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5화
순식간에 으깨져 버린 악마종. 정확히 악마종인지 아닌지조차 확신이 들지 않는 괴물이 침묵한다.
거대한 프레스가 그대로 찍어눌러 버리듯 놈을 찍어눌러 버리고 나서야 나는 헛숨을 들이켰다.
거의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셈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에반젤린의 손등에 난 작은 상처 때문에?
아니면 놈이 에반젤린을 때려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으아아앙!! 아빠! 저 새끼가!!”]
그 한마디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순식간에 당해버린 놈을 보며 혀를 쏙 내민 에반젤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게서 떨어졌다.
“에린아?”
“흐…… 흥!”
그리고는 빨개진 얼굴을 애써 숨기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해대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에, 엣헴! 아빠, 땀 냄새나요.”
“흡…….”
절로 휘청거린 내가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코를 킁킁댔다. 핑계 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역시 마음이 괴로웠다.
“근데…….”
그런 내 귓가에 에반젤린의 작은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나 찾으려다가 그렇게 된 거잖아요…….”
“에린아.”
“그…… 그건 고마운데…….”
그 한마디. 고맙다는 한마디에 마치 만년 설산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에린아. 아빠 한번 안아보자.”
그 한마디에 에반젤린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소리쳤다.
“내……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안긴다는 거예요!”
너 아직 5살도 안 됐어.
그 말을 해본들 무슨 소용일까.
말없이 그렇게 그녀를 보고 있었을까. 이내 결정을 내린 듯 에반젤린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품에 안긴 뒤 금방 떨어졌다.
“어…… 어쨌든! 이상한 냄새에 취해서 갑자기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온 거뿐이에요!”
“에린아.”
“나…… 나 먼저 갈래!”
당황한 채 후다닥 뛰어나가 버리는 그녀를 멍하니 보던 나는 조용히 내 손을 내려다보다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에반젤린의 반항기가 굉장히 순해진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반항기가 수그러드는 느낌에 뿌듯함도 몰려오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항기가 남아있는 에반젤린이 이렇게 끌어안아 주고 도망치는 게 그리 귀여울 수가 없었다.
“이래서 딸바보, 딸등신 소리가 나오는구나.”
물론 딸아이가 귀여운 것이야 홍단이 청단이 그리고 초단이를 통해서도 봤지만, 에반젤린은 에반젤린대로의 톡톡 튀는 귀여움이 있었다.
“에반젤린!!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잔뜩 분위기에 취한 듯 내가 소리친다.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아. 아 진짜!!. 창피하게 밖에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그때 에반젤린이 도망친 구멍 너머에서 당황한 에반젤린의 외침이 들려왔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반항기가 오기 전의 에반젤린은 툭하면 품에 안겨서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반항기가 오면서 상당히 거리를 벌리려 했던 것에 내심 씁쓸했던 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도 마냥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완전 기억능력을 지닌 내가 까먹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질감을 깨달은 순간 나는 생각 저편으로 밀어두었던 한 가지를 기억해냈다.
“아…… 요시아 프랑소스.”
약속해놓고 뒤통수를 후려갈겼구나, 큰일 났네.
나는 침묵한 채 완전히 쥐포가 되어버린 악마의 시체를 바라보다 별일 없겠거니 하며 물러났다.
* * *
사라져버리는 괴형체를 멍하니 바라보며 주저앉아있는 미드 차이드와 허망하게 그 꼴을 보고 있던 요시아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 선생님이 진짜!!”
상황이 긴박한 건 알지만 그래도 그 잠깐을 못 기다려주다니.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에 이걸로 데이비에게 투정을 부릴 순 없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괜히 심통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했으면…….”
미드 차이드는 눈앞에서 3서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허탈하고 슬픈 일인지 마법사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위기는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였던가.
미드 차이드는 고작 2서클 마법사로서 아직 대항은커녕 버티는 것도 어려운 괴물을 상대로 분전했다.
자기 몸을 불살라가며 싸웠던 녀석은 순간 큰 실수를 저질렀고 큰 부상을 입었다.
교육은 여기서 잠시 멈춰야겠다.
요시아가 그렇게 생각했던 그 순간. 놈은 다시 일어났다.
마법사라는 게 으레 그렇듯 싸이코들이 가득한 직종이다.
정말 뜬금없는 이유로 무아지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였다.
무아지경. 자신의 마법 이론에 심취.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경지의 성장을 보인다.
그것은 비단 1서클 마법사부터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극히 드문 현상으로, 현재 미드 차이드가 남은 며칠도 안 되는 시간 안에 3서클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무아지경을 눈치챘을 때 요시아는 희열을 느꼈다. 첫 제자가 드디어 무아지경을 겪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교육이 성과를 봤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무아지경을 통해 자신의 서클 이상의 이론을 확립해가던 미드 차이드는 상대가 사라져버리자 그 에너지를 그대로 방전시켜버렸고, 끝내 3서클의 벽을 부수지 못하고 본래대로 돌아와 버렸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무아지경은 그만큼 소중한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할 수……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요시아는 미안함과 씁쓸함을 담은 채 말없이 그의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무아지경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한번 겪은 무아지경은 다시 찾아올 수 있으니까.”
“그래도 기회를…….”
“괜찮아. 할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그런데…… 다 됐는데…….”
미드 차이드의 목소리가 물기에 잠기기 시작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는 것이리라.
예전의 미드 차이드였다면 아마 이런 감정을 토로하기는커녕 무아지경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변했고. 그 변함의 증거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그는 현재 순수하게 향상심을 내뿜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괜찮아. 내가 반드시 널 어엿한 마법사로 만들어줄게.”
요시아는 조용히 그를 다독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눈을 흘겼다.
“선생님 진짜…….”
“……망했네.”
언제 온 것인지 데이비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아시잖아요…… 무아지경이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라는 거. 전 아직 무아지경을 겪어본 적도 없는데.”
요시아가 씁쓸함을 담아 투정을 부렸다.
“도와주마.”
“됐어요. 선생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운이 없었던 것뿐이니까. 제가 어떻게든 할게요.”
요시아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런데. 가신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악마종인지 뭔지 모를 놈이 태어나긴 했는데. 갓 태어난 놈이라 그런지 별건 없었어.”
“조금만 기다려주시지 그럼…….”
그 말에 데이비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망할 놈이 에반젤린을 울렸다.”
“아…….”
그 한마디에 요시아는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에반젤린이 한국에서 직통으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간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는데 그게 저쪽과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찾았대요, 대체?”
“나도 모르지.”
진실은 오리무중일 뿐이었다.
* * *
파트로시스트의 궤멸.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연히 파트로시스트에게 녹아든 나차의 패잔병, 즉 유럽대륙에 나타난 테러리스트도 소탕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세금이나 축낸다며 빈축을 사던 현 NATO 연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리에 테러단체와의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상당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물론, 싹 다 박멸하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부에선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성과라고 판단했다.
당연히 이 일에 가장 큰 전공을 세운 이는 대장 베돌프였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공적을 보나프로트 중장에게 떠넘겨버렸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사실 그건 내 알바가 아니었다.
다만,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보나프로트 중장은 단호하게 그것을 거절한 뒤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합동 장례식에 찾아가 한참을 있었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유능한 사람이라더군요. 고지식한 게 흠이긴 했지만 서투를 뿐 아마 병사들의 죽음에 가장 크게 죄책감을 가졌을 겁니다.”
“그거야 말을 안 하면 모를 일이죠.”
“아마, 이 일을 끝으로 자리에서 내려가려 할지도 모르겠네요.”
“거 남의 조직 관계에 너무 빠삭한 거 아닌가?”
“NATO는 이래저래 저희 연합과도 연관 점이 제법 있으니까요.”
앓던 이가 빠져 속이 시원해진 알하자드의 입장에선 사실 어부지리를 본 셈이었다.
그는 내게 와인잔을 내밀며 빙그레 웃었다.
“다만 이번 일에 가장 공헌이 큰 건.”
“에린이죠. 솔직히 아무리 나라도 그 알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겁니다.”
“그러니까요. 기특하기도 하지.”
알하자드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음을 피워댔다.
“잠깐만, 이 양반아. 에린이가 잘한 건데 왜 당신이 뿌듯해하는 겁니까.”
내 물음에 그가 피식 웃었다.
“에린이는 아빠보다 삼촌인 제가 더 좋은 모양이던데.”
“웃기는 소리. 피는 물보다 진한 거 모릅니까?”
“그러면 어디 한번 물어볼까요?”
그가 자리에서 살짝 몸을 일으키며 전화기를 마치 무기처럼 들어 올렸다.
“지금 물어보는 거죠. 누가 더 좋은지.”
“하. 물어봐야 대답이 뻔한걸.”
“쫄?”
“뒤졌다. 이 인간아. 딱 대.”
* * *
미드 차이드의 정학이 끝나고 아카데미로 돌아갔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다.
청문회가 곧 열릴 테지만 요시아는 끝내 녀석을 목표치인 3서클에 도달하게 하지 못했다.
기회를 날려 먹은 게 너무 컸던 탓이다.
물론 몇 주의 시간만 더 있었어도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제시간 안에 완성시키지 못했으니 차이드 백작가는 중앙 아카데미의 박물관을 개 박살 내버린 누명을 덮어쓰고 엄청난 배상금을 내야 하리라.
당연히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물건들도 있었기에 그 배상금의 액수는 가히 일개 가문에서 감당하기엔 천문학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차이드 백작은 성초를 재배하는 가문의 가주로써 경이적일 정도로 사사로운 이익을 남기지 않았다.
당연히 가문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으리라.
현 상황에서 가장 속이 타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미드 차이드일 것이다.
쾅!! 쾅!!
손에 만든 마법을 마구잡이로 내던진 그가 털썩 주저앉은 뒤 숨을 몰아쉬었다.
요시아가 돌아가고 나서도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마법을 쉬지 않고 난사했다.
마나 탈진을 우려하여 절대 마법을 쓰지 말라 하였지만, 미드 차이드는 현재 미쳐버릴 것만 같았던 모양이었다.
“이게 아닌데…… 아니야 이게 아니야.”
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지는 모를 수가 없었다.
무아지경.
마법사에게 기적과도 같은 현상. 요시아는 다시 또 겪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무아지경은 마법사가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하나의 절대 기연이었다.
그런 기연을 놓친 그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나는 끝내 그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가 마나 탈진 조심해야 한다고 쉬라고 했을 텐데?”
요시아의 엄한 목소리에 그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는 게 보였다.
아카데미에 들어오면서부터 느낀 싸늘한 공기에 아마 미드 차이드는 속이 문드러지는 느낌을 받고 있으리라.
“청문회가 내일입니다. 내일이라고요. 지금 제가 3서클에 도달해서 아티펙트 사용을 요청하지 못하면 전부 끝장이라는 말입니다!”
“정신 차려. 여긴 아카데미야. 여기서 지금 네 실력을 바실론 왕자에게 들킬 거야?”
“…….”
“내가 결계를 쳐두었으니까 다행인 줄 알아.”
“그럼 어떻게 합니까……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조금만 더 일찍 노력했으면…….”
“후회할 줄 안다는 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 그런 점에서 넌 나보다 상황이 좋은 거야.”
“하…… 6서클 마법사시잖아요.”
그가 조소를 흘렸다.
“이제 다 끝이라고! 약속한 성초도 그렇고 이제 해줄수있는게 없다고! 이대로 빚을 떠안으면 나는 몰락하겠지! 그리고 차이드 백작가도 같이 덩달아 몰락, 아니, 그 빌어먹을 바실론 왕자의 입맛대로 굴러가겠지.”
바실론 왕자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놈은 차이드 백작가를 뒤흔들어놓은 다음 구원의 손을 내미는 척하여 상황을 적당히 중재하고 차이드 백작가를 손아귀에 쥐어 마구잡이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왕국의 차기 왕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절대 중립에 큰 이권을 지니고 있는 차이드 백작가를 손에 넣는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을 테니까.
“나 때문에……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그는 바닥에 무너진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열했다.
“내가 조금만 더 재능이 있었으면……. 하다못해 그때 10초만 더 시간이 있었어도.”
절망하는 그를 요시아는 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던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한 나라의 재상을 이렇게 부려먹는 경우는 없어요. 데이비 왕자.”
“튜나 재상. 부탁한 건?”
“하…… 여기 있어요.”
나는 말 없이 튜나 드 머전트가 데려온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입에 빵을 물고 있는 소년은 등 뒤에 맨 작은 가방을 풀어낸 뒤 내 앞에 던졌다.
튜나 드 머전트.
알베르타 왕국의 어린 소녀 재상이자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엄청난 규모의 상회를 이끌고 있는 대상인이다.
그리고, 벨가를 포함한 정신체 놈들 때문에 아비를 잃고 본인도 한번 죽임을 당했던 비운의 인물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나를 향한 감정을 대가로 이렇게 있는 꼴이지만 말이다.
“가문의 힘과 상회의 힘을 총동원해서 가져왔어요. 대가를 받았으니 물건을 전해주는 것뿐이니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보통 부탁한다고 며칠 만에 이렇게 큰 걸 구해주진 못하지.”
“그런데 벨가만 혼자 보내도 됐을 텐데.”
“그냥…… 친구기도 하고, 얼굴이나 잠깐 보러 온 것뿐이에요.”
“낯간지럽게시리.”
내 중얼거림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내가 당신을 좋아했다면서요. 그래서 이번엔 어떨지 호기심이 들기도 했고. 뭐, 다 된 거 같으니 나는 돌아갈게요. 이번엔 이윤이 크게 남았으니 별말 안 하는데. 다음부터 거래할 일이 있으면 정식 서한을 보내세요.”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대뜸 밤중에 숙녀의 방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간지럽히지 말고.”
“효과는 좋았던 거 같은데.”
내 말에 튜나 재상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보통 다른 인간이었으면 이거 재상을 성희롱한 거로 절대 곱게 못 넘어가요. 당신이 내 은인이 아니었으면 이거 스튜도 없다고.”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비상금이 많았나 보네요. 그만한 골드를 넘겨주고.”
디셉티콘 편대 골렘 하나 만들던 거 조금 늦춘 셈 치면 되는 일이다.
“별 상관없습니다. 구상 새로 해서 다른 거로 만들면 되니.”
“그런데 신기하네요. 당신이 미드 차이드 영식을 돕다니.”
“누가 저놈 돕는댔나. 요시아를 돕는 거지.”
요시아는 아직 6서클의 경지를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으니까. 그 교육의 방침일 뿐이다.
“예, 예 그러시겠죠.”
말투가 상당히 열 받는다.
“공간 열어줄 테니 조심히 가시던가.”
“다음에 술이나 한잔해요. 마침 좋은 사업아이템도 있으니까. 가자 벨가. 돌아가면 빵 구워달라고 주방장에게 말해볼게.”
“응.”
그 말을 한 뒤 일국의 재상인 튜나는 내게 작은 수정구 하나를 던져준 뒤 공간 너머로 정신체 벨가와 함께 사라졌다.
이후 나는 벨가가 내려놓고 간 가방의 입구를 열었고 그 안에 있는 엄청난 양의 마나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역시 수완 좋은 상인 출신의 재상답게 물량의 확보가 확실했다.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걸어 나갔고 오열하는 미드 차이드와 그런 그를 위로해주는 요시아에게 다가갔다.
“어? 선생님?”
“오다 주웠다.”
엄청난 양의 마나석이 담긴 가방을 던진 뒤 요시아를 향해 말한 뒤 몸을 돌렸다.
“쓰던가 말던가…….”
그 뒤 공간을 찢고 사라지는 내 귓가에 그녀의 황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개꿀잼 몰카야? 내가 아는 사이코패스가 아닌데? 이봐! 당신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