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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08화 (1,308/1,559)

제 1308화

악상이 떠오른 자들의 광기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구심점을 모으지 못하던 이들은 뮤트라는 구심점을 기준으로 초단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그 때문일까.

그들이 초단이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는 만큼 피곤해지는 건 초단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즐겁기 때문일까.

초단이는 각 거장들의 노하우를 엄청난 속도로 습득해나갔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본래라면 그녀의 스승은 뮤트이겠지만 뮤트는 초단이의 기초를 잡아준 이후 그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물론 데이비의 입장에선 누가 됐건 그녀가 즐거워하면 그만인 입장이기도 했다.

예상기간은 고작 한 달이지만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다.

뮤트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자존심 센 천재들이 똘똘 뭉쳤고,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일 처리가 진행되면서 합주의 준비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교수나 이름을 날리던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빌려서라도 연주에 큰 도움을 주려 했다.

하지만 시현은 그들의 호의를 거절했다.

이 일의 시작은 그였으니 그가 책임지고 초단이에게 최고의 연주회를 열어주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쾅!!!

하지만.

“그게 뭔 개뼈다귀 씹어먹는 소리입니까! 허가를 해줄 수 없다니!”

-정식으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여러 서류절차가 복잡합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하는 건 안 돼요.

관련 협회 측에서 그들의 연주회에 대한 허가를 내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미스터 박. 당신은 현재 연주회 개최 금지 처분을 받으셨어요.

“뭐라고요?”

-사유는…… 음 계약위반이네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무슨 계약 위반을 했다는 겁니까!”

억울하기 짝이 없는 흐름에 그가 분개했다.

-그리고, 다른 몇몇 분들도 금지처분을 받으셨네요.

“헛소리 마세요. 그분들이 금지처분을 받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죠. 뭐, 마음에 안 드시면 길거리 연주라도 하시는 게 어때요? 다만, 일단 공식적인 활동인 만큼 미스터 박과 함께 연주했던 분들께 불이익이 가해질지도 모르겠네요.

대놓고 허가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말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시현은 초단이가 단순히 길거리 연주에서 끝마치길 바라지 않았다. 여러 장비적인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계약위반 내용이나 읊어봐요.”

씩씩거리며 시현이 으르렁거리지만 들려온 대답은 그의 복장을 뒤집어버렸다.

-죄송하지만 그에 관한 사안은 직접 찾아오셔야 합니다. 본인인증이 중요하거든요.

개소리.

결국, 격노하며 스마트폰을 집어 던져버린 그가 분기탱천했다.

물론 이 망할 국제 음악협회의 눈치를 볼 생각은 없었다. 이딴 놈들 발이나 닦아주려고 악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몰라도 초단이는 불가했다. 그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초단이의 앞길을 방해하는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우우웅…… 우웅.

눈치 없이 누가 또 연락을 하는 거야.

짜증이 담긴 채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받은 시현은 전화를 건 이가 가장 짜증 나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곤란해 보이는데. 미스터 박.

“브레디…….”

시현이 탈주하기 전 같은 오케스트라단에 소속되어있던 놈이었다.

그리고, 시현이 가장 혐오하는 인간이기도 했다.

-소문 들었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너랑 할 이야기는 없으니 꺼져.”

브레디와는 한마디 섞는 것도 짜증이 인다.

시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 했다.

곧 들려온 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우리 아버지가 국제음악협회 고위 인사인 건 알고 있지?

“……브레디 너 설마…….”

-좋게좋게 가자고. 듣자 하니 은거한 거장분들을 구워삶았던데. 거기에 자리 하나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브레디!!”

-나도 음악가야. 거기에 한자리만 차지하게 해준다면야. 아버지께 부탁드려서 자잘한 오해는 전부 없어지게 해줄 수 있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거지 같은 제안에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음악가는 얼어 죽을. 그냥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이곳에 한자리 꿰차서 어떻게든 명예를 챙겨 먹으려는 속셈인 것을.

-잊지 마. 시현 박. 네가 음악으로 추구하는 게 있듯 나 또한 마찬가지야. 나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있고, 그걸 내 인생의 명예 발판으로 사용한다. 거기에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어.

“그럼 내가 하는 일 방해하지 말고 꺼져 개자식아.”

-그럴 수야 있나. 이렇게 기회가 왔는데. 좋게좋게 가자고. 내가 연주를 망치기라도 할 거 같아?

“웃기는 소리. 네 존재 자체가 방해가 되는 건 모르나 보지?”

-거 섭섭한 말씀을 하시는군. 네 녀석 지금 우리 악단과 계약 중이라는 걸 잊었나? 이대로 네 맘대로 탈주한 탓에 우리 쪽에도 손해가 극심해. 그건 어떻게 보상할 거지?

“계약대로 했을 뿐이야.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오…… 이런 멍청한 친구. 그러니까 계약서는 잘 읽었어야지. 네 말대로 악단을 나가는 건 네 자유지만 그건 나, 그리고 롬멜 교수님과 상의가 돼야 했었어. 그리고, 네가 나간다고 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약도 있지.

브레디의 빈정거림에 시현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나는 그런 항목 따윈 본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네가 멍청하다는 거야. 계약서는 잘 읽었어야지. 원래 계약서는 아 다르고 어 다른법이거든.

“브레디 너 이 개자식!!”

-걱정 마. 나도 연주 자체를 방해할 생각은 없어. 다만, 네가 단을 멋대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생긴 손해를 이걸로 좀 메꿔줘야겠다. 내 조건은 세 가지야. 내 자리를 만들어놔. 그리고 또 한가지. 최소 메인은 아니더라도 주 파트는 분양해줘야 할 거야. 마지막으로, 이 활동을 우리 프레드릭의 이름으로 활동할 것. 그것만 해주면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모든 방면에서 지원해주지.

프레드릭은 브레디가 단을 장악하면서 소속시킨 그의 부모가 소유한 재단이었다.

즉. 손 안 대고 코를 시원하게 풀어서 이득을 챙기겠다는 소리였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네 자유지만 적어도 다들 바쁜 사람들 아닌가? 시간을 질질 끌면 재미있어지겠군. 그리고 협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기본적인 자금 융통에도 문제가 있을 텐데. 실제로 너, 프레드릭에 빚이 좀 있지 않나?

브레디의 물음에 시현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짧은 고민을 했다.

브레디가 엿 같은 건 사실이지만 그의 실력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 때문에 초단이나 다른 이들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자신이 빠지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초단이를 포함해 거장들과 데이비. 마지막으로 뮤트라던 그 신기한 존재와 함께 성공리에 연주를 마치고 싶었다.

그게 그의 현재 욕심이었다.

조금만 문제를 조율할 수 있다면…….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처분을 받은 상태라는 것. 또 하나가 자금적인 문제였다.

짧은 고민 끝에 그가 승낙을 알리는 대답을 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툭…….

언제 다가온 것일까.

갑작스런 손길이 그의 스마트폰 하단을 툭 하고 처 그의 손에서 튕겨내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익숙한 움직임으로 스마트폰을 받은 뒤 말했다.

“보험 안 삽니다.”

-이건 또 무슨!

뚝!

데이비는 망설임 없이 스마트폰을 끊어버린 뒤 시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갑시다. 오늘 초단이가 처음으로 노래랑 병행하는 날이니까. 돈 걱정은 말고, 시현 씨는 초단이가 최고라고 느낄 연주회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 외에 문제는 내가 할 테니.

멍하니 데이비의 뒷모습을 보던 시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애초에 뭘 걱정했단 말인가.

시현이 악단을 완성하고 싶은 만큼 데이비 또한 자신의 딸을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

입지적인 문제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이 되며 돈이야 뭐…… 그래도 티오니스의 왕자인데. 많지 않겠는가.

괜히 신경 썼네.

그렇게 생각하며 시현은 피식 웃고 그를 따라갔다.

* * *

다른 여러 요소는 만장일치가 잘 나올 수 없지만, 한가지는 이곳에 모인 이들 전원이 찬성했다.

바로 초단이가 악기와 병행하여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아닌 이들의 목적은 초단이를 주축으로 한 나름의 시도였다.

초단이가 하기로 한 악기는 가야금이었다.

다른 악기들 사이에서 유별나게 홀로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 시현은 뮤트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곡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긴장 속에서 초단이를 응시했다.

그 때문일까.

긴장감에 초단이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일부에서는 예상은 했다는 표정을 지었고 일부는 조용히 그녀를 기다렸다.

가야금의 현에 손을 올렸다가 내리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을까.

초단이가 선 듯 연주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가만히 앉아 바이올린을 쥐고 있던 뮤트가 발치에 떨어진 종이뭉치를 걷어차 데이비에게 날렸다.

“…….”

고개를 까딱이는 그녀의 의도는 간단했다.

네가 스타트를 끊어라.

그녀의 한마디에 데이비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리가 베이스를 깔기 시작하자 초단이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린다.

괜찮다. 겁먹지 말고 할 수 있는 대로 해봐.

그런 의도가 서린 시선에 초단이는 숨을 짧게 들이쉬었고 이내 부드럽고 현란한 손길로 가야금의 현을 뜯기 시작했다.

소리가 다른 악기에 묻혀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그녀의 가야금은 마법의 영향을 받아 소리가 더욱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아아아.”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청명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스타트를 문제없이 끊어낸 초단이의 노래와 연주가 시작되자 거장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한편, 다른 이들과 합을 맞춰 놀라울 정도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시너지는 시너지를 부른다.

비록 현 업계에선 은퇴해버렸지만, 한때 이름을 날리던 천재들이었다.

그들의 연주는 자신의 연주의 완성도를 넘어 다른 이들의 연주에 거대한 시너지를 부여해주었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공명하며 초단이의 연주와 노래를 더욱더 부각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퍼진 시너지를 초단이의 경이적인 재능이 덮어씌우며 한 차례 더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데이비와 뮤트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혹여 생기는 다른 부분을 보조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제대로 시작하면 주변을 압도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건 초단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알아낸 건지 일부 연주를 하던 이들이 놀란 눈으로 데이비와 뮤트를 바라보는 게 보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 끝에 노래를 끝마친 초단이의 음악이 끝을 맺었을 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채 마치 홀린 듯 연주하던 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벽해! 살면서 이토록 완벽하고 시원한 합주는 처음이네!”

“내 말이 그 말이군!”

단순히 초단이의 재능을 넘어 알게 모르게 부여된 데이비와 뮤트의 보조. 그리고 평소엔 잘 모이기 힘든 거장들의 하모니가 만들어낸 엄청난 시너지였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엄청나요! 내 인생 한 점 후회가 없을 연주였습니다.”

“허허…… 이 나이를 먹고 이토록 젊은 피처럼 피가 끓기는 처음이로구먼. 그렇지 않은가 쥴리아나.”

첼로를 손에 꼭 쥔 채 손을 파르르 떨던 첼로 거장 백도블이 곁에 있는 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옅게 웃었다.

“그러게요. 교수님. 당장 한 번 더 연주하고 다른 곡도 연습해 보고 싶을 정도예요.”

마치 새로 배운 게임에 심취하듯 의욕을 불태우는 이들을 보며 시현은 미리 촬영해둔 파일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우선 이 시작 타이틀 음악의 일부만 잘라서 동영상사이트에 투고해볼까요?”

“음?”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한번 보고 싶지 않아요? 반응이 어떤지.”

평소라면 헛소리 말라며 했을 소리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품었다.

자신들의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과연 어떻게 차이가 날지 하고 말이다.

물론, 대부분은 엄청난 호평을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 보였다.

“저희가 하고 싶은 건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연주를 하는 거죠.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러니. 피드백이라면 대환영이다.

시현의 제안에 뮤트는 알아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데이비. 요즘 음악의 꿈나무들은 미래가 밝네요. 꿈나무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은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거 인간은 100년도 못삽니다.”

“좀 닥치면 좋겠어요.”

투닥거리는 뮤트와 데이비를 보며 시현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죠. 나머지 곡도 차근차근 연습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당장 반응이 궁금했던 그는 곧장 해산하기가 무섭게 쥴리아나와 컴퓨터를 만지작거렸고 이내 곡이 온전히 담긴 음원을 투고했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을 때.

시현은 자신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 지져스…… 시현, 빌보드에도 올렸어?”

“응? 아니? 거긴 따로 투고 안 했는데?”

“그런데 왜 1등이야?”

“엥?”

“여기 봐 네 이름으로 돼 있잖아.”

“뭐야 이게.”

“너 설마…… 연락 온 거 다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둔 거 아니지?”

“어…… 음…….”

“내가 못 살아…….”

가요가 아니었다.

노래가 섞인 하나의 하주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빌보드 순위에 들어가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우습게 1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폭발적인 반응과 기대. 그리고 그들을 후원하고 싶다는 이들의 연락. 그 외에도 꼭 공연을 해달라는 이들.

그 외에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곡이 9개가 더 있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이들까지.

애초에 브레디의 협박 따위는 처음부터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시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뛸 듯이 기뻐하는 쥴리아나를 서로 끌어안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중 가장 하루아침에 큰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초단이였다.

마치 하루아침에 빌보드 순위를 씹어먹어 버린 가수에게 향하는 기대처럼, 초단이의 이미지가 여기저기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으…… 이런 걸 바란 건 아닌데…….”

본인은 질색하는 듯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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