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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79화 (1,279/1,559)

제 1279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사람이 여기 왜 있지? 그럼 저 침실 안에 있는 건 누구지?

머릿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수십번 오갔다.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에오니샤와 유리아는 순식간에 시선을 맞춘 뒤 결단을 내렸다.

“어머나, 은공, 그렇지않아도 찾아뵈려 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저게 뭔지 설명 좀 해볼래? 또 시답잖은 사고를 친 건 알겠는데. 그건 나중에 계산하고.”

데이비의 미소에 유리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불안함의 수치가 끝도없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저희가 어떤 프로젝트를 협업했는데. 실수가 난 모양이에요. 은공께 보여드리려 한 것인데.”

“그래? 뭔데?”

“시……시크릿 필드랍니다!”

유리아는 머리를 쥐어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마, 맞아요. 오라버니! 소리와 시야를 차단하는 임의 공간을 만드는 장치를 개발해보려 했는데 저희 기술력이 모자랐는지…… 중간에 폭주해버려서…….”

에오니샤 또한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일이 꼬여버린 이상 데이비에게 전말을 들키는 순간 이번엔 매달리는 거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 안에 누가 있는데.”

“그게…… 코오나 양과 은공인 줄 알았는데요.”

그 말에 데이비는 말없이 침실 쪽 창문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묘하네…….”

그리고는 돌아섰다.

“저거 30분 내로 해체해놔.”

“네……넵!”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데이비였다.

하지만. 유리아는 문득 데이비의 표정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 우리 괜찮은 건가요?”

그 질문에 유리아는 굳은 얼굴로 미소를 완전히 지운 채 대답했다.

“아뇨.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통틀어도 지금만큼 심각한 상황은 없어요.”

유리아는 오랜 시간 데이비의 곁을 지켜왔다. 그렇기에 자신의 은공이 어떤 상황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데이비가 말없이 떠난 이후 유리아는 굳은 얼굴 그대로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여 보였다.

“…….”

“잠시 따라와.”

뒤이어 나타난 것은 페르세르크였다.

그녀는 말없이 유리아를 향해 고압적으로 말했고, 유리아는 우물쭈물하는 에오니샤를 밀어내고는 고개를 숙였다.

“네.”

왜 혼자 다 뒤집어쓰냐는 시선을 보내는 에오니샤의 의문이 잇따라 이어졌지만, 유리아는 쓴웃음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짜아악!!!

시원한 따귀 음이 울려 퍼졌다.

유리아는 붉게 달아오른 제 뺨을 어루만지지도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이었다면 이렇게 하지도 않았을 테지.”

“네. 알고 있답니다.”

“그대는 데이비의 소중한 영지민이며 가족일 터.”

자세한 정황을 말하지 않았으나 페르세르크는 알고 있었다.

페르세르크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페르세르크의 개인 침실엔 두 사람뿐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마법을 발현시켜 주변을 완전히 차단시킨 뒤 입을 열었다.

“코오나가 데이비에게 어린 마음에 연심을 품은 건 본녀도 알고 있어.”

지금 페르세르크와 유리아는 하인스 영지의 안주인과 가신의 관계였다.

평소엔 딱딱하다며 페르세르크가 질색하는 관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 상황을 볼 때 본녀가 코오나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닌 게야. 단순히 데이비에게 자신을 어필해보려는 것이겠지. 데이비가 당황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테니.”

어떤 이유에서든 코오나는 자신을 아이마냥 대하는 데이비에 대한 대항심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코오나가 아벨의 말대로 그와 이어졌다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데이비가 전말을 대략적으로 눈치챘다는 것이었다.

“데이비가 어찌하여 다 눈치채고도 돌아섰는지 이해하고 있는게야?”

“……네.”

데이비는 전말을 알면서도 평소와 달리 아무것도 모른 척 넘어가 버렸다.

코오나와 만나고 있는게 아벨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부채감 때문이었다.

“일리나와 에이리아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과거 본녀는 데이비에게 아이를 낳아줄 수도, 끝까지 곁을 지켜줄 수도 없다 생각했지.”

그렇기에 일리나와 에이리아라는 존재를 데이비의 곁에 두고자 했다.

그녀들은 데이비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미숙했던 데이비 또한 본인도 모르게 마음 한켠에 자리를 허락한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사라지면 그 공허함을 두 사람이 채워주리라. 한 명으로 부족하면 두 명으로.

그러면 될거라 생각했다.

또한, 그녀가 데이비를 완전히 신뢰하기 전 두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였기에 그걸 빼앗을 권리는 없다 여긴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것은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고. 붕 뜬 입장이 되어버린 두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페르세르크만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것에 대한 극심한 부채감을 데이비는 짊어져야 했다.

그래서 그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최선을 다함은 물론 그 일로 혹여 남은 두 사람이 상처받을까 홀로 꽁꽁 싸매왔던걸 모를 수가 없었다.

“데이비는 본디 정이 많아, 특히 남녀 간의 관계는 경험이 부족한 터라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지, 본녀가 어리석어 남편을 힘들게 만든 게야.”

깊게 따지고 보면 시작은 결국 페르세르크였다. 데이비를 위해 라곤 할지라도, 그에게 바람을 불어넣은 건 그녀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본녀는 데이비가 이 일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걸 경계할 수밖에.”

페르세르크가 유리아의 뺨을 때린 것은 그런 이유였다.

“본녀의 잘못으로 데이비는 부채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게야. 그러니.”

그 어떤 경우가 되었건 누군가가 데이비의 그 부채감을 헤집으려 든다면 악귀가 되더라도 그를 지켜주고 싶은 게 페르세르크였다.

“오히려 뺨 한쪽으로 끝난 것에 감사를 드려야겠지요. 이렇게 한 덕분에 이 이상 파국으로 치닫진 않을 테니.”

유리아는 영특하게도 페르세르크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이유를 짚어냈다.

페르세르크가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일이 커질 빌미를 죽여버린 것이다.

“데이비는 아마 이번 일로 그대를 탓할 자격이 없다 여겼을 게야.”

그럼. 이제 그대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겠지.

페르세르크는 말없이 유리아를 끌어안아 주었다.

“데이비에게 웃음을 주어 고마워. 그렇기에 이번 일로 데이비와 그대의 사이에 불신이 싹트는 걸 본녀는 원치 않아.”

일의 시작은 코오나였지만 어린 마음에 시작된 치기를 유리아가 재미 삼아 받아들이면 안 되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유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대가 에오니샤를 빼내고 홀로 다 뒤집어쓸 줄 몰랐는데.”

배신의 아이콘. 유리아 헬리샤나의 행동에 페르세르크가 조금 의문이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공의 표정을 보았을 때. 알았답니다.”

해선 안될 짓을 해버렸구나 하고.

“에오니샤 님은 아직 어린 분이시잖아요?”

맨날 팔아먹던 륀느나 점순이와는 다르게 에오니샤는 똑똑할 뿐 아직 어린 소녀였으니까.

한창 귀여움받을 나잇대의.

그 말에 페르세르크는 옅게 웃어 보였다.

“개수작을 부리는 게야.”

“어머, 들켰나요?”

“이 일이 해결되면 에오니샤는 그대에게 빚을 지게 되는 것을.”

유리아는 미소로 화답했다.

“저는 은공을 좀 뵈러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그리 하게.”

* * *

코오나는 의식을 잃은 청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처음엔 단순 착각이라 여겼건만, 다시 보니 확신이 섰다.

이 사람은 그때 그 손수건의 주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세한 전말을 듣지는 못했던 만큼 사실 코오나는 왜 자신의 피가 그가 가진 손수건에 묻어있는지 듣지 못했다.

상당한 피를 흘린 적이 최근에는 없었다.

그리고. 왜 자신의 피가 지워지지 않게 요시아의 마법까지 걸었는지도.

요시아 본인은 걸어준 적이 없다고 했으니 막말로 의문투성이였다.

마음 같아선 어떻게든 깨워서 묻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 그의 몸이 안 좋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해태…… 해태!”

코오나가 그녀의 신수 해태를 불러냈다.

이에 작은 호랑이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해태가 조용히 코오나를 응시한다.

“이 결계 좀 부수게 힘을 줘요.”

그녀의 요청에 해태는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빛으로 화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스릉!!

동시에 그녀는 가지고 있던 검을 뽑아 든 뒤 힘을 방출하듯 휘두르려 했다.

와장창!!!

하지만, 그녀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공간이 그대로 박살 나며 누군가의 모습이 그녀에게 보였다.

“어?”

결계를 박살 낸 건 다름 아닌 데이비였다.

코오나는 마치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얼어붙은 얼굴로 데이비를 응시했다.

“그……그러니까 이건…….”

“괜찮아?”

배려가 묻어있는 질문이었다.

이에 코오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또 애 취급이나 당해버리고 있는데.

왜 속으론 안도가 되고 기쁜 건지 모를 일이었다.

“이 사람이…….”

“괜찮아. 내가 해볼 테니까 들어가서 쉬어.”

그 말에 코오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를 지나쳤다.

당장이라도 돌아서서 그를 붙잡고 묻고 싶었다.

자기 어떠냐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졌는데. 예쁘냐고.

묻고 싶었다.

이제 마냥 애처럼 보이지 않냐고.

그리 묻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상처를 받은 소동물처럼 파르르 떨며 돌아가는 그녀를 무시한 채 걸어가던 데이비가 잠시 멈칫했다.

“잘 어울려.”

그 말에 코오나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다음부턴 이런 일 하지 마라.”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코오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투 안에 어린 씁쓸한 감정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나는 저기 끼어 들어갈 자리가 없구나. 아무리 예쁘게 입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구나.

코오나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숨긴 채 급히 그곳을 벗어났다.

* * *

헤탄 왕성의 붕괴는 하루아침에 국제연합에 가입된 수많은 국가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아무리 소왕국이라곤 하지만 한 나라의 중심인 왕성이 붕괴했다.

수많은 이들이 폭발에 휘말렸고 그 여파 후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국왕 또한 사망했다.

그렇다고 왕국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헤탄의 왕족 중 일부가 수도를 벗어나 있었고 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청함과 동시에 데이비 올 라운의 출석을 요구. 그리고 헤탄의 왕실을 되살리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데이비 올 라운이 헤탄 왕성을 날려버렸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인 만큼 많은 국가들이 술렁였다.

“이게 말이 됩니까? 신의 부름을 받은 자가 이리 오만해서야!”

새하얀 법의를 입은 젊은 신관이 테이블을 쾅쾅 내리쳤다.

“맞는 말입니다. 그가 성자인 것은 성흔의 존재 여부를 생각하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최근 성국 내에선 젊은 신관들 사이에서 데이비 올 라운 성자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었다.

성국을 지탱할 젊은이들인 만큼 그들이 토론을 하는 것까지 억압할 이유가 없는 성국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선 왕도 욕한다고, 데이비 또한 이런 일 가지고 물어뜯는 소인배는 아니었다.

그 때문일까.

제재를 받지 않으니 토론은 격화되고 점점 생각이 굳어갈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말로 저는 정말 이해 못 합니다. 우리가 새벽부터 일어나 기도를 올리고 여신의 가르침을 전파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얼마나 보호해왔습니까. 우리 성국이야말로 프리아 여신님의 절대적인 심복이라 이 말입니다.”

한 젊은 사제가 열변을 토했다.

“이전엔 그런 일도 있더군요. 탄성절에 성국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성녀 리나 님은 참석하셨습니다만, 정작 성자인 데이비 올 라운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이가 하인스 영지에 파견 나가서 몇 달을 보냈는데. 데이비 성자가 단 한 번도 새벽기도를 올리거나, 여신님께 올리는 미사를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다더군요.”

“그뿐입니까? 신을 모시는 자가. 경전에 대한 지식도 얇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여신님께서 남기신 경전에 대한 구결조차 알지 못하고 있더군요.”

요지는 간단했다.

매번 신을 부르짖고 기도를 올리고 가르침을 따르지도 않는 자가 성자가 된 것도 황당한데. 그의 행동이 성자로서 보여야 할 모범을 아득히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저희 교단과 성국의 위신을 꺾는 것입니다.”

“가서 간청해야 합니다. 계속 지켜보는 것도 한계입니다. 우리가 강하게 목소리를 모아 말하면 성국 상층부에서도 저희의 말을 들어줄 것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그가 성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야 합니다.”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하는 그런 그들이 대화에 한 사제가 경전을 들고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허어…… 성국의 미래가 어찌 되려고…….”

그의 이름은 벨리암 부주교. 과거 데이비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데이비와 접촉하여 그에게 여러 편의를 봐준 적이 있는 사제였다.

“앗! 벨리암 부주교님!”

멀리서 벨리암 부주교가 그들을 보고 있자 젊은 사제들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래요. 형제님들은 대륙의 성자 데이비 대공이 성자로서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괜찮습니다. 기탄없이 말해보세요. 토론의 주제는 자유롭게. 그것은 법왕 성하의 명이십니다.”

벨리암 부주교의 말에 젊은 사제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 천천히 말했다.

“예. 맞습니다. 저희가 배운 바로는 데이비 올 라운 성자는 마치…….”

“성자 같지 않다?”

“예!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여신께 기도도 제대로 올리지 않고 미사도 열지 않는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이전에 들은 바로는 경전에 있는 구절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자가 성자라니. 말이 되는가.

젊은 사제들의 치기 어린 질투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벨리암 부주교 또한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다.

적당히 상식을 아는 사람. 하지만 종교인이라고 하기엔 제법 세속적인 사람이다.

상층부에선 그와 충돌하는 걸 극도로 꺼리기에 그가 성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만 벌이지 않는다면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사제들은 어떠할까.

“여신께서 다 뜻이 있으십니다. 그걸 일개 피조물인 저희가 논할 수는 없는 게지요.”

“하지만!”

“하지만?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로암 사제.”

“여신님께서 실수로 그런 망나니를…….”

그 말에 벨리암 부주교의 웃는 얼굴에 살짝 금이 갔다.

“로암 사제.”

“헙?!”

깜짝 놀란 그를 보며 벨리암 부주교는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당장 고해소로 돌아가세요.”

다른 사제들도 불만은 같았으나 분위기에 취해 함부로 발언할 정도는 아니었다.

벨리암 부주교의 타박에 로암 사제는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 고해소로 향했다.

프리아 여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그녀의 뜻을 세상에 전파해야 할 사제가 여신을 불신한 것은 이단 심문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발언이었다.

벨리암은 조용히 넘어가 주었지만 다른 이들은 어찌 받아들일지 몰랐다.

특히 같은 기수의 경쟁자인 사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아…… 신이시여 이 어리석은 어린양을 용서하시옵고…….”

아무도 없는 고해소에 들어가 홀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던 로암 사제는 문득 그의 주변으로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기도를 멈춘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볼수있었다.

-찾았다. 적당한 숙주.

고해소의 천장에 매달려있는 바짝 마르고 괴이하게 생긴 생명체를 말이다.

겁에 질린 로암 사제가 그대로 몸을 일으키려다 주저앉았지만, 괴물은 곧바로 안개처럼 변해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버렸다.

그 이후 성국에서 로암 사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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