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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13화 (1,313/1,559)

제 1313화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평소에 화내지 않는 사람이 화를 낼 때가 가장 무섭다고.

그렇다고 해도 초단이가 화내는 장면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었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 뭐야 뭐야.

-저 가면 뭐임?

-미친 주변에 귀기 흐르는 거 봐;;

-방장 튀어야 하는 거 아님? 제대로 화난 거 같은데.

-그러니까 적당히 놀려야지…….

띠링!

-사수자리 님께서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경축! 초단이 극대노, 이제 방장 뒤졌다 ㅋㅋㅋ

“앗! 사수자리 님! 100만 원 감사합니다! 이 돈은 제가 좋은 곳에 기부할게요! 뿅! 꺄아악! 언니 그만!”

거의 본능적으로 고액의 리액션을 취해보지만, 초단이의 손에 쥐어진 청적색의 검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반사적으로 양손을 강하게 부딪쳐 검을 낚아챈다.

공수탈백인이라 표현하던가.

엄청나게 고난이도의 기술이긴 하지만 이미 마스터의 벽을 예전에 넘은 에반젤린은 직선으로 날아오는 공격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낚아챌 수 있었다.

문제는…….

“꺄악!! 내 손 탄다!!”

압도적인 내구력을 지닌 고대룡이 검을 그대로 놓치며 손을 파닥파닥 털어낼 정도로 엄청난 고열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고열의 검을 맨손으로 집어 던지는 초단이도 대단하다면 대단했다.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컴퓨터를 지켜낸 에반젤린이 식은땀을 흘렸다.

“언니. 지금 이 컴퓨터 박살 내려고 한 거야?”

-스으으으…….

물론 초단이는 대답하는 대신 가면의 입 부분 너머로 새하얀 서리를 내뿜을 뿐이었다.

가면의 눈부분을 통해 새빨갛고 푸른색의 서로 다른 오드의 안광이 번뜩인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해로워, 에린아.”

평소처럼 다독이는 듯한 말이었지만 내용물은 전혀 달랐다. 강압이 섞여 있었고, 귀기가 서려 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절대 좋은 꼴을 못 볼 거다 라고 말하는듯한 무시무시함도 서린 것 같았다.

이에 에반젤린은 반사적으로 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의 전원을 내렸다.

괜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언니? 우리 일단 조금만 진정하고 말로 해결하면…….”

“그래…… 말로를 보여줄게.”

귀기 어린 웃음을 보이는 그녀를 보며 당장 그녀를 진정시키는 건 글러 먹었다 판단한 에반젤린은 곧바로 지원요청을 날렸다.

“검둥아!! 뭔진 몰라도 일단 먹어!”

뒤이어 어디서 나타난 건지 블랙 슬라임이 그녀의 어깨 위로 스르륵 타고 올랐고 아주 짧은 공명을 일으키며 초단이의 귀기를 먹어치우려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꿀럭꿀럭 거리더니 곧 오채색의 알을 하나 툭 내뱉었다.

“검둥아, 이게 끝이야?”

당황한 에반젤린의 질문에 블랙 슬라임은 천연덕스럽게 몸의 반동을 일으켰다.

꿀렁거리는 게 천연덕스럽기까지 하다.

분명 뭔가 잘못된 거면 먹어치울 법도 한데. 그렇게 먹고도 다 해결을 못 한 건지. 아니면 해당사항이 아니었던 것인지.

결과적으로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블랙 슬라임을 어깨에 얹은 채 그녀는 강하게 양손뼉을 부딪힌 뒤 그녀 자신과 초단이를 레어에서 강제 추방해버렸다.

이곳이 파괴되게 둘 순 없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나 이제 아빠한테 죽었다…….”

초단이의 이성을 끊어지게 만들어서 그녀를 폭주시켜버렸으니 데이비에게 호되게 혼날 미래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 * *

초단이를 데리고 레어에서 빠져나온 것은 좋은데. 어디로 향해야 한단 말인가.

흐느적거리며 걸어오는 초단이의 등 뒤로 검은빛의 날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게 보였다.

데이비가 그녀를 휘두를 때 본 적이 있는 새하얀 날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에린아. 어디 가……. 숨바꼭질할 거야?”

서걱!

어디선가 날아든 목소리와 함께 무형의 검기가 날카롭게 에반젤린이 숨은 나무의 위를 가볍게 잘라버리고 지나갔다.

어두운 숲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초단이의 힘은 사실 데이비의 손에서 극대화되는 편이었다.

실제로 초단이의 힘이 어느 정도냐 묻는다면 신이었던 타나토스조차 그 검의 힘을 피해내지 못해 치명상을 입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제한 없이 그런 힘을 휘두르기 시작했으니 전망부터가 어두컴컴하기 그지없었다.

“으아…… 죽을뻔했네…….”

힘의 제어가 안 되는 공격이다 보니 한 번, 한 번이 섬뜩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녀를 그냥 두는 건 너무 위험하다. 에반젤린은 우선 그녀를 제압하여 저 무시무시한 상태를 해제시킬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다만 이길 수 있냐는 문제였다.

초단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초단이를 표현하자면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지닌 초보자 수준이었다.

이렇다 할 직접적인 전투경험은 없다. 그것이 유일한 활로였다.

힘의 스펙?

물론, 초단이가 데이비의 손에서 강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품고 있는 고유의 권능은 단순히 힘의 총량을 따질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베이면 치명상이다.

그녀가 휘두르는 저 검의 영역 내에선 마법도 베어져 나갈 터.

그녀가 쏘아내는 브레스라고 달라질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싸웠다가 둘 중에 하나라도 크게 다치면 절대 안 될 상황이었다.

괜한 오한이 돋은 그녀는 초단이를 아빠에게 보여주고 상황의 중재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알리면 필연적으로 자신이 초단이를 얼마나 놀렸는지 밝혀야 하고, 그 결과 페르세르크에게 얼마나 혼날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검둥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어깨에 착 달라붙은 블랙 슬라임에게 자문을 구해보지만 이 녀석의 황색 눈동자는 마치 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가늘게 늘어져 있었다.

도움 안 되는 액체 괴물 자식.

속으로 그렇게 꿍얼거리면서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송을 통해 어그로를 확실히 끌어서 힘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었다.

기왕이면 영상 감도 하나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직업병도 도졌다.

하지만 정작 실행하려 하니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매싸움을 남에게 보이는 게 맞는지 조금 의문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게 맞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어 투덜거릴 즈음.

에반젤린은 그녀의 본능에 섬뜩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에 덜덜 떨리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잘려나간 나무 위에 상체를 댄 채 초단이가 가면을 쓴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언니. 진짜 우리 조금만 진정하면 안 될까? 내가 사과할게.”

“응 괜찮아. 신경 써줄 필요 없어.”

새하얀 서리를 내뿜으면서 한다는 말이 저러니 무서워 미칠 지경이었다.

“으아아아!!”

결국, 비명을 지르며 다시 내달리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당연히 그녀가 도망치면 초단이는 휘적거리며 그녀를 추적해왔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었던 에반젤린은 크나큰 결단을 강요받았다.

방송을 통해 순간적으로 힘을 증폭시킨다면 할만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단이의 치부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데이비가 올 때까지 버티거나 그전에 초단이를 진정시키는 것.

현재 데이비가 티오니스에 있고 이곳은 지구였다.

딱히 연락수단도 없고 티오니스로 가기 위해선 레어나 지구에 있는 균열을 타고 넘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현재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소란을 피워서 아빠가 알게끔 해야 해.”

결국, 소란은 필수불가결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피해를 일으킬 순 없었다.

금방 알려지면서 피해도 억제할 수 있는 공간이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꺅!”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편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검기는 그녀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장소를 깔끔하게 베어버리면서 지나갔다.

“후우…… 나도 몰라 이제.”

그녀가 손을 튕기자 검붉은 화염이 일렁이며 그녀의 손에 용신검 트와일라잇이 쥐어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애초에 강해지려고 한 이유 중 하나가 무엇이던가.

자신의 의미를 곱씹으며 에반젤린은 그동안 모아온 모든 힘을 끌어냈다.

초단이의 검은 분명 베이는 순간 끝장난다고 단언할 정도로 위험한 힘이지만 다행히 초단이의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 점을 파고 들리라.

물론. 그게 얼마나 버텨질지는 그녀도 미지수였다.

카아아앙!!!

도망을 포기하고 순식간에 돌아와 검을 맞부딪힌다.

본래라면 순식간에 잘려나갔어야 할 검이지만 다행인지 상황이 잘 맞았던 건지 에반젤린의 검은 헬릭시윰제 검이었다.

세상에 없는 신의 금속.

파괴 불가라는 효과 하나가 제대로 붙어있는 그야말로 단순무식 내구성의 최종 보스 같은 무기가 바로 트와일라잇이었다.

물론, 그 불괴를 얻기 위해 상당한 무게를 희생했지만, 에반젤린에게 이 정도의 무게는 오히려 공격력을 더하는 요소로 적용했다.

카앙!! 캉캉!!!

어두운 숲에 새하얀 섬광들이 일순간 대여섯 번 튀었다.

마치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뜨리듯 서로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막대한 충격파가 주변 일대를 엎어나갔다.

[팔라디아식 행성분열창]

[개변식]

[맨틀깎기]

콰드득!!!

에반젤린의 검이 마치 발톱으로 할퀸 것처럼 일대 대지를 모조리 갈아엎으며 초단이를 덮쳤다.

본래라면 정면으로 뒤집어지는 대지가 자신을 덮치려 할 때 몸을 피하는 게 정석이건만.

초단이는 휘청거리며 손에 든 청적색의 검을 빙그르르 돌리고 말아쥐었다.

그리고는 스산한 웃음소리를 내며 검을 슬쩍 움직였다.

쩌억!!!

“꺄아악!!”

뒤이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에반젤린이었다.

공격은 자신이 했건만, 역으로 한 방 먹은 이 모양새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친다.

이 싸움에서 부상자가 나와선 곤란했다.

아니 자신은 조금 다칠지라도 초단이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언니. 미안해. 내가 좀 심했지?”

애초에 알고 있었던 그녀였다. 고작 이 정도로 초단이가 정말로 화를 낸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어떤 요소가 작용했고 그게 현재의 초단이 폭주사건을 일으킨 원인이라면 그 원인을 제공한 건 그녀가 분명했다.

어쩌면, 초단이가 저렇게 귀신 가면을 쓰게 만든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녔을까.

“좋아서 노래 부른 건데. 이렇게 부담을 줄지 몰랐던 거 아니야?”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좋은 것도 존재하지만 역으로 굉장한 부담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아마 초단이는 후자의 케이스였으리라.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내가 너무했어.”

아무리 헬릭시움이라도 몸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충격까지는 막을 수 없었는지 그녀의 입가에 선혈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언니.”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검둥아. 도와줄 수 있지?”

아주 잠깐이지만 슬라임이 초단이에게서 검은 것들을 빨아들일 때 그녀가 잠깐이나마 주춤했던 사실이 떠오른 그녀는 한방의 수를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녀의 제안에 그녀의 어깨 위에서 잠든 것처럼 늘어져 있던 블랙 슬라임이 천천히 눈을 뜬다.

그리고는 꿀렁거리며 그녀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실패하면 나 크게 다치는 거야. 알겠어?”

처음엔 데이비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초단이의 변신에는 데이비의 마나가 소모된다.

즉, 그녀가 마나를 대량으로 쓸수록 합일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는 소리였다.

이대로 소모를 크게 시킨다면 반드시 합일이 풀릴 터.

저 도깨비 가면은 초단이의 전매 권능과도 같으니 청단이 홍단이로 나뉜다면 반드시 저 상황이 풀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계속되는 초단이의 맹공 속에서도 침착하게 검을 움직여 공격을 막아냈다.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밀고 나가면서도 멈추지 않고 공격을 이어나갔던 에반젤린은 순간적으로 보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둥아! 물어!”

그말과 함께 블랙 슬라임이 순간적으로 몸을 쭈욱 벌렸다.

입처럼 벌어진 그 틈사이로 검은 기류가 빨려 들어가자 초단이가 휘청거렸다.

“아……아아아?”

기이한 소리를 내며 서리를 깊게 내뿜는 초단이를 향해 그녀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이에 질세라 초단이가 기검을 휘둘렀지만, 에반젤린은 트와일라잇의 장점인 단단함을 믿고 그대로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에 터져나간다.

마나를 측정하는 장치가 있었다면 그대로 파괴되어버렸을 정도로 큰 힘의 충돌이었다.

물론, 그 결과의 승자는 에반젤린이었다.

내상을 크게 입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초단이의 힘을 강하게 소모시킨 것이다.

휘청거리며 물러난 에반젤린이 물었다.

“언니. 얼마나 남았어? 이제 몇 초도 못 버티지?”

그말과 함께 초단이가 앓는 소리를 내며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주저앉아버렸다.

됐다. 데이비가 오기 전에 그녀의 힘을 모조리 소모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이윽고 그녀의 청적색 머리카락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전신이 빛에 휩싸였다.

합일해제의 전조였다.

“돌아가면 같이 떡볶이 먹자…… 내가 맛있게 만들어줄게.”

그말과 함께 초단이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제로 합일이 풀려버린 초단이는 온데간데없어졌고 주저앉아있는 앙증맞은 두 꼬마 소녀들만이 남았다.

홍단이와 청단이.

에반젤린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언니들이었다.

앙증맞고 천진난만한 두 아이로 나뉜 이상 초단이의 폭주도 풀릴 터.

만약 조그만 늦었어도 손쓸 새도 없이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

힘겨운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하하, 이제 된 거지?”

시야가 흐려지는 걸 억지로 붙잡은 채 그녀가 다시 제안했다.

“언니들 매콤한 거 좋아해? 떡볶이 맵게 해줄까? 아니면 순하게? 아, 합일이 풀렸으니까 순한 맛이 좋겠다. 홍단이 언니는 매운 거 싫어하잖아.”

그말과 동시에.

기절한 듯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던 두 아이가 흠칫 몸을 떨었다.

동시에 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한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다 댔다.

“아…… 웃기지 마! 진짜…… 이런게 어딨어…….”

홍단이와 청단이는 각각 머리색과 반전되는 빨강과 파란색의 도깨비 가면을 만들어내 얼굴에 쓰고 있었다.

초단이의 권능 아니었나? 대체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필사적으로 만든 것인가.

황당함과 두려움 속에서 에반젤린이 주저앉은 몸을 이끌고 천천히 움직였다.

이윽고 청단이가 검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청단이를 홍단이가 앙증맞은 손으로 쥐었다.

쉬리릭!! 쩌어어엉!!!!

저 작은 체격 어디에서 이만한 힘이 나온 것일까.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언제까지고 주저앉아있을 수 없었다.

에반젤린은 황급히 검을 들이밀었다.

청단이의 권능이라면 마법은 모조리 베어진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막을 수밖에.

순식간에 허공을 찢고 튀어나온 거대한 용의 앞발이 홍단이의 푸른 검을 막아낸다.

그때였다.

스팡!!!

검을 휘두르던 홍단이가 순간적으로 붉은빛에 휩싸여 검으로 변하고 검으로 변했던 청단이가 도깨비 가면을 쓴 채 홍단이를 집어 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공수를 변경했다는 사실에 황당함이 가장 먼저 짓쳐 들었다.

“아니 이런게 어딨냐고!!”

콰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에반젤린이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도저히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마음이 그녀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바닥을 뒹군 에반젤린이 끙끙거리며 피가 흐르는 팔을 부여잡았다.

트와일라잇으로 막았음에도 큰 상처가 남았다.

팔이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에서 그녀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홍단이와 청단이는 괜히 쌍둥이가 아니라고 말하듯 마치 한 몸처럼 서로 공수와 포지션을 변경해가며 에반젤린을 압박해왔다.

평소 천진난만하고 엉뚱하며 귀엽던 언니들과는 너무 괴리감이 드는 무서움을 지니고 있었다.

다시는 까불지 않을게 언니.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다시 충돌하려던 그 순간.

인간형으로 변한 홍단이와 청단이가 동시에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폭주의 현상이 강제로 막을 내린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꿀렁꿀렁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토해내면서도 검은 슬라임이 계속해서 두 아이에게서 검은 것을 먹어치워 나갔다.

“거봐…… 먹을 수 있잖아, 이 나쁜 자식아…….”

에반젤린이 힘없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이 찢어지며 다급한 얼굴로 누군가가 뛰어왔다.

매번 술 냄새난다고 싫다고 했지만.

결국, 에반젤린에게 가장 믿음직한 인물이었다.

“에린아?! 에반젤린! 정신 차려!!”

웅웅 울리는 목소리 너머로 에반젤린은 다급한 얼굴로 신성 마법을 끌어올리는 제 아빠, 데이비를 보며 힘없이 웃었다.

아무리 파장이 있었어도 너무 빨리 왔다.

아마 방송에서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별자리들이 그에게 연락을 취한 것일 터였다.

복장을 보아하니 타국과의 협약 도중에 튀어나온 듯 정복을 입고 있었다.

밉다, 밉다 해도 결국 에반젤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제일 든든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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