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06화
시현의 작업실을 찾아온 인물이 누구인지는 시우도 알고 있었다.
“아는 사람입니까?”
“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고요. 유명한 사람이에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쥴리아나. 한때 시현이 저놈하고 같이 오케스트라단에서 활동하기도 했었고요.”
시우의 설명에 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화가 난 겁니까?”
“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물음에 시우가 대신 시현에게 질문을 던지자 시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짓을 하긴.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말은 저리하지만 그리 달가워 보이진 않았다.
“아무 짓도 안했는데, 저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널 찾아? 솔직히 말해 무슨 짓 한 거야.”
“별거 없어. 그냥 서로 너무 안 맞아서 단에서 탈퇴한 거뿐이야.”
“탈퇴했다고?!”
경악하는 시우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삑삑! 삑삑!!
그때였다.
어떻게 알아낸 건지 비밀번호를 끝내 누르고 들어온 쥴리아나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미스터 박! 니가 그렇게 가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처음 계약 대로잖아. 나는 분명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고 했을 텐데?”
“그게 지금이라고?”
“그게 너희들이 할 소리냐?”
싸늘하게 말하며 쥴리아나의 손을 쳐낸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니들이 아티스트라고 하기에 진짜 더럽게 부끄러운 연놈들이야.”
“그건……!”
“니들 개인적인 영달, 나는 그딴 거 모르겠고. 나는 몇 번이고 건의했고 그걸 개 무시한건 너희들이다. 나는 그런 너희들하곤 절대 작업 못 해.”
“제발…… 나를 봐서라도 응?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된다니까?”
“꺼져. 그리고 널 봐서 지금 참고 있는 거다. 브레디 놈이 왔으면 저 와인병으로 대가리를 깨버렸을걸?”
“야 박시현!!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듣다 못 한 시우가 대신 화를 내주었지만, 시현은 어깨만 으쓱이며 시우를 보고는 나가버렸다.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린 상황 속에서 시우가 내게 사과해왔다.
“후……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제안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친척분 성격이 확고하네요.”
“예……. 예전부터 한번 눈 돌아가면 꽉 막힌 녀석이기도 했어요.”
멍하니 시현의 뒷모습을 보던 쥴리아나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괘……괜찮으세요?!”
깜짝 놀란 시우가 그녀의 몸을 부축한다.
하지만 쥴리아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 서……성자님! 일단 이분 좀!”
“내버려 두세요. 일시적인 증세니까.”
따로 진단할 것도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떠나가버린 시현 때문에 모든 상황이 무마되어버린 현 상황 속에서도 쥴리아나라는 여성은 쉬이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시현이 떠나간 장소를 바라보았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개인적인 일인만큼 나와 시우는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아버지. 이건 어때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예술가라는 것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초단이에게 하프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음…… 조금 괜찮긴 한데. 이 부분에서 너무 힘을 뺀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가르쳐줘보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뮤트만큼 날카로운 시야를 가지지 못했기에 근본적인 가르침은 줄 수 없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인 것만 잡아주면 알아서 금방금방 알아낼 것이라곤 했지만 그런 막돼먹은 재능은 살아있는 이들 중 일리나를 제외하고 본 적이 없다.
그러던 중 내 귓가에 시우와 시현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찾아온 사람이잖아. 왜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데!
-형은 모르면서 그런 말 하지 마! 난 분명히 그놈들한테 경고했어. 이따위로 나올 거면 나는 그만둔다고. 근데 무시한 건 그것들이야.
결국, 한참을 싸우던 시우가 지쳤는지 떠나가버리고 홀로 남은 시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버지? 뭐 하세요?”
“음? 아무것도 아니야.”
내 대답에 천천히 걸어와 넓은 창밖을 내려다본 초단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원 벤치에 홀로 앉아 침묵하던 시현의 모습을 본 것이다.
“저분은 왜…….”
상황을 잘 모르는 초단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손에 들고 있던 악기를 놓을 생각도 안 한 채 후다닥 그를 향해 뛰어갔다.
“어휴 죄송합니다. 저 새끼 저럴 줄은 몰랐네요. 재능은 있지만, 아직 그렇게 세상 쓴맛을 못 본 놈이라서요.”
“괜찮아요.”
“기분 상하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우선 더는 뭘 해볼 상황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가실까요? 제가 사과의 의미로 뭐라도 사겠습니다. 아, 혹시 간단한 요리는 안 좋아하시나요?”
“스테이크보다 떡볶이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굳이 갈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제법 만족했거든요.”
비록 놈이 헛소리를 내뱉은 전적이 있지만 그게 그놈이 당시에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안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웃어넘겼다.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시우가 재차 물으려던 찰나였다.
얇으면서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듯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에 시우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오…….”
시우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고 나는 말 없이 바라보았다.
초단이에게서 건네받은 작은 악기를 그가 말없이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저 나잇대의 청년이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천재라 부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무엇보다 내가 녀석을 높게 평가한 이유는 녀석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음악을 하면서 어떻게 상대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지를.
박시현의 인간적인 면에서는 아직 어떤지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저놈이 순수하게 추구하는 음악은 내 스승인 뮤트와 닮았다.
“듣기 좋죠?”
그때 여성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담담한 얼굴로 창밖에 보이는 시현을 내려다보는 쥴리아나가 보였다.
“박시현은 우리 오케스트라단에서도 유명한 싸이코 또라이에요. 아주 빅 퍼킹 가이죠.”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에 시우는 뭔가 반박하고 싶지만, 할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런 또라이 싸이코 퍼킹 가이임에도 오케스트라단에서 절대 저 녀석을 안 자르는 이유는 간단해요.”
“실력이 좋아서.”
“맞아요. 성자님은 굉장히 보는 눈이 좋으시네요. 아니 이런 경우엔 귀가 좋다고 하셔야 하나?”
“적어도 지금 저 정도 연주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내 대답에 그녀가 농담하냐는 듯 쿡쿡 웃었다.
“성자님은 농담도 잘하시네요. 어쨌든. 시현은 저희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려요. 속칭 재수 없는 천재. 자기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남들이 눈에 차지 않으니 미친 듯이 독설을 퍼붓는 또라이 싸이코 새끼. 내로라하던 교수들도 처음에만 고개 빳빳하지 조금 지나고 나면 혹시라도 저놈 마주칠까 도망치기 일쑤였고요.”
나이라는 게 꼭 실력의 지표가 되진 않는다.
그 주요한 예시로 지금 창밖에 보이는 초단이와 시현이 있지 않은가.
시현은 일반적으로 인간 중에 정말 몇 안 되는 세기의 천재였고, 초단이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재앙 그 자체라 생각하니 퍽 웃음이 나왔다.
“하…… 나쁜 새끼……. 내가 뭐 때문에 다 내팽개치고 저 따라서 거길 들어갔는데…….”
“네?”
“아뇨. 아무것도 아녜요.”
“그런데 저놈이 단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나요?”
시우가 조심스레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저희가 자초하긴 했죠. 그는 계속해서 노력하려 했고,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다 못해 현주소도 유지 못 했죠. 그게 원인이었어요. 재수 없는 천재가 저희들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곳엔 쟁쟁한 분들도 많을 텐데…….”
“그건 저 싸이코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중요한 건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진심을 다하느냐. 뭐 그거뿐이죠.”
“어쩐지…… 그래서 최근 한국에 계속 들어와 있더라니.”
시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제는 저 녀석이 계약대로 나간 건 맞는데. 박차고 나간 시기가 너무 공교롭기도 하고…… 뭣보다 나와서 한다는 게 개인 소규모 악단을 만들겠다니. 화가 안 나겠어요? 우리가 그렇게 조잡하게 만들어진 악단보다 못하다는 거잖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도 할말이 없긴 했다.
물론, 그걸 이해해줄 생각 또한 없다.
“그런데 그 인물이 성자님인 줄은 몰랐지만요.”
“조금만 늦었어도 변호 없을 뻔했습니다.”
“후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라잖아요?”
“전 한국 사람이 아닌데요?”
“저도 아니에요. 그런데 여긴 한국이잖아요?”
“…….”
말이 안 통하는 년.
헛웃음을 삼킨 채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메리칸 조크~”
“저기 쥴리아나 씨 영국분 아니…….”
“컴온, 플리즈.”
인상을 팍 찡그리며 그녀가 시우를 노려본다.
“아니 시현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배려심 있는 사람이라던데 이럴 거예요?”
“죄송하지만 지금 저도 그렇게 기분이 좋은 상황이 아니라서요. 저 새끼 저러는 바람에 제가 지금 얼마나 민망한지 모를 겁니다.”
“괜찮아요. 덕분에 초단이가 더 좋은 걸 얻었으니.”
“네?”
그 말에 놀란 시우가 고개를 돌린다. 시현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던 초단이는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악기를 받아 후다닥 뛰어들어가는 게 보였다.
아마 연습해보기 위해서 가는 것일 테지. 이후 한숨을 크게 내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표정을 몇 번 손으로 고치고는 다시 작업실 내부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못난 꼴을 보였네요.”
“조금 전 연주를 안 들었으면 다 엎고 돌아갈까 생각했습니다.”
“아 선생님 그것만은 제발.”
“괜찮습니다. 안 돌아가니까.”
“어떻던가요.”
“괜찮네요.”
내 짧은 웃음에 그가 만족한 듯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 쥴리아나를 향해 말했다.
“들었지? 돌아가. 나는 이제 그쪽은 안가.”
“미스터 박. 진짜 이럴 거야?”
“어, 이럴 거야. 난 분명 경고했고, 그걸 무시한 건 브레디였고, 현실에 안주하고 오히려 퇴보한 단원 놈들이었어.”
“그래도 이렇게 떠날 정도였어?”
“그게 계약 아니었어?”
“그래서. 그렇게 떠나와서 잡은 곳이 이곳이야? 대체 얼마나 거물을 잡았길래 네가 이렇게까지.”
“야 말조심해.”
시현이 내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됐고. 그냥 따라와. 직접 보면 아니까. 성자님도 가시죠? 마침 따님이 새로 뭔가 알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초단이를 보러 갈 참이었기에 시현을 따라 초단이의 연습실로 들어갔다.
초단이는 연습실에 홀로 앉아 조금 전 시현이 연주한 악기와 같지만, 색이 다른 것을 들고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느끼고 짚듯 손가락과 고개를 까닥이던 그녀가 이내 악기를 똑바로 파지해본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아버지! 같이해요!”
* * *
데이비가 초단이의 연습실에 들어가 그녀의 곁에 앉아 베이스가 되는 악기를 집어 든다.
“아버지랑 같이 연주하는 거, 정말 좋아요.”
“원 없이 연주해봐. 내가 보조해줄게.”
데이비와 초단이의 대화를 들으며 말없이 서 있던 쥴리아나가 중얼거렸다.
“아까도 느꼈지만 참 예쁜 아가씨네.”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들어나 봐.”
아직 어린데 뭐 잘나 봐야 얼마나 잘났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쥴리아나가 입을 멍하니 벌리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윽고 데이비가 특출나진 않지만 평범하고 경쾌하게 배경 사운드를 넣기 시작하고 초단이가 연주를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엉성한…… 잠깐. 뭐야.”
초단이가 음원을 한번 듣고 나서 연주를 시작한 뒤로 연습실 내부에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음악이 감정을 동하게 하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녀 또한 수많은 연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초단이의 연주에 섬뜩함을 느꼈다.
처음엔 초보자의 음색이었다. 특출나지도 않고 딱히 대단하지도 않은.
하지만, 한 소절 한 소절이 지나갈수록 점점 변해가는 것은 거대한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실력이 성장한다. 마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음악가가 실력을 숨기다가 천천히 드러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뭔…….”
“이제 알겠어? 나는 저 꼬마 아가씨가 연주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어.”
지금 저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다. 초보자임에도 불구하고 악기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근본을 파악해낸다.
오케스트라를 할 때 홀로 잘나서 신나하는 느낌이 아니라 전체를 웅웅 울리게 만들어 모두를 끌어올리는 듯.
마치 신성한 성가를 듣는 느낌이었다.
만약 그녀가 제대로 하나를 연습해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쥴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
마치 자신도 저기 같이 연주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그 충동을 억눌렀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서 같이 연주하고 싶지? 저게 저 꼬마 아가씨야. 이제 이해가 돼? 내가 왜 여기 와서 작은 악단을 만들려고 했는지.”
명성도, 경험도 없는 작은 악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는 다를 것이다.
쥴리아나는 멍하니 한참 동안 연주를 들었고 초단이가 연주를 끝내자마자 털썩 주저앉았다.
“다 들었으면 돌아가. 너희에게 저런 근본적인걸 바라지 않아. 나도 저렇게는 못하거든. 하지만 너희는 현실에 안주하고 너희 개인의 부귀영화만 쫓다 보니 어느새 초창기에 보여주던 열정 자체가 사라졌어.”
열정이 사라졌음에도 부귀영화를 위해 놓지 않았다.
“나는 그게 싫다고 말했을 뿐이야. 이번 연주로 나는 내가 모르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다. 너희처럼 개인 영달에 목메는 배부른 돼지들이 되기 싫어.”
“시현…….”
미스터 박이라고 부르던 것도 잊은 채 그녀가 중얼거렸다.
“난 음악가야. 내 노래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 때까지 나는 멈출 생각이 없어. 그러니 돌아가. 너도 굳이 그곳에 남을 이유는 없잖아? 공항까지는 바래다줄게.”
시현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데려던 그 순간이었다.
쥴리아나가 그의 손을 쳐냈다.
“쥴리아나?”
그리고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였지만 시현이 그 말을 모를 순 없었다.
“야……야! 뭐하는 짓이야!”
놀란 그가 쥴리아나를 말리자 같이 듣고 있던 시우가 시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야. 저 아가씨 뭐라고 하는 거냐?”
“미친…… 사람들을 왜 불러!”
“왜 부르냐고? 이 퍼킹 싸이코 새끼야. 저런 보물을 너 혼자 독차지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우린 뭐 음악가가 아니야? 헛소리. 이런 기회 우리도 못 놓쳐. 미안한데. 작은 악단? 웃기지 마. 나도 저기 참가할 거야.”
“야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이거 니가 쓴 거지? 맞지? 바이올리니스트 모집하는 거. 맞잖아. 내가 참가하는데 불만 있어?”
멍하니 있는 시현을 시우가 재차 재촉하자 시현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 미친년, 자기도 오케스트라단 탈퇴하고 여기 끼겠다는데?”
“그럼 전화는?”
“백도블 교수…… 전 세계 첼로 거장님까지 불렀다.”
물론, 그 백도블 교수는 시작일 뿐이었다.
시현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곧 쥴리아나의 소식을 들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