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16화
알프랜드의 소유는 데이비의 것으로 되어있다. 한국 사람이 아닌 데이비가 이 알프랜드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여러 말이 많긴 했지만, 데이비가 어떤 협상을 했는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알프랜드는 현재 데이비가 직접 관리 중이진 않지만, 데이비의 소유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의 앞마당에서.
그것도 그가 와있는 현재 이 상황 속에서.
“제발……제발 에린아.”
이게 뭐하는 짓일까.
절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팔짱을 끼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에반젤린을 향해 죽을상을 지었다.
“아! 쫌 화나게 하지 말고 따라와요! 어차피 할 일도 없이 궁상만 떨 거잖아요!”
“아니,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떻게 무시하고 그냥 가.”
그렇게 말하며 아이스크림 가게로 성큼성큼 다가간 그녀는 익숙하게 작은 지갑을 꺼내 계산을 마친 뒤 그에게 구슬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먹어요.”
너무 대범한 행동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일의 발단은 소개팅이었다.
그래도 좋아했던 레이나를 머릿속에서 지워보려 많은 노력을 한 그였다.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그녀가 앓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지금 다가가는 건 그녀에게 오히려 힘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여러 노력을 해봤고 이번 소개팅도 결국 그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소개팅이라고 나왔는데 정작 그 대상에게서 레이나를 투영하고 있으니 그 상대방 입장에선 뭐 이딴 놈이 다 있나 싶었을 것이다.
결국, 뺨 한 대 세게 맞고 쫑나버린 소개팅이었다.
침울하게 앉아있는데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반젤린이 다가온 참이었다.
우연찮게 생긴 인연을 시작으로 만난 존재.
사실 본래대로라면 아무리 같은 스트리머라고 해도 이렇게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존재하는 꼬마였다.
기본적으로 그녀가 지닌 재능도 재능이지만 그녀의 배경 자체가 평범한 삶을 살던 절제 박승현에게 있어서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 그녀가 이토록 친근하게 구는 건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이리라.
에반젤린은 실시간으로 허공에 띄운 장비에 대고 말을 하며 주변을 날카롭게 뒤져보았다.
그때 절제의 시야에 익숙한 인영 둘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이 어리숙한 꼬마 숙녀는 아주 높은 확률로 데이비 성자에게 금방 들키게 될 터.
지금 그녀와 자신의 모습을 보라 마치 커플처럼 머리에 쓴 장식하며 손에 들고 있는 것들까지.
누가 보면 데이트를 나온 연인이라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뭔가 즐거운 듯 해맑게 웃는 에반젤린을 보면 참 예쁜 꼬마 아가씨라는 느낌도 들었다.
머리 위에 난 귀여운 뿔도 그렇고, 기본적인 외관이 가히 놀라울 정도로 수려했으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눈앞의 꼬맹이는 5살도 채 되지 않은 핏덩이.
아무리 실연의 상처를 안고 있어도 절대 흔들려선 곤란했고, 이 모습을 성자에게 들켜서도 곤란했다.
지금 이 꼬라지를 그가 보았을 때. 절제가 아는 데이비의 성격상 밤에 새하얀 토끼들을 보내올지도 몰랐다.
그에게 들켜선 곤란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한창 즐기고 있다고 말하듯 동굴 귀 머리띠를 쓰고 옅게 웃고 있는 초단이를 시야에 담아낸 절제는 데이비가 고개를 끄덕인 뒤 범퍼카 쪽으로 향하자 에반젤린의 팔을 잡아챘다.
“꺅! 아파요!”
“아니 멍청아. 뭐 하려는 거야.”
“뭐하긴 따라가려는 거지. 미행하면서 멀리서 지켜만 봐요?”
“기본이 안 되어있네, 기본이! 미행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최악의 수를 피한다.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장단을 맞춰 그녀와 놀아주는 게 데이비에게 이꼴을 들키는 것보단 나으리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초인적인 계산을 굴려낸 그는 범퍼카가 멀리서 잘 보이는 회전목마 쪽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주변에서 몇몇 도구를 구매했다.
그의 거침없는 행동에 에반젤린이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는 회전목마, 그것도 몇 개 없는 마차 부분에 태운 뒤 자신의 몸으로 데이비 쪽 시야의 반절을 가렸다.
“야, 인식 저해 되어 있다고 그랬지.”
“네? 네.”
“그거 풀고 이거 써. 그리고 선글라스 쓰고.”
그 외에도 그는 주섬주섬 샀던 물건들을 그녀에게 강요했다.
“아……아니 왜요!”
“잘 들어, 미행은 들키면 소용없는 거야. 지금 너는 다른 사람에겐 안 들킬지 몰라도 네 아빠 입장에선 유별나게 눈에 띌 수밖에 없어.”
“그……그래요?”
“그러니까 마나 최대한 억눌러.”
그래도 들은 게 있으니 그는 자신의 최선의 수를 말했다. 식은땀을 닦으며 절대 들키지 않을 요소를 준비했다.
“네 아빠가 저게 뭐야 라고 관심 가지지 않게.”
억지로 머리에 단발의 가발을 씌워주자 에반젤린은 불평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선글라스를 끼웠다.
“됐어?”
“네. 인식저해 마법 풀었어요.”
“좋아.”
절제는 자신 또한 장난감 가발을 적당히 쓴 뒤 손가락으로 2인용 범퍼카에 같이 오르는 데이비를 가리켰다.
“솔직히 이걸로 뭘 얻을지는 모르겠다만 여기서 지켜봐. 이 이상 가까이 가는 건 무조건 들킬 거다.”
절제의 전문적인 행동에 에반젤린은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데이비를 미행한다고 하지만 절제의 시선에서 볼 때 그냥 데이비 올 라운은 초단이와 함께 놀이동산을 즐기는 정도에 불과했다.
저기서 대체 뭘 얻을 수 있을지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들키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런데 네 아버지도 용케 안 들키네.”
“아빠도 인식 저해 마법 중이에요.”
“나는 잘 보이는데?”
“그야 아저씨는 내가 마법을 걸어놨으니까 그렇지.”
“이것도 들키나?”
“글쎄요. 한번 인지했으니 잘 보이겠죠? 지금은 따로 마법을 걸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하며 남들이 보기엔 연인처럼 보이게끔 숨어 둘을 관찰한다.
하지만 절제가 예측했던 대로 딱히 이렇다 할만한 걸 보여주진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의 시청자들 반응을 살폈다.
마음 같아선 증거가 남는 저것도 치워버리고 싶지만, 그것까지는 방법이 부족했다.
괜한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도록 조심스레 행동하는 수밖에.
물론, 그는 몰랐다. 옹기종기 달라붙어 회전목마를 타면서 같이 미행하고 있는 절제와 에반젤린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말이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미행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에반젤린과 절제의 행동이나 간혹 나오는 말다툼, 케미가 재밌다는 양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이동한다.”
이윽고 한참 동안 초단이와 함께 범퍼카를 즐긴 뒤 그곳을 떠나가는 동안 절제는 회전목마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지식을 그녀에게 가르쳐주며 그녀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오히려 절제 쪽에서 더 열정적으로 미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이 새끼 왜 이렇게 쓸데없이 잘 알지? 라는 입장이었지만 절제에겐 목숨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후 데이비를 멀찍이서 쫓아가던 절제는 이것만으론 에반젤린을 완벽하게 변장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고, 급기야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에린아. 저것도 하자.”
“네? 저건 왜요?”
“아. 일단 하자면 해. 따라와. 내가 돈 낼 테니.”
그가 그녀를 데리고 향한 곳은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 장소였다.
견본으로 있는 것들 중 눈에 띄지 않고 귀여움을 이리저리 강조해주는 페이스 페인팅을 고른 그는 에반젤린을 자리에 앉혔다.
“남자친구분도 같이 하시겠어요? 커플 페이스 페인팅이…….”
“저기요.”
“네?”
“얘 미성년자예요. 남자친구라니…….”
절제의 표정은 세상 그 무엇보다 진중했다.
“아. 죄송합니다.”
당황하는 직원을 무시한 채 에반젤린의 등을 떠밀었다.
“하여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최선을 다할게요.”
에반젤린은 마침 놀이기구를 준비하느라 대기하고 있는 데이비를 멀리 시야에 담으며 저항 없이 페이스 페인팅을 받았다.
그녀의 관심사는 데이비지만 절제가 괜히 저런 말을 하는 것도 미묘하게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괜스레 짜증이 인다.
반면 시청자들은 아주 재미에 불이 붙었다.
가짜라곤 하나 마치 연인처럼 행동하며 케미를 발산하는 둘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냥 따라다니는 건데 이게 뭔데 재밌냐 ㅋㅋㅋ
-그러게. 그냥 쉬어가는 콘텐츠라고 했는데 이 정도면 재미 인정이지.
공식적인 스케줄이 아니었기에 에반젤린은 잠수용 방송으로 취급해도 좋다고 언급한 후였다.
그런 만큼 지금 방송 자체는 딱히 큰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했지만, 간혹 절제와 말다툼을 하거나. 아주 아슬아슬하게 데이비에게 들킬뻔하면 절제가 필사적으로 그녀를 지켜내거나 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약 30분을 따라다녔을까.
생각보다 속 편하게 미행을 즐기는 에반젤린 때문에 절제만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그의 속내를 그녀는 알지 못했다.
처음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발의 장난감 가발과 머리에 장난감.
그리고 페이스 페인팅.
그 외에도 여러 요소를 장식한 덕분에 에반젤린이라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러운 변장은 완벽했지만, 절제는 자신이 지쳐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기 에린아.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싫어요.”
“그……그럼 나라도 일단 먼저 좀 돌아가자 응?”
-절제쉑 필사적이죠?ㅋㅋㅋ
-들키면 곱창 나죠?ㅋㅋ
-진짜 너무 절절한 거 아니냐.
-목숨이 걸려있는데 저렇게 안 하면 어떻게 살아남누…….
이쯤 되면 시청자들은 절제의 고통을 즐기는 정도에 다다랐다.
반면 에반젤린은 자신도 모르게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속에서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든 것이다.
“아저씨. 이거.”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그에게 내밀고는 말했다.
“그, 그냥 생각나서 주는 거예요.”
“어……어어? 그래. 고맙다.”
당황한 그가 아이스크림을 전투적으로 베어 물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니 아저씨. 오늘 데이트하는 느낌 좀 내달라고 했잖아요. 지금 뭔가 알 것 같단 말이야.”
그 한마디에 절제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뭐라고?”
데이비에게 들키는 것 이상의 지뢰가 터졌다.
얼굴이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려버린 그가 에반젤린에게서 한발 두발 물러나며 되물었다.
“아니 막 속에서 간질거리고 기분 좋아지는 게 뭔가가…….”
“으……으아아아악!!!”
데이비라는 폭탄을 피하려 했더니 에반젤린이라는 핵폭탄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에반젤린이 이 상황에서 절제와 수차례 부대끼며 그에게 뭔가 다른 감정을 느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건 중대한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즉. 이렇게 재밌게 놀다 보니 에반젤린은 자신이 절제에게 마음이 동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절제는 다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적당히 눈치채고 신나게 웃어대고 있는 시청자들을 째려보면서도 절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떠올렸다.
만약 여기서 조금만 삐끗하면 미행을 들킨 정도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애초에 데이비에게 들키지 않으려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자신이 에반젤린과 함께 있는 것으로 혹여 에반젤린에게 검은 마수를 들이댄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물론 영상이 남아버리기에 들킬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그 영상은 위험하다 싶은 부분만 잘라내면 그만이었다.
지금 이 꼴을 들키지만 않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을 억제하며 말했다.
“자……잘 들어 에린아.”
그가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결정을 번복하게 해서라도 현 상황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그러니까…….”
그때였다.
콰아앙!!
어디선가 폭약 냄새와 함께 폭음이 울려 퍼진 것이다.
무언가가 폭발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 폭발은 이곳 전역에 깔린 방어 마법 때문인지 큰 여파를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것이라면 조금 놀란 정도로 끝날 문제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못했다.
갑자기 한복판으로 뛰어나온 한 사내가 곧바로 에반젤린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인질로 잡으려는 것일까.
그녀가 에반젤린임을 모르니 벌어지는 일일 테지.
사실 절제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저 망할 테러리스트가 폭탄 테러에 실패했다고 에반젤린을 인질 삼는다면?
분명 티오니스 성자는 그녀를 필연적으로 알아챌 것이고 그녀와 함께 그녀의 곁에 있던 절제 또한 알아챌 것이다.
그 후에는…….
‘정신 차리면 다리에 공구리 친 채로 바다로 가라앉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구만!’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그는 차라리 에반젤린을 데이비에게 들키지 않고 자신만 드러낸다는 결단을 내렸다.
에반젤린은 들키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길 테고 데이비가 그를 발견하면 혼자 놀러 왔다고 거짓말하면 그만이었다.
인간은 위기상황 속에서 초인적인 기지를 발휘한다고, 그 긴 생각을 아주 짧은 틈 사이에 해낸 그는 근처에 있던 츄러스를 뽑아 들고 그대로 달려들어 그의 테러리스트로 보이는 사내의 얼굴에 냅다 휘둘러버렸다.
콰직!!
당연히 과자가 큰 효과가 있을 리가 있나. 순식간에 부서져 버리는 과자는 뒤로한 채 절제가 그대로 놈을 휘감고 뒹굴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 중엔 데이비와 초단이도 있었다.
이후 절제는 몸싸움을 하면서도 에린에게 시선을 보냈다.
얼른 튀어.
하지만, 에반젤린은 방금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그 행동에 뭔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절제는 지금 그녀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사춘기 나잇대의 소녀답게 뭘 해도 그쪽으로 연관 지어 생각하는 건 정말 귀찮기 그지없다.
그녀는 지금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그녀가 정말로 절제에게 어떤 감정을 느낀 것이라면 덜 억울할 테지만 그것 또한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절제의 얼굴이 이제는 거무죽죽하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범의 아가리를 치워냈더니 이제는 지옥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게 다 이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놈 때문이다.
그는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초인적인 힘으로 그를 붙잡고 제압하려 했다.
물론 상대는 진짜 테러리스트. 그는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칼을 꺼내 절제의 몸을 쑤시려 했다.
하지만 이미 데이비의 시야에 들어온 시점에서 그의 행동은 끝이었다.
콰직!! 파창!!
금속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절제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던 칼이 맨손에 잡혀 박살 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야. 용감하네.”
데이비가 시원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다.
“근데. 다음부턴 절대 이러지 맙시다.”
다행히 그는 아직 에반젤린을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절제에겐 보이는 에반젤린의 표정 때문에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엄청난 환호가 들려온다.
다행히 눈치를 챈 것 같은 에반젤린은 인파 속으로 몸을 숨기는 데에 성공했고, 절제는 자신이 살기위해 몸을 날린 결과…….
테러리스트를 막은 용감한 시민이 되어있었다.
정작 그 본인의 표정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어서 잔뜩 굳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