네요.”

“괴…… 괴물 같은 년이…….”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거 중독될 거 같아요.”

나를 향해 말하는 레이나를 보며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가 내게서 빌려 간 신력에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그녀의 날개 반절이 검게 변색되고 있다.

딱히 전조 없이 변하기 시작하는 그 현상에 자기도 모르게 동화되고 있는지 현재 레이나의 공격은 더없이 흉포해져 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상대를 무참하게 깔보고 있었다.

“여기 진짜 마음에 안 드네.”

정작 내가 멀쩡한데 내 힘의 영향을 받는 레이나에게 변화가 생긴다라.

어느 쪽이건 이곳에 오래 있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크아아아악!!”

계속해서 내 지옥 불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황제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온몸을 비틀면서도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그럴수록 고통받는 건 그였다.

“아하하하핫!”

멀리서 신이 난 듯 더욱더 몰아붙이고 있는 레이나로 인해 황제의 집행관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그는 손을 빠르게 휘저어 오염된 부분에서 이형종들을 빠르게 소환해냈지만, 그것 또한 지금까지 구경만 하던 베헤모스가 참전하면서 모조리 일그러졌다.

제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는 그도 마찬가지인 걸까.

격분한 놈의 표정이 얼마나 여유가 없는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지옥 불의 위력이 약한 것은 아니나 생명력이 극도로 증폭한 놈에게는 고통스러운 고문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놈은 끝내 치졸한 짓을 벌이기 시작했다.

“크허억!! 그만두게! 제발 그만두게!”

갑작스레 목소리가 변하며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황제?”

내가 의문을 살짝 담아 묻자 그의 표정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크하아악…… 허억…… 허억…… 눈치챘구나. 그래. 내가 고통스러워할수록 이 육체의 주인 또한 고통스러워한다. 그런데도 계속 공격하겠느냐.”

즉, 아직 황제의 영혼은 죽지 않았고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내가 놈에게 고통을 줄수록 아직 죽지 않고 악마에게 구속당해있는 황제의 영혼이 고통스러워한다.

심장부를 인질로 잡은 것도 모자라 이번엔 황제의 영혼까지 인질로 잡은 그 모습에 내가 공격을 멈추자 그가 비틀거리며 비릿한 웃음을 보냈다.

“크흐흐흐. 어쩔 테냐. 공격을 하고 싶으면 말리진 않으마. 하지만 네놈은 이 멍청한 인간의 영혼에게 끔찍한 고통을 계속해서 가하고 있다.”

확실히 그의 내부에 어떤 다른 영혼의 존재가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죽이는 건 대륙의 심장과 연동되어있어서 불가능하고 놈이 스스로 떨어져 나가게끔 고통을 주는 건 놈에게 잡힌 황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보통 정의감에 찬 놈들이라면 외통수나 다름없을 상황이기도 했다.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신격, 괴물 같은 힘! 아주 흥미롭구나. 아주 재미있어!”

옥좌에 앉은 그가 손을 뻗는다.

그러자 그의 발치 아래 보랏빛으로 오염된 땅에서 촉수 한 가닥이 뻗어져 나와 내 팔을 휘감았다.

동시에 내 힘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네놈의 힘을 이대로 모조리 빨아 먹어주마. 나는 폭식의 악마. 네놈의 힘은 곧 모두 내 것이 될 것이다.”

내 몸 안에 있는 힘을 닥치는 대로 갈구하는 놈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어디 한번 가져가 봐라.”

이놈은 많은 준비를 했지만, 결국 나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대량의 힘이 놈에게 빨려 들어간다.

“아아…… 이 엄청난 힘! 가히 일개 존재가 품기엔 너무도 과한 힘이로다! 이 힘을 모두 먹어 치우면 나는 이곳의 힘을 이용해 신이 될 수 있다! 온전한 파괴신이!”

격렬하게 소리치며 힘을 빨아먹는 그 모습에 집행관들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던 레이나가 눈을 크게 떴다.

“뭐 하는 거예요!”

그녀의 표독스러운 외침에도 나는 어디 한번 가져가 보라는 듯 저항하지 않았다.

겉보기엔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상황.

하지만, 이놈은 모른다. 내가 가진 힘은 내가 아니면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포식의 권능이 먹어 치우고 공명한 힘들은 오로지 내게 맞춰진 힘들이다.

그런 만큼 다른 놈이 사용하면 다시 원점이나 다름없으니.

그 결과. 다가올 것은 미칠듯한 공복과 광기.

“커억?! 이게 무슨! 그만! 그만 들어와라! 빌어먹을!!”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은 힘에 그가 급히 힘의 흡수를 멈추려 하지만 작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힘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악!! 빌어먹을! 날뛰지 말란 말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고통과 끔찍한 광기에 놈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틀었다.

세계의 생명력과 공명하고 있기에 죽진 않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그의 정신을 붕괴시키자 놈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모조리 버리는 결과를 선택했다.

내게서 빨아들인 힘을 대륙의 심장에 떠넘긴 뒤 놈은 볼품없이 모든 연결을 끊고 벗어났다.

“크헉…… 허억…… 허억…….”

고통스러운 숨을 토해내며 볼품없이 바닥에 쓰러진 놈이 내게 말했다.

“미친놈이구나…… 지금 이것으로 세계는 빠르게 붕괴할 것이다.”

“아 그거? 너 모르는구나.”

나는 이미 빼앗겼던 힘을 다시금 회수하기 시작했다.

“내게 힘을 보태주는 게 아니라 저 힘은 전부 내 일부야. 거둬들이는 거야 어려울 것도 없지.”

내가 대륙의 심장에 스며든 내 힘을 모조리 회수해버리자 그의 얼굴에 아연함이 서렸다.

결국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의 생명력과 대륙의 심장을 이어붙였던 것만 잃어버린 꼴이었다.

“이…… 이이 빌어먹을 놈!!”

끝내 이성을 잃어버린 것일까.

놈이 막대한 힘을 방출하기 시작하며 나를 향해 섬광처럼 파고들었다.

쩌엉!!!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놈의 공격을 빗겨내자 무형의 충격파가 거대한 싱크홀의 벽면을 날려버렸고 막대한 지진과 함께 일대를 뒤흔들어놓았다.

“죽여주마!!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다!”

놈은 자신의 육신이 일그러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맹공을 펼쳐왔다.

막대한 힘을 방출하며 내게 덤벼드는 그. 하지만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공격을 쳐낼 뿐이었다.

공격의 우선권은 그가 지니고 있다. 그의 맹공은 점점 거세졌고, 놀라울 정도로 예리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눈에 비친 그의 생명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시야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듯 놈의 육신은 빠르게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영향은 그에게 힘을 빌리고 있던 집행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커헉…… 폐하…… 제 몸이…….”

정작 힘을 빌려주는 황제의 꼴이 이 지경인데 그 힘을 빌려 인간을 벗어난 집행관이라고 다를까.

막대한 힘을 지녔지만, 시한부나 다름없이 무너져 가는 그들을 뒤로한 채 레이나가 다가왔다.

그녀의 날개는 절반이 검게 변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 좀 어떻게 해봐요. 나 지금 다 부수고 싶어 미칠 거 같아…….”

그녀의 말에 나는 강제로 그녀에게 준 힘을 회수했다.

그러자 그녀의 날개들이 다시 새하얗게 변했고 이내 하나둘 사라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하아…… 하아…… 이상해요. 여기…… 뭔가 내 생각대로 안 움직여지고…… 당신은 괜찮은데 나는 이상해지고.”

확실히 이 공간 자체가 그저 자연경관처럼 보이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저자는 왜 저렇게 된 거죠?”

내가 딱히 그에게 위해를 크게 가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끄으으으…….”

“원래부터 죽어가고 있었는데 무리하게 힘을 끌어낸 것도 모자라서 내 힘 때문에 내면이 더 빨리 붕괴했을 거다.”

그게 저 숙주의 수명인지, 아니면 내면의 놈의 수명인지.

중요한 것은 놈은 내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필사적으로 블랙 슬라임을 찾아 헤맨 것이리라.

“신수…… 신수!!!”

거기에 놈은 뮤린 황녀의 육신을 원했다. 아마 황제의 몸으로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것을 깨닫고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숙주를 찾아 헤맸을 터.

그것조차 불가능해진 지금 놈에게 남은 유일한 생존 수단은 오랜 시간 잠식해온 대륙의 심장의 생명력을 자신의 것과 이어붙이는 것이었을 테지만, 무리한 욕심으로 정신이 붕괴될 뻔한 그는 멘탈이 으깨지기 직전에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쳤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내가 손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무너져 가는 그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자 구차할 정도로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려던 그의 안광에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대체…… 대체 뭘 품고 있는 거냐 네놈.”

놈은 파르르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이끌며 내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 수백 년…… 수천 년에 이른 나의 계획이…… 고작 며칠 만에…….”

허탈하게 중얼거린 그의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 시선에 담긴 것은 끝없는 증오와 분노였다.

“절대 혼자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네놈을 끌고 가마.”

그렇게 말한 놈이 자신의 힘을 쥐어짜 제 심장을 뚫어버렸다.

콰드득!!

그리고는 뽑아낸 시커먼 심장을 높이 들어 올렸다.

“먹어라 심장이여! 내 심장을 먹고 마음껏 폭주하라!!”

단순한 외침이다.

죽어가는 자의 발악이었을까.

자신의 수명이 거의 다했음에 스스로 붕괴하며 내뱉은 말이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그의 저주가 단순히 끝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륙의 거대한 심장은 그 와중에도 두근거리며 불길한 고동 소리를 울려 퍼뜨렸다.

그 소리는 이상하리만치 불길한 소리였다.

“괜찮을까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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