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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25화 (1,325/1,559)

제 1325화

뮤트에게서 받은 악기를 연주하면 비화의 잔재를 찾을 수 있다.

악기가 연주될 때마다 어떤 힘의 흐름이 귀와 눈으로 들리고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기준으로 잔재를 찾아낸 뒤 하레스가 준 잔재의 결정에 그 흔적들을 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이 잔재들 중 직접 회수해야 하는 것들 대부분이 비화의 기억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회수할 때마다 그녀의 기억 일편이 내게 밀려들어 왔다.

그녀가 말하지 않은 어떤 기억들을 말이다.

게다가 비화의 잔재는 무생물과 생물을 가리지 않고 스며들었고, 그렇게 잔재에 노출된 생명체들은 각양각색의 변화를 내비쳤다.

흉포하던 몬스터가 비화의 행복한 기억 잔재에 동화되면 굉장히 온순해지는 경우도 존재했고 반대로 비화가 괴로워했던 기억의 잔재와 동화되어 온순하던 동물이 미쳐 날뛰던 일도 생겼다.

당장 찾아낸 흔적은 고작 다섯.

얼마나 더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쉽게 쉽게 찾아낸 게 그 정도였다.

그리고, 다섯 번째 잔재는 리인포스 알파의 영역에 있는 마물왕에게 스며들었다.

마물왕 그라나토스.

비화의 슬픈 기억에 노출되어 저항도 못 하고 동화되어버린 녀석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곧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피해를 낳은 것도 사실이었다.

마물왕 그라나토스에게서 흡수한 기억의 파편은 비화가 심연의 힘과 포식의 힘의 부조화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던 기억이었다.

계속해서 나를 부르며 제발 도와달라 외치던 그 기억이 나와 페르세르크에게 스며들기가 무섭게 페르세르크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침묵했다.

“힘들면 돌아가. 내가 해결할 테니.”

“아니…… 본녀도 같이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말아…….”

말은 그리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현재 내가 행방불명 상태라 알려져 있지만, 페르세르크는 혹여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나와 그녀가 개별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만을 전해두었다.

걱정이야 하겠지만 이 일에 관해서 자세히 그들에게 알리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한데 데이비. 저들은?”

그라나토스의 시신을 밟고 선 채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고 있던 찰나.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원들이 시야에 담겼다.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은 척 봐도 완전무장 상태.

아무래도 비화의 잔재에 영향을 받아 미쳐 날뛰는 이 마물왕을 막기 위해 전력을 끌어모은 것이리라.

최근 리인포스 알파도 조용했으니 갑작스런 대규모 사고에 긴장했을 법도 했다.

“데이비 단원…….”

나를 향해 다가온 보리스가 걱정스레 물었다.

“소집을 위해 연락했을 때. 네가 행방불명 상태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건만…… 무사해 보이는군.”

“예 뭐. 사정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여기서 뭘 하십니까?”

“보다시피 네가 죽인 그 마물왕 하나 때문에 비상 터진 거야. 보리스 선생님이 얼마나 스트레스받으셨는지 상상도 못 할걸?”

뒤이어 기사단원 정복을 입고 있는 정령사 쌍둥이 자매. 샤이르 렌다와 펜디르 렌다가 다가오며 대신 답해주었다.

“샤이르렌다. 물러나 있도록.”

“선생님…….”

“어허.”

보리스의 말에 입을 삐쭉인 샤이르는 제 쌍둥이를 데리고 한발 물러난 뒤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정말 잘 왔어. 솔직히 엄청 쫄았거든.”

동시에 긴장이 풀린 듯 기사단 곳곳에서 잡담 소리가 들려왔다.

“하! 이렇게 쉽게 끝날 거였으면 우린 왜 그 고생을…….”

“다무르, 너 그 입 좀 다물어.”

늘 그렇듯 투덜거리던 동기 다무르가 울적한 표정으로 무너져 내렸다.

“소식을 전해 듣고 지원을 온 겁니까?”

황당한 현 상황에서 가장 먼저 냉정함을 되찾은 것은 수호자 바사라였다.

“아뇨.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다른 이유로 이놈을 잡으러 온 겁니다.”

“그 개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글쎄요. 기사단과 관련된 일은 아닌 터라 굳이 말씀드릴 필요성은…….”

“무엇이 원인이었건 이놈은 기사단을 위협하던 중대 위협 사안이었습니다.”

그의 논리정연한 말에 나는 바사라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의 얼굴에 순간 긴장이 어린 게 보였다.

“별거 아닙니다. 중요한 뭔가를 이놈이 먹어치우는 바람에요. 그걸 되찾으러 온 겁니다.”

“그게 이놈의 폭주와 관련이 있습니까?”

“예.”

내 대답에 바사라는 조용히 생각하듯 침묵하다 물었다.

“혹, 이놈 말고도 비슷한 상황이 또 있습니까?”

“아마. 마물 중에는 이놈이 마지막일 겁니다.”

티오니스에만 잔재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사실상 오지에 있는 잔재들은 전부 회수한 셈이었다.

“원칙대로라면 그리해선 안될 테지만, 방금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 소식을 본산에 보고하면 귀찮아질 게 틀림없으니 그의 재량껏 넘기려는 것이었다.

“배려 감사드리지요.”

“데이비. 기왕 온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게.”

“괜찮습니다. 조금 바쁜 편이라 바로 움직여야 해요.”

내 대답에 보리스는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너무 연락이 없어도 정 없는 법이네.”

“하하.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시게.”

그말과 함께 그가 한발 물러났다.

“벌써 가는 거야? 아쉽다…….”

싹싹한 편인 쌍둥이 자매 샤이르와 펜디르가 내게 아쉬움을 표하며 말을 걸어왔다.

“조만간 맛있는 간식 사서 찾아갈게.”

“진짜지? 기다리고 있는다?”

시간이 없는 만큼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순 없었다.

나는 허공에 손가락을 부드럽게 그어 내렸고 막대한 신력이 흘러나오며 공간에 균열이 일어났다.

“세상에…… 저런 마법은 듣도 보도 못했어…….”

“소문은 들었다만…….”

새삼스럽게 차원 균열을 여는 모습이 신기한지 몇몇 외부 출신의 기사들이 수군거리는 게 보였다.

이후 그들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떠나가려던 찰나였다.

“잠깐, 데이비.”

보리스가 나를 불러 세우자 나는 반쯤 균열에 몸을 걸친 채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많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네.”

보리스에게 바로 들킬 정도였으면 평소와 달리 표정관리가 전혀 안 됐던 모양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뒤 차원균열 너머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그냥 와도 되는 게야?”

“쉬고 있을 틈이 어디 있어. 그리고 기사단도 마물왕의 뒤처리로 아마 바쁠 거야.”

상시 기사단에 상주하는 앵커 나이트와 달리 나는 로밍 나이트인 만큼 이 정도 지원이면 충분했다.

내가 떠난다기에 아쉬움을 내비치는 동기들의 표정을 보긴 했지만 이 일이 끝난 뒤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가져다줘야겠다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금은 비화의 잔재를 한시라도 빨리 찾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다음 목적지는?”

나를 대신해 어깨에 앉아 비화의 잔재 결정을 들고 이리저리 확인하던 그녀가 묻자 나는 뮤트에게 받은 악기를 천천히 연주하여 비화의 잔재를 추적했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티오니스는 끝났어. 다른 차원 쪽을 뒤져볼 거야.”

“다른 차원이라 함은…….”

“일단은 유르기안.”

* * *

과거 내가 차원을 넘나들면서 들렸던 대륙 중 하나이며 현재 지구에서 얻은 식량의 상당수를 거래하고 있는 차원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바노프가 있는 유르기안 대륙은 당장 소재보다는 식량이 필요하던 시기이니 말이다.

막대한 붕괴로 인해 이제야 복구를 시작했다지만 고작해야 몇 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구역을 복구할 순 없었다.

과거엔 차원 열쇠를 이용해 넘었으나 차원을 가를 힘을 얻은 뒤로 열쇠는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아직 복구가 덜 된 듯 폐허가 된 지역을 둘러보며 나는 숨을 짧게 골랐다.

막무가내로 찾아왔건만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있나.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유르기안에서 나와 연이 있는 이들의 곁으로 가 그들의 조력을 받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은 싹 지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멀리서 엄청난 수의 스몰 웜들을 끌고 달려오는 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바노프 반.

회랑의 영웅 이바와 관련이 있는 녀석.

그리고, 처음으로 유르기안에서 나와 친분을 쌓았던 소년이기도 했다.

최근 개인적인 연구 때문에 홀로 어딘가를 싸돌아다닌다는 말은 들었다만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

“어……어?!”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란 얼굴로 멈춰선 녀석이 나를 올려다본다.

“여……여긴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당장 뒤에 육식 스몰 웜들이 쫓아오고 있음에도 딱히 다급해 보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따악!!!

퍼석!!

내가 손가락을 튕겨 놈들을 죄다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야…… 역시 볼때마다 느끼지만 대단하시네요…….”

녀석은 제 상체보다 조금 더 큰 가방을 고쳐 매고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게…… 연구를 위해서 지하 시설을 조사하던 중에 놈들의 둥지를 건드렸지 뭐에요.”

“널 지키라고 준 골렘들은?”

“아 그 녀석들이요. 근처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을 거예요.”

신변을 지키라고 준 쌍둥이 골렘을 자료 수집에 써먹는 겁도 없는 행각에 절로 헛숨이 나왔다.

“그렇게 하다가 언제 제 명에 못 살 거다.

“헤헤 이래 봬도 제 몸 건사할 방법은 있으니까요.”

스몰 웜의 파편과 혈액으로 가득한 주변이다.

당연히 지독한 냄새가 올라온 탓인지 이바노프는 한 손으로 코를 틀어쥐고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이……일단 가실까요? 여기 냄새가 너무 독하네요.”

“그러자.”

이바노프는 이 폐허가 된 도시에서 한 달 이상을 체류했다는 모양이었다.

도시 쪽에선 그의 이런 행동이 참 달갑지 않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이바노프는 이런 놈인 것을.

“실은 이 폐허는 오래전 큰 연구시설이 있던 곳이에요. 물론, 워낙에 피해도 심하고 우선순위도 떨어져서 딱히 복구가 되고 있진 않지만, 과거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죠.”

부서진 건물 내부를 어느 정도 개조한 듯 녀석은 익숙하게 주전자를 달구었고 커피를 내려 나와 페르세르크에게 내밀었다.

“두 분께선 여행 오신 건가요?”

“아니. 뭘 좀 찾으러 왔어.”

“찾으러요? 뭘 찾으시는데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은 상당히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망한 딸아이의 잔재를 찾으러 왔다고 말할 순 없었다.

“그보다. 최근 여기서 갑자기 행동이 변한 것들이 있나?”

뮤트의 악기는 대략적인 위치는 알려주었으나 직접 그 대상의 근처까지 가지 않으면 상당히 찾는 방식이 귀찮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혹시라도 단서가 있으면 그쪽을 먼저 찾는 게 좋은 방법이었다.

“갑자기 행동이 변한 것이요? 사람? 아니면 좀비? 뮤턴트?”

“좀비가 아직도 있나?”

“그야 뭐…… 아직 복구되지 않은 지역에선 간혹 보이니까요.”

과거 이 문제를 다 해결한 줄 알았는데 남아있는 것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저희도 찾아낸 건 얼마 안 됐어요. 실제로 이 도시에서도 좀비나 뮤턴트가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가 이제야 다시 나오기 시작한 거구요.”

그런 위험한 지역에 홀로 싸돌아다니는 이 또라이 같은 놈을 어찌해야 좋을까.

“어느 쪽이든 좋아. 네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갑자기 변해버린 이면 돼.”

사실 비화의 조각이 흩어진 건 최근이었다.

이제와서 스며들었다 해도 이바노프가 그것을 알 리가 만무했다.

“다만 인간은 가능성이 낮아. 뮤턴트 쪽에서 한번 생각해봐.”

“글쎄요…… 뮤턴트의 행동은 원래부터가 종잡을 수가 없어서…….”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찰나.

이바노프가 손뼉을 쳤다.

“아! 여기 지하에 커다란 실험 시설이 있어요.”

“그래서?”

“그 아래에 엄청나게 거대한 뮤턴트를 발견했어요.”

“그놈이 의심된다?”

“그게…… 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놈이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해서요. 조금 의아하긴 했는데. 말씀대로라면 가능성은 있겠네요.”

그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위치 안내 좀 해줄래?”

“아! 저도 따라갈게요! 다만 커피는 마저 드시고 가시는 게…….”

나와 페르세르크는 서로를 마주 본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거운 커피를 한입에 털어 마셔버렸다.

“가면 되겠구나.”

“가자.”

나와 그녀가 동시에 말하자 이바노프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많이 급하신가 보네요…….”

* * *

“정말 그놈이 변해서 그렇게 된 걸까요?”

“나도 몰라. 직접 까봐야 알겠지.”

“본녀가 보기엔 아닌 것 같기도 하구나.”

이바노프의 증언대로라면 분명 지하시설에 있는 거대 뮤턴트가 맞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이놈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인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 이 건물이에요. 이 대학연구실 지하에 숨겨진 길이 있거든요.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얼마나 넓고 방대한지. 지하시설이 이 대학 연구실은 물론 대학 부지 전체를 휘감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죠.”

“그런 들어가 보실까요?”

그는 이미 이곳에 한 번 왔다고 말하듯 연구실의 앞쪽 도서관을 지나 숨겨진 통로를 익숙하게 열었다.

“여길 찾느라 고생 좀 했어요. 얼마나 꼭꼭 숨겨놨던지.”

이바노프는 참 말이 많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당은 분명 아니었다.

지하에서 막대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비화의 잔재가 스며들었는지는 직접 마주해야 알겠지만 무언가가 깨어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거대한 지하 연구시설. 전기가 나가버린 엘리베이터 대신 비어버린 통로에 줄을 끌러 내린 그가 익숙하게 밧줄에 매달리려 했다.

“여긴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해요. 꽤 깊으니까 조심…….”

텁!

“엥?”

놀란 그가 나를 바라본다. 동시에 머리가 좋은 만큼 눈치도 빠른 듯 파랗게 질린 얼굴을 했다.

“아……아니죠? 진짜 아니죠?”

“아니긴 뭐가 아니야.”

투웅!!!

“으아아아아아악!!!

어느 세월에 밧줄 타고 내려가.

나는 이바의 뒷덜미를 낚아챈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 통로 아래로 뛰어내려 버렸고 나를 따라 페르세르크가 천천히 부유하며 뒤따라 떨어져 내렸다.

정작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는 이바만이 죽을 듯 비명을 질렀다.

터어엉!!!!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닥까지 추락한 나는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숨을 헐떡이는 이바에게 말했다.

“그래서. 여기서 어디로 가면 되는데.”

“저기 저 철문이요. 잠깐만요. 일단 임시전력을 공급해야 해요. 워낙에 단단한 방공문…….”

서걱!!!

두께만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단단한 문이 비스듬히 잘려나가 버리자 이바가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

“뭐해. 가자.”

“……뭐랄까. 형을 보고 있으면 제 모든 노력이 부정당하는 거 같네요.”

허망한 얼굴로 그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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