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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59화 (1,259/1,559)

제 1259화

한국대에 입학해 학부 생활을 시작한 초단이에게는 많은 것들이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얼마 전 미식연구회가 또다시 사고를 쳤다가 미국 어딘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구경거리가 된 사건은 들은 바가 있었다.

현재 문을 닫고 각성자 협회가 뻔질나게 조사 및 보호를 하고 있는 거대 신목이 그들이 저지른 사고라는 게 퍽 우스웠다.

물론 저 신목의 존재가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었다.

지구 곳곳에 드러난 사막화 현상이 저 신목의 등장으로 모조리 올 스탑해버리는 것도 모자라 역으로 초목이 자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계수의 묘목은 세계수처럼 세계 전체를 지탱하진 못해도 자연지기의 순환을 극도로 활성화시키는 정도의 힘은 충분했다.

못해도 수백 년은 문제없으리라.

“많이 혼났어?”

수업이 끝나 휴식시간 동안 대학 내부를 구경하며 벤치에 앉아있던 에반젤린은 침울한 얼굴로 푹 숙인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짧은 대답이지만 불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들은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알고 있어…….”

에반젤린도 자신이 얼마나 안전불감증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상황이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다른 뜻으로 보면 아이 혼자 집을 보게 두었는데 그 아이가 불이 날 수 있는 물건을 겁도 없이 가지고 놀다가 사고를 친 느낌이었다.

“방송은 할 만해?”

“응. 늘 그렇듯이 게임하고, 그림 그리고 이야기하고…… 절제 아저씨랑 싸우고.”

“그 사람도 참 한결같네.”

“그러니까 말이야.”

투덜거리듯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인식 저해 마법 때문에 두 사람이 시선을 강하게 끌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한자리에 있으면 이질점을 눈치채는 이들도 생기리라.

모르긴 몰라도 에반젤린은 엄청난 수의 구독자를 지닌 인물이다.

단순 팬의 숫자만 놓고 보면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가수나 배우들조차 함부로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이름값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방송을 볼 때. 신청받은 건 어떻게 됐어?”

“신청?”

“응. 널 후원해서 아트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던 사람.”

“아…… 거절했어. 별로 관심 있는 것도 아니고…….”

에반젤린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녀의 재능은 단순히 그 나잇대에서 볼 수 있는 천재라는 개념을 넘어서고 있었다.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예술 작품 하나하나가 거의 완숙미를 드러내는 하나의 아트였고, 그 때문에 그녀가 팬서비스로 그려준 몇몇 아트는 놀라울 정도로 비싼 가격을 부르며 사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다 내려놓고 그림만으로도 거장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정도.

초단이는 흔히 말하는 고대룡의 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르는 드래곤들이 한껏 콧대가 올라가 있을 터.

“언니. 사실 고민이 있는데.”

가지런히 모은 무릎 위에 올려둔 에반젤린이 어렵사리 화두를 띄웠다.

“언니. 나 다 자란 거지?”

“응?”

“내 몸 말이야.”

그녀는 귀여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더 안 자라지?”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어. 이제부터 육체가 성장하는 건 거의 없을 거라고.”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분위기에 그런 말을 하긴 애매했다.

“그럼 나 이것도 안 자라?”

그녀가 자신의 흉부를 두드렸다.

“어제 방송에서 어떤 자식들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 평생 빨래판이래.”

그 말에 초단이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에반젤린의 체격은 아직 온전히 익은 몸이라고 하기보다는 귀여운 소녀의 느낌이 강했다.

저 모습은 변치 않으리라.

“나도 막, 어? 다이너마이트 바디 같이 늘씬해지고 싶은데.”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아니 내가 바라는 건 막 어? 이렇게 키도 크고! 어? 막!”

횡설수설하며 소리치는 그녀를 보며 초단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에린아.”

“응?”

“미안해. 아마 더 자라진 않을 거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좋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언니!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해?!”

다만 에반젤린이 듣고 싶었던 대답은 반대였던 모양이었다.

“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대룡이라면서! 그럼 모르는…….”

말을 하던 에반젤린이 입을 다물었다.

“언니…… 내 진짜 엄마 아빠에 대해 아는구나?”

“응.”

“어떤 사람이었어?”

“한 명은 고대룡. 한 명은 인간이야. 네 친아버지는 키가 2미터는 훌쩍 넘어가는 거구를 가지고 있었고.”

잠시 침묵한 초단이는 양손으로 무언가를 형상화하려는 듯 주춤거리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언니 기억을 좀 가져가 볼래?”

그 말에 에반젤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초단이가 대량의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마법을 쓰는 건 본적이 없었다.

이윽고 그녀와 공명하며 마나를 끌어 올린 에반젤린은 자신의 작고 흰 손바닥 위에 어떤 형상을 구현화했다.

검고 귀여운 고딕풍 드레스에 검은 양산을 들고 있는 작은 한 소녀.

정말 예쁜 소녀였다.

“이게…… 내 엄마야?”

“응. 이클립스. 고대룡의 장로이면서. 단신으로 신적인 존재와 정면으로 싸울 수 있는 강한 존재야.”

“친엄마랑 아빠랑은 왜 싸운 거야?”

“저 달 때문에.”

초단이는 손을 뻗어 올려 낮에도 윤곽이 보이는 녹빛의 달을 가리켰다.

지구에는 본래 달이 하나뿐이었지만 지금은 녹빛의 달 또한 존재했다.

초창기엔 천문학자들이 경악을 하며 조사하려 했던 달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하나의 상식이 된 달이기도 했다.

어떤 인력과 중력도 작용하지 않는 마치 환각 같은 달.

그러나 실체는 분명 존재하는 세 번째 달 타나토스가 그 존재였다.

“네 친어머니는 평생을 저 모습으로 살았어.”

“아니 말이 돼?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알은 엄청 컸다면서, 그런데 저런 몸으로 어떻게 그 큰 알을 낳는다는 거야.”

“당연히 본체로 낳으니까 그러지 않을까?”

이클립스의 저 작은 외향은 어디까지나 변신의 일환일 뿐. 그녀의 본체는 지금의 에반젤린보다 거대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

“그래도 너무 걱정 마. 이건 내 생각이지 정확한 현실은 아니야.”

그 말에 혼란스러운 듯 이클립스의 모습을 보던 에반젤린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클립스는 에반젤린보다 더 작았다.

유전적인 흐름이 존재한다면 사실상 에반젤린 또한 계속해서 이 모습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네가 태어나면서 아버지와 닮은 모습으로 변했거든. 나도 네가 태어나던 날은 잘 기억하고 있어.”

해맑은 미소로 데이비를 향해 웃던 에반젤린의 모습은 초단이의 기억에서도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에반젤린은 태어나자마자 데이비 올 라운에게 영향을 받았다.

어쩌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정도는 품어볼 법했다.

재앙급 고대룡 이클립스와 회랑의 영웅 중 가장 강했던 존재 헤라클래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에반젤린의 잠재력은 사실 시간만 지나면 데이비 다음으로 가장 높으리라.

데이비는 한때 그녀가 시간만 충분하면 그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이클립스의 혈통에 헤라클래스의 힘도 서린 그녀였으니 말이다.

다만 초단이가 보기엔 그 기간 동안 데이비가 놀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에린이가 우리 가족을 지키는 거야. 그런 에린은 언니가 지켜줄게.”

비록 검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 초단아?”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인식 저해마법이 약해졌다고 해도 알아볼 리가 없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초단이는 어느새 인식저해마법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선배. 무슨 일이에요?”

“아니. 조만간 여행동아리 활동하는 거. 확인받으러 왔지. 그런데 이쪽은…… 헐 에반젤린이다!”

김아린은 마치 유명한 이를 만난 팬처럼 순식간에 다가오더니 에반젤린을 바라보았다.

“아……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에반젤린이죠?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의 존재에 당황한 에반젤린이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실물로 보니까 더 귀엽네요!”

“고마워요…….”

“초단아. 일주일 뒤에 가는데. 준비물 리스트를 보내줄까?”

“아. 그래 주시면 고맙죠.”

“언니 어디가?”

“에반젤린도 같이 갈래요?”

“네?”

동아리원도 아닌 외부인을 데리고 가도 되는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가끔씩 제 가족들하고 같이 갈 때도 있어요.”

“아…… 죄송해요. 그때 방송이라.”

“아쉽네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김아린은 에반젤린에게 사인을 받은 뒤 돌아섰다.

“그럼 일주일 뒤에 봐!”

“네 선배. 먼저 들어가세요.”

“언니. 여행 어디로 가는데?”

“흉가로 유명한 폐병원에서 조금 떨어진 계곡이 있데. 경치가 좋은데 그리로 갈 모양이야.”

초단이의 대답에 에반젤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먼저 가볼게!”

“응. 조심히 들어가.”

손을 흔들어주는 초단이를 뒤로한 채 에반젤린은 마치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처럼 떠나가버렸다.

* * *

초단이가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내 가슴에 등을 기댄 채 귀를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는 에이리아의 손을 깍지 꼈다.

“페르 언니가 낳을 막내가 입을 옷이에요. 어때 보여요?”

“예쁘네.”

앙증맞은 발싸개와 손 싸개. 그리고 신생아가 입을법한 옷이다.

마족의 생리는 마기의 존재 여부와 뿔의 존재뿐. 사실 인간과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특히 페르세르크는 뿔이 탈부착식. 즉 자체적인 뿔은 없기에 어쩌면 막내는 뿔이 자라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좋은데? 다리안이 질투하겠어.”

“후후. 다리안은 손 싸개를 쓰기엔 이제 좀 컸으니까요.”

마치 신혼부부가 언젠가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기용품을 준비하는 것처럼 들떠 보였다.

“그런데. 페르세르크의 아이인데 질투가 나거나 그러진 않나?”

“언니는 제 평생의 은인이에요. 그리고, 서방님의 아이잖아요.”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어떻게 질투를 해요.”

너무 해맑은 미소, 행복해 보이는 그녀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무언가 원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처음 만났을 때 제가 말씀드렸죠? 같이 둘이서 이야기하고 같이 앉아서 같은 경치를 보고 웃는 거.”

“그랬지.”

“그리고 언젠가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하는 거. 전부 이뤄지고 있는데 질투를 어떻게 해요.”

그리 말한 그녀는 처음으로 용기를 냈는지 내 뺨에 입술을 살짝 부딪쳤다.

달달한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져오는 묘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 이상은 안 돼요. 그땐 저도 질투가 심해질지도 몰라요.”

그전에 페르세르크가 내 허리를 반으로 접어버릴 것이다.

일리나나 에이리아에게 페르세르크가 무어라 하지 않는 것은 내가 그녀와 이어지기도 전에 내가 그녀들을 내 사람으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엔 달랐다.

“저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예전처럼 넷이서 같이 자는 것도 생각보다 포근하니까요.”

예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괜스레 시선을 돌렸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먼저 불 끄고 자.”

“금방 오셔요.”

실크 이불 속으로 꼬물꼬물 들어간 그녀는 팔베개를 한 채 침대 위에 한자리 차지하고 잠들어있는 다리안의 뺨을 쓸어내렸다.

“보팔레빗.”

이후 나는 테라스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다 조용히 말했다.

내 부름과 동시에 그림자 속에서 새하얀 토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체는?”

[마계에 있지.]

헬스가 자기 토생의 목표나 다름없는 보팔레빗은 고대 마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현재 마계의 성을 지켜주는 하나의 명물이었다.

물론, 직접 보기엔 끔찍할 정도로 땀내 나는 광경이지만 본체를 포함한 수많은 분신체들 때문에 마계의 치안이 강제로 좋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여전히 느끼한 말투로 대답하는 보팔레빗이 머스큘라 자세를 취하며 내 감상평을 무언으로 요구했다.

“이번에 초단이 호위로 가는 거. 문제없지?”

[그것에 관한 문제인데. 이번엔 힘들 거 같은데.]

“뭐 할 일이 있나?”

[별건 아니고 내 체질적인 문제라. 이번엔 금우궁 타우르스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떨지.]

“타우르스가 제 흥미가 동하지도 않는데 내 말 듣는 거 봤냐.”

[그래도 굉장히 잘 따라주는 편 아닌가?]

“그거론 부족하지. 아. 그놈에게 부탁해봐야겠네. 그럼.”

[누구?]

“적당한 놈이 있어.”

[아 그놈?]

“밥값은 해야지.”

초단이를 해칠 존재는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호위하나 붙이지 않을 순 없었다.

인간형태로 존재하는 홍단이나 청단이, 그리고 초단이가 직접적인 전투능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 말이다.

* * *

평소 자신을 지켜주던 보팔레빗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졌지만, 초단이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여기야?”

“네. 그런데 여기까지 태워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초단이가 어색하게 웃자 새빨간 스포츠카의 운전대를 잡고 있던 이, 코오나가 고개를 저었다.

일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각성자.

선녀의 힘을 물려받은 뒤 해태의 힘으로 미래를 보던 존재이며 시간의 고대룡의 사역자였던 그녀는 현재 크리스 마텐과 같이 국적은 그대로 두되 범 국제기업인 신성 그룹과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활동범위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이지만 사실상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 그녀를 혹사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간간이 이렇게 균열 처리에만 동원되고 있는 참이었다.

“그냥. 나도 드라이브나 할 겸 온 거야. 근처에 균열이 있으니까 조사도 할 겸.”

코오나의 나이로는 면허를 딸 수 없지만, 과거 대규모 사고로 사람이 많이 죽은 뒤로 면허의 요구 나이가 많이 낮아진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비싸고 예쁜 차도 몰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데이비가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며 선물한 차였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고마워요.”

“이틀 뒤라고 했지? 그때 데리러 갈게. 짐은 다 챙겼고?”

“네. 잘 놀다 올게요.”

초단이가 문을 열고 일어서자 그녀가 초단이를 불렀다.

“저기…….초단아.”

“네?”

“그 사람…… 잘 지내지?”

“직접 보시면 될 텐데.”

“조금 부끄러워서. 그래도 내 후견인인데 너무 연락을 안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코오나가 약간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초단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어디서 뭘 하는지 다 보고 받고 계세요. 그래도 직접 연락하는 걸 더 좋아하실 테니 두리안톡이라도 넣어보시는 건 어때요?”

그 말과 함께 초단이가 산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초단아. 호위는 필요 없어?”

“네? 뭐 별문제 없을 거예요. 평소엔 보팔레빗이 도와주셨는데 이번엔 바쁘다고 해서요.”

괜찮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문득 그녀는 초단이의 그림자 속에서 커다란 도깨비방망이 하나가 불쑥 나왔다가 주변을 휘휘 짚고는 다시 사라져버리는 걸 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팔레빗이야 분신체가 워낙에 많으니 자주 활동하지만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는 지구 출신의 초월체 또한 충분한 존재였다.

두억시니라고 하였던가.

하인스 영지에서 유명한 동아리 중 하나인 헬스 동아리의 4명.

그중 하나인 터질듯한 근육을 지닌 근육 도깨비는 보팔레빗과는 조금 다른 영역에서 유명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근처에 유명한 폐병원이 있던 곳인데. 귀령들이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하필 이곳에 찾아가는 게 어지간한 신령들도 벌벌 떠는 도깨비왕이라니. 겁도 없이 그녀를 건들지 말아야 할 텐데, 라는 생각에 빠진 코오나였다.

이후 초단이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콘크리트 산길을 올라 사라지는 걸 확인한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두리안 톡을 활성화했다.

그리고는 근래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던 이의 채팅창을 열었다.

데이비 올 라운.

그녀를 후원해주는 후원자이며. 이제와서는 그녀의 보호자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나이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사무적인 태도로 물어야 할까. 애교를 보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의 신수이며 그녀를 선녀로 만들어준 해태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요.”

그 말에 허공에서 작은 호랑이 같은 존재가 펑 하고 나타나더니 이내 그녀의 스마트폰을 마구잡이로 꾹꾹 눌렀다.

“앗!”

동시에 어떤 사진이 송출된다.

무표정한 얼굴로 풋풋한 의상을 입은 채 브이를 그리고 찍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듯한 셀카 한 장.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 찍었던 셀카를 보내버린 그녀가 허둥지둥하며 지우려 했지만 이미 상대가 그것을 봐버린 후였다.

-잘 어울리네. 조만간 하인스에 한번 놀러 와. 다리안이 널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온다.

동시에 얼굴이 시뻘게진 코오나는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떨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컥! 커걱!]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느긋한 얼굴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해태를 한 손에 잡아 차 시트에 처박는 것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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