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2화
초단이는 멍하니 두억시니를 올려다보았다.
도깨비방망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에 척 올린 두억시니는 척 보기에도 엄청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도, 도깨비 아저씨?”
초단이의 부름에도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더욱 찡그렸다.
“아주 개판이로군.”
그리고는 방금까지 홀린 듯 행동하던 진아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번엔 방망이를 양손으로 쥐고 다시금 방망이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기절해버린 박성율과 김아린을 제하고 유일하게 버티고 있던 배윤성조차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쯤 넋이 나간 모습이라 그를 말리는 이는 없었다.
“잠깐만요! 아름 선배는 안 돼요!”
멍하니 상황을 지켜만 보던 초단이가 나서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황급히 두억시니를 말리려 한 그녀였지만 두억시니의 억센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놔봐라.”
쩌어엉!!!
그리고는 벌떡 서 있던 진아름의 복부에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쩌어엉!!!!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깨비방망이가 마치 환각처럼 흔들리더니 진아름을 통과해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도깨비방망이가 단순히 허공을 가른 것은 아니었다.
푸확!!!
진아름의 몸 안에서 새카맣고 마치 실처럼 긴 깃털을 지닌 까마귀 한 마리가 터져 나오며 그대로 벽면에 처박혀 뭉개져 버린 것이었다.
“제법 싹수가 있는 놈이구나.”
두억시니는 검은 자국만 남은 채 완전히 으깨져 버린 까마귀를 보다 초단이에게 물었다.
“왜 이런 곳에 들어온 거냐. 네게는 해를 끼치지 못할 테지만 저 인간들은 다르다. 특히 이 인간 여자는 거의 홀렸군. 사실상 글렀다고 봐야 할 수준이다.”
두억시니의 냉철한 판단에 초단이가 기절하듯 쓰러진 진아름을 품에 안았다.
“그녀의 상태를 해결할 수 있나요?”
“간단하지.”
어깨에 방망이를 걸친 그가 씨익 웃었다.
“여기 귀기를 내뿜는 것들을 전부 패 죽이면 될 일이지. 그것들은 여기 두고 따라와라. 널 호위하는 입장이니 두고 갈 순 없다.”
어떻게 할 수 없기에 두려운 존재이며, 미지의 존재이기에 두려운 존재다.
사람을 홀리고 정도가 심하면 죽이기까지 하는 유명한 악귀들이지만 두억시니는 마치 집 앞에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 마냥 가볍게 말했다.
“본래 남의 영역을 함부로 휘젓는 건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다만…… 뭐 내 알 바 아니지.”
그가 초단이를 한 손으로 안아 들었다.
“꺅?!”
“버둥거리지 마라. 귀찮다.”
* * *
거대한 폐병원의 귀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두억시니는 초단이로부터 현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이 계셨던 거 아니었어요?”
“자고 있었다. 본디 도깨비라 함은 잠이 많은 귀(鬼)라 할 수 있지.”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초단이는 입을 삐쭉였다.
애초에 두억시니는 귀신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강대한 존재였다.
보팔 레빗 대신 누군가가 호위로 붙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게 두억시니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곳의 귀기는 조금 이상하네요.”
“이상할 것 없다.”
담담하게 말한 그는 어딘가로 계속 걸어 나갔다.
조금 전 배윤성이 말했던 왼쪽 복도 쪽이었다.
“이 정도로 귀기가 짙을 수가 있나요? 지구니까 티오니스의 망령과는 다르긴 해도…….”
“이곳은 놈의 영역이다. 오랜 시간, 정확히 말하면 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부터 있었던 놈 같군.”
“음…….”
현 상황이 아직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은 초단이는 고민하듯 턱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그런데 도깨비 아저씨.”
“왜 부르나.”
그의 대답에 초단이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죄송한데. 절 덤벨 대신으로 쓰지 말아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초단이의 허리를 휘감은 채 덤벨처럼 들었다 내렸다 하던 그가 멈칫했다.
“너무 가볍다. 더 많이 먹고 살 좀 찌워라.”
“죄송한데 이 육체가 변하지는 않아서요.”
“쯧. 그리 약해서야 어디 되겠는가.”
그 말에 초단이가 불만 어린 기색을 내비쳤다.
“자꾸 그러시면 아버지한테 말해서 베어버릴 거예요.”
“흐흐. 그것참 무섭군. 음? 여기 또 뭔가 있구나.”
그는 커다란 화장실 앞에 멈춰 섰다.
내부에는 환자들을 씻기기 위한 샤워실이 존재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어야 할 샤워실에 무언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목을 매달린 채 대롱대롱 떠 있는 듯 둥둥 떠 있던 무언가는 척 보기에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에 피가 묻은 환자복.
누가 보면 기겁하며 그대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스르륵……,
이윽고 두억시니의 기척을 느꼈는지 대롱대롱 떠 있던 귀신의 몸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귀신이 온전히 몸을 돌리기도 전에 초단이를 내려놓은 두억시니가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천천히 돌아선 귀신의 섬뜩한 얼굴, 그리고 그 시선이 두억시니에게 닿는다.
잠시 두억시니를 바라보는 귀신의 눈이 천천히 크게 뜨여졌다.
잘 보이지 않아야 할 영체이지만 귀신이나 다름없는 두억시니나 신검이나 다름없는 초단이에겐 명확하게 보였다.
[으…… 우아…….]
쩌억!!! 콰직!!
순식간에 귀신을 짓이겨버린 두억시니는 다시 초단이를 안아 들고는 걸음을 옮겼다.
귀신에게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른다고 사라질 정도였으면 귀신이 두려운 존재일 리가 없다.
해치우는 게 불가능하며 미지의 존재이기에 두려운 것이 귀신이건만. 두억시니의 도깨비방망이는 그런 규율을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
“감히 도깨비 왕에게 귀기를 드러냈으면 뭉개질 거라고 생각을 했어야지.”
두억시니도 어떤 면에서 보면 정말 화끈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이후로도 두억시니는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이려는 듯 병실 문을 쾅! 쾅! 열며 들어가 닥치는 대로 귀신들을 짓이겨버렸다.
“수가 많네요. 아. 60번 다됐어요.”
“한 세트 쉬어야겠군. 이곳은 귀기가 짙은 곳이다. 지하에 매장된 영혼의 수만 해도 수백에 달하는 곳이다.”
이제는 자신을 덤벨처럼 들었다 놨다 하는 행동에 저항하지도 않은 초단이는 그가 2층 1층을 지나 지하에 왔을 때 멈췄다.
“쥐새끼 같은 놈이 도망쳐봐야 도깨비 손바닥 안이렷다.”
“여긴…… 느낌이 좀 많이 축축하네요.”
“가서 보면 알 거다.”
완전히 난장판이 된 지하엔 부서진 의료도구나 파편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누가 왔었는지 낙서들로 가득하기도 했다.
2층이나 3층, 4층 다른 층과는 격이 다른 음기로 가득한 이곳에는 방이 딱 3개만 존재했다.
하지만 두억시니는 초단이를 내려놓은 뒤 정확히 정면에 있는 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쾅!!!
그리고는 두꺼운 다리로 문을 걷어차 박살을 내버린 뒤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지하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한기는 이곳에서 나온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음산한 공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는…….”
“저기 있구나.”
도깨비. 두억시니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좀 전까지만 해도 없던 무언가가 있었다.
엄청나게 길고 많은 머리카락들이 마치 벌레가 기어 나오듯 방의 모서리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으으으…….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뒤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쾅!!!
무언가가 마구잡이로 부딪히는 듯한 소리였다.
톡…… 톡…… 톡톡…….
그리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마치 엄청난 분노를 드러내듯 주변을 장악하고 뒤흔드는 그 모습에 두억시니가 귀를 손가락으로 후볐다.
“아저씨?”
“거기 기다려라.”
그리고는 머리카락이 흘러나오는 모서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 뒤 말했다.
“그래. 도망치고 또 도망쳐서 온 게 고작 이곳이더냐?”
그렇게 말한 두억시니가 가볍게 발을 구르자 주변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리 꺼져!! 이 미친 괴물아! 저리 꺼져라!!
벽틈에서 흘러나온 머리카락 틈 사이로 섬뜩한 눈동자 두 개가 보였다.
-빌어먹을 도깨비 왕이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웃기지 마라! 난 용서 못 한다! 절대 용서 못 해! 다 죽여버릴 것이다. 다 죽일 것이야!!
마치 광기에 서린 듯한 절규를 내뱉으며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뒤쪽에서 들려오던 쾅쾅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두억시니는 그딴 건 상관없다는 듯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딴에는 분노한 이유도 있겠지. 그런데 그게 왕에게 자리싸움을 걸 이유가 되는가?”
담담하게 말한 두억시니가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처음부터 한결같은 행동이지만 그 한결같은 행동 한 번 한 번에 이 폐병원을 감싸는 귀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여긴 내 영역이다! 내 땅이라고! 외부 부유령 따위가 어떻게 내 영역에서!!
“갈(喝)!!!!”
쩌어엉!!
검붉은 뇌기가 서린 두억시니의 방망이가 벽면을 한차례 후려쳤다.
-끼아아아악!!!
동시에 섬뜩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아버릴 정도의 귀곡성이었지만 두억시니는 요지부동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쾅!! 쾅!! 쾅!!
벽면을 여러 번 후려치는 두억시니의 손속에 자비 따윈 없었다.
-억울……해……. 너무 억……울해…….
주변을 잠식하던 새카만 머리카락들이 마치 가루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마치 도망치려는 것처럼 다시 벽면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 꼴을 두고 볼 도깨비가 아니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고 거대한 손으로 낚아채 고정시킨 그가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도망치지도 못하게 붙잡은 그의 방망이가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다.
콰아앙!!!
그야말로 자비 없는 폭행이었다.
* * *
여행 동아리원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였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배윤성은 띵하게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비틀거렸다.
“우웁…… 아이고 머리야.”
끔찍한 현기증에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는 기절한 듯 주저앉아 있는 박성율과 김아린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성율 선배! 김아린!!”
그리고는 허겁지겁 일어나 그들에게 뛰어갔고 그들을 흔들어 깨웠다.
“아오. 진짜 이게 뭔 난리야!”
투덜거리며 일어난 그는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린 듯 신음을 흘리자 진아름에게도 뛰어갔다.
“아름아! 진아름! 정신 차려!”
“으응…….”
머리가 아픈지 한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아름이 고개를 들었다.
“응? 여긴 어디야?”
“어디긴, 정신 나간 년아. 폐병원이지.”
“뭐…… 뭐?!”
“너 홀려서 전부 다 널 찾으러 온 거야.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 겁도 없이!”
그렇게 말한 그의 말에 진아름은 잔뜩 겁을 먹었는지 와들와들 떨며 배윤성에게 착 달라붙었다.
귀신에 관련되면 사실 가장 믿음직한 것은 그였을 테니 말이다.
“우…… 윤성아 나 무서워!”
“됐고, 정신 차렸으면 빨리 일어나. 빨리 현지 찾아서 데려나가자.”
이들이 기절하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고 착각한 배윤성이었다.
“우리 왜 여기…… 으악!! x발! 지금 나 홀렸던 거야?!”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박성율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무언가 썩는듯한 퀴퀴한 냄새가 그의 위기 본능에 경종을 울렸다.
“빠…… 빨리 나가자! 현지! 현지는 어딨어!”
“초단이! 초단이도 안 보여요!”
뒤이어 정신 차린 김아린도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우…… 윤성아! 너 무당집 아들이잖아! 어떻게 좀…….”
“아니! 여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니까!”
그렇게 소리치며 초단이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린 그가 식은땀을 흘렸다.
진아름 하나만 찾으려고 왔다가 이 난리가 났는데 박현지는 물론 초단이까지 사라진 상황이니 그로서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말아요. 현지 선배는 찾았어요.”
그때 청아한 초단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아리원들이 멍하니 중환자실의 바깥에서 걸어들어오는 초단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단아!”
“다행이에요. 무사하셔서.”
“혀…… 현지는?”
“저기 뒤에 있어요.”
이에 네 사람이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기절한 박현지가 벽면에 기대어 잠들어있었다.
“한창 홀려 있었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뻔했데요.”
그 말에 배윤성이 황급히 가방에서 쌀을 꺼내 기절한 현지에게 팍팍 뿌리듯 던졌다.
“잡귀야 물럿거라!!”
다급히 소리치며 쌀을 여러 번 던지고 난 후에야 그는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수명이 10년은 줄어든 기분이네 진짜. 내가 다시 여기 오면 진짜 성을 간다, 갈아.”
“그런데…… 초단이 넌 괜찮은 거야?”
아린이 아직 겁에 질린 듯 묻자 초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깨비 아저씨가 다 정리해주셨어요.”
“도깨비 아저씨?”
그 말과 동시에 초단이의 뒤편에서 무언가를 짊어지고 나온 거대한 도깨비가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인간들이 문제다.”
그가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는 새카만 비닐에 감싸인 인간 형체의 무언가를 휙 하고 던져버렸다.
“귀기 어린 악귀조차 미쳐버리게 할 정도로 악의가 가득한 저주에 노출되었으니 미쳐 날뛰지 않고 못 배기는 법이다.”
“어…… 어억…….”
상상을 초월하는 귀기를 느꼈는지 배윤성이 얼이 빠진 목소리로 앓는 소리를 냈고 박성율과 김아린은 멍하니 두억시니를 바라보았다.
“도…… 도깨비?!”
“네. 제 호위 때문에 아버지가 보내주신 도깨비 아저씨예요. 위험할 때 나오셔서 도와주셨어요.”
황당한 대답이었지만 굳이 캐묻진 않았다. 완전히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이건 또 어디서 찾아낸 거고.”
다만 그중에서 두억시니가 내던진 커다란 인형을 보며 표정을 굳힌 배윤성이 물었다.
“여기 지하에 있었어요. 도깨비 아저씨 말로는 어떤 인간이 이걸 여기 가져다 놓고 강령술을 하는 바람에 이곳의 주인이 극대노 한 것 같다고…….”
“저 인형 때문에?”
초단이의 설명에 섬뜩한 인형을 보던 아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배윤성이 아린의 질문에 대신 답해주듯 말했다.
“저주 인형이야. 일반인이 한 짓이 아니고. 저주에 대해 잘 아는 놈이 한 짓 같은데, 귀신을 강령해서 누군가를 저주할 때 쓰는 물건이야. 악랄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고.”
배윤성이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인형을 노려보았다.
“x발, 천지신명이시여.”
그리고는 괴황지 하나에 불을 붙인 뒤 불붙은 부적을 인형의 배 위에 올렸다.
당연히 불이 빠르게 옮겨붙으며 인형이 타오르기 시작하자 그는 마치 절을 하듯 인형에 대고 무어라 웅얼거렸다.
그러기를 한참. 환하게 타오른 인형이 탄내를 풍기며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 그가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병원에 있던 귀기가 싹 다 사라졌는데…… 설마…….”
“그…… 도깨비 아저씨가 겸사겸사 다 때려죽이셔서…….”
초단이의 어색한 대답에 그는 허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진짜. 할 말이 없네.”
영기를 지닌 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 폐병원에 악귀들이 단 하나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리게 된 이유는 참 심플하기 그지없었다.
“뭐가 됐건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다…… 빨리 돌아갑시다. 너무 지쳐서 푹 쉬고 싶다 진짜…….”
배윤성의 중얼거림에 깨어있던 나머지 부원들도 멍하니 대답했다.
초단이가 함께한 여행동아리의 첫 여행은 참 황당하게 끝나버린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