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31화
“이번 거래량입니다. 예정되었던 대로 납품이 85퍼센트, 적재가 10퍼센트. 나머지 5퍼센트는 일반 거래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리하게.”
차이드 백작은 피곤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알싸한 편두통이 몰려오며 시야가 흐릿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르신. 이번에도 주무시지 못하신 겁니까.”
“신경 쓰지 말게. 늘 있는 일이니.”
“늘 있는 일이니 문제지요.”
젊은 집사의 말에 차이드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백작이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된 건 꽤 된 일이었다.
‘과거엔 이러지 않았건만…….’
정확히는 삼남 미드 차이드가 중앙 아카데미 쪽에서 사고를 치고 정학을 당하면서, 그때부터 불면증이 시작됐다.
삼남 미드는 사실 차이드 백작에게 있어서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었다.
사랑할 수는 없으나. 미워할 수도 없는 아이.
그렇기에 최소한 아비의 의무만이라도 다해주려 하였으나 비틀린 탓에 망나니가 되어버린 아이.
아비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웃기게 들릴 수 있지만, 그에게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었다.
“되었으니 나가보게.”
“아…… 그리고 하인스 영지에서 개인 거래가 가능한지 연락을 해왔습니다만…….”
“이미 물량은 전부 나갔네. 조약법상 적재물량은 판매가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리 많은 양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지라…… 조금 정도는 융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시종장.”
백작이 피곤한 얼굴을 들어 보였다.
“예……”
“예외는 없네.”
“하오나. 하인스 영지에선 적은 양에 많은 대가를 약조했습니다. 기존의 계약 중에 몇 개만 살짝 조율하면 현 차이드 백작가가 진 빚 또한…….”
“시종장.”
백작의 표정이 엄하게 변했다.
“예외는 없다고 말했네. 지금껏 잘 지켜온 가문의 신념을 흔들려 들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힘없이 돌아서는 시종장을 본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이리 적혀 있었다.
중앙 아카데미 기물파손, 인명 피해. 관련 모든 피해 금액-7만 골드.
어지간한 귀족가에서도 함부로 못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금액.
소왕국 변경의 백작인 차이드 백작이 도저히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이 모든 죄상이 전부 그의 삼남. 미드 차이드에 의해 벌어진 사고였다.
“시종장.”
“예?”
“그놈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별장에 얌전히 계십니다만…… 다만 최근 누군가가 그와 만나는 듯하다는 보고는 전해 받았습니다.”
“또 여자더냐.”
“……예.”
“아직 정신 못 차렸군. 그래 이번엔 누구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귀티가 나는 거로 보아 일개 평민 같진 않았습니다.”
차이드 백작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어떻게 할까요.”
“날 잡아라. 놈을…….”
“어르신?”
“후우…… 아니, 조금만 더 생각해보지.”
* * *
미드 차이드.
평범한 외관을 가진 십 대 후반의 소년이다.
차이드 백작가의 삼남으로 장남 타프와 차남 배텀 그리고 장녀 베르아 다음으로 백작가의 도련님이 된 막내이기도 했다.
물론 장녀 베르아와 차남 배텀과는 배다른 형제이긴 하지만 어릴 땐 상당히 사이가 좋았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 망나니 놈의 여성 편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이었다.
성격도 좋지 않고 굉장히 권위적이며 여성 편력도 끔찍해서 여러 여자를 옆에 끼고 다녔다고 한다.
평민들을 괴롭히는 그의 성정은 위아래가 없는 건방짐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 판단한 백작이 그를 중앙 아카데미로 보내 그보다 더 높은 계급의 학우들과 엮이게 함으로써 자신의 주제를 알게 하려 했건만.
망나니는 망나니인지 그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어떤 동정의 가치도 보이지 않는 싹수가 노란 문제아가 바로 삼남 미드 차이드였다.
분명 내가 들은 정보대로라면 그랬는데.
이놈.
그림자 부대가 수집해준 정보와 다르게 굉장히 눈이 맑다는 느낌이 들었다.
“흐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은 채 뒷걸음질 치는 녀석을 보며 내가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말해봐. 무슨 이유로 내 제자에게 검은 손을 뻗고 있었는데.”
“이…… 이건 사고…… 사고입니다!”
그가 황급히 소리쳤다.
“존대? 이상하네.”
“여…… 연장자에 직급도 높은 분을 상대로 하대를 하진 않습니다.”
“그런 놈이 저택의 노시종을 때려서 입원시켰나?”
내 물음에 그가 이를 악물고 시선을 피했다.
저건 짜증이라기보다는 씁쓸함과 자괴감이었다.
“야. 피 그만 빨고 내려와.”
“읍! 으읍!!”
일단 상황이 무엇이건 결국 이야기는 이놈이 아니라 요시아에게 들어야 했다.
애초에 저놈이 무언가 하려 했다 한들. 요시아가 거기에 당해줄 정도로 약한 존재이던가.
어림도 없지.
뱀파이어 중에서도 상위 개체들은 마스터급으로 강하지만 뱀파이어 로드는 그런 마스터급이 떼로 덤벼도 하품을 하며 찢어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
다만 뱀파이어 로드인 요시아 프랑소스는 오랜만에 맛보는 내 피 맛에 취했는지 당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많이 빨고 있다.
피가 빠지는 족족 신력이 나를 회복시키고는 있지만, 장시간 지속되는 흡혈이 좋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오랜 시간 내 피를 들이마시는 요시아에게도 악영향은 반드시 갈 터였다.
이에 내가 레이나를 흘끗 보자 그녀는 금방 내 의도를 알아챈 듯 다가와 요시아의 양 머리를 콱 잡아 당겨버렸다.
“으아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거리는 그녀였지만 레이나는 웃는 얼굴로 그녀를 떼어낼 뿐이었다.
그리고, 요시아를 완전히 떼어낸 직후 색채가 사라진 표정으로 요시아를 바라보았다.
“이 이상 빨지 마세요.”
뒤지기 싫으면.
뒷말을 직접 내뱉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레이나가 그렇게 말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용사 언니?”
당황한 요시아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렸지만, 레이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웃을 뿐이었다.
“요시아, 적당한 장소 물색해놨어.”
“엇! 정말요!? 그럼 어서 갈…….”
콱!!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챈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가긴 어딜 가. 상황부터 설명 안 해?”
“헤헤. 피가 너무 달아서 기억이 잘…….”
“레이나. 얘 묶어라.”
오늘 모기 하나 잡자.
“잠깐만요!”
“그럼 설명해. 지금 너 데리러 몇 명이 온 거야.”
그 말에 요시아가 피식 웃었다.
“선생님 설마 나 걱정했어요?”
“했지. 니가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요시아는 비록 하인스 아카데미에서 앨리스 대주교를 돕고 있지만, 소속은 현재 하인스 아카데미 교직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가 외부에서 사고를 치면 모조리 내 탓이 될 수밖에.
“선생님. 제 걱정은 안 해요?”
“해줄까? 후회할 텐데?”
질문을 역으로 돌려주자 그녀는 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그리고 좀 전에는 그냥 사고에요. 내가 빈혈로 쓰러지니까 저 침팬지 자식이 꼴에 걱정한답시고 오다가 넘어진 거뿐이에요.”
어디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 하지만 요시아가 굳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나는 홍단이를 거둬들인 뒤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영식.”
“미드입니다.”
“그래, 미드 영식.”
“데이비…… 왕자님이죠? 아 대공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편한 대로 불러. 그런데. 소문하곤 좀 다른데?”
내 물음에 요시아가 혀를 쯧쯧 찼다.
“바뀌고 싶대요. 잘못된 거 바로잡고 자기도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고.”
“뭐?”
인간은 쉽게 안 바뀐다. 근간이 되는 상식이 격변하거나, 엄청난 일을 겪지 않는 이상.
그림자가 전해온 정보를 토대로 보면 어지간해선 절대 안 바뀔 망나니. 하지만 지금 내가 보는 미드 차이드는 전혀 달랐다.
이놈이 지금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요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래. 계약했다고.”
“네.”
요시아의 대답에 나는 미드의 멱살을 빠르게 잡아 들어 올렸다.
컥!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가 버둥거리지만 나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뱀파이어는 대륙 공적이다. 그런데 그런 뱀파이어와 계약을 했다고. 미쳤나?”
그 말에 그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그저 컥컥거릴 뿐이었다.
“데이비. 그러다 죽어.”
“…….”
일리나의 말을 들은 내가 녀석을 내려놓자 녀석은 숨을 쉬지 못한 탓에 눈물까지 고인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자존심. 혹은 망나니가 가질법한 적의보다는 살고 싶다는 짙은 집념이 느껴졌다.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제가 한 건 단순히 바라고 기도한 것뿐이었습니다. 나타난 건 저 여자가 멋대로 나타난 거고요.”
그 말에 내가 요시아를 째려보자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 그게 저도 계약마법은 처음이라…….”
“내가 돌겠네. 진짜.”
그래. 내가 피를 안 준 탓에 아주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었으니 용서하마.
“나는 관대하다.”
“고마워요. 선생님.”
“너 휴가 전부 자를 테니 그리 알아.”
내가 요시아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머리를 움켜잡았다.
“꺄아아아악!! 머리! 내 머리!!”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요시아의 머리를 아주 정성스레 지압해주는 거로 이번 일을 덮으면 될 일이었다.
“온전한 계약은 아니야. 내가 끊을 수 있다. 이봐 미드 차이드.”
“네?”
“뱀파이어와 한번 계약하면 완수 전엔 절대 끊을 수 없는 게 상식이다. 비록 소환의 주체는 요시아였지만 너는 그 계약을 받아들이면 안 됐어.”
“…….”
현재 뱀파이어는 대륙 공적이나 다름없다.
극진파 뱀파이어들이 모조리 죽고 온건파만 남아 티오니스 대륙 동쪽에 있는 거대한 섬으로 넘어갔다지만 그 사실을 아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즉. 대륙에 있어서 아직도 뱀파이어는 평화를 깨고 수많은 이들을 학살한 악마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마족과 취급이 다르지 않다는 소리였다.
“교단에서 지금 네 상황을 알면 바로 요시아를 추적하고 넌 화형대 직행이야.”
아무리 이단 심문관이 내게 개 박살이 나고 개편되었다 해도 뱀파이어와 놀아나는 건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용납될 수가 없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기회를 줄게. 계약을 끊겠다고 말해. 그럼 내가 요시아와 네 사이에 이어진 끊을 끊어주마.”
그리고 너는 지금껏 있었던 일을 모두 잊는 거다.“
“데이비.”
“가만히 있어. 너도 무슨 생각으로 요시아랑 손뼉을 맞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야.”
내 대답에 일리나가 입을 삐쭉이며 시선을 돌렸다.
“선택해. 여기서 네가 계약을 끊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네가 뱀파이어와 계약한 일은 내가 책임지고 숨겨주마.”
망나니라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놈은 딱히 예의범절을 밥 말아 먹은 놈은 아니었다.
게다가 요시아가 이렇게 호의적이라면 확실히 뭔가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어떻게 되긴. 넌 그냥 지금처럼 살면 돼 이번 일로 네 인생에 변화가 생기는…….”
“아뇨. 저 말고.”
그가 요시아를 가리켰다.
“그녀는 어떻게 되냐고요.”
그 질문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세상엔 모르는 게 더 나은 일도 있는 거야.”
“저는…….”
잠시 침묵한 그가 나를 똑바로 직시했다.
은연중에 압박을 가하고 있었기에 절대 고개를 들지 못할 텐데.
그는 손을 파르르 떨면서도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바뀌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뱀파이어와 손을 잡는 게 뭘 뜻하는지는 알고 있나?”
“대륙의 영웅이자 성자인 당신이 데리고 있는 뱀파이어입니다.”
이놈 봐라?
“그리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며칠간 봐온 그녀는 입이 참 걸걸하긴 해도 절대 나쁜 이는 아니었습니다.”
개망나니라는 조사는 거짓이 아닐 것이다. 선민사상에 극심한 어리광. 뻔뻔하며 여성 편력까지 지독하다.
가문이 가진 위세만 믿고 까부는 답 없는 놈.
그런 놈이 이렇게 변하려 드는 것이라면…… 대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아야 가능한 것일까.
그 외에 사람이 갑자기 변할 가능성이라면 세뇌. 기억상실. 혹은…… 빙의 정도일 것이다.
다만 내 눈에 보인 놈의 영혼은 육신과 너무 알맞았다.
다른 존재가 씐 건 아닌 거 같다는 소리였다.
“그게 다 연기면?”
“그냥…… 감이죠.”
그의 대답에 나는 요시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넌 어쩔래.”
“기왕이면 좀 도와주고 갈게요. 그냥…… 마음에 든 것도 있고. 자기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고 하는 거…… 남 일 같지는 않잖아요?”
그녀는 과거 샤쿤탈라에서 자신이 어떤 학창 생활을 했는지 떠올린 듯 보였다.
그녀의 쓴웃음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제대로 가르친 바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구해내고 내가 후원하는 제자인 그녀였다.
그녀 본인이 원한다면 그리해야겠지.
계약은 그리 달가운 상태가 아니지만, 로드인 만큼 그녀가 작정하면 절대 들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됐어. 일리나 돌아가자.”
“응? 벌써? 이 근방 경치가 좋은데 구경이라도 하고 가지…….”
“나중에 보러오자.”
본래 요시아와 일리나를 데리고 하인스로 돌아가려 했다.
그 과정에서 번거로운 계약은 내 손으로 끊으려 했다. 사고를 친 건 그녀지만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게 나였던 만큼 뒤처리에 대한 의무 또한 존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침묵하고 있던 레이나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런데 계약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거였나요?”
“요시아는 로드로 각성할 때 내게 일면 종속…… 응?”
종속이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일변했다.
탁해진 눈동자.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뚜름한 웃음.
섬뜩한 느낌이 마치 바늘처럼 온몸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 레이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예쁘게 웃어 보였다.
“그렇군요.”
“요시아가 멍청해도 일단 제자인데 코가 꿰인 거면 풀어주려 했지. 그런데 본인이 원한다고 한다면야. 연차 가불해 주면 되는 일이고.”
당연히 내 말에 요시아는 과격하게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잠깐만요! 연차 가불이라니?!”
“넌 직장이 우스워 보였냐? 네 멋대로 쉬러 가게? 걱정하지 마라. 나는 가족 같은 이사장님이니까 휴가 가불해줄 테니 그런 줄 알아.”
“이 거지 같은 아카데미, 당장 사표를 쓰든지 해야지…….”
“누구 마음대로. 넌 평생 거기서 일하는 거야.”
내 말에 요시아의 눈에 불이 튀었다.
“벼룩의 간을 떼먹으시죠!”
“아카데미 교수들은 뭐 일 중독자라서 휴가 안 가는 줄 아냐?”
할말이 없어진 듯 요시아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 선생님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지요?”
“됐어. 나는 관심 없다. 기왕 온 김에 차이드 백작에게 성초 관련 협상이나 하고 돌아가련다.”
사실 가능성은 낮지만 기왕 온 김에 차이드 백작과 성초 관련 협상을 좀 해볼 생각이었다.
성초는 지금 내게 꽤 필요한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차이드 백작과 만나려면 어차피 조금 기다리셔야 될걸요? 왕성에서 복귀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네? 아…… 네. 그렇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럼 기다리는 김에 저 좀 도와줘요. 네?”
요시아는 영특하다. 자신이 생각한 계획에 필요하다면 뭐든 이용하는 영악함도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못된 것만 배워서는…….
“헛물 들이키네, 이년이. 네가 저지른 일은 네가 처리해.”
“아니 진짜, 이 멍청이 이론을 이해시키는데 내 머리가 다 빠질 거 같아요. 네? 좀 도와주면 안 돼요?”
그녀의 말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미드 차이드에게 물었다.
“마법 이론?”
“예? 아…… 네. 마법을 좀 배우고 있었습니다.”
“마법사였나?”
“네…… 그나마 있는 재능이니까요.”
그의 조심스러운 답변에 내 표정이 더 굳었다.
“지금 쟤한테 마법을 배우고 있다고?”
“네.”
의문 어린 대답에 나는 진지하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저 닭대가리한테 배운다고?”
재차 이어지는 내 질문. 내가 요시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요시아의 표정이 팍 찡그려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내게 달려들었다.
“쌈닭이 얼마나 사나운지 모르죠?”
순식간에 달려들어 내게 송곳니를 박으려 드는 요시아를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