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41화 (1,241/1,559)

제 1241화

스트리머 게시판은 갑작스런 방송사고로 제법 시끄러워졌다.

[갤놈들아 에린 방송 상황 정리해준다.]

-방송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함. 대상이 스트리머라는 게 웃기긴 한데. 그 스트리머가 에린이면 이야기가 달라짐.

솔직히 어떻게 사는 위치를 알았는지, 어떻게 폭탄을 그렇게 터뜨렸는지 의문투성이이긴 함. 몰래카메라 같진 않은 게 폭탄 터진 뒤로 주변에서 제보가 엄청 올라왔음. 그리고 이 짤 보면 에린이가 옥상에서 날개 펴고 어디로 날아가는 게 보일 거임.

중요한 건 누가 에린이를 노리고 겁도 없이 폭탄테러를 가했다는 거.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대형 사건이다. 과거 점순이, 아니 정확히는 찬드라로 인해 카페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던 적도 있지만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진짜 인생 한번 스펙터클하네. 그 와중에 폭발에 정면으로 휘말려놓고 멀쩡한 거 보소.]

[미친놈이 그럼 저 어린애가 다치면 좋냐 또라이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저렇게 말 유창한 어린애가 어딨음. 애초에 인간도 아니라며. 애초에 전에 그 게이트 사건 보고 느낀 건데 미국 s급 각성자도 손도 못 쓰던 거 처리하는 거 보면 에반젤린도 티오니스 성자만큼만 아니지 진짜 어지간히 괴물임.]

[에린 안티 새끼들 또 시작이네. 사람이 다칠뻔했는데 좀 머가리 숙이고 지내라.]

[너처럼?]

[ㅋㅋㅋㅋㅋ]

상당수는 이번 폭발사고에 걱정을 드러냈지만, 일부는 아주 기회를 잡은 듯 어그로를 끌었다.

그리고 일부는 그 선을 세게 넘기도 했다.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어서 다행이네.]

[운이 좋았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x나 민폐 아님? 안 그래도 세계적으로 어그로도 끌고 적도 많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저렇게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사는지 모르겠네. ]

[미친놈 또 나왔네. 남이 어떻게 살건 무슨 상관인데. 네가 뭐 집세를 내줬나.]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지금이야 운이 좋아서 인명피해 없었는데 테러단체가 또 노리면? 만약에 민간인 휘말리면? 결국, 티오니스 성자가 괜스레 여기저기 원수지고 다니니까 이런 사태 벌어진 거 아님. 나 같았으면 주변에 저런 이웃 있으면 불안해서 못 살 듯.]

[발찌 같은 거 채우고 주변 주민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님? 까놓고 이번 폭발사고 때문에 우리 아파트 집값 떨어지게 생김.]

[와, 미친놈들 진짜 한국 혐오 걸릴 거 같음;;]

[저딴 것들이 같은 나라 국민이란다. 이러니까 무시당하지.]

[위선 떨지 마셈. 지들도 주변에서 이런 일 있으면 난리 칠 거면서.]

[적어도 너희처럼 안면몰수하고 개 짓거리는 안 함 ㅅㄱ]

[근데 겁이 없네. 그런 말 함부로 지껴도 됨?]

[무슨 독재국가도 아니고 우리가 왜 쫄아야 함? 죄지었나? 여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임. 자유가 없으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지.]

[자유민주주의는 새끼야. 자유에 따른 책임을 지니까 가능한 거고, 니들은 책임감 없이 그냥 처 지끼는 거고.]

[응 에린빠 꺼져.]

[진짜 개 역겨운 새끼들. 자기보다 잘난 사람 있으면 그저 물어뜯지.]

방송인으로서의 에반젤린은 불호가 거의 없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그렇게 잘나가는 에반젤린의 승승장구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다이아몬드 수저의 삶에 극심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남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부류. 사람은 지극히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리고 익명의 뒤에 숨어있는 이들에겐 두려움이 상당히 적었다.

물론, 이 상황도 어디까지나 줄어든 케이스이지만 세상은 놀랍게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상을 지닌 이들이 가득한 법이었다.

[하…… 인간 다섯이 모이면 하나는 반드시 쓰레기라더니. 진짜 대현자 어록이 틀리지 않네.]

[틀렸음. 하나가 쓰레기가 아니고 다섯 중에 둘에서 셋은 쓰레기임.]

현 상황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그저 그렇게 떠들 뿐이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커질수록 가장 긴장하는 건 한국 정부 측이었다.

에반젤린이 한국에 머무르는 것만으로 얼마나 안정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입장에선 속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 한국의 대통령은 눈앞의 사내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요. 여론이.”

“죄송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은 이른 시일 내에 근절시켜보도록…….”

“아뇨. 괜찮습니다. 저는 이방인이지 한국의 방침에 대해 왈가왈부하진 않아요. 제가 대통령님을 찾아온 이유는 다른 겁니다.”

내가 시선을 낮게 내리깔았다.

“이나라에 파트로시스트와 협력하는 배신자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아!”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에반젤린은 딱히 자신이 어디에 산다고 광고를 한 바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집으로 찾아가 에반젤린을 노렸다.

“이전 카페사건은 마나를 이용한 폭발 같은 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엄연히 폭탄테러죠. 폭탄 밀반입이든 내부에서 제조를 했건 그걸 가지고 에반젤린을 정확히 노렸습니다.”

아무리 테러조직이라도 이게 쉽게 될 것 같은가.

그것도 한국 정부에서 일부러 에반젤린의 개개인 정보를 보호해주고 있는 입장인데.

“그 말인즉슨…….”

“나토와 중부연합 쪽에서도 파트로시스트의 스파이가 있겠죠. 놈들은 이번에 나온 괴물을 이용해서 제 시선을 돌리려는 모양인데. 저는 그런 건 다 내버려 두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간부터 다 박멸할 생각입니다.”

그 한마디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문제가 커지면…….”

“대통령님.”

말을 끊은 내 얼굴에서 완전히 표정이 사라졌다.

“지금 큰일이 난 거예요.”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걸 잡아내는 건 쉽지 않을 텐데요. 게다가 이렇게 임의적으로 신변 정보를 넘기는 건…….”

“이번 행동에 꼬리가 나와 있을 겁니다. 그놈만 잡아주세요. 그리고 반발은…….”

말끝을 흐린 뒤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쪽은 선택권도 드렸고, 우선권도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양보할 만큼 해준 것이다, 동맹 파기일지, 신변 정보를 넘길지, 결정은 그들의 몫일 뿐.

* * *

데이비가 내부의 배신자들을 잡아내기 시작하고 있던 찰나.

파트로시스트 내부에서는 착착 돌아가는 계획대로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어그로는 확실히 끌렸군. 스파이를 잡아내느라 티오니스 성자가 다른 곳에 신경 쓰는 동안 우리는 목적을 완수하면 된다.

그들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티오니스 성자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현재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말이다.

최소 동굴 안에 숨겨둔 거대 알을 어떻게든 부화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현재 세계 각지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 슬라임 같은 괴물들은 그런 알의 부화를 앞당겨줄 연료 공급기일 뿐이었다.

“적들은 그 거대 괴물에게 힘을 가하면 가할수록 이쪽이 강해지는 걸 모릅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략이군요.”

“그래. 알의 위치를 들키지만 않으면 완벽하지.”

“걱정 마십시오. 이중 삼중으로 엄중하게 엄폐를 해두었으니 절대 들키지 않을 겁니다.”

부화하지 못한 알이 들키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파트로시스트의 간부들은 그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 한가지 계획을 더 가동했다.

“보나프로트 루시우 중장에게 연락하게. 최대한 놈들에게 시선을 끌어서 화력을 집중시키게끔.”

보나프로트 루시우 중장.

NATO 소속의 장군이며, 놀랍게도 파트로시스트와 손을 잡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그가 완전히 파트로시스트의 끄나풀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는 아둔한 자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는 데이비라는 외부존재가 공적을 모조리 가로채 가는 것 자체에 굉장히 불만이 많은 파벌이었다.

데이비에게 협조적인 대장 베돌프 파리스와 다르게 보나프로트 중장의 경우 이 일은 지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외부 존재인 데이비 올 라운이 더욱 많은 공적을 가로채 가는 건 앞으로도 절대 좋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인물이었다.

좋게 말하면 자립심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꽉 막인 인간.

그것이 바로 그였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전력만으론 파트로시스트와의 싸움에서 마냥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파트로시스트 내부에 배신자를 물색하고 은밀하게 접촉했다.

어떤 조직이건 배신자는 있기 마련, 그는 파트로시스트의 계획을 듣고 지금 세상에 나온 거대 괴물체에 대한 공략법에 대해 전해 들었다.

당연히 이 계획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공적을 나눌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보를 제공한 이는 파트로시스트를 배신한 인물이기에 더욱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나프로트 중장이 나름대로 정보전을 잘 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파트로시스트 내부의 배신자를 통해 테러조직 파트로시스트의 계획과 약점을 알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배신자 자체가 거짓일 거라는 판단, 배신자의 존재 자체가 파트로시스트의 상부에서 만들어낸 가짜라는 판단은 하지 못했다.

겉보기엔 당연해 보이는 계획. 완벽하게 아귀가 맞는 계획이다. 그래서 보나프로트 중장은 하나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한가지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거대한 괴물체의 정확한 매커니즘에 대해서였다.

사실 놈이 알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은 간단했다.

괴물체를 향해 가해지는 물리 마법적이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여 전달. 가만히 있으면 놈들은 언제까지고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는 반푼이 생명체일 뿐이었다.

즉. 보나프로트 중장이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준비한 화력집중과 공격 방식을 택한 것은 괴물을 토벌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일 뿐이라는 소리였다.

데이비처럼 일방적인 힘으로 단번에 찍어눌러 버리면 방전되는 힘이 너무 많은 탓에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데이비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연합이 독자적으로 전투를 속행하게 만들었다.

겉보기엔 괴물체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그거야말로 최고 효율로 에너지를 알에 공급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모든 계획이 돌아간다.

알이 들키지만 않으면, 데이비 왕자가 계속해서 한국 쪽에 발이 묶여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알이 깨어나기만 하면 자신들의 승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크…… 큰일 났습니다!!”

“뭐지?”

“이곳으로 접근하는 무언가가 감지 됐습니다!”

“뭐라고?!”

이 지하 벙커는 알을 보관하고 있는 사실상 마지막 은신처였다.

절대 들킬 리 없다. 설사 데이비 올 라운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어도 그곳만큼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곳을 향해 침입자가 나타난단 말인가.

단순히 지나치는 것이라면 호들갑 떨 필요가 없지만 놀랍게도 이 침입자는 알이 숨겨진 장소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숨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간부가 소리쳤다.

“누구냐! 그 침입자라는 게 누구야!!”

“그게…….”

잠시 말끝을 흐린 그가 품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파트로시스트의 간부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날개가 마법진 같은 곳에서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이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에반젤린 올 라운.

그들이 건드린 데이비 올 라운의 딸이었다.

“저…… 저년이 어째서 여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한국에서 곧장 이곳으로 날아왔다고…….”

“말도 안 돼!! 저년이 갑자기 그곳을 어떻게 알고!! 당장 가서 막아! 저년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란 말이다!!”

그 외침과 동시에 다수의 인영이 급히 나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주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간부들은 그제서야 에반젤린 올 라운은 건드리면 안 됐는가 하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크…… 큰일입니다!!”

거기에 악재가 또 겹치기 시작했다.

“데이비 올 라운이!!! 디스펜서를 목적으로 뿌린 괴물들을 모조리 짓뭉개버리고 있습니다!!”

“아니 한국에 있어야 할 놈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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