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20화
초단이의 눈이 쉴 새 없이 떨렸다.
“거짓말하는구나.”
“에이…… 아빠, 제가 무슨 거짓말을…….”
“내가 널 하루 이틀 봐왔는지 알아?”
굳은 얼굴로 내가 그녀에게 한 발 내딛자 그녀가 주춤거리며 내게서 물러났다.
“무……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아빠! 그러지 말고 들어가요!”
“똑바로 말해. 어딜 갔다 온 거야. 그리고 그건 왜 다친 거야.”
애초에 초단이는 강대한 힘을 지닌 만큼 공격 면에선 어떨지 몰라도 의체의 방어능력은 쉽게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작 넘어진다고 까진다니.
“…….”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여버리는 초단이를 나는 한참 동안 기다렸다.
“사실…….”
“사실?”
“연습을 좀 하느라…….”
그녀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떨구었다.
“연습?”
이건 무슨 소리인가.
내 의문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빠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냥 둘 수 없잖아요. 분노조절 장애도 아니고,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게 된다니…… 난 그런 거 싫어요.”
“그래서 나 몰래 연습했다고?”
“네…… 등에 난 상처는 제어하려다가 스스로 낸 상처…….”
그녀의 대답에 나는 눈을 잠시 감았다.
확실히 그녀가 보유한 마나가 소모되어있다.
이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초단이의 머리를 꾹꾹 누르듯 쓰다듬은 뒤 그녀를 품에 당겨 안았다.
“힘들면 할 필요 없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줄 테니.”
“괜찮아요. 아빠…… 제가……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 * *
코드네임 흑귀.
현재 국정원 내부에서 범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정식 명칭이었다.
이렇다 할 흔적도 없어서 추적도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순전히 흑귀가 다시 활동하고 그녀가 흘릴 단서만을 기다리는 웃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냉정하게 그녀를 잡아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짓을 해서든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이득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걸 바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녀가 한번 나타날 때마다 큰 사고가 동반될 테니 말이다.
그 좋은 예시로 아무런 관계도 없던 일반인 남녀 두 명이 그녀에게 습격을 당했고, 데이비 왕자가 아니었다면 목숨을 빼앗길뻔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서에서 진술한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대략적이나마 흑귀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다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왜 그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쫓겨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분개를 토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해결하겠다 해놓고 손을 벌린 시점에서 데이비가 어느 정도 간섭할 권한은 생긴 셈이었다.
다만 테러범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반인 남녀 둘이 대체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짜증이 잔뜩 나 있는 표정으로 조사실에 앉아있는 남녀를 보며 데이비가 물었다.
“딱히 이상한 점은 없고요?”
“예. 당장 집에 보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이만큼 조사했으면 됐지 얼마나 더 할 거냐면서요.”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물론 저들의 목숨이 아까운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포식의 힘을 지닌 그 흑귀를 잡기 전까지는 이쪽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데이비.”
국정원을 빠져나와 공원 부근에서 주변 경치를 구경하던 데이비에게 페르세르크가 질문을 던져왔다.
“그 흑귀. 잡으면 어찌할 생각인 게야?”
“글세. 딱히 직접적인 원한이 있는 건 아니긴 한데.”
“그대의 포식의 힘을 지녔지.”
“그래, 그거에 대해선 알아야지.”
어차피 지구에서 할 일이다. 그와 직접적인 문제가 터지지만 않는다면 굳이 나서서 그녀를 제거해야 한다느니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의문을 풀고 싶을 뿐이었다.
다만 상대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답답한 일이었다.
* * *
일반인 습격 사건 이후로 흑귀는 자취를 감춘 듯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범인에 대한 단서가 부족한 상황에서 범인이 자취를 완전히 감췄으니 무슨 수로 찾겠는가.
함정을 파려 해도 그 흑귀가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이상 마땅한 수가 없었다.
그래. 일반적인 경우라면 말이다.
그 이후 이렇다 할 단서도 없이 평온한 하루가 2주 정도 이어졌다.
초단이는 이제 제법 익숙해졌는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에반젤린은 늘 그렇듯 시청자들과 투덕거리며 방송에 여념이 없었다.
다리안과 아벨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애교가 늘어났고 그런 애교를 보며 에이리아는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지의 운영은 기본적으로 나와 페르세르크가 최종관리하지만, 이놈의 일 중독자인 에이미가 더 이상 자신을 놀게 하지 말라며 자리를 잡은 탓에 최근엔 상당히 이쪽도 여유로웠다.
마치 흑귀에 대한 사건이 전부 과거의 일이었다고 말하듯 고요하기 그지없는 현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흐르길 한참.
나는 늘 그렇듯 초단이의 힘을 제어하는 연습을 봐주고 있었다.
그리고 제법 놀랐다.
혼자 연습했다고 하던 게 사실인 건지 그녀는 제법 능숙하게 자신의 힘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고작 수분 제어하던 것과 달리 현재의 그녀는 오버클럭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자신의 힘을 제어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잘했다. 정말 고생했어.”
“아빠…….”
“그동안 연습했다더니 굉장히 늘었는데?”
“히히…….”
해맑게 웃는 그녀를 보며 나는 웃음 지었다.
걱정이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
그렇기에 나는 표정이 풀어지질 않았다.
“아니겠지.”
그동안의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악의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맴돈다.
제발 아니기를.
* * *
지구에서 소식이 전해져 왔다.
흑귀가 다시 출현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출현한 장소는 다름 아닌 게이트 안이었다.
각성자들이 몬스터를 잡기 위해 진입하는 공간이며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한 장소.
그곳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협회의 각성자들이 찾아갔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참혹한 살해현장이었다.
사상자는 무려 10명.
대부분 외국인 계통이었지만 한국 사람도 서너 명이 포함되어있었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살해당한 것이다.
누구는 사지가 잘려나갔고 누구는 머리가 사라져 있었다.
어떤 이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 토막으로 잘려나가 있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구 쪽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길드라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그야말로 참혹한 현장 속에서 그들은 머리가 아파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흑귀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처음 접했던 것도 우연이었다.
검은 가면에 검은 원피스를 입은 작은 소녀가 나타나 자신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다고.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검은 가면에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소녀라는 말에 흑귀를 떠올린 국정원은 곧바로 협회에 협조를 요청했고 뒤늦게나마 현장을 찾았지만 남은 것은 시신들뿐이었다.
처음 보는 이라면 그 자리에서 속에든 것을 게워낼 정도로 참혹한 현장이지만 역시는 역시인지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번엔 전보다 그 흔적이 더욱 적었다.
물론, 아예 없진 않았다.
근처를 지나가던 각성자 두어 명이 그녀를 보았다는 증언을 한 것이다.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듯하더니 곧바로 그녀가 무형으로 이루어진 검을 뽑아내 그들을 베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이만한 대규모 사건이 터진 이상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과거 젊은 남녀의 습격 사건 때엔 어떻게든 소문을 무마시켰지만 이미 이번 사고에 대해 소문이 퍼지며 넷 상을 뜨겁게 불태운 셈이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가에 대해 사람들은 두려움을 표했고 빨리 흑귀를 잡으라 아우성쳤다.
하지만 협회고 국정원이고 이번 사태에서 흔적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만을 반복하는 그녀를 잡을 방법이란 전혀 없었다.
결국, 한국측에선 정식으로 협조 요청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받아들였다.
게이트에서 발견한 흔적을 보고 내린 결단이었다.
이에 정보를 종합해보던 나는 왜 흑귀가 그들을 노렸는가에 대한 공통점을 찾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던 중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알하자드입니다. 데이비.
“예. 듣고 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내 물음에 알하자드 쪽에서 조금 복잡한 사실을 전해왔다.
-실은 이번에 한국에서 있었던 테러 사건 말입니다.
“예. 흑귀 문제로 시끄럽죠. 알고 계셨습니까?”
-일단 저도 관계가 없진 않으니까요. 이쪽 종교 아시지 않습니까.
“아…….”
-사실 그것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이슬람교가 예전 같은 교세를 확보하진 못한다지만 무슬림이 남아있는 건 알고 계시겠죠. 그들이 당신과 넬타리드 교단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좀 커지면서 당신이 개입한 것 때문에 말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쪽 단체 쪽에서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제게 어떤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신상목록인데…….
“신상 목록?”
-네, 처음 살해당한 테러리스트. 그리고, 뒤이어 살해당한 각성자들까지. 관계가 없진 않더군요.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망설임 없이 다음 대상을 특정하고 움직였다.
* * *
“아아…… 아아! 그만둬 이 마녀야! 멈추라고!!”
겁에 잔뜩 질린 한 사내가 엉덩방아를 찧은 채 겁에 질린 얼굴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텅 빈 공사장에서 들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사박…… 사박…….
검은색의 단화를 신은 소녀는 피가 묻어도 티가 나지 않을 원피스를 흩날리며 다가오는 소녀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젠장! 대체 어떻게!”
겁에 질린 그는 품 안에 숨겨둔 칼을 꺼내 들었다.
각성자들이 게이트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무기류로 일반적인 금속제 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날카로운 칼이었다.
“오……오지마! 오지 말라고 했다!!”
격하게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에 소녀가 멈췄다.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녀의 대답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일렁거리는 기검이 대신했다.
서걱!!
“흐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반 토막이 나버린 검을 냅다 던져버린 그는 비굴하게 머리를 땅에 박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그만! 다 그만둘게! 그만둘 테니까 제발 살려줘!!”
그의 외침에 소녀는 가면 너머로 말없이 그를 보다 기검을 들어 올렸다.
자비 따위는 보이지 않는 행동거지였다.
그리고.
그녀의 검이 사내의 목을 베어버리려던 그 순간.
쩌어엉!!!
묵빛의 언월도가 그녀의 기검을 막아냈다.
“흐이이익!!!”
자신이 살았음을 직감한 사내가 기겁하며 물러난다.
“티……티오니스 성자!”
“…….”
소녀를 막아낸 것은 데이비였다.
어두운 공사장이다. 누군가가 올 곳도 아니었건만 그는 당당하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 흑귀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하하하하!! 하하!! 꼴좋다 괴물 같은 년! 이제 티오니스 성자가 왔으니 이제 너도 끝!…… 커헉?!”
자신이 살았음을 직감한 사내가 오만하게 소리 지른 그 순간 데이비가 롱기누스를 쥐지 않은 손의 손가락을 튕겨 그를 염동력을 띄워 올렸다.
콰앙!!
그리고, 그의 손이 가볍게 휘저어짐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근처에 있는 철골에 강하게 부딪히며 그대로 그의 의식을 앗아갔다.
기절하듯 추욱 늘어진 그를 바라보던 데이비는 고개를 돌린 뒤 검은 가면 너머의 안광을 똑바로 직시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잖아.”
“…….”
“그동안 왜 숨긴 거냐.”
데이비의 물음에 그녀는 침묵했다.
하지만 데이비는 당장이라도 일그러질 것 같은 얼굴로 괴로운 듯 말했다.
“초단아…….”
그말과 함께 대치 중이던 그녀의 기검이 파직!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그녀가 물러나기 시작하더니 바람에 흩날려 엉망이 된 검은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새하얀 은발이 브릿지가 되듯 옅게 빛나는 머리카락은 아름다웠다.
달칵!
이윽고 달칵 소리와 함께 그녀의 가면이 벗겨졌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을 확인한 데이비의 표정이 참담함으로 물들었다.
“대체…….”
“초단이라…….”
소녀가 피식 웃었다.
“내가 왜 초단이인데?”
그녀가 대답한다.
“난 초단이가 아니야.”
그녀는 똑바로 데이비를 직시했다.
색만 다를 뿐 초단이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 똑같은 키, 똑같은 체형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이 초단이가 아니라고 했다.
“애초에 내게 이름 같은 건 없어.”
“초단아.”
“초단이라 부르지 마. 아빠.”
그런 상황에서도 아빠라고는 부르는 것일까.
그녀가 증오와 원망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
“몰랐으면 그냥 그대로 평생 살았을 텐데…….”
“초단아.”
“초단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지!!”
격하게 소리 지른 그녀가 악을 썼다.
“내 이름은 초단이가 아니야!!”
그녀의 외침에 데이비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한발 두발 물러났다.
“아하하…… 아빠. 이제 이해가 됐나 봐……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면서 아니라고 계속해서 스스로 가설을 묻어버린 거 아니야?”
그녀의 물음에 데이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틀린 말은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아닐 거라. 이 상황 전부가 나를 가리키지만 내가 아닐 거라 믿었잖아.”
“…….”
“근데 이렇게 봐버렸네? 나도 숨길 수 없고, 아빠도 더는 부정할 수 없고.”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우리 초대면이잖아. 그동안 내게 이름도 주지 않고 방치해왔잖아.”
“…….”
“내가 제발 도와달라고 소리 질러도 듣지도 않았잖아.”
초단이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는 에이리아의 본능 같은 이중인격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발키리아 종족의 케인. 그놈과 같은 케이스였다.
한 육신 안에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자아가 존재하는 것.
그녀의 자아가 정확히 무엇인지 조금 전의 대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는 데이비를 올려다보며 기검을 만들어냈다.
“난 그 순해 빠진 멍청이랑 달라. 태어나자마자 좋은 꼴보다 나쁜 꼴을 더 많이 봤어. 그 멍청이가 받아들이는 나쁜 기운. 아빠와 엄마가 나를 만들 때 본인도 모르게 밀어 넣은 그 망할 포식의 힘에 심연의 힘까지. 전부 내가 다 떠안았어.”
이유는 간단했다.
관심을 받으려고.
포식의 힘에 심연의 힘에서 자유로우니 본래의 청단이와 홍단이가 뒤틀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것들을 죄다 받아들였고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
“그야말로 우연이지. 정말 운이 좋아서 그 힘들이 뒤섞이면서 새롭게 정리됐거든. 안 그랬으면 나는 이렇게 대화도 못 하고 사라졌겠지.”
그녀가 그리 말하며 기검을 튕기듯 던졌다.
푸욱!!!
동시에 그녀가 만들어낸 기검이 기절한 사내의 심장을 관통한다.
“아하하! 꼴좋네! 버러지 같은 게.”
“그만해.”
“이젠 초단이라 안 불러주네? 하긴 이제 다 알았잖아.”
그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데이비가 신들린 듯이 두드렸던 첫 번째 검.
청단이와 홍단이를 만들었을 때.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유일하게 회랑에서 데이비가 거의 따라잡은 존재가 바로 천일야장 수르트였다.
그리고.
그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던 데이비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해낸 검, 청단이와 홍단이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착각했다.
그만한 실력으로 두드렸으니 자아가 완성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청단이와 홍단이는 애초에 수르트의 손에 의해 자아가 거의 완성된 상태였을 뿐 데이비가 숨결을 불어넣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청단이 홍단이고 그의 손에 완성되었으니 자식이 맞지만.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그만한 실력을 지닌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검이다.
불안전한 자아가 있기에 틈이 많았던 그 공간 안에.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 따윈 없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만든 건 아빠였어.”
그녀가 기검을 들어 데이비를 겨누었다.
카아앙!!
그리고 그녀의 기검이 데이비를 지나쳐 바닥에 꽂혔다.
“하…… 이래도 아빠를 미워할 수가 없는 내가 너무 싫다. 진짜…….”
그토록 좋아한다 말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데이비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며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나를 뭐라고 부를래?”
“너…….”
그녀가 처연하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