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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41화 (1,341/1,559)

제 1341화

기상이변으로 인해 생기는 막대한 피해는 점점 갈수록 심해졌다.

마치 종말을 고하듯 태양을 가리는 그림자는 어느새 태양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학자들은 여기서 몇 퍼센트만 더 진행돼도 급속도로 지구의 기온이 떨어질 거라 말했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예상은 적중하지 않았다.

아직도 기온의 변화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일식 같은 과학에 근거한 자연현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재의 일식이었다.

세상에는 점점 큰 변화가 일어났고 사람들은 더욱더 두려움에 빠져들었다.

벌써 일부에서는 지하로 숨어드는 이들도 존재했고 일부는 티오니스로 도망쳐야 한다며 내게 연락을 해오려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 현상이 완전히 발현되면 지하에 숨건 어디에 숨건 타 차원으로 넘어간다 한들 똑같은 결말을 맞으리라.

현재 비화가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의 수십 배에 달하는 힘을 끌어내고 있다.

조만간 그녀가 완전히 각성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말했지만 그전까지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여파가 일어나는 것이 지구였던 만큼 피해 소식은 쉬지 않고 전해질 따름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작은 자연재해로 시작했지만,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갑작스레 세상의 분위기는 세상을 강타한 질병에 노출 된 것처럼 고요했다.

그리고, 그 흐름의 경각심에 불을 붙이게 된 계기는 한국의 대전에서 발생한 대침수 사건이었다.

전조 없이 내린 극심한 비는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낳았고, 이 현상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더욱 겁먹게 했다.

당연히 이 사태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현상인바.

신의 심판이 아닌가 하는 말이 대두되었지만, 넬타리드 교단에선 넬타리드 신께서 내리시는 신벌이 아니라고 말할 뿐이었다.

물론, 그걸 믿는 이는 적었지만 말이다.

결국, 이 사태는 신께서 강림하신 세계에서도 범죄를 일삼는 이들 때문이라는 여론이 대두되면서 사회문제까지 번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아, 스승님. 혹시 바쁘셨나요?

아무리 틀어막고 막아도 끝이 없다.

천중원과 티오니스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와 지쳐있던 내게 아가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현재 사태 같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다니 참 얄궂은 일이다.

“괜찮아. 아가사. 무슨 일인데?”

-실은…… 한국의 부산에서 수해를 입은 분들이 많다고 들어서요. 그곳으로 지원을 가려고 해요.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 그런가요…….

눈에 띄게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그래. 기왕 가기로 한 거 열심히 해봐.”

이에 괜히 머쓱해진 내가 그녀를 다독여주자 스마트폰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에 다시 활기가 띤다.

-다치신 분들이 많다고 해요. 제가 한 손 거들고 싶었어요. 열심히 할게요. 스승님!

“그래. 무리하지 말고. 이 말 잘 기억해.”

신성력은 술자의 심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가사의 전화는 끊어졌고 약 한 시간 뒤.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설을 강제로 틀어막고 있던 내게 한 통의 소식이 전해왔다.

해운대 쪽에서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거대한 해일이 밀려와 엄청난 피해가 났다고 말이다.

이미 그곳에는 수해로 피해를 한차례 입은 곳.

그래서 넬타리드 교단의 성녀 후보, 아가사가 가 있던 곳이었을 텐데.

괜한 걱정이 서려 기상을 강제로 완전 변이시킨 내가 이동하려던 찰나였다.

-아아…… 신이시여. 은총 주세요. 빨리요!

나를 향해 전해져 오는 기도.

이 망할 기도 방식은 내 성녀 슈네리아의 목소리가 틀림없다.

나차 제국이 있는 차원도 말이 아닐 테니 당연한 결과일까.

그쪽도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나는 그녀에게 이어진 막대한 힘을 보내주는 것으로 잠깐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귀찮게 됐네. 진짜…….”

* * *

“빨리 부상자들을 옮겨주세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작은 한 소녀가 황급히 소리쳤다.

“성녀님! 조금 쉬셔야 합니다!”

아직 성녀 후보이지만 그걸 다른 사람들이 신경쓸 문제는 아니었다.

후보든 아니든 다른 이들에게 그녀는 성녀라는 존재로 이미 낙인이 찍혀있으니까.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단순 수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러 왔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처음 왔을 때도 부상자를 치료하는 정도였지 지금 같은 상황이 되진 않았다.

쿠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대한 아파트 한 채가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 잔해들이 수많은 이들을 덮치려 한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거대한 드래곤 한 마리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거대한 잔해를 받아내 튕겨내고는 엄청난 크기의 장막을 만들어 자잘한 잔해들이 떨어지지 못하게 막아냈다.

에반젤린 올 라운.

요즘 핫한 스트리머이며 티오니스의 성자. 데이비 올 라운의 금지옥엽.

현 상황에서도 방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녀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처음엔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의 존재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표했지만, 그녀가 각지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주고 다니자 그런 낌새가 많이 줄어든 셈이었다.

“고마워요! 에반젤린!”

-됐으니까 빨리 옮겨…….

피곤한 목소리가 의지가 되어 들려온다.

순식간에 잔해들을 치워낸 에반젤린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다시금 날아올랐다.

도움을 받았다곤 해도 부상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아가사는 자신에게 허락된 신성력이 모조리 동날 때까지 미친 듯이 신성 마법을 난사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창백해져 있었다.

“살려…… 살려주세요…….”

해일에 휩쓸리면서 큰 상처를 입은 한 사람이 살려달라며 아가사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아가사는 필사적으로 다시금 신성 마법을 발현했다.

해일에 휘말린 피해자들을 구해내는데에도 한계가 있고 그들을 치료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지만 멈출 순 없었다.

이미 아래쪽 지역에는 해일에 휘말려 죽은 사람들도 많으리라.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살릴 수 있는 사람도 많으니까.

“어……어어?”

물론. 계속된 신성 마법의 발현은 아무리 성녀 후보라고 해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손에서 발현되던 신성 마법이 적용되기도 전에 깨져버린 것이다.

그녀가 단시간에 치료한 사람만 수백.

아직 미숙한 아가사의 역량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도 그나마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에게 신성력의 효율에 대해서 배운 참이었기에 가능했지 평소라면 절반도 치료하지 못하고 기절했으리라.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시금 신성 마법을 발현하려 하지만 이미 한계까지 몰린 그녀의 손에선 신성 마법이 발현되지 않았다.

“왜……왜 안 되는 거야…….”

파르르 떨며 그녀의 마음이 조급해지자 점점 신성 마법의 효력이 떨어져 갔다.

“안돼! 이년아! 교단의 높으신 분이라면서! 살려내! 살려내라고!!”

당연히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고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아직 어린 소녀인 아가사의 멱살을 잡고 당장 살려내라며 악을 쓰는 여성의 거친 행동에 아가사는 눈물을 흘리며 죄송합니다. 만을 반복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만!! 그만두십시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그 모습을 본 교단의 신관들이 달려들어 아가사와 여성을 떼어놓았지만, 그녀는 악을 지르며 소리쳤다.

“살려주기 싫어서 그런 거지?! 어?! 살려달라고! 살려내! 빨리!!”

눈살이 찌푸려지게 할 정도로 갑의 위치에 있는 듯한 말투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아가사는 자신의 정신을 다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한번 뿌리내린 무력감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과 당장 신성력을 다시 발현시켜야 한다는 강박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신성력에 대한 조급함이 그녀를 더욱더 몰아넣었다.

그리고…….

“끄륵……끅…….”

몸에 큰 관통상을 입은 환자가 고통스러운 단말마와 함께 숨을 거두자 아가사의 얼굴이 검게 죽어갔다.

아가사에게 화를 내던 여성은 죽어버린 환자의 몸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그녀의 행동이 과격했던 건 사실이지만 도저히 환자를 붙잡고 저토록 고통스럽게 오열하는 이를 당장 비난할 순 없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녀는 오열하며 숨을 거둔 시신을 붙잡고 울었고 신관들은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소녀가 저토록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성녀님…… 쉬셔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성녀님도 큰일 나십니다.”

“괘……괜찮아요……. 신성력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요. 다음 환자…… 윽!”

결국, 휘청거리다가 쓰러지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받아낸 것은 용의 형태로 돌아다니며 무너지는 건물이나 무리하게 밀고 들어오는 헤일을 막아내고 있던 에반젤린이었다.

“멍청이 아니야?! 이렇게 될 때까지 신성력을 난사하는 인간이 어디 있어! 너 생명력 고갈로 죽고 싶어?!”

에반젤린이 화를 내며 아가사를 다그치자 아가사는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야 해요. 제가 아니면 지금 누가 가능하겠어요.”

이미 치료 인력은 한계치.

교단 내에서도 아가사 급의 신성력을 뿜어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가사는 멈출 수가 없었다.

“안돼. 허락 못 해. 넌 가서 쉬어.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지금 제가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요!”

악을 지르듯 소리친 그녀가 휘청거리며 다음 환자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을 내비치며 신성 마법을 끌어내려다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체력이 튼튼한 아이가 피를 토할 정도면 얼마나 무리했는지 알법한 상황이었다.

결국, 신성력이 완전히 방전되어버린 그녀는 더 이상 일선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고 그렇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빠지자 치료소의 순환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가사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성녀님…….”

“제가…… 제가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그녀는 지친 얼굴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쉬어가는 목소리로 천천히 기도를 올렸다.

-만물을 굽어살피시는 나의 주신 넬타리드시여…….

눈물을 머금은 채 그녀는 필사적으로 기도를 올렸다.

-보이시나요. 지금 눈앞에 고통받는 이들이.

-보이십니까. 지금 당신의 아이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저 거대한 시련이.

-고작 제 한 목숨이 그들의 모든 목숨과 비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사오나.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나이다…….

그녀의 진심이 서린 기도가 올라갔지만, 신성력이나 성흔 흔적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디. 이 가련한 어린양의…….

기도를 올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멈춘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기도문을 까먹은 것일까.

-이런 틀에 박힌 기도 따위 아무런 의미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은총…… 주세요.

신성력은 반응하지 않았다.

-보이죠? 지금 제가 나서지 않으면 더 많은 이들이 죽어요. 그러니 은총 주세요.

여전히 반응은 없다.

-내 몸 어떻게 되건 상관없으니까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게 힘 달라고요!!! 힘!!!

그녀가 악을 쓰듯 기도하자 그제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성력이었다.

-자꾸 이러실 거에요? 자꾸 이러시면…….

아가사가 초강수를 둔다.

-나 넬타리드 님 성녀 안 할 거예요!

화아아아악!!!!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몸에 거대한 신성력이 쏟아져 내린다.

지쳐있던 그녀의 몸이 어느 정도 치료가 되고 잘 움직이지 않던 신성력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활발하게 활성화되었다.

거의 신이 들린 것처럼.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성녀님?”

갑작스레 엄청난 신성력을 내뿜는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흠칫 놀라며 그녀를 바라본다.

척 봐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성력이 방출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신께서 이르시되.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 마음대로 죽는가. 내 허락 없이 아무도 죽지 못할 것이다.

아가사는 양손을 꼭 모아쥔 채 성마법을 발현한다.

“저건 넬타리드가 아니라 아빠가 하던 말 같은데…….”

에반젤린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이는 없었다.

방식은 들었으나 성공은커녕 감도 잡히지 않던 초고위 성마법을 말이다.

[7위계 성마법]

[생츄어리.]

우우웅!!! 그녀의 의지를 타고 막대한 신성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며 그녀를 중심으로 간이 성역이 펼쳐진다.

아무리 성녀 후보라도 7위계 성마법을 발현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신의 기적을 등에 업고 본래라면 할 수 없는 기적을 행하고 있었다.

부상자들의 상처가 거짓말처럼 낫기 시작했다.

아가사는 몰랐지만, 그녀의 등 뒤엔 마치 천사를 보듯 반투명한 새하얀 날개 한 쌍이 돋아나 있었다.

“아……아아…….”

그 신성한 모습 속에서 사람들은 멍하니 그녀를 지켜만 보았다.

기적의 발현.

그렇게 이어진다.

그때였다.

“크……큰일 났습니다!!!”

그 말과 함께.

“아…….”

하늘의 빛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이미 반쯤 사라진 태양은 갑자기 급속도로 어둠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조금 어둡던 세상은 순식간에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벌써…….”

반 정도 잠식되었던 태양은 어느새 8~90퍼센트를 먹어치웠고 그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태양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이 완전히 잠식되기 직전.

주변의 공기에 극심한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생명체에게 허락된 종말. 태초의 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그 여파 때문일까.

하늘부터 마치 세상이 얼어붙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절망 속에서 기적이라는 희망을 발현했지만, 세상의 종말은 그리 쉽게 걷어낼 수 없었다.

서서히 얼어붙으며 지상으로 내려오는 극한의 냉기. 아마 저 냉기의 영향에 닿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얼어붙어 버리리라.

눈물을 한 방울 떨구며 아가사가 다시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절망의 순간이었다.

아무리 막아도 해결되지 않는 그 절망의 광경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는 재앙인 만큼 벙커에 들어가 숨는다든지 하는 짓도 의미가 없었으니까.

도로로 나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죽음을 직감했다.

다행이라면 아직 유예가 있어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기에 무법천지가 되는 극한의 상황만큼은 피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면 이미 전 세계는 무법천지가 되었을 테니까.

멍하니 종말을 올려다보는 아가사는 양손을 모은 채 기도를 다시 올렸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요……. 다들 같은 생각이에요…… 제발.”

우울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말한다.

-부디 가여운 생명을 보듬어주소서…….

그녀의 기도와 함께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게 느껴진다.

그녀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녀를 다독이듯 어깨에 손을 올려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쩌어엉!!!!

얼어붙는 하늘에서 거대한 원형태의 엄청난 빛이 떨어진다.

동시에 제대로 보기 힘은 수준의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가리며 고개를 숙여 빛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아가사를 포함한 그나마 버틸만했던 이들은 볼 수 있었다.

얼어붙는 하늘을 뚫고 나타난 새하얀 복장에 날개옷을 지닌 3쌍의 날개를 지닌 아름다운 여신의 존재를 말이다.

말없이 강림한 그녀는 천천히 한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녀의 존재를 본 이들이 모두 동시에 생각한 것은 같았다.

여신의 강림.

그중 일부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천천히 눈을 뜨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은 예전에 한번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느껴지는 건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여신의 존재감으로 느껴질 정도인데. 왜 저기서 저 소녀가 나오는가.

“저 사람은…… 분명…….”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방송을 간혹 챙겨보거나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본 적이 있는 이들은 비화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여신이 내비친 성스러운 힘이 세상을 휘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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