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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40화 (1,240/1,559)

제 1240화

파트로시스트의 간부들은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외지에서 쳐들어온 존재. 그들의 목적은 이 지구에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연히 반사회를 목표로 두는 반정부 단체 파트로시스트와 손발이 제법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물자였고, 파트로시스트가 원하는 것은 추가적인 전력과 새로운 무력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그들은 꽤 좋은 동업자였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의 힘을 이용해 일반적인 인간을 넘어서는 힘을 발현했고, 그들이 가진 일부 장비들은 헌터나 마나 장비를 먹통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강한 상위급 헌터들이나 대량 포격은 위험하기에 정면승부는 반드시 피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끝이었다.

“흐흐…… 저것인가?”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사막의 아래 지하 동굴. 그곳에선 녹빛을 번뜩이는 거대한 알이 허공에 매달린 채 고동치고 있었다.

“제물이 더 필요하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오.”

“허,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군. 대체 저 안에 뭐가 들었길래…….”

필요한 재료로써 수많은 동물과 곤충, 인간을 집어넣었다.

그 외에도 정체 모를 무언가를 잔뜩 집어넣었다.

“한데. 근본이 되는 변이 촉매에 대한 정보가 연합 놈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소만.”

“상관없소. 어차피 그놈들은 우리를 찾지 못할 것이고, 설사 찾는다 해도 이미 늦었을 테니.”

단순히 파트로시스트가 어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 정도의 정보만 얻은 그들이 이 장소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신의 사자도 쓸모가 없군. 이 난리를 쳐도 결국 우리를 찾지 못하니.”

“신의 사자라…… 그 발키리아인지 하는 이종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소.”

파트로시스트 간부의 말에 갑옷을 입은 사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맞다. 그에게 소재를 들키면 자신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녀석은 일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알이 깨어나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래서, 말해주지 않을 것이오? 저기서 대체 어떤 게 튀어나올지.”

“흐음…….”

“솔직히 말하지. 신의 사자는 중요하지 않소, 문제는 티오니스 성자가 참전했다는 것이지.”

그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무겁게 짓눌렸다.

“그자는 위험하오. 그의 손에 찢겨 나간 재앙이 한둘이 아니오. 그래서 우리도 그동안 그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지.”

그런 균형이 깨진 것이다.

그렇기에 파트로시스트는 겉으로도 속으로도 상당히 문드러져 있었다.

“이번 계획이 실패하면 우린 얼마나 퇴보하게 될지 모르오.”

“우리 또한 마찬가지. 그자가 우리의 황제를 암살하였으니 물러설 곳은 없소.”

서로 물러설 곳 없는 이들의 손을 잡은 것은 무시무시했다.

물론 나차의 패잔병들 입장에서도 이것은 도박이었다. 황제를 죽인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품고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물이 많아질수록 강해지는 이 세포의 특성을 이용하면 재앙은 만들 수 있으리라.

“티오니스 성자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소. 이놈을 온전히 성장시키는 것도 일이지만, 이 괴물이 만약 그보다 약하다면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허망하게 잃을 테니.”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시선을 돌릴 수 있을는지.”

“그의 시선을 강제로 돌리는 수밖에.”

“이를테면?”

“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딸이 하나 있다고 하더군.”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작전 시작과 동시에 각 지역에 수확자들을 배치하도록 하지. 기본적인 제물은 모였지만 마나가 더 필요하니.”

“바로 시행토록 하지.”

거대한 알의 주변에 떨어져나온 파편들을 유리관 안에 보관하고 있던 그들은 그 유리관을 들고 두려운 얼굴을 해 보였다.

“이리 보여도 유리관만 없으면 재앙이라니. 웃기는 일이로군.”

알 안에 든 것도 문제지만 알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하나조차 엄청난 재앙이라.

그렇다면 알의 내부에 들어있는 것은 얼마나 위험할까.

파트로시스트의 간부들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 * *

“그래서. 저희는 이제 뭘 하면 되는데요.”

전보다 확실히 익숙해진 미드 차이드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래 걸렸지만, 그는 착실하게 자신의 마법 운용에 익숙해지며 상대를 해치워나갔다.

2서클 마법사에게 위협적인 중화기류부터 처음 보는 마법을 방해하는 장비. 실전경험이 상당한 이들이 시시각각 목숨을 노려온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이고 치명상을 허용했지만, 요시아가 걸어준 보호 덕분에 지금껏 목숨을 부지했다.

누가 말했던가,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대상을 강하게 만든다고. 미드 차이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죽는 경험을 체험해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부족했다. 짧은 시간 안에 3서클에 들어설 정도의 숙련을 쌓기엔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네 수준은 어지간한 4서클 마법사들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어. 다만 그런 네가 3서클에 도달하지 못하는 건 압도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네 재능에 지금 같은 방식이면 몇 년을 기준으로 금방 성취가 나오겠지만…….”

아무리 그대로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경지를 넓히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그의 상처를 돌봐주며 요시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그보다 빠르게 서클을 올리려면요?”

“방법은 하나뿐이지. 지금 네가 생각하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강제로 개변시키는 거야.”

서클을 올리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다른 모든 요소를 모조리 씹어 삼키고 올라서는 방법은 분명 존재했다.

“그런 게 가능합니까?”

“왜 안돼? 선생님 봤잖아.”

데이비 올 라운.

16세까지 혼수상태에 있었으나 고작 몇 달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존재를 말이다.

“역사에 남을 천재도 그 정도는 아니겠네요. 3서클이 목표도 아니고 8서클 마법까지 쓸 정도면…… 인간 맞습니까?”

그 질문에 요시아는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잘 몰라. 그런데 선생님 말로는 자기 재능은 넓은 거지 높은 게 아니라고 하더라.”

재능이 높은 게 아니다. 위로 올라갈 재능이 있는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요시아는 진실을 알지만 반대로 미드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됐고, 곧 파트로시스트가 어떤 큰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해. 거기에 우리는 실전 경험을 쌓을 거야. 죽이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천천히 가는 거야. 선생님이 나를 위해서 며칠간 벌어주신 시간이야. 이번엔 나도 움직일 거고.”

“아니 그럼 당신이 나서면 금방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난 뱀파이어의 힘을 쓰지 않을 거야. 따라서 이번엔 네 즉사를 보호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 한계고.”

“무슨?!”

즉사 보호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알고 있는 그였기에 공포는 더욱 커졌다.

“따라서 이번에 나는 내가 확립한 이론을 정리할 겸 오로지 네 보호에 집중할 거다. 그 과정에서 너는 벽을 넘어. 그게 아니면 벽을 넘을 단초라도 잡아.”

“…….”

“선생님은 나를 위해서 기회를 준 거고, 나는 그 기회를 잡아 제자인 너를 가르칠 거야.”

요시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위협이라는 게…….”

콰아아앙!!!

그때였다.

폐허가 된 도시 저편에서 거대한 폭음이 일어나며 생각지도 못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거대한 슬라임? 혹은 덩어리. 무엇이라 표현해야 옳을지 모를 녹빛의 괴형체가 마치 갑작스레 나타난 것처럼 갑자기 모습을 키웠다.

건물 몇 개를 두고서도 멀리 보이는 거대한 괴물의 크기는 척 봐도 수십 미터, 미드 차이드는 괴물이 풍기는 섬뜩한 분위기에 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스태프를 잡았다.

마나 제어에 도움이 되는 스태프와 마나 역류를 보호해주는 로브만이 현재 그의 목숨줄이었다.

“미리 정보를 전해 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구의 군대가 생각보다 정보가 늦어졌나 보네.”

“어, 어떻게 해요?!”

“어쩌긴. 눈앞에 나왔으면 답은 정해진 거 아니야?”

요시아가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어서 가자. 너도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며칠 안에 3서클에 도달하지 못하면 네 인생은 끝이야.”

무거운 한마디였다.

“그래도 첫 제자를 포기할 순 없잖아?”

요시아의 쓴 미소에 미드 차이드는 괜스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누군가를 믿어주는 따뜻함이라는 건 생소하면서도 너무도 미워했고, 또 너무도 그리워했던 감정이었다.

“예.”

* * *

에반젤린은 그날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

초단이가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준비로 바쁜 상황에서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옷을 이리저리 들어 보이며 물었다.

“어떤 게 예뻐 보여요? 언니가 처음으로 대학가는 건데 예쁜 옷을 선물하고 싶다고요. 그런데 어떤 게 어울릴지 모르니 일단 내 옷으로…….”

[뭔진 몰라도 하나는 확실함. 방장 진짜 옷보는 센스가 테러리스트 저리 가라 수준이다.]

[저 정도면 무난한 거 아닌가?]

[응 패션테러리스트 저리 가고. 옷 자체는 예쁜데 입는 사람이 어울리는지를 생각해야지. 어린애가 쫙 빠진 드레스 입는다고 맵시가 살 거 같냐.]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시청자들을 보며 에반젤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띠링!

[사수자리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방장.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림이나 그려.

“회장님 벤!!”

빼액 소리 지른 그녀가 전투적으로 달려들어 사수자리를 벤 해버렸다.

영구 벤까지 먹여도 어떻게 된 건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기괴한 행태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하지만, 이제와서는 하나의 콘텐츠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정작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더 이상 그를 제재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초단 언니가 진짜 이번에 대학 입학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를 거예요.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엄청 공부 열심히 했다니까요?”

왠지 모를 콧대가 솟는 기분이 든 에반젤린이었다.

초단이가 잘나가면 왠지 자신이 더 뿌듯해지는 기분에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그러니까 선물이라도 해줘야지.”

[아 됐고 그림!]

띠링!

절제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에린 옷 고르는 센스가 끔찍해서 맨날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것도 암. 오죽하면 내가 골라준 것도 있네.]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도 에반젤린은 애써 그들을 무시했다.

“그러니까 예쁜…….”

쾅쾅쾅!!

그때였다.

갑작스런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가끔씩 레어에서도 방송을 하지만 그곳은 간혹 즐기러 가는 곳이고, 지구에 있는 이곳이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도 레어가 아닌 이곳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기에 누군가가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누구세요? 아, 잠시만요. 금방 갔다 올게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나가기가 무섭게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실내가 모조리 폭발해버렸다.

[??????]

[뭔 일?]

[몰?루]

[뭐 터진 거 같은데??? 가스 터진 거 아님? 119 신고해야…….]

갑작스런 사태를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던 동료 스트리머, 절제 박승현은 눈을 부릅 뜬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전의 폭발은 단순한 가스폭발 같은 게 아니었다. 명백한 고의로 이루어진 폭발. 누군가가 그녀를 습격했다는 뜻이었다.

금방 옷을 걸치고 벌떡 일어난 그는 허겁지겁 집을 빠져나갔고 이내 에반젤린의 방송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에 도달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폭삭 내려앉은 건물의 잔해와 옥상에 선 채 무표정한 얼굴로 한 사내의 목을 잡고 있는 에반젤린을 말이다.

“에린……!”

급히 소리치려던 찰나.

에반젤린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어있는 걸 보고 그가 멈칫했다.

“절제 아저씨.”

그의 귓가에 조용한 에반젤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갑옷에 문장 말이에요. 아저씨 공격한 그놈들 맞죠?”

무슨 이유인지 엄청나게 화가 난 듯한 그녀의 으르렁거림이 울려 퍼졌다.

“어떻게 만날까 했는데. 이렇게 남은 게 있었네?”

그녀의 눈이 세로로 찢어지며 엄청난 투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깜짝 놀란 절제 박승현이 고개를 돌려 주변의 사람을 파악했다. 이 꼴을 괜히 누가 보면 안 좋은 이야기가 나돌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변에 있는 이들 중 깨어있는 이들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가만히 있었다.

“에…… 에린아!”

“아저씨. 맞죠?”

뿌득…… 뿌드득…….

파트로시스트는 몰랐다. 에반젤린이 나차 제국의 침입자를 상대로 속으로 얼마나 이를 갈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이전 초단이와 레이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를 습격한 일로도 한번 폭발한 에반젤린이다. 그녀는 생각보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티오니스 성자의 어그로를 끌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알게 모르게 또 다른 지뢰 스위치를 밟아버린 꼴이었다.

이성을 놓아버린 듯 분노하는 에반젤린을 지금 말리지 않으면 큰 사고가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였기에 급히 그녀에게 소리쳤다.

“에린아! 일단 진정하고 침착하자! 응?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

급히 소리치던 그였지만 이내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등 뒤편으로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엄청나게 거대한 날개가 튀어나왔고 그 날개가 펄럭임과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날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어…… 어디로 가는데!”

절제 박승현이 다급하게 외치자 허공에 떠오른 에반젤린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반 현신을 하면서 느꼈는데. 서쪽으로 굉장히 역겨운 냄새가 밀려오고 있거든요? 그거 부숴버리고 올래요.”

고대룡은 상성 상 악마종과 굉장히 맞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이는 없었다.

에반젤린은 그저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낄 뿐이었다.

즉. 반 현신을 해버린 그녀는 본능적으로 파트로시스트가 숨기고 있는 거대 알의 위치를 냄새로 알아내 버린 것이었다.

데이비의 어그로를 끌어 시선을 돌리려고 했던 그들은 정작 반대로 어그로를 다른 곳에도 끌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움직임은 시간과 계획이 중요한 파트로시스트에게 있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도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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