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9화
에반젤린은 막냇동생의 존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비록 막냇동생이 다른 이들과 다른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찌 되었건 그녀에게는 귀여운 동생일 뿐이었다.
그 작은 손에 발, 체격이 작은 에반젤린조차 한쪽 팔로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체격.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조그마한 아이가 어찌 그렇게 귀엽게 느껴지던지.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동생은 그런 존재였다.
가만히 있어도 뭐라도 해주고 싶은 그런 동생.
하지만, 지금 그 동생은 이름을 둘러싼 문제에 휩싸여있었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어떤 의미에서 좋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이름.
그리고, 정해진 좋은 미래는 있으나 아이의 자율성을 빼앗아버리는 삶.
어느 쪽이든 아이의 의견은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만월절이 오기 전에 이름을 짓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이의 소식을 전해주러 온 에이리아에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
사실 이건 철학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전생 데이비의 동생 현아의 집에 들러 작은고모와 큰고모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준 에반젤린은 이 문제가 간단히 매듭지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난 아벨이라는 이름보다는 좋은 미래가 있을 이름을 정해주는 게 맞다고 보는데.”
“어머 얘는? 아이는 인형이 아니야.”
현아는 아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그녀의 언니인 신연희의 경우 반대로 아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길 바랐다.
둘 모두의 의견은 합당했다.
“아니 언니, 생각해봐. 불안전한 미래보다는 차라리 보장된 미래를 걷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우선 첫째로 그 미래가 완전히 보장된 미래는 아니야. 데이비가 그랬잖니. 그건 하나의 지표지 보증수표 같은 게 아니라고.”
아이가 가진 흐름이 그 미래를 유도하는 거지 말 그대로 갑자기 뭔가 뒤틀려서 아이가 객사해버려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새언니는 어떤 걸 바래요?”
“저희들도 의견이 좀 갈려요. 저는 아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구요.”
소중한 막내아들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넓은 길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여기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 인생에 막내 조카의 의견이 들어갔을까요?”
에반젤린을 다리 사이에 앉혀 놓고 사과를 건네주고 있던 연희가 물었다.
“아무리 부모라도 그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한은 없어야 할 텐데.”
“맞아요. 그 말도 틀린 게 아니라서 저희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 만월절? 그전까지 정해야 한다고요?”
“네.”
에이리아의 대답에 연희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는 삼촌에게 말했다.
“삼촌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물음에 조용히 태블릿을 두드리던 그는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고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이는 인형이 아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길을 제시하는 거지. 그대로 나아가라 강요하는 게 아니야.”
삼촌의 대답에 연희가 피식 웃었다.
“봤지, 이 기지배야?”
“아 삼촌! 솔직히 좋은 미래가 보장되면 밀어주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그 아이가 이런 미래가 어떻게 올지 어떻게 알아요.”
“그렇겠지. 그 아이는 모르겠지. 하지만.”
그가 태블릿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게 정말 자율적인 삶을 주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럼 불안전한 미래에 맡기는 게 좋다고요?”
현아의 물음에 같은 고민을 하던 에이리아는 삼촌의 대답을 기다렸다.
에반젤린 또한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양측의 의견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이에 삼촌은 조금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부모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잖니.”
그 한마디에 연희와 현아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다.
“데이비는 충분히 아이가 어긋나지 않게 붙잡을 수 있는 녀석이다. 예전에도 몸은 약했어도 심지는 굳은 녀석이었고.”
그가 에반젤린을 흘끗 보았다.
언 듯 보면 굉장히 엄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괜히 화가 난듯한 그 표정에 에반젤린은 속이 콱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지만 에반젤린에겐 아직 현아나 연희처럼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기에 어려운 사람이었다.
“에반젤린?”
“네?”
조심스레 답하는 에반젤린을 엄하게 바라보던 그의 표정 때문에 주변의 분위기가 긴장으로 가득 찬 그 순간.
갑작스레 삼촌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오다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 사 왔다.”
그리고는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작은 상자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어? 박스 스위치!”
놀란 에반젤린이 눈을 반짝인다.
그녀의 아빠는 세계 최고의 부자라 불러도 문제없을 인간이지만 이상하리만치 검소한 삶을 강요하는 꼰대 기질도 가지고 있었다.
삼촌의 입장에선 조카의 그런 자린고비 정신을 반정도는 이해하지만, 너무 타이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할아버지라고 불러보렴.”
“하……하……할아버지.”
비록 제대로 된 명칭은 다를 것이다. 피도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오래전 죽은 친아들 같은 조카의 딸이거늘.
삼촌의 그런 미소에 에반젤린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그에게 다가가 품에 안겼고 그는 그저 기분이 좋은지 껄껄 웃으며 에반젤린의 뺨을 비볐다.
“으으…… 수……수염 아파요!”
“어이쿠 이런 미안하다.”
그제야 자신의 주책을 이해한 듯 그가 떨떠름한 얼굴로 에반젤린을 놓아주었다.
“삼촌. 밖에서 삼촌이 그러는 거 사람들이 알면 엄청 웃을 거예요.”
바깥에서 삼촌의 이미지는 상당히 엄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상관이냐. 꼬우면 고소하라고 하던지.”
“삼촌 그 말은 어디서 배운 거예요?”
“으음? 아니 요즘 젊은 사원 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네.”
“또 평사원 있는 곳에 가서 먹은 거 다 체하게 만들었구나.”
현아의 타박에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떽! 소리 질렀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너희들도 얼른 결혼해버려라 이것들아! 특히 신연희!”
“아…… 사……삼촌!”
“너 이제 슬슬 아슬하다.”
그 말에 그녀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빽 소리 질렀다.
“만나는 사람 있으니까 신경 꺼요!!”
“그래? 조만간 집으로 좀 데려오거라. 튼실한 놈이어야 한다. 능력은 아무래도 좋다만, 바람 피지 않고 너만 봐줄 수 있는 실한 놈으로.”
“아이참!”
누가 이들을 보고 세계 최고의 그룹을 이끄는 이들이라고 생각할까.
껄껄 웃으며 너스레를 떤 그는 이내 에이리아에게 말했다.
“질부. 내가 강요할 문제는 아니지만, 데이비에게 이 말을 전해주었으면 하네.”
“네, 꼭 전달할게요.”
“사내놈이 그리 겁이 많아서야 어디 쓰나. 돌다리도 그렇게 두드리다간 다 닳아서 없어질 게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특유의 비유법이었지만 에이리아는 충분히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마음에 결정이 선 듯 옅게 웃었다.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저도 마음이 정리됐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에반젤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에린아. 슬슬 돌아갈까?”
“네? 조금 있다가 방송해야 하는데.”
“음…… 그럼 다음에 오렴. 그래도 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조만간 휴방 세게 할거에요.”
에반젤린이 에이리아의 뺨에 입을 맞추고 배시시 웃어 보였다.
* * *
연륜은 무시를 못 한다고 하였던가.
삼촌의 조언은 뼈를 때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데이비. 천년을 살아도 그 차이를 메꿀 순 없는 게로구나.”
새하얀 소복 같은 복장을 한 채 막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페르세르크가 키득거렸다.
“그러네. 할 말 없다.”
두 의견이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었지만, 삼촌의 말대로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람둥이가 되는 예지몽 때문에 괜스레 더욱 신경 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해지지 않은 아벨의 미래 중 하나일 뿐 다른 예지몽과 달리 간단한 요소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도 어떤 의미로는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본녀는 그대를 믿을 게야.”
에이리아와 일리나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이에 나는 페르세르크의 품에 안긴 아이의 뺨을 쿡쿡 찌르며 빙그레 웃었다.
“막내야. 지금부터 네 이름은 아벨이다.”
아벨 올 라운.
솔직한 심정으로 프리아 여신이 아직 그 이름을 지어준 이유에 대해 의문인 점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한번 결정된 이상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번복할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아벨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기라도 한 것일까.
무표정으로 눈을 꼭 감고 있던 아벨의 얼굴이 꼬물거리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귀여워…….”
그 모습을 본 에이리아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다리안은 엄청 무표정이었죠. 지금이야 잘 웃지만.”
다리안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아벨 녀석은 시작부터 예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자. 데이비. 수유해야 하니까 나가.”
이윽고 일리나가 내 등을 떠밀었다.
“아참. 코오나가 하인스 영지에 왔다고 하더라.”
“뭐?”
뜻밖의 소식에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데이비. 잘 달래줘야 해. 알겠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 그녀였지만 나는 이전의 일이 떠올라 미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우웅…….
흠칫 놀란 내가 고개를 돌렸다.
“데이비?”
놀란 얼굴로 돌아서서 창밖을 본 나를 향해 일리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름을 불러왔다.
“왜 그래. 무섭게.”
“아니, 아니야.”
기분 탓이겠지.
아벨은 이곳에 있다.
그리고 마기와 신력이 섞인 아벨 특유의 생명 파장은 아벨을 제외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하나의 독자적인 파장이다.
그런 파장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퍼져올 리가 없었다.
즉. 내 착각일 터.
무엇보다 조금 전의 착각이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뭔가 편안한 느낌이 든 것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냥 좀 피곤했나 보다. 조만간 지구에 한 번 들르자. 세발낙지도 그렇고 삼촌도 봬야지. 라운 왕실도 한번 가고.”
* * *
데이비가 막내아들에게 아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던 그 시각.
미식연구회와 영지개발부, 그리고 코오나의 연합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당장 데이비에게 당한 게 있으니 복수한다는 명목으로 모이긴 했지만, 그 방향을 착각해선 곤란했다.
메인은 코오나의 요청이었고 그 과정에서 데이비가 곤혹스러워하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
그렇기에 무리한 계략을 짰다가 진짜로 데이비의 분노를 사버리는 멍청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다.
잔머리를 굴리는 데엔 도가 튼 작자들인 만큼 우선적으로 가벼운 계획을 수립한 뒤 흩어졌다.
“이거 그런데. 괜찮을까요.”
티아라의 질문에 에오니샤가 쿡 하고 웃었다.
“미식연구회를 믿어요?”
“아뇨? 절대 못 믿죠. 코오나 그 사람은 몰라도 미식연구회는 안되지. 배신의 아이콘들인데.”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연극을 보고 빵이나 뜯는 거예요.”
에오니샤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참여하는척하다가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빠질 거에요. 뒤집어써도 미식연구회 그 배신자들이 싹 뒤집어쓰게.”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요?”
“잊었어요? 우리 지난번에 발효장치 일로 매달렸을 때.”
에오니샤가 이를 뿌득 갈았다.
“우리 밑에 와서 얼마나 놀렸는지.”
“유리아 양에게 도발했다가 제 치마를 말아 올리려 들어서 얼마나 당황했는데요.”
영지개발부의 에오니샤와 티아라는 사실 데이비에게 복수하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이 얄미운 미식연구회를 엿먹일 수단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잘못되면요?”
“지구 문화중에 곧 만우절이라는 게 온다던데요.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이라고. 만우절 장난이었다고 하고 활로를 도모해봐야죠.”
음흉한 미소를 짓는 에오니샤였다.
그리고. 그런 계획은…….
“후후후. 모든 것이 순조롭네요. 요즘 들어서 정말 사는 맛이 나는 거 같아요. 뮤우도 요즘 친구들과 노느라 제 곁엔 잘 안 오니까요.”
“륀느가 사특한 유리아의 계략을 높게 평가. 또한, 뮤우의 경우 유리아의 그런 사특한 계략이 무서워서 그렇다고 연산 중.”
미식연구회도 마찬가지였다.
“순진한 영지개발부 분들이라 다행이에요. 혹여라도 생길 후폭풍을 뒤집어쓰면 안 되죠.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부서가 폭발할 수 있으니.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는 손을 빼면 된답니다.”
“증거가 남을 경우.”
“그 경우엔 가서 빌어야죠. 지구의 만우절 장난이 흥미로워서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일이 커질 거 같아서 먼저 자수하는 거라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면 되는 거랍니다. 만우절에는 장난들을 제법 관대하게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유리아의 말에 륀느는 고개를 끄덕였고 점순이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가끔 보면 하이엘프가 아니고 악마 같아.”
“어머나. 제가 악마라니요. 저는 제 생에 한 점 부끄럼이 없어요.”
유리아 헬리샤나. 미식연구회 부장으로서 점순이의 눈으로 보기엔 악마도 이런 악마가 따로 없었다.
결국, 중간에 끼인 코오나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떤 걸 입어야 그 사람이 나를 다르게 봐줄까.”
처음엔 단순한 오기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녀도 한 번쯤 보고 싶었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거리는 데이비의 얼굴이 보고 싶다.
방에 홀로 앉아 야시시한 옷을 이곳저곳 몸에 대보며 얼굴을 붉혔다.
애초에 그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었다.
코오나의 목표는 단 하나.
자신을 아이로만 보는 데이비를 당황시키는 것.
그녀 또한 잘 있는 그의 가정에 파고들어 흔들 생각은 없었기에 데이비가 당황하는 선에서 멈출 생각이었다.
적어도 그녀를 아이처럼 여기던 데이비가 확 드러낸 그녀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녀가 머무르고 있는 영주성 객실 방문을 벌컥 열었고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리려던 그 순간.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피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붉은 눈이었다.
정체 모를 어떤 시선에 흠칫 놀란 그녀가 반사적으로 그녀의 애검을 뽑아 들고 해태의 힘을 검에 녹여내었다.
스릉!!
그리고는 빠르게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조금 전 느낀 그 기시감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뭐야?”
황급히 뛰어나간 그녀는 문득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 보는 손수건. 하지만 피로 추측되는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는 그런 손수건이었다.
그리고. 그 손수건의 아래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K.R]
누군가의 이니셜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