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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85화 (1,285/1,559)

제 1285화

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건지 에반젤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아벨을 치료한 뒤 녀석의 내상을 임시방편으로 완화시키고 있는 내게 물어왔다.

“아빠, 무슨 소리예요. 아벨이라니.”

에반젤린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에반젤린은 유독 동생인 아벨을 끔찍이도 아꼈다. 곤히 자고 있는 아벨을 볼 때면 입을 흐물거리며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움직인다.”

쉬리리릭!!

그 말과 동시에 검은빛의 빛의 줄기 같은 것들이 우리를 향해 날아든다.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나를 대신해서 에반젤린이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마나를 끌어올려 놈의 공격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놈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내 힘과 놈의 힘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저항하는 모양새에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누구 마음대로. 아직 안 되지.

콰지지직!!

강제로 힘에 부하를 걸어 놈의 공격을 상쇄시켜버린 나는 멍하니 악마를 보고 있는 셋을 향해 말했다.

“보조는 내가 한다. 저놈을 끝장내는 건 너희들이 해야 해. 이해됐나?”

“저……저희가요?”

“그래. 신격 때문에 놈에게 치명타를 줄 수가 없다.”

반대로 저놈 또한 나를 공격할 수 없지만 깊게 파고들어 보면 이쪽만 페널티를 잔뜩 떠안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나마 놈이 미쳐 날뛰지 못하게 억눌러두는 정도까지는 아직 가능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놈이 예전의 기운을 완전히 탈피해버리면 어찌 될는지.

악마에게 치명상을 먹일 수 있는 건 아벨과 에반젤린이다.

반대로 악마 또한 에반젤린과 아벨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흘러 이놈이 여기서 빠져나간다면 자친 빌어먹을 신의 약속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알아들었으면 움직여. 너희 둘이 합을 잘 맞추고 내가 보조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그래도 남매인데. 손발이야 잘 맞겠지.

부모가 자식을 못 믿으면 누가 믿어주리오.

내 그런 결단에 아벨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코오나 누님이!!”

“여기 공간은 저놈이 장악하고 있어. 나는 크게 영향을 줄 수가 없으니 찾아내는 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니까 네가 얼마나 빨리 저놈을 처리하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해.”

놈이 죽으면 이 붕괴된 시공간은 붕괴한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 휘말린 코오나도 찾을 수 있으리라.

그 말에 아벨은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초조한 기색을 내비쳤다.

십 년 가까이 쫓아다닐 정도로 좋아한 사람이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다만,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내 행동에 대상이 된 악마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채 찢어지는 비명을 토해냈다.

녀석은 계속해서 도망치려 했지만 아직까지 내게 놈의 도주 차단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다만, 놈의 찢어지는 비명에 영향을 받은 리나 성녀가 창백해진 얼굴로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아버렸다.

“괜찮습니까?”

“네에…… 괜찮아요오……. 그런데 저흰 뭘 할 수 있죠?”

“글쎄요. 공격적인 면을 놓고 보면 우린 아무 쓸모가 없겠죠?”

“데이비 님이 쓸모가 없다니요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가능하면 다른 방법은 쓰고 싶지 않네요.”

그건 이쪽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놈을 처리하고 싶으면 내가 신격을 버려야 하는데. 쉽게 버릴 수 있을지 장담도 할 수 없거니와 그렇게 되면 신의 영역과 이어진 모든 연결이 끊어지게 된다.

그뿐이랴. 신격을 이용해 사용하던 차원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크고, 자칫 세 번째 달 타나토스의 생명력을 제어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당장 이 빌어먹을 제약부터 어찌해야 할 듯싶은 마음도 들지만 한켠으로는 두 아이가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리나 성녀가 성흔을 얻어 상위 성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건 맞지만 태생부터가 전투와 잘 맞지 않는 성품이었다.

반면 나의 경우는 직접적인 공격은 불가하나 주기적으로 힘을 과부하 시켜 놈을 억제하거나 크게 타격을 먹이는 것도 가능했다.

그 외에도 치료나 보조는 아무런 제약이 없으니 저놈이 어떤 변수를 끌어내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없으리라.

“리나 성녀께서는 따로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요오?”

“네. 지금부터 제가 신성력을 흘려 넣을 겁니다. 그걸 잘 기억했다가 성흔의 신성력으로 계속해서 운용해주세요.”

시간이 걸리니 이거라도 해주시면 됩니다.

“이건 뭔가요오?”

“여기 휘말린 코오나라는 사람을 찾을 겁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좋을 겁니다.”

그녀는 이번 사태를 눈에 담고 증언하기 위해 나를 따라온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떼어놓을 수도 없었다.

이윽고 상황을 정리한 에반젤린이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꺼내 들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다만 처음과 달리 에반젤린의 적의는 상당히 적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놈이 변하면서? 악마종에 대한 적의는 대단하지만, 지금의 놈은 내가 지금까지 본 악마종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반면 아벨은 코오나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인지 에반젤린과 힘을 합치기는커녕 성급하게 놈을 향해 덤벼들었다.

내 버프 마법을 중첩으로 받았다 한들 아벨 혼자선 힘들 텐데. 이놈은 그런 게 없었다.

그래도 누구 자식들인데. 내가 억제하고 있는 악마 따위는 이길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악마를 완전 차단시키고 있던 장막을 해제시킴과 동시에 양손을 강하게 부딪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자 미리 준비되어있던 부적들이 떠오르며 거대한 빛의 띠가 되었고 순식간에 악마의 육신을 휘감으며 놈의 육체 능력을 강제로 저하시키기 시작했다.

다행히 디버프는 먹히는구만.

-빌어먹을! 신격! 이딴 걸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격분한 악마의 외침에 나는 도발하듯 비웃음을 던졌다.

* * *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나는 어질어질한 기분을 억누른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아벨과 에반젤린을 바라보았다.

“남매는 사이가 안 좋은 건 뭐 교리에도 나오는 법칙입니까?”

“네? 으음…… 글쎄요오…….”

지금 내 결계 주술에 갇힌 채 침묵하고 있는 악마종은 확실히 위험한 놈이다.

이놈을 다시 완전히 억누르느라 이쪽도 연비가 더럽게 안 좋은 힘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려 신의 약속을 어기고 방해를 하고 있는 꼴이니 속이 뒤집히는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직 이놈의 힘은 나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죽이진 못하더라도 발을 묶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 악마는 처음엔 저항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항할 생각을 버렸는지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당장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내가 놈의 속내를 모르듯 놈 또한 내 속내를 모를 터.

서로 숨기고 있는 패가 있다면 그걸 굳이 먼저 까서 손해를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내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힘을 합쳐 싸우라고 보냈던 아벨과 에반젤린의 끔찍한 불협화음에 대한 두통이었다.

“뭔데. 지금 노려보는 거야? 미쳤어? 네가 거기서 광역마법만 쓰지 않았어도 아무 문제 없었어!”

“누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대체 어떤 멍청이가 그렇게 기다릴 거 다 기다리고 준비해가면서 싸웁니까! 시간이 부족한 건 저희 쪽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뭐? 지금 잘했다 이거야?!”

처음엔 어색해하던 둘이었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실수, 아벨의 실수가 하나하나 중첩될 때마다 이 녀석들은 대놓고 말은 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는 빈도가 늘었다.

그러다가 아벨과 에반젤린의 불협화음이 극에 도달한 그 순간. 서로 간에 큰 실수를 저질렀고, 급기야 서로를 공격할뻔한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물론, 내가 나서서 둘을 막아 세웠지만, 그 때문에 제대로 속이 뒤틀려버린 둘은 아주 작정하고 으르렁대고 있는 꼴이었다.

초면?

그딴 게 무슨 소용일까. 남매는 남매라고 아주 나와 현아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만, 연희 누님과 나는 사이가 좋았는데.”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서 그런가.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의 아벨은 성년이 될 정도로 성장했을 터인데.

에반젤린이나 아벨이나.

내 눈엔 극한의 트롤일 뿐 둘 다 누굴 탓할 자격은 없었다.

“하…… 진짜 누님은 예전부터 변한 게 하나도 없네요! 성질머리하고는!”

“너 진짜 죽을래?!”

순식간에 뒤엉켜서 싸우기 시작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푸스스스…….

그때였다.

내 주술에 봉인된 채 침묵하고 있던 악마가 내게 말했다.

-나와 거래를 하지.

“누구 마음대로.”

-나는 그저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타나토스에게 속아 이곳에 던져졌으나 이제 타나토스는 없다.

놈은 타나토스에 대해 잘 아는 듯 보였다.

예전에 심연의 공주가 하인스 영지에 나타난 살인귀의 몸에 있는 악마종을 마지막 개체라고 했었는데.

이놈은 그것과는 다른 것일까.

“넌 악마종이 아닌가?”

-푸스스슷…… 그런 만들어진 인형 따위와 나는 다르다.

“인형?”

-푸스스스. 과거 완성된 세계를 갈망했던 나는 타나토스의 약속에 이끌려 이곳에 넘어왔고, 내 힘을 빌려주어 그가 악마종을 창조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말을 끊은 악마종의 몸에서 스팀이 뿜어져 나온다. 분노한 것일까.

-놈은 나를 속이고 나를 언령에 억압했다. 어리석게도 놈에게 속았지. 그 후 나는 본래 나의 존재를 잃어버렸고, 전쟁의 말로 쓰였다.

“그래서.”

-하지만 타나토스는 끝내 나를 완전히 잠식하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놈과 손을 잡지 않기로 생각했고, 언젠가 내 피조물이 나를 다시 깨울 때를 대비하여 나를 봉인했다.

그게 그 알이었다는 것인가.

놈의 제안에 나는 고민하듯 침묵했다.

내가 생각이 흔들린다고 생각한 것일까.

놈은 더욱 자신의 목표를 공고히 했다.

-잘 들어라. 우리가 이렇게 의미 없는 싸움을 할 이유는…….

“어이. 악마종.”

-…….

“네가 헤탄에서 죽인 인간이 수백 수천이야.”

내 말에 악마가 침묵한다.

“이곳에 와서 네가 뭔가를 빨아들였지.”

-시간을 빼앗았다. 생명이 가진 고유의 시간은 내게 큰 힘을 선사한다. 푸스스스.

“그래. 그것도 빼앗았고. 그런데 싸울 이유가 없어?”

-나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될 터. 푸스스스, 최소한의 희생으로 나를 돌려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싸울 이유가…….

“그 입 다물어라.”

속 터진다.

놈을 싸늘하게 노려보던 내가 투덕거리며 싸우고 있는 아벨과 에반젤린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지금은 손발이 안 맞아. 트라이 파티가 한방에 깨면 그게 레이드 보스냐? 어림도 없지.”

-네놈…….

“내가 예언하나 하마. 넌 여기서 절대 못 빠져나가. 도움이 필요했으면 처음부터 내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

놈이 누군가를 해치거나 싸울 의도가 없었다면 얼마든지 도와줬을 것이다.

과거에 어쨌든 간에.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뭣보다 네 손에 피해를 본 내 입장에선 그냥 곱게 보내줄 수가 없네.”

-끝까지 분쟁을 택하겠다는 것인가.

“넌 거기서 얌전이 이 두 녀석에게 공략당하면 되는 거야.”

당장 놈을 움직임을 완전히 막는 봉인진을 걸어두면 에반젤린이나 아벨도 놈을 죽이기 쉽지 않지만, 그거야 다시 해제하면 그만이었다.

놈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한차 싸우고 씩씩거리고 있는 둘을 바라보았다.

“다시 간다. 지금부터 저놈의 공략법을 알려줄 테니 잘 들어라.”

에반젤린과 아벨이 녀석과 싸우다가 서로 투닥거리는 동안 나는 놈의 움직임이나 힘의 흐름을 파악해두었다.

그것만으로도 놈의 숨겨진 패는 절반은 날아가는 것일 테니까.

“레이드 보스가 된 소감이 어때.”

내 비웃음에 악마종은 말없이 비웃음을 던졌다.

-어디 해봐라. 네 오만함이 저 둘을 죽이게 될 것이다. 네놈이 신격을 가지고 있어서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 터. 시간이 흘러 내가 본래의 형태를 찾아가기 시작하면 그 제약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놈이 당장이라도 모조리 물어뜯을 것처럼 은빛의 이빨을 번뜩였다.

“아……아빠 잠깐만요! 나 저 새끼랑 못해요! 아니 안 해요!”

“나도 못 하겠습니다. 아버지! 에반젤린 누님 성격이 괄괄한 건 알았지만 저건 진짜 너무 하지 않습니까!!”

내게 불만을 토해내며 절대 협력 못 한다고 못을 박는 두 녀석을 보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잘 들어라. 아벨. 너는 메인 딜러라 할 수 있다. 네 몸은 빈말로라도 좋은 상태라고 못해. 알고 있겠지?”

악마 놈이 듣지 못하게 소리를 차단시켜놓은 뒤 나는 설명을 이었다.

“뭐? 아빠 무슨 소리예요? 얘가 멀쩡한 상태가 아니라니?”

“그리고 에반젤린. 네가 아벨에 비해 밀리는 건 아니지만 경험이 부족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놈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내 설명에 에반젤린이 입을 꾹 다물었다.

“에반젤린? 게임 좋아하지? 아벨 너도.”

“네.”

“네.”

“흔히 포지션을 정하자고. 에반젤린이 탱커. 아벨이 딜러. 그리고, 버프와 디버프, 힐러는 내가 할 거다.”

한켠에 앉아 눈을 감고 내가 가르쳐준 성마법을 발현하고 있는 리나 성녀는 현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두 녀석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우선 놈의 공격 방식은 세 가지였다. 아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겠지. 우선 놈이 쏘아 보내는 검보랏빛의 구불구불한 줄기는 노출되지 마.”

“하지만 별거 없었는데요?”

에반젤린이 볼멘소리를 하자 나는 검지를 살짝 말아 녀석의 마를 가볍게 때렸다.

“꺅!”

“아빠가 해주를 했으니 망정이지 그거 저주야 임마.”

놈은 시간을 다루는 듯하지만, 환각도 상당한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 자칫 그 저주에 노출되었다가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저 멍청한 놈은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니 아는 대로 알려주마. 버릇이라는 게 무섭거든.”

나는 악마종이 보여주던 행동 패턴과 버릇을 알려주며 대처법과 어떻게 놈을 몰아붙여야 할지를 알려주었다.

“잘 들어. 레이드에서는 공대원 하나가 트롤링을 하는 순간 전멸이야. 너희는 다치게 두지 않겠지만, 지금 내 힘은 공명하면 할수록 영향력이 약해진다.”

내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에반젤린이 침울해진 표정을 지었다.

“아마 저놈은 다른 수를 숨기고 있을 거야. 그걸 2페이즈라고 하자. 우선 놈의 전력을 끌어내는 데에 집중하자고. 하다가 안 되면 후퇴해. 어차피 저놈은 도망 못 가고 너희가 후퇴하는 즉시 내가 다시 놈을 봉인할 거다.”

당장 봉인하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놈에게 타격을 가하거나 하는 것보단 나은 수준이었다.

“트라이 횟수가 많지 않아. 할 수 있지?”

“이 녀석 제 맘대로 하는데요.”

“코오나 누님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럼 협조해야지.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 나는 여신이 오래전 한 약속 때문에 저놈을 죽일 수가 없다.”

내 말에 아벨이 침묵했다.

“아벨. 누나한테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내 말에 아벨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에반젤린. 너도 네 동생을 좀 믿고 같이 움직여. 알아들었어?”

“네에…….”

에반젤린도 볼만을 접고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가보자. 단, 이건 목숨을 건 싸움이야. 게임처럼 설명은 했지만 긴장 놓지 마라. 이후의 상황은 그때그때 맞춰서 합공하는 거야.”

너희가 만약 크게 다친다면.

“만약 그렇게 되면 나는 신격을 버릴 거다.”

그 말에 둘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내가 신격을 버리면 저놈을 단번에 찢어버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신격을 얻으면서 다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게 무슨 뜻인지. 너희들은 잘 알 거다.”

에반젤린은 아벨이 어떻게 다 큰 모습으로 이곳에 있는지도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장 혼란스러울 테지만 일단은 급한 불을 먼저 끄는 쪽을 택한 듯 보였다.

“해볼게요.”

각자 서로 닮은 형태의 무기를 집어 들며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간다.

동시에 나는 놈을 봉인하던 주술을 해제한 뒤 두 사람에게 막대한 버프 마법을 부여하고 양손을 강하게 부딪쳤다.

[특위주술]

[대항마격진]

동시에 빛으로 된 부적들이 날아들며 사방에 퍼져나갔고, 허공에 달라붙듯 엉겨 붙으며 공간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같잖은 재주를!!!

“저 둘에게 아직 이른 네 힘은 전부 봉인하마.”

내 도발과 함께 에반젤린이 선두에 선 채 양손에 트와일라잇을 쥐고 등 뒤의 마법진에서 거대한 용의 앞발을 끌어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놈과 정면으로 충돌한 뒤 그대로 방향을 뒤틀어 아벨을 등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벨의 마법이 시전 되기 시작했다.

게임처럼 설명했지만, 사실 가장 속이 타는 건 나라는 것을. 두 사람이 알고는 있을지.

자식을 믿어주어야 한다지만 아무리 커도 부모에게 아이는 언제나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불안하다는 걸 아직 둘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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