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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36화 (1,336/1,559)

제 1336화

제노엔이라는 종족은 내부에서도 여신을 끝까지 기다리다 사라진 이들과 오지 않는 여신을 원망하며 그녀와 그녀가 만들어낸 세상 전체에 극도의 증오를 표출한 이들이 있다.

물론, 버려진 이들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놈들은 그 수단으로써 자신들의 동족을 무참하게 희생시켰다.

애초에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 있을까.

결국, 과격파 제노엔들은 전부 소멸했고 현재 정화되고 있는 건 여신을 위해 평생을 다했음에도 동족에게 이용당한 불쌍한 영혼들이었다.

물론, 그들에겐 과거의 기억 따위 남아 있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조건이 비화의 사도로써 아주 만족스러운 점이라는 사실이다.

“데이비.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그걸로 해결이 되진 않을 거 같은데.”

물론, 우치의 케이스와 비화의 케이스를 동일시하게 둘 순 없다.

다만 비화가 담당해야 할 일을 제노엔에게 떠넘김으로써 그녀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건 사실이리라.

다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건 그리 좋은 대답이 아니었다.

“혹시 모르니까. 비화가 오면 잘 맞이해줘.”

“차라리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건 어때.”

“출입 거부당했어.”

당장 만나는 것이라면 이들을 신의 영역으로 불러들여 비화와 대면하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여신은 어째서인지 출입을 금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뮤트에게 듣기로는 비화가 조금이라도 더 집중할수록 더 빨리 만날 수 있을 거라 했으니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에반젤린은 그런 나의 대답에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비화라…….

언제까지고 휴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방송을 준비하던 에반젤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그때 어두운 가로등 아래에서 본 지독한 살기를 품고 있던 초단이는 초단이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초단이 안에 있던 첫째 언니.

그동안 정체도 모르고 있었으나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주변 모두를 지켜왔던 불쌍한 언니의 존재였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흑귀의 문제와 테러리스트의 문제로 한국은 시끌시끌했지만, 데이비가 그 문제를 묻어버리기로 작정한 이상 에반젤린은 신경을 끄기로 마음먹었다.

흑귀, 아니 비화의 외향에 관해선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기도 하거니와 설사 알았다고 해도 여신이 된 그녀를 어찌하겠는가.

딱히 신도가 필요한 여신도 아닌 만큼 그녀를 제재할 수단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으리라.

데이비에게 전해 들은 대로라면 테러리스트는 비화가 아니었으면 다른 이들이 찾아가서 찢어버렸을지도 모를 놈들이었다.

그리고, 비화가 노린 일반인도 마찬가지였다.

비화는 그때 자신이 제어가 잘되지 않고 있었다고 하지만 에반젤린이 길을 가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최소 팔다리 하나씩은 부러뜨려놓지 않았을까.

“여러분 반가워요. 며칠간 휴방해서 미안해요. 집에 일이 있어서.”

-티오니스 성자 행방불명이라는 설이 돌던데 어떻게 된 거임.

-방장 표정 보니 잘 풀린 거 같긴 한데.

-그 흑귀 쫓다가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별거 아니에요. 흑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잘 해결됐으니 별일이 없겠죠? 자자 그보다 우리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는 금지에요. 어기면 전부 제재 가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게임을 하나 켜며 말한다.

“자. 오늘 할 게임은 절제 아저씨가 추천해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에요.”

하지만 인트로가 뜨기가 무섭게 채팅창이 미친 듯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선생님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심미까아…….

-아니 이건 아니지;;

“음 이게 왜요? 뭐 안 좋은 거예요?”

-팩트 : 방장은 이 게임이 뭔 게임인지 모르고 있다…….

-도망쳐…… 그건 지옥문이야…….

“그럴 리가요. 요새 대부분이 다하는 게임이라던데. 또 나 속이려고 그러는 거죠? 내가 속을 줄 알고. 이거 봐요. 평점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잖아요.”

실제로 평가에는 굉장한 게임이다라는 평이 많았던 만큼 에반젤린은 이들을 믿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은 그래픽이 막 뛰어나다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는 게임 시작 후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박살 나버렸다.

“이……이게 뭐야…….”

질색하는 얼굴로 그녀가 물러난다.

“아니…… 사람 얼굴이 왜 문어야? 아니 온몸에 나 있는 촉수들은 또 뭐고?!”

-아이고…….

-이럴 거 같더라니…….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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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당할수 없지 암!

-사자자리 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용박이들도 이건 거른다.

“둘 다 조용히 해요! 아니 어떻게…… 이게 대체 어떤 인간 머릿속에서 나온 건데에!!”

-어허, 크툴루 무시해?

“그……그만할까요?”

-어림도 없지. 계속해.

-나락 가고 싶어? 어?

“그만…… 그만!”

에반젤린이 비명을 지른다.

이 악질 같은 게임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인외의 캐릭터들이 주인공과 연애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플레이하는 유저의 멘탈을 실시간으로 갈아버렸다.

설마 이런 것인 줄은 몰랐다.

문제는 시청자들은 에반젤린이 고통스러워하는걸 메인 콘텐츠로 삼았는지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절제 아저씨. 진짜 뒤졌어…….”

이를 뿌득 갈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모색해보지만 이미 재미 들린 시청자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와 주인공 캐릭터가 연애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을 진행해나갔다.

어쩌겠는가. 그녀가 판 무덤인 것을.

이 지옥에서 빼내 주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데…….

파직…….

그때였다.

그녀의 뒤편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자 게임을 하던 에반젤린이나 시청자들도 벙찐 얼굴로 뒤편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옅게 스파크를 튀기던 균열이 점점 커지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게이트 열리는겨?

-말도 안 돼.

-사고를 몰고 다니는 방장…… 이젠 하다 하다 자기 방송하는 방에 게이트가 열리네;;

-잠만, 저런 케이스는 본 적도 없음

-잠꼬대는 가서 하시고요. 니가 뭔데요.

-나 협회 직원이요 이 새끼야.

-구라는 자면서 하시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잠시 균열을 지켜보았을까.

문득 에반젤린은 이 균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화 언니?!”

그리고, 그 균열이 어디서 본 건지 깨달은 그녀가 화들짝 놀라 소리치자

균열이 기다렸다는 듯 쩍! 하고 열리며 아름다운 소녀 하나를 뱉어냈다.

“으악!”

그녀의 외모도 그렇지만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그녀의 상징 같던 하늘거리는 날개옷까지도.

분명 비화가 맞았다.

바닥에 철푸덕! 하고 늘어진 비화는 한참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에반젤린의 방송 룸이 상당한 크기인 탓에 그녀의 모습은 카메라에 똑바로 찍힌 것도 사실이다.

-?????

-누구?

-뉴규세요?

-뭐임 기절한 거임?

-방장. 저 사람 괜찮은 거 맞음?

-아니 의상컨셉 뭔데 ㅋㅋㅋㅋ

사람들은 지금 나타난 비화가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몰랐다.

이에 에반젤린이 떨떠름한 얼굴로 천천히 물었다.

“저기…… 비화 언니?”

“…….”

대답이 없다. 이에 에반젤린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좀 일어나봐.”

“쪽팔려서 못 일어나겠어.”

갑자기 나타난 비화의 행동에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문득 그녀를 이용하면 이 지옥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지 여러분. 사실은 오늘 합방이 예정되어있었어요.”

-??갑자기?

-그보다 방금 저기 쓰러진 분 쪽팔려서 못 일어나겠다고 하지 않았냐?ㅋㅋㅋㅋ

-졸라 귀엽넼ㅋㅋㅋㅋ

-아니 근데 저 날개옷 뭐임? 혼자 움직이는데?

-각성자 아이템인가?

사수자리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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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별자리의 기행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기에 신경 쓰는 시청자는 없었다.

애초에 반신격인 두 존재에 대한 이미지가 그 모양이니 어찌하겠는가.

“자……자! 소개할게요! 제 언니인 비화라고 해요! 언니! 빨리 일어나!”

하지만 여신이라는 게 수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볼썽사납게 엎어진 꼴이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는지 그녀는 바닥에 착 달라붙은 껌딱지마냥 버티고 또 버텼다.

“시……싫어!”

“아 빨리! 합방하는데 언제까지 누워있을 거야! 빨리 안 일어나?!”

에반젤린이 힘으로 그녀를 일으키려 든다.

비화가 비록 여신이라곤 하나 어째서인지 그녀는 여신으로써의 힘을 쓰지 않으면 일반적인 소녀에 불과했다.

거대한 힘을 내면에 품고 있는 에반젤린에게 힘 싸움으로 이길 리가 없었다.

“아……아냐 나 돌아갈게! 그만해!”

“응 이미 늦었죠?”

팍!!

결국, 비화를 일으켜 세운 에반젤린은 그동안 숨겨온 자신의 언니가 사람들에게 알려질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저기. 그거 뭐야?”

비화는 언제 썼는지 새하얀 민무늬 가면을 쓰고 있었다.

-???

-방금까지 가면 없었잖아.

-아, 이게 그 중국에서 유명한 가면 마술인가?

-미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ㅋㅋㅋㅋ

-어질어질하네.

냉큼 사람의 정신력을 깎아 먹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꺼버린 에반젤린은 비화를 질질 끌고 와 그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자. 자기소개.”

그녀가 재촉하자 비화는 가면을 만지작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

“뭐…… 뭐…….”

-??

-ㅋㅋㅋㅋ 긴장한 거 보소 ㅋㅋㅋㅋ

-방장 진짜 합방 예정되어 있던 거 맞음?

-아니 무슨 상관이야 ㅋㅋㅋ 그냥 나오면 합방이제!

-그 찐따 같던 방장이 현실합방이라니……. 내가 알던 방장이 맞나? 맞네. 가슴이 옹졸해진다.

“아아! 조용히 해요! 자, 언니.”

에반젤린이 책상을 탕탕 두드리자 비화는 한참 동안 머뭇거리며 뭐. 뭐만 반복했다.

“뭐……뭘 봐, 이 새끼들아! 구경났어?!”

“…….”

에반젤린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고 시청자들도 침묵했다.

결국,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반가워. 조율의 여신 비화라고 해.”

결국, 비화는 에반젤린의 반협박에 못 이겨 대답했다.

-아…… 그런 컨셉이시구나…….

-요즘 버튜버인가 뭔가 하는 것들이 그런 컨셉으로 놀긴 하더라. 수천 년 된 누구, 수백 년 묵은 누구 뭐 이렇게.

-근데 스스로 여신이라 칭하는 케이스는 처음 보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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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하라.

-아니 저 미친 회장님은 왜케 질러대 ㅋㅋㅋㅋ 아까부터 자꾸 경배하래 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 우리 방장 언니임? 방장 언니라고 해봐야 그 초단이 밖에 없지 않나?

-아니 초단 님이 네 친구냐? 어디 감히 월드 스타를.

-아니 은퇴하셨다잖아요. 부담 주지 말라고 미친놈들아…….

“그게…… 사실은요. 사정이 좀 있어요. 깊게는 묻지 말아 주세요.”

-방장이 그렇다면야…….

시청자들은 금방 수긍하는 낌새였다.

-그래서. 가면은 언제 벗음?

-듀라한 합방임?

“뭐……뭐! 이 가면이 뭐가 어때서!”

-아따 이쪽 언니는 굉장히 매운맛이네 ㅋㅋㅋㅋ

-근데 목소리에서 부끄러워하는 게 훤히 보인다.

생각 이상의 관심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비화였다.

“그래서, 언니. 어떻게 된 거야.”

“도망쳤어.”

그 말에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도망친다고 도망칠 수 있는 거였어?”

“몰라.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튀었는데 별문제 없더라.”

-ㅋㅋㅋㅋ 직무유기 여신 ㅋㅋㅋㅋ

-아 그런 컨셉이시구나 ㅋㅋㅋ

“아……아니 컨셉 아니라니까?!”

-네이~네이 그러시겠죠.

“열받아!! 너 죽고 싶어?!”

“그럼 지금까지 아빠는 왜 고생한 거야?”

“그야 나도 모르지, 어쨌든 이렇게 내려올 수 있는 거 알았으니 별문제 없는 거 아니야?”

뭔가 이상했다. 비화가 도망치려고 한 건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했으면 데이비가 그렇게 고민할 이유도 없어야 했다.

현재 비화는 막대한 책임감을 안고 있는 것은 물론, 신이기에 함부로 중간계에 현신하는 건 불가능한 게 맞았다.

프리아 여신처럼 특수한 케이스가 아닌 다음에야…….

그렇다면 그녀가 자리를 비움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아무리 대부분의 힘을 놓고 왔다 해도 여신이 중간계에 현신한 것이니 그로 인해 생긴 뒷감당을 누군가가 하고 있다는 뜻이 되리라.

그쯤 생각이 미치니 에반젤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미쳤어?! 당장 돌아가!”

“아 싫어! 니가 거기 갇혀서 일만 해볼래?! 내가 고작 비나 내리고 폭설이나 멈추자고 소생한 줄 알아?!”

땍땍거리며 싸우는 두 자매를 보며 재미있는 건 시청자들뿐이었다.

다만 비화의 말을 장난 혹은 컨셉 정도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과 달리 에반젤린은 그녀를 돌려보내는 데에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힘 싸움까지 번지게 되고 나서야 비화가 밀리기 시작했고 그 여파 때문에 비화의 가면이 툭! 하고 벗겨지고 말았다.

동시에 그녀의 긴 흑색 머리카락과 너무 잘 어울리는 그녀의 맨 얼굴이 세상에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데이비와 페르세르크의 닮은꼴이지만 엄마 쪽 유전자가 워낙에 압도적인 것에 더해 여신이 되면서 생긴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어우야…….

-미친 저 집안은 유전자가 진짜 미쳤나…….

-세상에 오늘부터 비화 여신님 모시겠습니다.

-방송하시겠죠?

“우……웃기지 말아요!”

투덜거리면서도 비화는 시청자들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나름대로 성의껏 대답해주었고 새로운 페이스에 흥미가 생긴 시청자들은 단순 채팅만으로도 엄청난 후원을 쏘아대거나 그녀에게 관심을 표했다.

그 때문일까. 비화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는지 그들의 장난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모양새였다.

흔히 말하는 방송에 재능이 상당하다.

반면 그 꼴을 보고 있던 에반젤린은 이대로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는지 간식을 가져온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벗어나 데이비에게 연락했다.

“아빠.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언니 못 내려온다면서요. 아직 제노엔들이 깨어난 것도 아닌데?”

-에린아. 걔 도망 못 가게 잡아놔라.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데이비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그 기지배 도망치는 바람에 차원 하나가 눈에 파묻히게 생겼다.

“네?! 벌써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대책 없이 지구에 현신해 있으면 그 부담을 넬타리드가 다 지게 생겼다.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이 든다.

비화가 강림하면서 생긴 힘을 넬타리드가 억지로 부담하고 있고, 그녀가 자리를 비워버리면서 프레타스라는 이름의 행성에 본래 내려선 안 될 전대미문의 폭설이 쏟아지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생명체가 없는 행성에서 벌어진 일이라 생명피해는 없다지만 절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직무유기 민폐 여신.

시청자들이 컨셉으로 알고 있는 사실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화는 예쁜 웃음을 지어가며 시청자들과 대화하기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지금 얼마나 큰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말이다.

따로 그녀가 도망치게 둘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제법 방송이라는 것에 흥미를 두고 있는 모양새였으니까.

그렇게 기가 찬 표정으로 한참을 지켜봤을까.

뒤이어 나타난 데이비가 비명을 지르는 비화를 어깨에 둘러메고 떠나고 나서야 진이 빠진 얼굴로 자리에 다시 앉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빠한테 딱 걸려서 둘러메서 끌려가는 여신님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럼 여신의 아빠면 티오니스 성자는 뭐라 불러야 해.

-컨셉이잖아. 멍청이들아…….

일의 심각성을 모르는 시청자들을 보며 에반젤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컨셉 아니야 멍청이들아. 지금 지구에 큰 재해가 벌어질 뻔한 걸 막은 거야…….’

입 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인간들이 오랜 시간 기도하고 모셔온 신이라는 존재. 그 신 중에서도 감정을 가진 첫 번째 신인 비화가 저 모양 저 꼴이라는 걸 말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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