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01화
국제연합과 삼제국, 성국의 대표. 그리고, 이번 일의 주동자인 마왕과, 성자의 회담이 정해졌다.
마족과 인간의 종전협정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엄청난 반발과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마족이 인간을 돕기위해 군대를 이끌고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마족과 인간이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인지 몇 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불같이 반발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약소국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대부분 그 분노를 속으로 씹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삼 제국과 이름있는 국가들은 무슨 이유인지 우선 협상에 한 번 나서보자는 입장을 내비치니 그들로선 속이 터질 수밖에.
가장 분노하는 것은 헤탄 왕국의 남겨진 왕족들이었다.
이에 그들은 목숨을 걸고 자본금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콘타스 제국으로 향했고, 대제에게 요청했다.
그들의 말 같지도 않은 협상을 망쳐달라고.
그들에게 마족이 어떤 경위로 인간들을 도왔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제는 그런 헤탄의 왕족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재미있군. 뻔뻔하게 그런 생명체를 대륙에 풀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이번엔 그 사태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 마족과 싸우라? 우리가 네놈들이 말하면 가서 싸우는 용병이라도 되었던가?”
비록 협상에 그리 달가운 입장을 보이는 그가 아니었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선택을 보류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덕분에 결정이 섰군. 짐은 이번 협상에 제대로 나서볼 생각이다.”
“화…… 황제시여!”
“그 입 다물어라. 본래라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그 괴물을 숨기고 힘을 제공한 헤탄 왕국을 불태워버리고 싶지만 그 또한 그 괴물 놈에게 잠식된 결과라는 것을 알기에 쓸데없이 피를 흘리지 않는 것뿐이다.”
외교적, 경제적인 압박을 살짝 가하는 거로 일단은 넘어가 준다는 소리였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나게 관대한 처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황제! 마족 놈들은 인정을 모르는 괴물들이오! 그런 놈들과 평화협정이라니 이 무슨!!”
“밖에 있는가. 이놈들을 끌어내라. 아, 그리고 경고하는데. 이 이상 선을 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희가 벌인 재앙을 도와준 건 너희들이 그토록 멀리하라 말하던 그들이었으니.”
이미 대제에게 있어서 악마종에 버금갈 정도로 분노의 대상이라는 건 분명했다.
소리를 지르며 끌려나가는 이들을 보며 대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곤한 표정으로 팔을 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두가 믿고 따르는 존재는 될 수 없는가 보군.”
“대제시여. 곧 회담이 시작될 듯합니다. 이동할 준비를 하라 이를까요?”
“좋다. 전쟁 사후 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해두도록 하지. 창고를 열어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라 이른 것은 진행하고 있나?”
“예, 차질없이 진행 중입니다.”
“그럼 가도록 하지.”
왕자가 어떤 상황을 유도해서 협상을 성공시킬지.
그리고,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 마왕의 낯짝이나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아벨이 떠난 직후 어째서인지 괜히 눈물이 나온 에반젤린은 슬프면서도 괜히 다행이라 여겨지는 이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말없이 컴퓨터 화면을 보다 고개를 살짝 떨구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씨 진짜 왜 이러는데에…….”
괜히 눈물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게 된 그녀는 방송을 켤 의욕까지 사라져버렸다.
물론, 그녀가 전쟁 때문에 떠나면서 티오니스에 큰 재앙이 벌어져서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휴방한다는 공지를 남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기간 방송을 하지 않는 건 기다리는 이들을 향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방송을 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몸을 웅크리고 의자에 앉아 훌쩍거렸을까.
에반젤린은 촉촉하게 젖은 눈을 닦아내고는 컴퓨터를 가동했다.
“그래…… 뭐라도 하자. 그래야 뭐라도…….
띠링!
그때였다.
타이밍 좋게 연락을 보내온 절제 때문에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노려보다 천천히 음성채팅 파일을 실행했다.
띠링~띠링~ 띠링~
단조로운 효과음이 몇 차례 울렸고 이내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왔구나!”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아가씨. 갔던 일은 잘됐어?”
“……네.”
힘없이 그녀가 대답하자 절제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어긋났다.
“뭐야. 목소리가 왜 그래. 울었어?”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에반젤린의 대답은 누가 듣기엔 상당히 그녀가 힘들어한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어…… 음. 내가 괜히 연락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
“별거 아니에요. 다 잘 풀렸는데…… 잘 풀렸는데…….”
말을 하던 에반젤린의 목소리가 다시 잠기자 절제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거기 기다려! 내가 갈게!”
“흐어어어엉!!”
결국 울음을 터뜨려 버리는 에반젤린의 소리에 절제는 곧바로 음성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약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우웅!! 우웅!!
에반젤린의 레어로 누군가가 진입 요청을 했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이에 에반젤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가볍게 손을 휘저어 진입하는 이의 출입을 허가했다.
“에린아!”
뒤이어 놀란 표정으로 들어온 절제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훌쩍거리는 에반젤린에게 뛰어왔다.
“에린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당황한 그의 손에는 에반젤린이 좋아하는 간식이 담긴 박스가 쥐어져 있었다.
“아저씨…….”
“그래. 그래. 오늘은 아저씨라 불러도 괜찮으니까 무슨 일이야.”
“흐어어엉!!”
결국 그녀가 절제에게 매달리며 엉엉 울자 그는 한참 동안 떨떠름한 얼굴로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그래 괜찮아. 원하는 만큼 울어.”
애석하게도 게임 폐인에 방구석 그림쟁이인 절제는 이 나이대의 소녀를 달래는 법 따위는 잘 몰랐다.
* * *
한참 동안 우는 에반젤린을 어찌할지 몰라 그저 토닥여주기만 하던 절제는 그녀가 울음을 어느 정도 그치자 조심스레 물었다.
“그…… 다른 가족들은? 뭐 잘못된 거 아니지? 설마 레이나 누님이 다치거나…….”
“다친 사람은 없어요. 그냥…….”
에반젤린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침묵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같이 있던 사람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거든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건데…… 맨날 싸우기만 했는데…….”
말을 하던 그녀가 다시 울 기미를 보이자 절제가 황급히 그녀를 다독였다.
“그…… 그래.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묻지는 않을게. 그래도 울고 싶으면 얼마든지 울어. 그리고 나서 다 털어내자.”
“고마워요.”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절제는 익숙하게 근처에 놓인 작은 냉장고를 열었다.
방송 때문에 에반젤린의 방송실에 자주 와본 그였기에 새삼스럽지 않은 행동이었다.
“오. 이거 좋겠네.”
제법 달달한 음료수를 꺼낸 그가 컵에 따른 뒤 그녀에게 내밀었다.
“자, 슬픈 일이 있을 땐 단 걸 마시면 된다더라. 쭉 들이켜라.”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노력하는 절제 덕분일까.
에반젤린은 결국 삼십 분 정도를 더 울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다 울었어?”
“네.”
“그럼 된 거야. 어디 기분전환이라도 할겸 게임이라도 할까? 아니면 그림?”
“그림…… 그림 그려요.”
그 말에 절제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서로 그릴 거 추천해주자.”
“좋아요.”
평소 게임을 즐긴다 할지라도 절제도 에반젤린도 결국 그림을 좋아해서 방송도 시작한 이들이었다.
에반젤린은 곧바로 누군가를 불렀고, 뒤이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검은 슬라임과 무지갯빛 슬라임들이 커다란 캔버스를 가지고 와 두 개 내려놓았다.
뒤이어 검은 슬라임이 에반젤린의 어깨에 폴짝 뛰어 올라타자 그녀는 펜을 들고 맞은편에 앉은 절제에게 물었다.
“절제 아저씨.”
“엉?”
“레이나 언니 아직 마음에 품고 있어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쉽게 사라지나. 그래도 노력은 해야지. 상처가 많은 사람 같은데 강요할 순 없는 거 아니겠냐.”
“그렇죠? 정했어요?”
“음…… 그럼 내 게임 캐릭터를 그려달라 해볼까?”
“저는 그럼요.”
그녀가 품 안에서 작은 아티펙트를 꺼냈다.
빛을 내뿜으며 드러난 영상 속에는 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 녀석하고 저를 같이 그려줘요.”
“흠…… 누구야? 어째 성자님 닮은 거 같은데.”
“뭐. 그런 게 있어요.”
“상관없지.”
본능적으로 에반젤린이 떠나보냈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지만, 그는 애써 말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오랜만에 빡 그림 간다. 대신 기분 좀 풀리면 난 돌아갈 테니까 같이 게임이나 하자.”
“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본 상태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그림 행사 참석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미안해요. 워낙 바빠서.”
“뭐. 티오니스에 일이 터졌다는데 어쩌겠어. 그쪽에 잘 말해놔서 별문제 없이 끝났어.”
절제가 저렇게 가벼워 보여도 꽤 유명한 그림 스트리머였던 만큼 그의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곧 집중하며 펜을 놀리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에반젤린은 조용히 펜에 손을 대지도 않은 채 그를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한참을 바라보다 그림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의 요청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서로 대화 하나 없이 자신의 꿈에 열중하는 절제와 말없이 펜을 움직이며 캔버스에 색을 늘려가던 에반젤린은 거의 동시라 할 정도로 같은 시간에 멈췄다.
“다됐다. 먼저 보여줄까?”
“네.”
에반젤린의 대답에 절제는 기대하라는 기색을 내비치며 캔버스를 빙그르르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직접 겪은 적은 없는 아벨과 에반젤린이 서로 웃으며 사진을 찍는 듯 자세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동시에 그림을 보던 에반젤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 어어?!”
왜 늦게서야 후회를 할까.
툭하면 싸웠고 딱히 오랜 시간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떠날 줄 알았으면 이런 작은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놓는 건데.“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알고 있다. 그가 제시간대로 돌아가며 그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 자체조차 해보려 하지 않은 것에 못내 후회가 되는 그녀였다.
뒤늦게 찾아온 후회감에 그녀는 괜히 서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뭐…… 잘못 그린 건가?”
“아뇨…… 너무 고마워요.”
에반젤린이 훌쩍거리며 힘겹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자신의 캔버스를 돌렸다.
“저도 그렸어요.”
그녀가 그려준 그림을 본 절제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이건 내 게임 캐릭터가 아닌데?”
“그냥…… 그리는 걸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싶어져서요.”
사용된 색은 흑백뿐이지만 에반젤린의 캔버스 안에는 그림에 열중하며 마치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절제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늘 고마워요. 오빠. 앞으로도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요.”
“그…… 그래.”
오빠라는 호칭에 당황한 절제가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니 무친녀나, 그게 지금 그 똥겜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엄마 방장이 이상한 거 주워 먹어!
-안돼…… 안돼! 내 눈!!
에반젤린은 제법 뻔뻔한 얼굴로 최근 유명한 하드코어 망겜을 즐기고 있었다.
조작감이 최악이며 게임 난이도도 제작자가 플레이어를 엿먹이기 위해 만든 듯한 느낌이 드는 게임으로 한때 스트리머 사이에서도 유명한 게임이기도 했다.
“음…… 여기서 이렇게 하면…… 꺄아아악! 안돼! 돌아가지마! 시작 지점으로 가지 말라고!!!”
-아니 그래서 방장님. 우리 다시 이야기 좀 해요. 절제 그 이상 성욕자 쉑이랑 그림 서로 그려준 게 지금 이겜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아이고오, 돌아오자마자 한다는 게 하필…….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
민심이 불타는 채팅창을 보며 에반젤린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뭘 잘못하긴요. 누가 잘못했데요. 그때 절제 아저씨가 나한테 추천해준 게 이 게임인데요?”
-절제 이쉑 조진다.
-야 연장 챙겨!
-가서 부숴!!
폭발하는 민심을 보며 에반젤린이 키득거렸다.
동시에 시청자들의 테러를 당한 절제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지만 에반젤린으 스마트폰을 가볍게 덮어버렸다.
“그러게 누가 이런 게임 추천하랬나.”
에반젤린은 그림을 떠나서 방송으로 사람을 엿먹이는 법을 차곡차곡 배워나가고 있었다.
“자, 그러면 게임도 충분히 했으니까 그림 방송할게요. 음. 이번엔 이미 나와 있는 소설이나 만화 캐릭터나 좀 그려볼까요?”
그 물음에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생판 처음 듣는 캐릭터 이름부터 익히 아는 캐릭터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그때 에반젤린의 시선을 잡아끄는 한 채팅이 존재했다.
-죽음의 날개 그려줘. 벅벅
“죽음의 날개? 아 죽날?”
한때 유명했던 게임의 거대한 용으로 위압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유명한 존재이기도 했다.
실제로 에반젤린 또한 죽음의 날개라는 거대한 용이 나오는 시네마틱을 본적이 있기에 알고는 있었다.
용을 그려달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에반젤린이 대답했다.
“근데 죽날은 제 취향은 아니네요. 전에도 그렸지만 솔직히 그리고 싶진 않아.”
-아니 선생님. 취향이…….
-아니 퍼리충도 아니고 뭔 용한데 취향을 들이대.
그들의 채팅을 보며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말이야. 나도 눈이 없는 드래곤이 아닌데, 거 용 생긴거 보고 취향 따질 수도 있지…….”
-아…….
-팩트 : 방장은 드래곤족이다.
-세상에…… 그걸 잊고 있었네.
-너무 푼수 같아서 ㅋㅋㅋㅋ
“아, 어쨌든! 죽날은 턱이 너무 크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중 되면 나보다 훨씬 작을 텐데, 나 그런 거 취향 아니야. 그거 안 그려.”
-그 거대한 죽날이 작아???
-내가 알기로 성벽이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드래곤 캐릭터 아니었음?
-아니 전에 본 모습은 그렇게 크진 않던데?
“그거야 아직 제가 약하니까 그러고요. 몰랐는데 제 본체는 제가 강해질수록 본래 크기까지 커져요. 육체 성장 자체는 끝났지만 뭐라고 해야 하지. 본체가 워낙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자연스럽게 봉인했다고 해야 하나.”
-오늘 알아낸 사실. 방장의 진짜 크기는 죽날을 우습게 눌러버릴 정도로 크다.
-세상에…… 그것보다 크면 대체 얼마나 거대해지는 거야.
-티오니스는 그런 드래곤들이 날아다님?
“아니 뭐…… 일반적인 드래곤들은 그렇게까지는 안 큰데…… 제 종족은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니 어쨌든! 난 그런 주걱턱 드래곤은 취향 아니라서 안 그려요. 그리고 날개 개수도 나보다 작잖아.”
그녀의 취향은 생각보다 확고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진짜 취향 타는 드래곤 한번 그려볼게요.”
그게 두고두고 인터넷에 회자 되는 드래곤의 그림이 돌아다니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작정하고 그린 드래곤의 그림이 어떤 일을 데려올지는 그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