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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64화 (1,264/1,559)

제 1264화

[하인스 영지에 있는 유명한 두 사고뭉치 집단 중 하나인 영지 개발부에서 또 대형 사고를 쳤다더라.]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하인스 영지의 사고는 집안에서 있었던 헤프닝처럼 딱히 숨겨야 할 사안도 아니었다.

“그러니까요. 아빠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방장처럼?]

“너 밴.”

삐릭!!

-스노우볼 님이 30분 밴 당하셨습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놀라운 그림을 그려내던 에반젤린이 익숙하게 시청자 한 명을 숙청해버렸다.

[미식연구회가 제일 유명한 거 아니었음?]

[음식으로 폭탄 만드는 양반들하고 비슷한 쪽이 더 있다고?]

사람들은 당연히 의문을 품었다.

그녀의 방송에서 자주 출현해 사고를 몰고 다니는 미식연구회가 매번 데이비에게 뒷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가는 꼴은 알만한 사람은 다 본 그런 방송사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그런 미식연구회와 쌍벽을 이루는 사고 집단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인스 영지에는 여러 연구부가 있거든요. 헬스 연구부, 미식연구회, 영지 개발부니, 뭐니…… 뭐, 이번에 사고를 친 건 에오니샤 고모가 있는 영지 개발부에요.”

[겉 외향은 에반젤린이 더 성숙해 보이지만 무려 고모.]

[아ㅋㅋ 금발 공순이 왕녀님은 못 참지 ㅋㅋㅋ]

[에오니샤 왕녀, 전에 그 방사성 폐기물 중화 시스템 만든 그 왕녀님 아님?]

“맞아요. 에오니샤 고모. 이번에 미식연구회 때문에 예산 삭감됐다고 복수하다가 영지 일부에 중력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대요. 그래서 그 근처 일대에 중력이 제 맘대로 날뛰어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ㅋ 이것이 광기?]

[아니 그놈의 미식연구회는 어딜 가든 원인으로 끼어들어 가네 ㅋㅋㅋ]

결론은 또 미식연구회!

사실 현재 에반젤린의 방송에서 미식연구회는 그야말로 고정 게스트나 다름없을 정도로 많이 언급되었다.

개중 일부는 그 독특하기 그지없는 유리아와 륀느의 기행에 반해 그녀들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헤으응, 하이엘프 눈나…….]

“아니, 그 또라이의 기행을 보고 그런 말이 나와요? 너 밴이야.”

삐릭!

익숙하게 한 명을 밴 해버린 에반젤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히 미식연구회나 영지 개발부나 사고 치기로는 꽤 유명해요.”

[근데 왜 안 없앰? 그렇게 사고만 치고 다니는데?]

“네? 아아…… 미식연구회랑 영지 개발부가 사고를 치는 건 사실인데요. 실적은 다른 부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요. 대충 이 정도?”

그녀가 그림판 하나를 연 뒤 회사의 실적 그래프를 만들 듯 여러 부서를 적어넣고 마구잡이로 기둥을 세웠다.

문제는 미식연구회와 영지 개발부가 다른 부서에 비해 압도적으로 실적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아빠도 그래서 그냥 두는 거겠죠.”

[그래프 뚫겠네! 무슨.]

[아니 저러면 쳐내기도 힘들지 당연히 ㅋㅋㅋㅋ]

[천재와 또라이가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아무리 사고를 쳐도 그만한 실적을 계속 물어다 주니 없애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악의적으로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본인들은 한없이 진지해요. 근데 거기서 사고가 터지는 거지. 그래서 아빠가 잡으러 가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한숨을 포옥 내쉰 그녀가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아 참. 여러분 나 동생 생긴다?”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동생?]

“응응, 동생! 나도 이제 동생이 생기는 거야.”

[그…… 여우 귀 달고 있는 귀여운 애는?]

“다리안은 그래 보여도 나랑 동갑인데요. 단순히 따지고 들면 뭐…….”

그 말에 시청자들은 새삼 에반젤린이 본래라면 아직 말도 잘 못 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이 아니기에 이렇게 다 큰 사람처럼 보이는 거지 그녀가 세상에 태어난 빛을 본 건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새삼 방장이 얼마나 어린지 알았네.]

[에린이는 아가야…… 아가는 지켜줘야 해…….]

“오글거리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띠링!

그때였다.

사수자리 님께서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에린은 남동생이 좋은가? 여동생이 좋은가?

악질 회장님.

사수자리의 질문에 평소라면 툴툴거렸을 그녀였다. 그만큼 이 방송의 큰 손이라 불리는 두 별자리가 얼마나 그녀를 많이 놀렸던가.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사수자리의 질문처럼 그녀도 곧 페르세르크에게서 태어날 막냇동생이 남동생일지 여동생일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엄마처럼 마족의 특징을 깊게 물려받을까, 아니면 온전한 인간의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귀여운 여동생일까. 아니면 장난 가득한 남동생일까.

어느 쪽이든 에반젤린에겐 굉장히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귀여울 동생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흐물흐물해진 것처럼 늘어지며 주욱 올라갔다.

“개인적인 의견으론 남동생이면 좋겠어요. 아빠랑 닮은.”

[아빠 미워 미워하더니 아빠를 제일 좋아하죠?]

“뭐……뭐라고요?!”

[들켰쥬? 들켜서 아무 말도 못 하쥬?]

익숙하지만 늘 열이 뻗치는 놀림에 그녀의 이에서 빠득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무슨 소리?]

“너 밴 당하는 소리!!”

삑!!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자마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에반젤린이 애꿎은 시청자 한 명을 밴 해버렸다.

“어쨌든! 나는 남동생이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여동생이면 우리 집 여자들밖에 없잖아.”

[다리안 : ???]

[쌍둥이 : 야 그럼 나는?]

놀리듯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남동생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한창 놀림을 받은 모양새였다.

본래라면 벌써 남동생일지 여동생일지 알 수 있지만, 데이비나 페르세르크나 아이가 남동생인지 여동생인지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다.

그때였다.

삐리릭. 삐리릭.

갑작스런 스마트폰 울림에 그녀가 갸우뚱하며 그것을 들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쿠당탕!!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소리쳤다.

“님들! 지금 동생 태어난대!! 나 방송 끌게요!”

[뭐? 야! 장난해?!]

[생중계 ㄱㄱ]

“미쳤어?”

삐릭!!

-맘마조아 님이 영구 밴 되셨습니다.

열이 뻗친 그녀가 스산한 표정을 지었다.

“선 넘지 마요.”

[저건 인정]

[미친놈인가 진짜 ㅋㅋㅋ]

[저거 시체로 발견되는 거 아니여?ㅋㅋ]

“어쨌든 방송은 여기까지! 애 태어나면 절제 아저씨 캐릭터 가지고 놀아볼 테니까 참아줘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귀엽게 애교를 부리듯 손을 흔들자 민심이 미친 듯이 널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

[락]

[나]

[락]

[선 넘지 마라 방장!]

[지금 여기서 우리 전부를 우주로 사출시킨다고?]

[엄마 거기 너무 추워…….]

“응 잘 가요. 밖에 나가서 친구들도 좀 만나고! 하라고!”

[아. 진짜 개 아파.]

[광역딜 실화세요?]

[뼈 때리지 마라! 방구석 폐인 주제에 누가 누굴 가르치냐!]

[옳소!]

삑!!

-에반젤린 님께서 방송을 종료하셨습니다.

방송도 중요하지만. 곧 태어날 동생이 더 중요한 그녀였다.

* * *

페르세르크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녀는 곧바로 하인스 영지로 돌아왔다.

“아가씨! 복도에서 뛰시면!”

“에이미! 엄마 어딨어요?! 동생이 태어난다던데!”

에반젤린이 한껏 밝은 표정으로 소리치자 에이미가 예쁘게 웃어 보였다.

“이쪽이에요. 아가씨.”

“고마워요!”

그녀의 안내를 받아 허겁지겁 달려가자 멀지 않은 곳에서 페르세르크의 신음이 들려왔다.

“흐으읍!! 끄읍!”

“악! 내 머리! 야! 내 머리 잡아당기면 안 된다니까!”

뒤이어 데이비의 비명도 울려 퍼졌다.

덜컹!!

방해가 없도록 막힌 문이 열리지 않자 그녀는 다급함에 반 현신화를 사용했다.

동시에 그녀의 오른팔 뒤쪽 허공에 원 형태의 마법진이 만들어졌고 그 마법진의 중앙에서 스파크를 튀며 거대한 용의 발톱이 튀어나와 그대로 문에 걸린 결계를 그어버렸다.

콰창!!

뒤이어 급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상큼한 향의 냄새였다.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요 며칠간 데이비 올 라운. 즉 그녀의 아빠가 성초를 가지고 열심히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향이 갓 태어날 아이의 마기를 억눌러 페르세르크의 몸에 부담을 주지 않게 한다고 들었다.

페르세르크의 배 속에 있는 막냇동생의 잠재능력이 굉장한 탓에 자칫 자연분만 시에 페르세르크의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듣기로는 막내의 힘이 너무 제어가 안 돼서 그렇다고 하는데, 성초로 억눌렀으니 이 정도지 그게 아니었다면 데이비는 절대 자연분만을 허락해주지 않았으리라.

그만큼 데이비의 페르세르크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

아이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그 과정에서 페르세르크가 죽게 두지 않는다.

그 사랑이라는 단어에 에반젤린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그녀도 성년식을 마치고 저렇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데이비가 늘 지나가듯 하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널 데려가려면 나보다 강하고 올곧은 놈으로.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조건이었다.

긴장한 얼굴로 페르세르크를 보살피고 있는 일리나와 에이리아. 그리고 데이비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아파하고 있는 페르세르크는 겉보기엔 굉장히 심각해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에반젤린? 나가. 조금 있다가 들어와.”

“싫어요! 나 동생 태어나는 거 볼 거야!”

아직 어린아이. 야한 그림 한 장에 엉엉 울던 에반젤린에게 지금 같은 장면은 꽤 충격적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못 들어오게 막았건만 에반젤린의 집념은 대단했다.

만삭으로 인해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에서 언제 동생이 태어날까 궁금했다.

실제로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다리안이 있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그녀도 없었다.

“아아악!!!”

비명을 참고 이가 상하는걸 막기 위해 천을 입에 꽉 물고 있던 페르세르크의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 흘러내렸다.

“언니, 괜찮아요. 조금만 더 힘내요!”

유일하게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에이리아가 페르세르크의 손을 꼭 잡으며 용기를 북돋웠다.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 페르세르크가 저렇게 아파하는 걸 보면 차라리 대신 아파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흐르는 건지 아닌지 모를 긴장감이 가득했다.

“자! 숨 들이켜고. 이제 마지막이야. 조금만 더 힘줘.”

머리를 쥐어뜯기면서도 데이비는 냉철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에 유일하게 의술에 정통한 데이비가 곁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 같은 1초가 흐르며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수 시간 동안 지속된 진통에 보는 사람도 지쳐갈 즈음이었다.

“으우우앙!! 으아아앙!”

세상의 빛을 보며 태어난 아이는 엉덩이를 때리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듯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아…….”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에반젤린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작을 수가 있을까.

상상 이상으로 너무 작은 아이의 모습에 에반젤린은 가슴이 또다시 콩닥콩닥 뛰었다.

저 아이가 자기 동생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동생일까, 여동생일까. 이름은 무엇일까. 몸에는 이상이 없는 것일까.

일리나가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잘라낸 뒤 포대기에 조심스레 싸서 페르세르크에게 다가갔다.

“언니. 보세요. 태어났어요. 막내가.”

숨을 간헐적으로 헐떡이며 추욱 늘어져 있던 페르세르크의 눈에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그토록 바랬던 꿈이 이루어졌으니 그녀의 눈물은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축하해요. 사내아이예요.”

그 말에 페르세르크가 예쁘게 웃었다.

“내가 이겼네?”

“……그래.”

“너무 작아…… 데이비.”

그녀는 너무도 작은 아이를 보며 힘없이 웃었다.

“고생했어. 정말 고생 많았어.”

“그대의 머리카락도 고생 많이 한 게지.”

“고작 그렇게 잡아 뜯는다고 뜯기겠냐.”

우습다는 듯 말하며 데이비가 부드러운 수건으로 조심스레 페르세르크의 땀을 닦아주었다.

“회복은 시켜줄게. 내일이면 아픈 건 사라질 거야. 그래도 모르니까 못해도 보름은 산후조리 한다고 생각해.”

일반적인 산모가 아이를 낳고 몇 달간 요양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후한 처사이리라.

“동생…… 막냇동생…….”

에반젤린은 넋을 놓은 듯 천천히 걸어갔다.

피가 이어져 있지 않은 그녀와 다르게 온전히 페르세르크와 데이비의 피를 이어받은 막냇동생.

문득 그런 막내에 대한 질투심이 일었지만 이내 털어내 버렸다.

피가 이어진 게 무슨 상관이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작은 남자아이는 그녀가 너무 오래 기다려온 동생이었다.

“안아보겠니?”

페르세르크의 물음에 에반젤린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혹여라도 다칠까 조심스레 포대기를 받아 안았다.

동시에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막둥아…… 누나야…… 누나야. 누나 해봐…….”

당연히 갓 태어난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이는 조용히 그녀의 품에 안겨 태평하게 잠들어있었다.

“어……어떻게 해요? 너무 귀여워요…….”

에반젤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아빠와 엄마들을 바라보았다.

“나 진짜 잘해줄게요! 엄마 고생했어요! 아빠! 고마워요!”

아무 말이나 내뱉는 그녀의 말과 동시에 뒤쪽에서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난입했다.

“오라버니! 아이가 태어난다고요? 저희 연구부에서 아이에게 잡균이 들어가지 않게 최첨단 마나 인큐베이터를…….”

“은공, 열심히 만든 영양식이에요. 산모에겐 가장 중요한…….

영지의 최고 사고뭉치들인 영지 개발부의 에오니샤와 티아라. 그리고 미식연구회의 유리아와 륀느가 뒤늦게 들어왔다.

그리고 에반젤린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더니 모두가 입을 살짝 벌리고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빠를 닮았네요.”

유리아의 한마디에 륀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데이비 님과 닮을 경우 매우 사고를 많이 칠 거라 분석…….”

그리 말하지만, 륀느는 아이를 오랫동안 봐온 관록을 보이듯 조심스레 다가가 아이의 뺨에 제 손을 가져다 댔다.

“매우 귀엽다고 보고. 이름을 어찌할지에 대한 의문. 해명을 요청.”

“아직은 짓지 않았어. 프리아 여신이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하더라.”

“여신의 축복이 서린 이름이라…… 기대되는구나…….”

페르세르크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본래 아이가 태어나고 바로 이름을 짓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다리안이나 에반젤린과 다르게 막내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에이미.”

“네. 저하.”

“창고 문 따고 음식도 풀고, 축제 좀 열자…….”

막내 아이를 바라보던 데이비가 말했다.

“우리 막내가 세상 빛을 봤다.”

에반젤린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이며 사실적으로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다른 집과 다를 바 없이 좋은 가족이며 아빠라는 것을.

그즈음 문득 에반젤린은 일리나가 아이를 묘하게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시선에서 슬픔이 사라지고 행복이 서리는걸 볼 수 있었다.

“엄마?”

에반젤린이 일리나를 조심스레 부르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더니 옅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행이야. 잘 태어나서.”

“…….”

방금 보인 것은 묘한 슬픔이었건만. 그것이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데이비 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보고!”

“뭐?”

포대기를 안고 있던 륀느가 허둥지둥하며 소리치자 데이비가 벌떡 일어났다.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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