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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00화 (1,300/1,559)

제 1300화

아벨은 벌써 일이 들킬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이 서려 있었다.

“도망가죠!”

“뭐……뭐?!”

당황한 코오나가 그에게 팔을 이끌리며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야! 저쪽에 게이트 있으니까 절로 가! 나 끌어들이지 말고!”

“누님 고맙습니다!!”

“…….”

사고를 쳐놓고 뭐가 저리 기쁜 것일까.

그리고, 코오나는 또 왜?

의문스럽게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에반젤린은 문득 그가 입고 있는 옷자락의 끝이 흐릿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왜 올 때 입고 있던 옷을…….

“…….”

에반젤린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뜨여졌다.

“설마…… 아니겠지.”

말은 그리하지만, 에반젤린의 머릿속엔 불안한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마치, 여기서 그를 보내면 반드시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반젤린. 아벨 여기 왔어?”

뒤이어 데이비가 작게 변한 페르세르크를 어깨에 앉힌 채 나타났다.

딱히 화가나 보이진 않지만, 표정이 꼭 드러나란 법은 없으니까.

에반젤린은 멍하니 두 사람을 보다 말했다.

“아빠…….”

“음?”

“나도 같이 가요.”

에반젤린이 하려던 방송도 그대로 멈춘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본래 예정되었던 휴방기간은 조금 남았으니 상관없을 터였다.

* * *

코오나는 말없이 아벨을 따라가면서도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눈앞에 있는 청년이 아벨, 즉 그 사람의 아들이며 저토록 즐거워하고 있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와의 첫 만남부터 묘한 느낌은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잘 알고 있는 듯 굴었지만, 그녀는 그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안도했다.

아벨이 저렇게 자랄 때까지도 자신은 그 사람의 곁을 떠나지 않았구나 라는 안도감이 말이다.

하지만 한켠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벨의 말은 정말 그녀 자신이 데이비와 맺어진다는 말이었을까.

뒤따라가면서 그런 복잡한 생각이 들지만 앞장서서 뛰어가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크게 웃는 아벨을 보고 있자니 찬물을 끼얹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데이비와 함께 하게 된다면 아벨은 그녀의 아들이 되는 셈이니까.

하지만, 아벨이 했던 말에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벨.”

“아하하하!”

“아벨!”

게이트를 넘어 그녀의 고향 지구까지 온 코오나는 자신을 이끌고 익숙하게 뛰어가는 아벨을 불러세웠다.

“왜 불러요?”

그렇게 한참을 뛰었을까.

그는 이제 되었다는 듯 만족한 얼굴로 돌아봤다.

너무도 환한 미소였다.

언 듯 그의 얼굴에서 데이비가 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의 아들이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아벨.”

“그전에 여기 좀 보실래요?”

아벨이 어딘가를 가리키자 코오나는 그제야 자신이 와있는 곳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아벨이 그녀를 데리고 온 곳은 넓은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절경이었다.

중간중간에 아벨이 도망을 핑계로 공간을 몇 번이고 넘었던 점을 생각하면 왜 이곳까지 왔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저도 모르게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탄성을 보이는 그녀였다.

그녀의 고국인 일본도 그랬고, 그녀가 지금 있는 이 한국도 그렇고 어느 나라건 야경은 참 예쁘기 그지없었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야경에 대해 그가 알고 있다는 건 조금 신기하지만 말이다.

“어때요? 한잔하실래요?”

이윽고 아벨이 자리를 편 뒤 작은 잔을 꺼내 내밀었다.

“그…… 나는…….”

“드세요. 뭐 문제 된다고. 그거 알아요? 저한테 술을 가르쳐준 게 코오나 누님인 거? 그때 유리아 누님이 새로운 술을 만들었다고 준거라면서 같이 마신 게 처음이었는데.”

그가 킥킥 웃었다.

“진짜 행복했어요. 꿈이라도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 보고 싶을 정도로.”

“아벨.”

그의 말에서 뭔가 기시감을 느낀 코오나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진 게 맞아?”

그녀의 질문에 아벨은 미소를 지운 채 자신의 잔을 내려다보다 한잔 들이켰다.

“크으…… 이 맛이지. 아버지가 어렵게 구했다면서 꼭꼭 숨길 때부터 알아봤지만…….”

“아벨.”

“누님.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자리에 앉은 채 야경을 보며 아벨이 시원하게 웃었다.

“저는 미래에서 과거를 바꾸기 위해 이곳으로 왔어요.”

“그건 들었어.”

새삼 놀랍긴 하지만 그동안 겪은 일이 있는데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아마 이곳에서 악마종이 죽은 덕분에 미래에 제가 겪은 끔찍한 사고는 사라졌겠죠.”

코오나는 받아든 술잔을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만족합니다. 저는 이제 이 세상에는 불순물에 불과해요.”

“아벨.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왜 불순…….”

“제가 있어서 미래가 이 이상 바뀌는 건 저도 사양합니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또 기분이 좋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크으…… 진짜 맛이 끝내주네. 사실 이렇게 둘이서 대화하는 것도 꿈만 같네요.”

아벨은 만족한 듯 보였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 미래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벨.”

“맛 좋은 술도 마셨고, 이제 미련이 없어요.”

그 말과 함께 그의 몸이 얼핏 흐릿해진다.

“아벨?!”

“시간이 됐어요.”

그가 웃어 보였다.

“가, 갈 시간이라니 무슨…….”

“미래에서 와서 강제로 붙들려 있었으니 돌아가야지.”

대답을 한 것은 아벨이 아니었다.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린 코오나의 시야에는 이미 상당수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데이비를 필두로 페르세르크와 일리나. 그리고 에이리아까지.

그 외에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륀느와 레이나도 적당한 거리에서 두사람을 보고 있었다.

“야. 왜 말도 안 하고 혼자 돌아가? 미쳤어?”

“하하.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순 없잖아요. 누님.”

웃으며 말하는 아벨의 하반신은 이미 상당량 흐려져 있었다.

“아버지. 술의 반절은 아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이번만 용서해주는 거다.”

그 말과 함께 데이비의 어깨에 앉아있던 페르세르크가 가볍게 뛰어내렸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본래대로 돌아왔고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와 아벨을 끌어안았다.

“사랑하는 게야 아벨. 언제고 건강해야 함이니…….”

“잘 알고 있어요. 어머니, 어머니는 너무 걱정이 많아요.”

“…….”

페르세르크는 아들이 떠난다는 사실에 못내 슬픈지 눈물을 보였다.

비록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아벨은 미래에서 왔다고 할지라도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으니 말이다.

“본녀가 사랑해.”

“저도 어머니를 정말 사랑합니다.”

말없이 페르세르크의 등을 토닥여준 그가 고개를 돌렸다.

“물론, 두 분도요.”

일리나와 에이리아를 향해 그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세상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이니까.”

“아벨…….”

에이리아는 귀를 추욱 늘어뜨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밥은 잘 챙겨 먹으렴…… 어디 가서 다치거나 그러지 말고…….”

“걱정 마세요.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로 약골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그는 이번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그래. 아들.”

“고민하고 계시죠?”

“응?”

의외의 물음에 일리나가 갸우뚱하자 그가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걱정 말아요. 엄마가 하고 있는 그 걱정. 하등 의미 없는 짓이니까.”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그 말뜻을 이해한 것은 일리나 하나뿐이었다.

“정말 그럴까?”

“네. 걱정 마세요. 엄마는 늘 말했어요. 쓸데없는 걱정을 해서 늦어진 게 후회된다고.”

그 대답에 마치 편안함을 느낀 것처럼 일리나의 표정이 한껏 풀어졌다.

이후 그는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그래.”

“고맙습니다.”

“네가 한 일이다. 내가 한 건 없어.”

데이비의 시큰둥한 대답에 그는 킥킥 웃어 보였다.

“하하하하……. 아…… 솔직히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다시 못 볼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말을 하던 그의 목소리가 잠겼다.

“왜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건지…….”

결국, 눈물을 보이는 아벨을 보며 에반젤린이 시선을 돌렸다.

“멍청한 거 아니야? 돌아가면 또 볼 수 있잖아.”

말은 그리하지만, 갑작스런 이별이 조금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언젠가 돌아간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떠난 아벨은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아벨은 에이리아의 품에 안겨 잠들어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상처들. 돌아가면 치유 가능하다 그랬지?”

“네. 누님.”

“어디 가서 맞지 말고.”

“똑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걱정 마세요. 저를 패는 건 누님뿐이니까.”

“야! 그게 다 너 잘되라고……!”

“아하하하하하! 어떻게 과거나 미래나 똑같은 소리를 하실까.”

에반젤린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치지만, 그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데이비를 다시 바라보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

“나머지도 가져갈 거냐?”

“아뇨. 나머지는 남겨놓을게요. 그 술, 아버지가 정말 오랫동안 아끼셨거든요.”

그의 몸은 이미 가슴 아랫부분까지 흐려져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해.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

“실은 이곳에 코오나 누님과 다시 와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전부에요. 그리고…….”

그가 륀느를 바라보았다.

“거 미식연구회 사고 좀 적당히 치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맛있는 최상의 식재료를 만든답시고 고독을 만들면 어쩝니까.”

그 말에 륀느가 흠칫 놀라더니 시선을 피한다.

“야. 륀느. 저게 무슨 말이냐?”

“뤼……륀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보고.”

“넌 나중에 보자.”

륀느가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이후 레이나가 천천히 다가와 아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건강해.”

“마음에 두신 말은 꼭 하세요. 꽁꽁 숨기다가 사고 많이 치시니까.”

“그래. 참고할게.”

레이나가 옅게 웃어주었다.

일리나와 닮은 상이지만 지금의 레이나와 일리나는 동일인물이라고 보기엔 다른 구석이 많았다.

“아…… 이러니까 꼭 여기 남고 싶기도 한데…… 그럴 수는 없네요.”

그가 한 손을 들어 흔들었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다시 오지 말고.”

“다시 올 일이 없어야죠. 미래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아버지.”

그말과 함께 흐려지던 아벨의 몸은 발끝부터 빛의 입자가 되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서히 흩어진 그는 미련 없이 며칠간 정이 들었던 과거를 벗어났다.

* * *

올 때는 시간의 권능을 이용해서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시간을 그 틈 안에서 체류했고, 많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권능도 없는 그가 아니던가.

시간의 틈새 속에서 아벨은 자신의 몸이 영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이대로 가다간 진짜 큰일 나겠네.”

권능이 있었었기에 어느 정도 익숙함과 제어력을 가진 건 신기한 일이지만 그것도 기분 탓일 뿐 사실상 그는 시간의 틈새에서 표류 중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면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 사실을 직감한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버지. 저 진짜 큰일 난 거 같은데요.”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부유하던 아벨의 얼굴에 다급함이 어렸다.

“어……어어……. 이게 아닌데.”

복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중얼거리던 그가 허탈하게 웃었다.

다 해결됐는데. 돌아가는 길에 이 꼴이라니 우습기 그지없다.

이대로 자신은 죽는 것일까.

이럴 줄 알았다면 이럴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의논해보고 대처했어야 했는데.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그가 쓴 표정을 지었다.

급기야 시간의 틈은 권능을 잃어버려 불순물이 된 아벨을 치워버리려는 듯 그를 조금씩 조금씩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와 씨 잠깐만, 이건 진짜!!”

당황한 그가 저항해보지만, 상황이 호전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고 있었다.

처음엔 여유가 어느 정도 남아있던 그였지만 서서히 압박되는 틈의 힘이 강해지자 정말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지…… 아니지!! 이렇게 죽으면 진짜 이런 개쪽도 없는데!”

비명을 지르며 그가 버둥거려보지만, 시간의 틈은 권능을 잃어버린 그에게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진짜 이렇게 죽나?”

허탈함에 그의 손이 떨렸다.

악마종을 처리하고 이제 코오나가 안전해졌는데. 그녀의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 보러 가는 도중에 이꼴이라니 지나가던 고블린이 웃을 지경이었다.

자신의 부족한 준비성은 늘 아버지가 지적하던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항을 포기한 아벨은 멍하니 부유한 채 서서히 짓눌려져 갔다.

여기서 아무리 악을 써본들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 저항이 무색하게 그를 짓이기려던 시간의 틈이 서서히 밀고 들어온다.

그때였다.

콰직!!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놀란 그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시간의 틈 일부에서 커다란 금이 가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금은 이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내고 두 사람의 인영을 드러냈다.

좀 전까지도 봤던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와. 머리 위에 여우 귀가 달린 소년이었다.

아벨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지만 수인족이라는 점과 여러 점을 계산해보면 소년은 분명 아벨보다 연장자였다.

“형님…… 누님!”

“시간 축이 정상화됐는데 네가 왜 안 돌아오나 하시더라.”

“아……아버지가요?”

“그래. 어떻게 하셨는지 시간의 틈을 찢어버리시고 직접 오시려던 걸 말리고 우리가 온 거야.”

틈사이로 들어온 소년이자 아벨이 가장 따르는 형, 다리안이 손을 내밀었다.

“가자. 아벨.”

아벨의 미소와 못마땅한 표정을 짓지만, 걱정이 어려있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누님과 형을 보며 아벨은 씨익 웃고 몸을 일으켰다.

“그럽시다.”

“어…… 야! 너 몸에 상처가 왜 이래!”

“아. 시간의 틈 안에서 처음에 엄청 굴렀더니 몸이 아주 아작이 났더라구요.”

“잘 하는 짓이다!”

아벨의 등짝을 철썩철썩 후려치며 그가 등을 떠밀었다.

“얼른 가자. 나 라면 먹을래.”

“오랜만에 끓여 드릴까요?”

“안에 침이라도 뱉게?”

“음식에 장난 안 쳐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았던 가족들이었다.

하지만 본래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온 아벨은 이곳에 있는 가족들이 결국 그들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얼른 가죠. 피곤해 죽겠어요.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이야기해줄게요.”

그가 환하게 웃으며 듬직한 형과 누나를 향해 말한다.

그리고, 그제야 에반젤린도 안도한 듯 웃었다.

“얼른 가자. 멍청아.”

“예 심해아귀 같은 누님.”

“뭐래. 갯지렁이 같은 게. 물어뜯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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