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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70화 (1,270/1,559)

제 1270화

약한 잿가루 냄새가 울려 퍼졌다.

코오나는 이 묘한 냄새를 따라 주변을 둘러보다 해태를 불러냈다.

“뭐…… 아는 거 없어요?”

-…….

그러자 해태는 조용히 그녀를 보다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해태는 그랬다.

다른 신수와 다른 구석이 있었다.

물론 코오나가 주작이나 청룡 같은 신수와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코오나에게 해태는 조용히 말했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 손수건을 버려라.

“그렇다고 하기엔 어떤 마법적 조치도 없는데요.”

-말리진 않겠지만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듯한 느낌이 드는군.

그 말을 끝으로 해태는 사라져버렸다.

이에 홀로 남은 코오나는 복잡한 심경을 누른 채 다시 그녀의 방으로 돌아왔다.

똑똑!

그때 그녀를 상념에서 빼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깜짝 놀란 코오나는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던 아이가 입기엔 조금 일러 보이는 예쁜 드레스나 야시시한 옷들을 허겁지겁 숨겼다.

덜컥!!

“무……무슨 일이세요?”

애써 무표정을 가정하며 그녀가 문을 열자 예상했던 인물이 서있는게 보였다.

“네가 여기 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여태 들리지 않았잖아.”

얼마든지 놀러 와라 말한 건 데이비 쪽이었기에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코오나가 그동안 거절해왔던 것도 사실이었던 만큼 데이비에겐 코오나의 이런 방문이 조금 신기하게 여겨지는 듯 보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았나 보네.”

“그런 거 아니에요. 애초에 제가 고집부린 거고.”

담담하게 말한 그녀는 방 안에 있는 찬장에서 과자를 꺼내 가져왔다.

“드실래요?”

“아니. 뭐 잘 지내는지 보러온 거지 네 개인시간을 빼앗으려던 건 아니야.”

담담하게 대답하는 데이비의 대답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좀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지 왜 또 선을 긋는 것인지.

그때였다.

“피 냄새?”

갑자기 데이비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그대로 주머니에 손을 숨긴 코오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피 묻은 손수건이 툭! 하고 떨어졌다.

말없이 손수건을 보던 데이비의 표정이 굳었다.

“네 피야?”

“……아니에요. 주운 거예요.”

그녀의 대답에 데이비는 복잡한 심경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피가 아니라고?”

“네. 봐요. 어디에도 상처는 없잖아요.”

코오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이에 데이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서 주운 건데? 게이트?”

여기서 주웠다고 하면 괜히 난리 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혹시 몰라 말했다.

“여기서 주웠어요.”

“뭐?”

놀란 데이비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에이미.”

이후 그는 굳은 얼굴로 통신장치를 활성화했고 에이미를 불렀다.

“네. 저하 부르셨어요?”

통신장치 너머 에이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쁜 건 알겠는데 일단 모든 일 중단하고 하나만 확인해줄래? 현재 하인스 영주성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이 전부 멀쩡한지 확인해봐. 사용인부터 손님까지 전부.”

-네. 알겠습니다.

그 말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그녀였다.

“왜 그러세요?”

“그 피 색이 영 신경 쓰여서. 그냥 상처가 나서 닦은 정도로는 그렇게 붉어지지 않아.

저 정도의 출혈량이면 상당히 큰 상처일 수밖에 없었다.

“아. 이니셜이 있네.”

그때 데이비가 손수건의 한쪽 끝에 있는 글귀를 발견했는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니셜이에요 이게?”

“그렇지않나? 손수건의 끝에는 보통 이니셜을 다니까. 그런데 K.R이라. 나도 처음 보는데. 영주성 내에 저런 이니셜을 지닌 사람은 없어. 정말 여기서 주운 거 맞아?”

“네. 맞아요. 저기 창밖에서 주웠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손수건을 다시 받았다.

“줘. 내가 치울게.”

“……아뇨.”

그냥 넘기면 되는데. 왜 이 손수건을 넘기기 싫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제가 나중에 주인에게 돌려줄게요. 제가 주운 거니까요.”

“그래도 집주인이 찾아주는 게…….”

“제가 남이에요?”

그래서 고집도 부렸다.

그녀는 평소엔 하지도 않던 고집을 부려 손수건을 사수했다.

이에 데이비는 어렵지 않게 포기한 듯 돌아섰다.

그때였다.

“그런데. 그거.”

잠시 침묵한 데이비가 흘리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티오니스가 아니고 지구 물품이네.”

그 한마디에 코오나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 * *

데이비가 떠난 이후 코오나는 피 묻은 손수건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티오니스가 아니라 지구에서 온 물건이라.

딱히 지구와 왕래가 있는 만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묘한 느낌이었다.

어지간한 하인들의 물건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장 그녀에게 미묘한 느낌을 주는 이니셜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때 다시 한번 스산한 시선이 느껴진 그녀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반사적으로 손을 검을 뽑아 휘둘렀다.

카아앙!!!

묵직한 금속음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검 끝을 본 코오나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트와일라잇?!”

그녀의 검을 막은 넝마를 뒤집어쓴 핏발이 선 눈동자의 주인이 들고 있는 검이 검붉은 트와일라잇이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것! 똑바로 봐라. 저건 그 무지막지한 검과 다르다.

해태의 목소리에 그녀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확실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문양이 달랐다.

카가가가각!! 카앙!!

이후 그녀는 검을 비틀어낸 뒤 그녀를 관음하던 변태의 검을 쳐냈다.

어떤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괴한이 품고 있는 분위기는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증오하는 듯한 끔찍한 분노 그 자체였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녀에게 살기를 품고 있지 않았다.

카가가각!! 쩌엉!!

수차례 검을 교환한 코오나는 몸을 튕기듯 물러났다. 그리고는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명검 소리를 듣는 검이건만 한두 번의 충돌만으로 검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반면 코오나는 너무도 가볍게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다.

힘의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격차 속에서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곳은 데이비가 머무르는 곳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데이비가 이 힘의 충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려던 찰나였다.

“쯧.”

짧게 혀를 찬 그가 흐릿해지듯 움직였다.

그리고는 몸을 날렸다.

콰아앙!!!

뒤이어 순식간에 주변 공간이 비틀어지며 그가 있던 장소가 비틀렸다.

“남의 집에 쳐들어온 놈이 뻔뻔하기도 하지.”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코오나는 눈을 크게 뜨고 나타난 인물을 바라보았다.

데이비 올 라운.

그녀가 현재 혼란스러운 주요 원인이었으며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던 이이기도 했다.

대치 상태에 놓인 현 상황 속에서 데이비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넝마를 뒤집어쓴 이는 핏발이 선 한쪽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오나는 곧 이어진 행동에 눈을 크게 떴다.

드러난 침입자의 눈이 격하게 흔들리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로 여길 왔고 코오나를 습격했는지는 나중에 물어보마.”

카아아앙!!

엄청난 소음과 함께 침입자의 몸이 짓눌렸다.

“죽이는 건 그 후에 결정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선고였다.

“소……손수건…….”

그때였다.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로 괴한이 말했다.

“뭐?”

“손수건을 되찾으러 왔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하는 그를 보며 데이비가 코오나를 보자 그녀가 흠칫 놀라 주머니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찾는 게 이건가요?”

“아……아아!”

그제야 그는 눈을 부릅 뜨며 천천히 걸어왔다.

이에 데이비가 막아서려던 그 순간. 코오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물건을 돌려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 손수건이 네 꺼라고?”

데이비의 질문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걸어와 코오나의 손수건을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새하얗지만 깡마른 손이다.

고생을 한 듯 여기저기 굳은살도 배겨있었다.

“찾았다…….”

환희와 슬픔. 끔찍한 고통이 서린 목소리로 손수건을 소중하게 받아 품에 끌어안는 그를 보며 데이비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침입자를 그냥 두면 쓰나.”

“잠깐만요! 그냥 물건을 찾으러 온 거잖아요!”

“저런 놈이 단순히 손수건을 찾으러 왔다고?”

그렇게 말한 데이비는 코오나와 다른 것을 보고 있다는 듯 말했다.

“너 누구냐.”

데이비의 질문에 손수건을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저에 대해 잊어주세요.”

그리고는 다시 코오나를 흘끗 보고 말했다.

“이제 충분히 만족했으니.”

정말 미련이 없다는 듯 돌아서는 그를 보며 데이비가 혀를 차고 나서려던 찰나였다.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피눈물이 말라붙은 눈으로 그를 보던 넝마의 괴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죄송합니다.”

그의 사과에 데이비가 눈을 살짝 꿈틀거렸다.

“뭐가 죄송하지?”

“이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단순히 침입했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닌 거 같은데.”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우웅!!

동시에 막대한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워프?”

이에 데이비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가 사용한 마법은 8서클의 대마법. 워프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 * *

괴한은 그렇게 떠났다.

나는 놈이 코오나를 노렸다는 사실을 빌미로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고 남게 했다.

코오나는 혼란스러워하는 듯 보였지만 더 이상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대체 그놈이 바란 건 무엇일까. 그만한 힘을 지닌 놈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바도 없었다.

물론 세상은 넓고 저런 놈이 없는 게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 떨떠름한 건 사실이었다.

뭔가 그냥 보내면 안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륵…….

“아이나?”

“급보입니다.”

곤히 잠든 아벨을 품에 안은 채 업무를 보고 있던 중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낸 아이나의 모습에 놀란 내가 그녀를 불렀다.

어지간해선 이리 급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데.”

“서부대륙에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소문?”

“네. 페르세르크 님이 마족이라는 소문이요.”

그 한마디에 내 눈이 크게 뜨여졌다.

“뭐? 이게 뭔 개소리야.”

개소리. 사실 페르세르크가 마족이라는 게 틀린 건 아니지만 들킬 요소는 없었다.

들켜도 지금은 곤란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말했다.

“아직 진위도 파악되지 않았습니다만.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마치 누가 퍼뜨리고 있는 것처럼요.”

그녀의 보고에 나는 바로 코트를 입었다.

“직접 가시겠습니까?”

“나는 웬만해선 사람이 죽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서부대륙의 남단에 위치한 왕국에서 그 소식을 물고 뜯기 시작하면 가벼이 넘길 수가 없었다.

그쪽 분야의 왕국들에게 마족은 아직 불구대천의 원수였으니 말이다.

그 순간 문득 전날 만난 놈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그놈이?

잡아서 대체 누군지 파악을 했었어야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만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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