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35화 (1,235/1,559)

제 1235화

미식연구회는 경이적일 정도로 진지하게 미드 차이드의 성장에 손을 보탰다.

실제로 행동은 괴이쩍기 그지없지만 그들의 합류로 인해 요시아는 미드 차이드가 지니고 있던 고질적인 마나 운용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거 아닌데…….

“수를 좀 더 늘려서 극한의 상황으로…….”

저거 저렇게 하면 안 될 텐데…….

“자 이걸 먹어보세요.”

마나의 흐름이 꼬일 텐데…….

말은 하지 않았을 뿐 그녀의 머릿속엔 빠르게 불만이 쌓여만 갔다.

저러면 안 되는데. 이게 맞는 거 같은데…….

그동안 확신이 없어서 내리지 못했던 어떤 결론들이 이번 일을 토대로 확고한 결론으로 바뀌어 간다.

“아니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뭐? 대련?”

한창 몬스터를 사냥하던 도중에 끌려오기라도 한 것일까.

날개를 팔락이는 륀느의 양손에 한 청년이 대롱대롱 매달려 오는 게 보였다.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

테라리아 왕국의 왕자이자 현재는 대륙을 유랑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데이비 님의 성초 획득에 필요한 거래. 친구라면 도와줄 수 있을 거라 판단.”

“아니 그럼 말이라도 하던가 다짜고짜 잡아 오면…….”

“잘 풀리면 륀느가 추가 의뢰 협조를 약조.”

“오케이 거래 성립이다.”

양손에 낀 너클을 뿌득 소리 내며 다가온 호쾌한 청년이 멍한 얼굴로 주저앉아있는 미드 차이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영식. 테라리아 왕국의 왕자. 막시모스 반 테라리아입니다.”

“어…… 어어…….”

“뭐 말이 왕자고, 거의 폐왕자 수준이니 신경 쓰진 마시고.”

미드 차이드는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실전 경험을 쌓게 해준답시고 누군가를 잡아 왔는데 그게 일국의 왕자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마법사?”

“아…… 옙! 1…… 1서클 후반 마법사입니다!”

“흐음…… 그럼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

“접근전을 통한 고속영창의 유도.”

“그건 쉽지.”

막시모스가 손가락을 뚜둑 소리 내며 꺾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미드 차이드의 표정이 파랗게 질려 나갔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리는 건 덤이었다.

요시아는 그런 륀느의 과격한 고행을 보며 또 넋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렸다.

“저거 저러면 안 되는데…….”

“저걸 왜 저렇게 운용하는 거지? 당연히 반대로 운용해야…….”

“왜 저걸 저렇게 하는 걸까.”

확신이 서지 않던 이론에 확신이 서고. 상대가 왜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저도 모르게 분석한다.

미드 차이드의 성장은 가히 경이적일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지만, 그보다 성장 속도에 박차가 붙는 것은 사실 요시아였다.

그리고, 그런 요시아를 멀리서 지켜보던 유리아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 *

근본 없는 교육이 시작되고 사흘이 더 흘렀다.

그 과정에서 요시아는 계속해서 점점 혼란이 강해졌다.

저거 아닌 거 같은데.

지금 필요한 건 다른 것 같은데…….

정작 이 생각들 대부분이 과거 그녀 홀로 가르칠 때와는 상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 어서 드세요!”

“자…… 잠깐만요! 이번에도 이상한 건가요?!”

“아뇨 그냥 약초랍니다! 안 되는 건 없어요! 자! 쭉 들이키세요!”

저거 아닌데…….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실전경험. 륀느가 높게 평가!”

콰앙!! 쾅!!

“으아악!”

“저거 아닌데. 지금 저렇게 하면 역효과인데…….”

성장치는 분명 있다. 미드 차이드는 벌써 2서클을 돌파할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미식회가 저지르는 기이한 짓이 다시 마이너스를 해 먹음으로써 결국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뿌드득…….

저도 모르게 이를 소리 나게 간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그거 아니라고!!!”

결국…….

폭발해버린 그녀가 격하게 소리침과 동시에 그녀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막대한 마나가 그녀를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며 심장을 감싼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에 위치한 서클이…….

스스로 움직이듯 맹렬하게 회전하며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충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에너지는 새로운 고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어머나…….”

“서클의 돌파. 요시아가 서클을 돌파해버렸다고 분석.”

“마법사는 진짜 또라이들만 가득하구나.”

점순이의 말에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던 미드 차이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셋을 보았다.

마법사가 또라이가 많다지만 적어도 저 셋만큼은 아니리라.

도움은 되는데 그만큼 민폐도 끼치는 이 정신 나간 이들 때문에 요시아가 각성해버리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다.

뜨득…… 뜨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요시아의 몸이 마나에 휘감기며 환골탈태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미드 차이드는 멍한 얼굴로 그 꼴을 보며 중얼거렸다.

“6서클…… 대마법사.”

대륙에서 가히 존경받아 마땅한 절대적인 위치.

경지의 수준은 소드마스터와 흡사하나 전투 능력을 제외하면 소드마스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를 지닌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윽고 환골탈태가 끝나며 마나가 서서히 흩어진다.

정확히는 환골탈태라고 하기보다는 그녀의 육신이 좀 더 마나와 융화한 모습이었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며 유리아가 손뼉을 쳤다.

“축하해요. 뭔가 새로운 경지를 발견하신 모양이네요.”

“……아닌데…….”

“네?”

“이게 아닌데…….”

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고 끙끙거렸다.

“아니 왜…… 속이 뒤집어지다가 내가 벽을 넘는 건데…….”

그녀는 자신의 몸에 벌어진 황당한 사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 그녀의 입가에 스산한 웃음이 서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벽을 넘으면서 인지의 초월이 이루어지면서 그녀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흐…… 흐흐흐…… 내가…… 내가 바로 진리다!!”

양팔을 뻗으며 소리치는 그녀의 얼굴엔 너무도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경고, 요시아 프랑소스의 의식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분석.”

“야…… 저거 왜 저래, 갑자기…….”

점순이와 륀느가 요시아의 기괴한 미소에 당황하자 유리아가 눈을 반짝였다.

“잠깐만요. 6서클 돌파죠?”

“그게 왜?”

“전에 은공이 해준 이야기가 있어서요. 마법사들이 6서클을 돌파했을 때.”

유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가방을 주섬주섬 뒤적였고 이내 영상 저장석을 활성화 시켰다.

* * *

“이상이 지금까지 경과보고에요.”

“6서클이라…… 마탑에서 러브콜 엄청나게 때리겠네.”

마탑에 소속되지 않은 마법사 중 6서클을 넘는 이는 황실 마법사단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전력으로 보면 6서클 마법사와 소드마스터가 비슷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그 외의 분야에선 전투에 특화된 기사와 다르게 마법사는 다양한 분야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다고 요시아 양이 응하겠나요?”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이지. 그런데. 6서클에 돌입한 게 이틀 전이라고?”

“네. 요시아 양 본인의 입으로 6서클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후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홀로 가르치기 시작했답니다.”

내가 침묵하자 유리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에 내 곁에 앉아 배를 쓰다듬던 페르세르크가 키득거렸다.

“아……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너도 그러냐? 나도 그런다.”

피식 웃자 유리아의 얼굴에 의문이 더욱 짙게 어렸다.

“이상한 점은 없든? 예를 들면 갑자기 자아도취에 취한다든지.”

“안 그래도 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는데…… 저로선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보통 마법사들은 다 그런가요?”

유리아가 손가락으로 자기 뺨을 톡톡 두드리며 물어왔다.

“6서클이 왜 대단하냐면 거대한 벽을 넘는 기준이거든. 그러다 보니 보통 마법사들이 6서클에 도달하면 자기가 설립한 독자적인 이론이 완성되었음을 말하니까…… 보통 이맘때쯤의 마법사들은 굉장히 오만해져.”

물론 길게 볼 것도 없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이 지나면 자신의 이론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게 되면서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알게 되지만 말이다.

그 현상은 페르세르크도 피해갈 수 없었고, 나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오만해진 이들을 잠재우는 방법은 잘 알고 있다.

“예상 못 했지만, 요시아는 일단 제자니까 조금 신경 써줘야겠네.”

“기왕이면 흑역사를 잔뜩 남겨놓는 것도 좋을진대. 다 추억인 게야.”

“그거 진짜 꼰대 같은 마인드야.”

“허어…….”

쾅!!

“선생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였던가. 순식간에 내 방 창문을 열어젖히고 돌입한 요시아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지만 굉장히 얄미운 미소를 보였다.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냐?”

“흐흣. 저 드디어 진리에 도달했어요!”

자랑하듯 소리친 그녀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선생님의 이론은 대단하지만 제가 가진 이론은 완벽해요! 이게 그 선생님이 말하던 청출어람이죠?”

“이건 상태가 좀 심하네. 유리아. 뭐 이상한 거 먹인 거 아니지?”

내 물음에 유리아는 시선을 휙 돌려버렸다.

저 또라이가.

요시아의 행동이 귀여운지 페르세르크가 키득거리며 웃어 보였다.

“그래. 네 마법이 완벽해졌다 이거지?”

“네!”

6서클에 갓 진입한 이들은 자신의 마법 이론을 맹신하게 된다.

마법사의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요시아의 경우 자신의 이론의 완벽함에 취해 그 윗 서클에 들어선 자들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보였다.

어떤 흑역사건 심하면 심할수록 정신 차렸을 때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법이렷다.

“그래. 축하한다.”

내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은 탓일까. 요시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선생님. 같이 가줘요.”

“어딜 가줄까.”

마치 재롱을 부리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 이러할까.

고인물이 뉴비를 보는 기분이 이럴 것이다.

“웁…….”

페르세르크는 코피라도 흐르는 느낌이 들었는지 한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 광경을 담아두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유리아가 싱글벙글하며 이 모습을 영상석에 담고 있었다.

“너 보너스.”

유리아 헬리샤나.

눈치가 정말 빠른 엘프, 사고를 치는 것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측근이 아닐 수 없다.

* * *

요시아가 원하는 장소는 미드 차이드가 머무르고 있는 별장에서 멀지 않은 숲이었다.

역소환진을 타고 온 그녀였기에 다른 이들을 옮겨줄 순 없지만, 차원을 열어젖히면 몇 명이든 이동할 수 있기에 문제는 없었다.

[2서클]

[라이트닝!]

마나를 빠르게 모아 장문 영창을 이어붙인 뒤 라이트닝 마법을 거대한 바위에 쏘아 보낸 미드 차이드가 숨을 헐떡거리며 주저앉았다.

제대로 마법을 단련하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 어떻게든 2서클에 도달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에 미드 차이드는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어쩌면 정말로 목표 기간 내에 3서클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런데 마나 운용이 굉장히 어려운데…….”

마나 운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게 시켜버린 요시아의 방침에 영 익숙해지질 않았다.

파츠츳…….

그때 게이트가 찢어지며 요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계약 소환을 통해 나타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 게이트를 찢고 나타난 건 마법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연습 잘하고 있어?”

“오셨네요.”

지친 그가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리자 그녀가 뭔가 만족스러운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어때요? 며칠 가르친 효과가 확 나오죠?”

“제법인데?”

요시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데이비 올 라운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아…….”

“야.”

멍한 얼굴로 페르세르크를 보던 미드가 흠칫 놀랐다. 데이비 올 라운이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면 눈을 파버리는 수가 있어.”

빙그레 웃으며 협박하는 그 모습에 섬뜩함을 느낀 미드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물론, 곧바로 그의 곁에 있는 아름다운 소녀가 데이비의 등을 찰싹 때렸지만 말이다.

“데이비.”

“장난이야. 그래서 기간 안에 3서클에 들어갈 거 같나?”

“갖은 수단을 다 쓸 겁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 테고요. 노력이 필요하다면…….”

“본래 이렇게 단기간에 1서클에서 3서클이 되는 게 어렵거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이면 안 될 것 같은데.”

데이비의 말에 요시아가 코웃음을 쳤다.

“가능하거든요? 이제 알아요. 선생님이 오래전 우리들을 상대로 교육할 때 어떤 기준으로 교육을 했는지.”

그녀가 손가락을 뻗었다.

“자, 선생님께 보여줘. 내가 만들어낸 이론이 네게 얼마나 완벽하게 자리 잡았는지. 선생님도 아마 보면 깜짝 놀랄걸요?”

그녀의 말에 미드 차이드는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6서클에 들어선 이후 교육방법이 완전히 바뀐 것도 모자라 마나의 순환, 운용방식, 연산방식까지 모조리 바뀌었다.

그 덕에 빠르게 2서클을 돌파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그의 시선으로 볼 때 데이비라는 존재의 표정은 탐탁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마법사세요?”

“멍청이야? 내 선생님이니까 당연히 마법사지.”

“성자인데…… 그게 가능해요?”

“선생님은 조금 특이한 케이스거든.”

왜 그녀의 콧대가 올라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이후 그는 요시아가 시킨 대로 그녀가 창안해낸 방식으로 마법을 빠르게 구현했다.

간단한 매직 미사일이지만 그 안에 필요한 건 모두 담겨 있었다.

빠르게 영창. 순식간에 연산을 마치고 좌표를 고정한다. 마나를 필요한 만큼 끌어낸 뒤 빠르게 가속시켜 과열시키고 그대로 방출해낸다.

일반적으로 동 서클의 마법사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요시아가 6서클이 되기 전 그에게 가르쳤던 방식이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콰앙!!

이윽고 그의 손에서 뻗어져 나간 매직 미사일 한 방은 허공을 날았고 근처에 있는 나무에 충돌하며 거대한 상흔을 남기고 사라졌다.

“어때요? 대단하죠? 2서클 마법사치고 굉장히 화력이 높은 거 보이죠? 선생님은 2서클 때 이렇게 못했죠?”

요시아가 데이비를 보며 깐족거리기 시작하자 미드는 제 얼굴이 오히려 붉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아카데미에서도 이렇게 화력이 극단적으로 오른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확실히 운용방법 자체가 제법이긴 하네.”

곰곰이 나무를 지켜보던 데이비가 말했다.

“확률은 반반.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어쨌든 50% 정도라고 봐도 되겠는데 문제가 하나 있네.”

고민하듯 데이비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미드 차이드 영식.”

“네?”

“3서클에서 마법사 인생 쫑낼 건 아니겠지?”

“네? 당연하죠! 제 목표는 6서클 마법사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3서클을 목표로 잡은 것은 청문회의 준비일뿐이었다. 그의 목표는 그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음…… 안 되겠는데?”

데이비의 말에 요시아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말한다.

“흐흐. 선생님. 지금 샘나서 그러죠? 옛날에 선생님은 이렇게 완벽한 운용을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자신의 이론을 맹신하는 건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저는 진리를 봤다구요. 이대로 가면 선생님도 금방 따라잡을 거예요. 제가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되는 날도 멀지 않았…….”

“풉.”

“선생님!!”

그녀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화를 냈지만, 데이비는 그저 귀엽게 보일 뿐이었다.

어디 뉴비가 고인물 앞에서.

“네 방식은 확실히 좋아. 잘만 하면 7서클까지도 노려볼만한데.”

“그렇죠? 역시 저는 대 현자라 불릴 자격이 있어요. 이 이론을 논문으로 내면 마탑에서 아주 뒤집어질걸요?”

그녀의 말에 데이비가 절로 웃음이 나오는지 킥킥 웃었다.

본래라면 알려주지 않으려 했지만, 이 방식대로라면 절대 기간 안에 3서클을 만들지 못할 것 같았다.

제자인 요시아의 삽질을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지만, 그래도 약속인데 장난은 두 번 칠 수 없었다.

“잘 봐. 요시아. 네 방식대로 운용한 마법이야.”

이윽고 데이비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요시아가 6서클에 이르며 확립한 이론을 똑같이 운용하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음…… 어떤 게 좋을까. 그래, 이걸로 가자.”

[8서클 화염계]

[프로메테우스]

가장 익숙하며 가장 자주 사용하던 마법이기도 했다.

영창 하나 없이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내 데이비의 손에 푸른 화염이 일렁였다.

콰아앙!!!!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뒤 조금 전 매직 미사일과 충돌한 나무가 있는 곳에 충돌했고 엄청난 크기의 푸른 화염을 만들어내며 폭발했다.

대지가 흔들리고 주변이 고열로 인해 후끈후끈해지는 느낌을 준다.

“…….”

경악한 미드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마법사라곤 하지만 그가 8서클 마법을 본 적은 없었을 터였다.

거대한 폭발이 사라진 직후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거대한 크레이터만이 흔적으로 남았다.

그 범위는 가히 이게 마법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거대한 여파를 자랑했다.

전략급 마법을 애들 장난 수준으로 만들어버릴 화력에 미드 차이드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저게 무슨…….”

“그거…… 몇 서클 마법이에요?”

“8서클 마법.”

“역시 대단하네요. 제 이론은 완벽하다니까요? 아무리 8서클 마법이라도 이 정도의 위력을 내긴 쉽지 않을 텐데.”

“아…… 아니 잠깐만요! 영창이 없었는데?! 8서클 마법은 영창이 필요 없는 건가요?!”

“선생님이 이상한 거라니까. 저 인간, 영창 하는 꼴을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그녀가 자신의 방식에 더욱 확고한 확신을 가지는 듯 보이자 데이비는 방식을 바꾸었다.

“요시아, 너 진리를 봤다고 했지.”

“네.”

“이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용한 거다.”

담담하게 말하며 데이비가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8서클 폭염계]

[프로메테우스]

동시에. 주변의 마나가 일순간 사라진 것처럼 응축되었고 우스울 정도로 옅은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다.

에게? 이게 무슨 마법이냐. 라고 말하려던 요시아 프랑소스와 의아한 듯 바라보던 미드 차이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만, 아직 마법이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기에 의아해하던 그들은 이내 벌어진 모습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후욱…… 콰아아아아아앙!!!!!

순간적으로 공기가 압축되듯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푸른 화염이 폭발한다.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거대한 폭발은 단순히 퍼져나가는 것을 넘어 거대한 푸른 불기둥이 되었고 엄청난 화염 폭풍을 일으키며 하늘을 찢고 솟아 올라갔다.

“…….”

할 말을 잃어버린 듯 침묵한다.

조금 전의 8서클 마법도 경이적이라 보았지만 지금 벌어진 건 감히 비교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하늘의 구름을 찢어발기고 어디까지 솟아오르는지 모를 거대한 화염 기둥이 맹렬한 굉음을 흘렸다.

동시에 페르세르크가 한 손을 뻗어 무어라 웅얼거리자 보랏빛의 베리어가 모두를 감싼다.

콰가가가가가가각!!!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엄청난 충격파가 일대 전체를 휘감았다.

본래라면 그대로 휩쓸렸어야 했으나 페르세르크의 베리어가 그 충격을 그대로 흘려 보내준 덕에 땅이 흔들릴 뿐 큰 여파는 오지 않았다.

물론 경악스러운 마나의 유동과 그 흐름을 직접 본 미드 차이드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버렸다.

어디 가서 보기 힘든 마법인 것은 분명했으니까…….

마치 날파리를 쫓아내듯 가볍게 휘두른 팔과 손가락 튕김. 그 행동은 가벼웠지만, 그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단순히 재앙이라 불릴 정도의 화력에 그는 입이 찢어질 듯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같은 마법은 분명한데. 그 여파. 출력, 범위 모든 면에서 가히 비교가 되지 않았다.

“요시아.”

“…….”

물론 미드 차이드의 경악은 요시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데이비의 부름에 요시아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피식 웃는 미소. 마치 비웃는듯한 그 미소에 요시아의 눈이 더욱 크게 뜨여졌다.

“요시아. 내 어깨 좀 눌러봐라. 어깨가 풉…… 안 내려간다.”

어깨를 으쓱이며 극도로 얄미운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미드는 멍하니 조금 전 마법을 곱씹었다.

그리고 요시아는 분함을 참지 못했는지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고는 데이비를 노려보고 울먹거렸다.

“스승이 제자 놀리는 꼴하곤…… 막내야. 너는 데이비처럼 성격이 못되면 아니되는 게야…….”

데이비는 나름대로 미드 차이드와 요시아를 각 방면에서 도와주었지만 누가 봐도 놀리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꼴을 보고 있는 페르세르크의 한숨 소리만 조용히 주변을 감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