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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53화 (1,253/1,559)

제 1253화

“이곳이 안개 호수라 불리는 이유는 절대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 특수한 지역이어서인데. 그게 싹 사라졌네.”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미드차이드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뒤이어 올라온 요시아가 몸에 묻은 먼지들을 툭툭 털어냈다.

“다 처리하신 거에요?”

“그래. 흔적도 없이 싹 태워버렸으니 이제 다시 이 짓을 하려 해도 못할 거야.”

대부분의 연구자료는 이곳에 보관되고 있었다.

이곳에 쌓인 자료들을 잃는 이상 보스타 왕국이 다시 다른 마음을 먹어도 연구를 재개하긴 힘든 상황이 되었다.

“사실 연구자료가 멀쩡해도 보스타 왕실이 다시 연구를 시작하긴 힘들거야.”

“왜요?”

“왜긴. 냄새 맡은 국제연합과 성국에서 작정하고 털기 시작할 텐데 무슨 수로.”

보스타 왕실은 모든 일을 부정하려 할 테지만 해온 게 있으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넌 돌아가.”

“저요? 이미 차이드 백작가를 나왔는데요?”

그의 말에 요시아는 눈을 찌푸렸다.

“네 아버지가 너와 네 누이를 구하려고 선생님과 직접 대면했다잖아. 그러니까 들어가서 무릎 꿇고 빌어.”

요시아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이대로 제 길을 찾으렵니다.”

그는 결정이 확고하게 내려진 듯 보였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네가 그렇게 되면 네 등에 업힌 걔는 어쩌게.”

그 말에 미드의 시선이 등에 업혀있는 이세라에게 향했다.

동생들을 모두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게 된 그녀는 이제 의탁할 곳도 남지 않았다.

슬럼가에 돌아간다면 목숨줄이야 이어붙일 수 있겠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혼자 두면 이른 시일 내에 자결할 거다.”

뒤이어 나온 데이비와 륀느를 보며 그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소리입니까?”

“기억도 뒤죽박죽인데. 트라우마가 세게 박혀있어. 당분간 곁에서 계속 안정시켜줄 사람이 필요해.”

그 말에 미드는 입을 다물었다.

“네가 시작한 일이면 네가 마무리 지어야지.”

“그녀가 저를 무서워할까요.”

“그거야 모를 일이지.”

“선생님. 보스타 왕실은 안 찾아가요?”

그때 요시아가 데이비를 향해 물었다.

“뱀파이어와 관련된 연구를 한 작자들이면 당장 털어버릴 줄 알았는데요.”

“그냥 넘어가자.”

“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선생님 맞아요? 내가 아는 사이코패스는 이 기회에 작정하고 털어버릴 텐데.”

“뱀파이어에 관한 정보를 제외하면 국제연합이 할 일이지.”

“뱀파이어와 관련된 일이잖아요.”

요시아의 질문에 데이비는 천천히 손을 뻗어 요시아의 머리를 꾹꾹 눌렀다.

“뭐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네가 나중에 힘들어진다.”

그 한마디와 함께 데이비는 허공을 찢었다.

“거래는 완수했고, 차이드 백작가는 바실론왕자와 모든 연결을 끊을 명분도 생겼다. 내가 해줄 건 끝났으니 너도 정리 되는 대로 차이드 백작에게 보상을 받아서 복귀해.”

륀느의 등을 툭툭 떠밀며 데이비가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리자 요시아는 당황한 듯 데이비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멍하니 데이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요시아의 행동에 놀란 미드차이드가 그녀를 불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요시아의 뺨이 옅게 붉어진다.

“하…… 진짜 가끔씩 훅 들어오네 진짜.”

뭔가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는 그녀를 보며 미드는 한참을 침묵했다.

* * *

차이드 백작가로 돌아온 미드 차이드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와 안기는 제 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미련한 것아! 어쩌자고 그 위험한 곳을 간 거야!”

서럽게 우는 제 누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미드는 요시아가 기절한 이세라를 받아주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뭐해. 너 걱정한 누이를 그냥 둘 거야?”

그 말에 그가 손을 둘 곳을 몰라 허둥지둥하다 조심스레 누이의 등을 두드렸다.

“자, 잘됐습니다. 누이.”

그저 엉엉 우는 베르아 차이드를 보며 미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후 그의 앞에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왔다.

“아버지…….”

“돌아왔구나.”

“…….”

침묵으로 일관하자 차갑게 그를 바라보던 차이드 백작은 조용히 몸을 돌렸다.

“시녀들에게 일러 목욕 준비와 식사를 준비해두었다. 배고플 테니 식사라도 하고 푹 쉬거라.”

“아버지.”

그리고는 돌아서서 가던 그가 잠시 멈췄다.

“누이를 위해 데이비 왕자를 찾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차이드 백작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베르아 뿐만이 아니다, 다치지 않은 걸 보니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구나.”

그 한마디가 가져오는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엉엉 울던 베르아 차이드나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장남 타프 차이드도, 정작 대화의 주체였던 미드 또한 경악한 눈으로 제 아비를 바라보았다.

* * *

이세라가 PTSD가 심할 거라는 말은 들어 알고 있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미드의 강한 발언으로 인해 저택에서 요양을 받는 이세라는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깨어났다.

하지만 그녀는 상당한 기억의 공백을 가지고 있었다.

안개 호수에서 있었던 일은 물론 그전까지도 상당한 기억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드 차이드를 잊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두려워하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미드는 자신의 행동이 한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는 기회라 생각했다. 곪아서 완전히 흉터만 남아버린 이세라가 아닌 상처가 나서 아파하고 있는 그녀에게 제대로 속죄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자 이세라는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몸을 할퀴고 물어뜯으며 저항했다.

하지만 미드 차이드는 몸에 상처가 나면서도 그녀가 지쳐서 진정할 때까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기절한 이세라를 보던 미드 차이드는 멍하니 저택의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선생님. 이세라가 멀쩡해지면 곧바로 찾아뵙겠습니다.”

“하인스 아카데미로 오겠다고?”

“선생님 조만간 임용 시험 치르시죠? 제가 선생님 제자로 들어가는 겁니다.”

“그건 안돼. 대신 대학원생 자리는 비어있어.”

“대학원생? 뭡니까 그게?”

“좋은 거야. 직속 제자 같은 거니까 걱정 마.”

이상하게 음흉한 미소를 짓는 요시아를 보며 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생님이 해준 말인데. 이세라가 진정하려면 못해도 5년은 잡아야 할거라더라. 그러니까 그동안 멍하게 있지 말고 연습 똑바로 해.”

“예 알겠습니다.”

미드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후 요시아는 차이드 백작을 찾았다.

“백작님.”

“기다리고 있었네.”

담담하게 말한 그는 준비해둔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후회 안 하세요?”

“언젠가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네.”

그렇게 말한 그는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각별히 신경 써서 보관 중이던 성초. 물량은 데이비 왕자가 요구했던 양보다 조금 더 넣었네.”

“충분해요.”

“이걸 어디 쓸지는 굳이 묻지 않도록하지.”

“걱정 마세요. 나쁜 곳에 쓸 이유도 필요도 없으니.”

나쁜 짓을 할 생각이면 성초를 쓸 이유가 없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단일세력은 그런 존재였다.

그는 요시아에게 상자를 건네주었다.

“아 참, 미드가 그 이세라라는 하녀에게 약간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는 거 같던데. 허락하실 건가요?”

“……거부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귀족가일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시아는 더 묻지 않았다.

남의 집안 사정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살펴 가시게.”

미드 차이드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간단한 과제를 그에게 던져준 뒤 역 소환의식을 진행했다.

순식간에 하인스 영지로 돌아온 그녀는 아무도 없는 그녀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듯 감쌌다.

“아, 아아…….”

그리고는 늘어지는 목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진짜 사람 착각하게 시리.”

한번 신경 쓰이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으리라.

묘한 기분이었다.

“잊자. 보스타 왕국 일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우웅!! 우웅!!

그때 그녀의 개인 통신용 수정구가 빠르게 울렸다.

“앨리스 교수님?”

-요시아. 돌아왔지?

“네? 아, 네.”

-다음 수업에 마나에 오염된 코끼리를 치료하는 법에 대해 수업을 할 거거든.

신성력 수업을 하는데 그런 게 필요한가.

의아해하는 그녀를 향해 앨리스 대주교의 목소리가 웃음기를 머금었다.

“네. 그런데요?

-뭘 ‘그런데요’야. 구해와. 전염병 걸린 코끼리.

반드시 미드 차이드를 대학원생으로 받아들이리라.

* * *

초단이는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돌핀 팬츠 한 장에 손목까지 덮는 얇은 후드티 하나만 입고 소파 위에서 빈둥거리는 에반젤린을 본 그녀는 예쁘게 차려입은 투피스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머리색을 바꾸던 뭘하던 어차피 알려질 건 알려질 터. 그녀는 딱히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는 않았다.

그런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초단이는 현재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된 건 아쉬운 일이라곤 하나 그녀에게 있어서 대학에 입학해 지구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하나의 목표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세상모르고 순수한 홍단이 청단이와 다르게 초단이의 의지는 상당히 성장해있는 자아였다.

그렇기에 호기심의 방향도 달랐다.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대학의 OT. 오리엔테이션이라 불리는 하나의 행사였다.

그녀와 같은 학과에 학번을 지닌 학생들과 만나고 선배들과도 안면을 트는 자리이기도 했다.

“언니. 그런데 아빠가 절대 술 마시진 말래.”

괜히 술자리에 가서 사고 친다.

말은 그리하지만 초단이는 이번만큼은 데이비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걸 경험해봐?”

“그러다가 사고 터지면?”

“음…… 괜찮아 잘 절제할게.”

청색과 적색이 적당히 섞인 머리카락을 예쁘게 정리한 뒤 그녀가 투피스를 이리저리 돌며 내려다보았다.

“에린아, 언니 어때?”

“예뻐.”

“고마워.”

해맑게 웃으며 방을 나서는 초단이를 보며 에반젤린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사흘간 거기 기숙사에서 잘 텐데. 괜찮나 모르겠네.”

그녀가 사고를 칠 것 같진 않지만 중간에 홍단이 청단이로 나뉘면 괜한 일이 터지는 거 아닌가 싶은 그녀였다.

* * *

초단이는 굉장히 예쁜 외모 때문에 여기저기서 시선을 잡아끄는 편이다.

본래 그녀는 다른 이들과 같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통학하려 했지만 그걸 주변에서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이것도 눈에 띄는 거 아니에요?”

“아가씨, 도착했어요.”

신성 그룹에서 현아를 보좌하는 비서 중 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뒷좌석에 앉아있는 초단이를 불렀다.

“아, 강 비서님 감사드려요.”

“아뇨.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저야말로 기쁩니다. 언제쯤 모시러 갈까요.”

“음…… OT가 사흘 뒤에 끝나니까. 그때 부탁드릴게요. 마음 같아선 버스 타고 가고 싶긴 한데.”

“괜히 소란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지만, 그녀를 태운 차량이 시가 5억은 가볍게 넘어가는 고급 차량인 점을 생각하면 이미 더 볼 것도 없었다.

해외에서 그녀가 통학할 때 쓰라며 알하자드가 보낸 차량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사실 이런 차를 제가 몰 수 있는 것부터 엄청 영광입니다. 이 차량 제 드림카였거든요. 아가씨를 모실 때를 제외하고 제가 타고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평생 모실 수 있습니다.”

너스레를 떨지만 어째서인지 강 비서는 진심으로 그리 말하는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후 강 비서가 그녀를 대신해 문을 열어주려 했지만 초단이는 그런 그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정도는 제가 하게 해주세요.”

“혹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이 차를 몰고 달려가겠습니다. 아가씨. 좋은 시간 되세요.”

“강 비서님도 수고하셨어요.”

예쁘게 웃는 초단이를 마치 딸 보듯 보며 강 비서는 그녀를 배웅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정문에서 이만한 고급차량이 들어왔으니 많은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당연했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을 보며 초단이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이럴 거 같아서 태워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정작 시가 5억을 넘어가는 차량보다 차에서 나온 그녀가 더 많은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동시에 인터넷 쪽에서도 한창 들끓기 시작했다.

일부를 제외하면 알지 못했던 그녀가 어느 학교에 입학하는지에 대해서 몰랐던 이들이 한국대에 입학한 그녀의 근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반젤린처럼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방송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님에도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건 하나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보자…… 과가 어디 있더라.”

그때였다.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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