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23화
거대한 장벽.
레이나는 모든 날개의 힘을 모조리 장막에 둘렀다.
데이비의 힘으로 추정되는 검은 흑아병은 어째서인지 그녀가 친 장막 너머에서 멍하니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만약 저것들이 공격을 했다면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찰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무작정 밀고 들어온 건 좋은데 데이비를 데리고 나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로 그를 보호하듯 새하얀 불투명 장막을 감싼 것이었다.
저들이 왜 움직이지 않는 건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운이 좋았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억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데이비의 대 방어파괴용 무기 흉신의 소재로 만든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를 그녀가 가지고 있었다면 베헤모스에게 저런 큰 부상을 입힐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신격의 결계인 터라 그조차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훨씬 효율이 좋았으리라는 건 분명했다.
롱기누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돌려주는 버릇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읏, 차가워.”
레이나는 데이비의 육신이 본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
신의 육체 상태는 무성 상태인 만큼 부담이 덜하지만, 본래의 데이비 육체라면 아무리 그나마 익숙하다 해도 그녀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이 떨린다.
당장이라도 더 이상 잡지 말고 놓으라 말하는듯한 손이었지만 그녀는 더욱 세게 데이비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요. 모두가 안 된다 해도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아무리 달라져도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일까.
[네가 모두를 구하는 건 좋은데. 그럼 너는 누가 구해주는데?]
일리나가 했던 말을 레이나가 알지는 못하지만. 결국 그녀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며 데이비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은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짙게 어렸다.
* * *
생명체는 한계에 몰릴수록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였던가.
데이비가 정체 모를 상태에 돌입하고 레이나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기 시작한 지 반나절이 흘렀다.
베헤모스의 육신이 작아지면서 다시 밝아졌던 하늘은 밤이 되며 어두워졌고 데이비에게서 흘러나오는 한기로 인해 주변은 묘하게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현재 데이비의 상태는 그가 의도한 것이리라.
이윽고 그의 차가운 체온이 점점 따뜻하게 변해간다. 데이비를 천천히 바닥에 누인 그녀는 말없이 데이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신체에서 원래대로 돌아오며 익숙한 데이비의 얼굴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겼다.
싸늘함도 있지만 부드러움이 주를 이루는 그 외모에 레이나는 말없이 넋을 놓은 듯 데이비의 뺨을 쓸어내렸다.
바깥에선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장막 속에서 데이비를 한참이고 바라본다.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레이나는 문득 자신의 손이 데이비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까. 그녀는 마치 홀린 것처럼 데이비의 얼굴을 시야에 계속 담았다.
마냥 그가 절세 미남이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긴 애매했다.
본래 사람의 외향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기도 하니 말이다.
실제로 레이나가 예전부터 생각해온 잘생긴 사람의 외모는 데이비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얼굴이 익숙하기 그지없다.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다.
가장 고마운 사람, 가장 미안한 사람을 떠올려도 그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마치 홀린 것처럼 데이비의 머리를 제 허벅지에 올려놓았고 허리를 살짝 숙이며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발그레해진 그녀의 뺨이 더욱 붉어졌다.
‘왜 내가 이 사람에게 반했고 결혼했는지 알겠어.’
비록 살아온 배경이 거의 달랐지만 그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일리나가 어째서 데이비를 그토록 사랑하고 애정 표현을 하는걸 서슴지 않고 하는지를 말이다.
다만 그건 일리나였지, 레이나가 아니었다.
자신은 뭘 하고 싶은 것일까.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건 마치 본인인 일리나를 질투하는 느낌이 아닌가.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아이의 투정?
혹은 연모하는 이가 다른 여인의 남자라는 사실에 대한 질투.
어느 쪽이건 레이나는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그런 불쾌함을 느꼈다.
“…….”
마치 아이가 투정을 부리듯 데이비의 뺨을 쿡쿡 찌르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데이비는 저 심장과 관련된 무언가로 자신에게 신변을 맡기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퍽 우스웠다.
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면 이 복잡한 심경을 구분할 수 있을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멍하니 데이비의 얼굴을 바라보던 레이나의 얼굴에 결심이 서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이 정도 투정은 부려도 되잖아요.”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녀에게 생긴 변화. 오랜만에 느껴보면서도 전혀 익숙지 않은 변화에 그녀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가 편하기에 데이비와의 접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남성과의 접촉은 그녀의 정신을 순식간에 뒤흔들어놓곤 했다.
지독한 공포증.
그나마 데이비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이렇게 접촉이 강한 상태에선 그녀도 떨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심장은 터질 듯이 뛰는데.
왜 무섭거나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괜히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데이비가 얄미워 보일 지경이었다.
“다시 한번 해볼까…….”
평소라면 절대 생각하지 않았을 상황. 흔들다리 효과라고, 그녀는 자신의 상태가 무분별한 충동으로 인해 생긴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묘한 느낌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중독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 느낀 그 묘한 감정을 다시 한번 겪어보기 위해 그녀가 고개를 숙이려던 그 순간이었다.
“으음…….”
갑작스런 데이비의 목소리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잘못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거대한 심장과 내가 공명했을 때.
그때 들려온 목소리는 나를 어느 공간으로 초대했다.
잿빛의 벽으로 가득한 거대한 도서관.
제목이 쓰여있지 않은 수많은 서적들 사이사이로 지나가던 나는 멍하니 그 책 중 하나를 뽑아 들었다.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문서로, 그 내용은 단순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흥미로울 것도 없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
나는 주변의 서고들을 둘러보다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아공간을 열고는 그 안에 손을 밀어 넣어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흔히 말하는 빨간책이었다.
“이 정도는 돼야 자극이 있지 안 그래?”
홀로 중얼거리던 내가 고개를 돌렸다.
“타나토스.”
동시에 내 미소가 사라졌다.
“아예 소멸시키고 달로 만들어버렸는데.”
눈앞에 있는 것은 외알 안경을 쓴 작은 꼬마였다.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어떻게 살아있는지 모르겠네.”
내 물음에 꼬마는 말없이 나를 올려다보다 말했다.
“결국 나는 그리되었나.”
“뭐?”
“나는 타나토스가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기 전 남긴 잔재에 불과하다. 힘이라곤 너를 이곳에 불러온 것 말곤 아무것도 없다.”
담담하게 말한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책장들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작은 원형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찻주전자와 찻잔이 빠르게 세팅된다.
“여긴 내가 만들어낸 꿈의 세계. 차라도 한잔하지.”
담담하게 말하는 그놈의 행동은 내가 아는 타나토스와 달랐다.
“음…… 많이 다른데? 진짜 타나토스가 맞나?”
내 물음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타나토스가 남겨놓은 목적을 지닌 잔재지.”
“목적을 지닌 잔재?”
“힘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억이라는 소리다.
담담하게 말한 녀석이 내게 물어왔다.
“나는 어떻게 죽었나.”
“여신을 적대하고 심연을 만들고 모조리 붕괴시키려다 소멸했지.”
“예상은 했지만 폭주한 어리석은 자의 말로구나.”
“이상하게 다른데. 정말 타나토스 맞는 건가?”
“네가 아는 타나토스가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타나토스가 맞다.”
생각해보면 말이 되긴 한다.
여신이 타나토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 타나토스의 목적은 여신의 황혼기에 세상을 제어하는 역할이었다.
처음부터 악신은 아니었다는 것일 터다.
그래도 타나토스라는 존재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생각 이상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적대감과 경계심 그리고 측은함이 어린다.
“그래서? 왜 타나토스가 널 여기로 분리시키고 날 불렀는데.”
그 물음에 타나토스의 잔재가 말했다.
“그전에 하나 물어보지. 이곳에서 인간을 보았나?”
“봤지.”
“그렇군…….”
이윽고 녀석의 입에서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래…… 잘 번성했구나…….”
씁쓸한 중얼거림에 나는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뭔가 이상하다. 마치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나와 같은 신격을 지닌 자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차원 같았다.
그런데. 인간이 있다라.
묘한 느낌이다.
“설마…… 여기 인간을 만든 건 너냐?”
그 물음에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나는 알 것 같았다.
“왜 만들었는데?”
“만든 것이 아니다.”
“뭐?”
“그보다 중요한 게 있을 텐데.”
“아. 그 심장.”
“그 심장은 신의 본질을 촉발한다. 현재, 네 안에는 막대한 양의 힘이 잠들어있지.”
“그게 내가 변하는 거랑 상관이 있나?”
그 질문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책장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책 한 권을 꺼냈다.
어, 저거 내가 꽂아놓은 빨간색인데.
“…….”
말없이 책을 펼친 녀석의 얼굴에 감정이 사라진다.
텁!!
그리고는 그대로 책을 덮은 뒤 던져버리고 다른 책을 꺼냈다.
“무례하기 그지없군.”
“고리타분한 책보단 좋지 않나?”
“이 차원은 기본 구조부터가 보통 차원과 다르다. 차원의 존립 목적은 신의 본질을 깨워 그 안에 숨어있는 모든 내면을 끌어내 증폭시킨다.”
즉. 이 차원은 신격이 지닌 모든 가능성을 증폭시킨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얻는 게 뭔데.”
“그 잘못된 뒤틀림을 모조리 해소하는 거지. 이 차원에서. 여신은 비틀린 신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런 차원을 만들어냈다.”
담담하게 말한 그가 나를 가리켰다.
“다만 네 경우는 상황이 좋지 않다.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힘을 얻었다.”
원래라면 내 안에 잠들어있는 흉포함과 과격함. 파괴적인 본능. 즉 생명체가 가지는 당연한 일부를 여기서 모조리 털어내고 온전한 신격으로 비상하는 게 목적인 차원이다.
다만 나 같은 경우는 너무 이른 시간에 많은 힘을 얻은 탓에 그 부작용이 되는 힘이 너무 강하고 많다는 게 문제였다.
이 차원은 그런 부류를 증폭시키는 힘이 자연스레 떠돌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되는데.”
“본디 대륙의 심장은 신격을 정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정화라…… 마냥 좋은 게 아니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과거 내 본체가 정화를 진행했을 때 3개의 외곽차원 중 하나가 거의 지옥도로 변했다.”
병균을 먹은 백혈구는 죽는다.
이 외곽차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 본체는 나라는 존재를 후에 남길 보험으로 만든 뒤 스스로 정화를 멈추고 이 차원을 벗어났다.”
타나토스가 고작 생명체를 위해서 자신의 목적을 포기했다?
과거의 타나토스라면 그럴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자만했지. 절반 정도면 자신이 제어가 가능할 거라 여긴 것이다.”
“…….”
“하지만 너는 다르다, 과거 내가 지니고 있던 부정적인 에너지와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지.”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힘을 외적으로 받아들였다.
초월적인 시점에서 본 문제점은 거의 제어하지 않은 채.
그가 말했다.
“단언컨대. 이대로 정화를 시작하면 이 차원은 일순간에 증발한다. 연결된 세 개의 차원 또한 마찬가지겠지.”
생각해보면 처음 나차가 침공한 차원 중 하나는 대륙 대부분이 불모지라고 했었다.
그래서 나차가 침공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었다는 것도 기억이 난다.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결국 매한가지니까.
차별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크게 저항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었다. 나머지 하나의 차원은 달랐지만 말이다.
“결국 내가 정화를 시작하면 영향권 안에 있는 생명체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이런 뜻이지?”
“본래 내가 했던 것처럼 포기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내 본체가 그렇게 악신이 되었다면 너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본래 내 세계에 속한 생명체를 지키기 위해 이 나차를 포함한 세 개의 차원 생명체들을 모조리 지워버릴 것이냐.
아니면, 반대로 이곳의 죄 없는 생명체들을 구원하고 내가 정화되지 못한 악신이 되거나.
왜 이딴 차원을 만들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신을 탓하지 않았다.
여기서 증폭된 건 특수한 상황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이곳에 오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었을 거라는 소리였다.
여신은 아마 내게 시간을 더 주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이곳에 온건 내 선택이었으니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간 꼴이다.
내가 미치게 되면 그 뒤엔 정말 답이 없게 된다.
잠들어버린 여신은 더 이상 나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고. 그땐 모든 게 끝날 것이다.
그럴 바에 이곳의 인간들을 모두 죽이는 게…….
“영향이 미쳤나?”
“……현실적인 선택이긴 하지, 그런데 내가 너무 쉽게 자기합리화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진짜 얄궂은 양자택일이네.
내 중얼거림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가장 황당한 건 타나토스가 이곳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을 죽이지 않게 하기 위해 도망쳤다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악신으로 태어난 게 아니었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까.
“이 차원에 생겨난 인간들이 제일 문제네. 괜히 여기 자리를 잡아서는…… 쯧.”
“또 비틀렸군.”
“어이쿠 말실수.”
간단한 투정이지만 그 한마디가 지금 내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휘어있는지를 말해주었다.
신은 제 의지에 따라 악신도 선신도 될 수 있다. 나는 신격을 얻되 온전한 신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상황이 더 나쁠 수도,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처음으로, 나는 타나토스라는 이 빌어먹을 신을 동정했다.
“그래서. 네가 날 부른 건 그것에 관해서 뭔가 할 말이 있기 때문 아닌가?”
내 물음에 타나토스의 기억 잔재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정화도 제어도 안 된다면, 받아들여야지.”
그의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본능적으로 한가지 질문사항이 떠올랐다.
“나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없겠지. 하지만 신격을 지닌 자로써 그 의무에 따라 피조물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게 온전한 신격으로 태어난 자와 신격이되 인간으로 남은 나의 견해 차이인가 싶었다.
이에 나는 신격이 아닌 인간으로서 내 의사를 발현했다.
“이 대신 잇몸이다.”
“뭐?”
“정화를 진행한다.”
나는 세 개의 외곽차원. 즉 이 차원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잠깐! 이곳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겠다는 것이냐?!”
이상할 정도로 타나토스의 기억은 이 외곽차원의 생명체들에게 애착이 강했다.
그 외침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나는 안되면 길을 파서라도 가는 인간이야. 이거 왜 이래.”
누구 마음대로 나를 좌지우지 하려 드나.
마침 대륙의 심장이 악마 놈에게 오랜 시간 오염됐지.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 먹는 건 내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