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52화
배승우의 힘은 증폭에 관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로서 확인된 것은 그의 육체능력을 증폭시키고 주변에 있는 이의 힘을 증폭시키는 정도. 고작 이 정도로 끝날 수준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지만 현재 그의 힘은 그 정도로 확인되었다.
대체 이런 힘을 가진 이가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었는가.
그것에 대한 의문은 간단했다.
여러 각성자를 봐왔지만, 그의 힘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이 녀석의 몸에 넬타리드의 제한이 강하게 걸려있던 건 사실이야.”
“저…… 무슨 말씀이신지…….”
“네 힘이 너무 이질적이라 넬타리드가 네 힘에 제약을 걸어놨다는 뜻이야.”
비화의 반말에도 그는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네가 바라는 건 복수잖아. 안 그래?”
“그래요…….”
“다만 복수라는 게 참 미묘해. 내가 봐온 복수들은 그저 상대의 파멸만을 바라면 그 끝엔 자신도 파멸하니까.”
그러니까.
“네가 잘돼야 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돼?”
승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의 배려를 이해하고 고마움이 든 것이다.
“저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요.”
그가 떨리는 손을 억제로 주체하며 조심스레 말한다.
“그런데도 도와주십니까?”
“그 물음에 비화는 피식 웃었다.
“지금은 줄 게 없겠지.”
“네?”
“나중에 네 힘을 온전히 개화하고 네가 날아올랐을 때도 줄 게 없을까?”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그럼…….”
“그때 가서 네가 주고 싶은 거로 주면 돼. 뭐 크게 바라는 건 아니지만 네가 도움을 받았다고 여기는 만큼.”
애초에 받든 받지 않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자. 그럼 어디 넬타리드가 해놓은 수작질이나 해체해볼까.”
그렇게 말하며 비화가 손뼉을 치자 그녀의 주변으로 신력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그녀를 향해 몸을 엎드릴 뻔했던 승우는 조심스레 초단이에게 물었다.
“저…… 초단아…… 저분은 대체…….”
“에반젤린의 언니예요. 제 쌍둥이기도 하구요.”
쌍둥이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었지만, 비화와 초단이의 나이 차이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옅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
이윽고 비화의 몸에서 흘러나온 빛이 그에게 스며들자 그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커헉!! 큭!!”
비화가 예견했던 대로 넬타리드가 걸어둔 제약을 부수고 그의 재능을 개화하는 데엔 많은 고통을 수반했다.
“끄윽……끅! 사……살려주…….”
“버텨! 그것도 못 버텨?! 네 복수심이 고작 그 정도는 아니지?”
이게 성공해야 복수건 뭐건 할 것 아닌가.
-솔직히…… 급이 안 맞잖아……. 승우야, 만년 하위 C급인 너와 B급 상위, 아니 A급도 노릴 수 있는 내가 급이 맞을 수는 없잖아……. 나를 사랑한다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놓아 줄 줄도 알아야지.
배승우는 정민아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그의 삶 전체를 부정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의 인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그의 노력 따위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듯 짧은 시간 안에 그의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인맥. 실적.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었던 그의 머릿속에 지독한 분노가 서린다.
그래. 버틴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
그의 눈이 부릅 뜨여지며 정신력이 고통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투웅!! 퉁!!
그럴 때마다 그의 몸 안에서 막대한 힘이 터져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약 10여 분 정도 지났을 때.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털썩 쓰러졌다.
“축하해. 완전히 각성한 것을. 솔직히 네 힘을 깨워주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넬타리드가 막아놨다면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비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올곧은 사람이. 이처럼 착한 사람이 배척받는 세상은 잘못되었다고.
감정을 지닌 신과 그 편린만 가지고 있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신의 관점 차이였다.
기절한 승우를 뒤로한 채 비화는 말했다.
“우선 힘의 사용부터 익숙해지게 만들자. 아빠 방식대로 하면 며칠이면 돼.”
* * *
첫째 날.
“시……시작해도 될까요?”
“부탁할게.”
그 말과 함께 연무장에 서 있던 초단이가 한 손에 든 검을 가볍게 튕겼다.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새하얗고 긴 반투명의 날개가 뻗어져 나왔고 승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비화가 속이 터진다는 듯 소리쳤다.
“뭐해! 멍 때리다가 죽을 일 있어?!”
“네? 커헉!!”
쩌어어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나가며 그를 튕겨내 버렸다.
과거에 그녀는 가면을 쓰는 것으로 비화의 힘을 무의식적에 끌어낸 적이 있었다.
그 후 비화가 떨어져 나오면서 초단이는 자신의 힘만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흉내 내는 수준에 이르러있었다.
“쿨럭……쿨럭!”
생각지도 못한 충격파에 그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초단이를 바라본다.
“초……초단아 나 주, 죽을 거 같거든?”
“저…… 이대로 끝낼 거에요?”
“…….”
“정말로?”
초단이 답지 않게 단호하게 묻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선은 피하는 정도로 갈게요. 조심하세요. 잘못 맞으면 죽어요. 그래도 비화가 있으니까…… 완전히 죽는 거만 아니면 어떻게든 살릴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이 더 무섭다. 죽기 전까지가 아니라 죽어도 괜찮다는 듯한 말투였으니 말이다.
쩌엉!!!
다시 한번 그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둘째 날.
“아니 이것밖에 못 해요?! 좀 더 해보란 말이에요!”
“이게 한계야…… 제발…….”
“어허! 한 번만 더할게요! 할 수 있어요!”
“무슨 헬스장도 아니고!!”
비명을 지르며 그는 에반젤린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 짜냈다.
셋째 날.
“도망치지 못하면 죽는다고 보고.”
륀느가 거대한 빠루를 손에 쥐고 무덤덤하게 다가오자 그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닌다.
넷째 날도. 다섯째 날도.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을 때.
그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쩌어엉!! 쩡!!
아무리 손대중을 두고 있다고 해도 그는 공격을 정확하게 피하는 데에 제법 실력이 붙은 것이다.
그 자리에 선 채 미친 듯이 검기를 날리던 초단이가 손뼉을 쳤다.
“와아…… 엄청 실력이 좋아졌어요. 비화 말대로 재능이 있었나 봐요.”
“그……그러게…….”
본인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지 떨떠름하게 중얼거리는 그였다.
각성자는 빠른 시간 안에 강해진다.
그것이 각성의 시스템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고점이 낮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그런 고점조차 다른 이들보다 높았다.
“새삼 넬타리드가 왜 잠가놨는지 알겠네. 감정이 희박한 신이 보면 이건 밸런스 붕괴가 맞아.”
비화는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이 정도면 경험만 쌓으면 제법 등급을 올릴 수 있겠네.”
애초에 이것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한 준비였을 뿐이었다.
“스포트라이트 받을 준비 됐어?”
“저……정말로 할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니까. 설사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계획이 다 있으니까 걱정 마.”
비화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에반젤린에게 말했다.
“에린아. 전에 알고 지낸 길드 있지? 아빠가 지원해주는 그 길드.”
“아…… 응. 발해 길드 말하는 거지? 수아 언니.”
“연락해. 조만간 이 녀석 데리고 가라고.”
“가능할까.”
“네 부탁인데 안 들어줄까.”
* * *
발해 길드는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거대길드이기도 하다.
본래는 적당한 규모의 길드였지만 에반젤린과 엮이게 되며 그녀를 도와주려 했던 연수아의 행동 덕분에 데이비의 지원을 빵빵하게 받아 순식간에 급성장한 케이스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당연히 이렇게 급성장하는 길드는 견제를 받기 마련이지만 하필 발해 길드의 뒤를 봐주는 존재 때문에 사실상 방해 없이 커온 것도 사실이었다.
“저…… 팀장님?”
“네?”
“저 청년 괜찮은 거 맞나요? 듣자 하니 C급 하위 각성자라던데.”
“글쎄요. 딱히 이렇다 할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곁에서 경험만 시켜달라고 부탁한 거니까요.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에린이가 어디 남인가?”
현재 이들이 와있는 던전은 B급 상위 게이트였다.
C급 하위 각성자라면 결국 보호해줘야 하는 입장인데. 그렇게 되면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뭐. 그래도 어느 정도 커버는 되니까요. 1조분들은 조금 귀찮더라도 한번 신경 써주세요.”
“예 뭐…… 알겠습니다.”
달가워하는 입장들은 아니었다.
연수아의 입장에서는 도와주고 싶지만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인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일이기도 했다.
“아빠도 허락했고. 이번 기회에 훈련한다 생각하고 갑시다!”
그녀가 무기를 들며 게이트 내부로 진입한다.
그동안 쩌리가 되어버린 승우는 잔뜩 겁을 먹은 채로 따라 입장했다.
“에린아. 시작하자.”
“알았어.”
그리고, 그들과 달리 몰래 게이트에 진입한 비화와 에반젤린의 계략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피어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몬스터들을 겁에 질리게 하여 몰리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라다가 사고 나면?”
“걱정 마. 큰 사고는 내가 막을 테니. 이건 어차피 짜고 치는 연극이야. 그가 어떤 힘을 지닌 각성자인지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게 만드는.”
협회 길드에 가서 그의 힘을 재체크하는 방법도 좋지만 그렇게 하면 많은 소문을 퍼지게 하기에 번거로운 과정이 많았다.
그렇기에 소문부터 터뜨리는 것이다.
최대한 어그로를 끌기 위해.
“애초에……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결국 저놈은 자기 빛을 발했을 거야.”
그 과정에서 비화가 그의 재능을 폭주시켜준 것도 있고 그가 각성자로써 활동하는데 필요한 물품을 구비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게이트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있지만 말이다.
발해 길드 공략대의 진행은 무난했다. 길드가 성장한 것도 그렇지만 길드원 하나하나의 역량에 신경 쓰는 길드인 탓에 팀워크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1조! 후방으로! 2조와 3조는 양익으로 몰아붙인다!! 4조는 원거리 대기!”
팀장인 연수아는 평소의 엄한 목소리로 공략대를 이끌었다.
그녀의 실력이 단순한 계급장이 아니라고 말하듯 그녀의 지휘는 공략 자체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와…….”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배승우는 짧게 감탄을 흘렸다.
그동안 막공으로 돌아다닌 것과 달리 체계적인 공략에 감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전신에서 옅은 기운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공략 자체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피어가 발동하면서 몰린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티……팀장님! 몬스터의 이상 현상이에요! 대규모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뭐라고요?! 수는?!”
“못해도 50마리는 넘어요!”
본래라면 10마리에서 20마리 정도였으나 몰려오는 수는 그 두 배였다.
아무리 공략대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도 수의 폭력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런 상황이 있었어?!”
“아……아뇨.”
“젠장 가능해요?”
“가능하긴 합니다만…… 1조가 조금 불안하네요.”
“몇 명 빠져서 저 사람 밖으로 피신시켜요. 나머지는 좁은 길목을 틀어막고 토벌할게요.”
하지만 그런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몬스터들이 포위망을 좁혀온다.
“미친!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어!”
상대적으로 승우를 지키고 있는 1조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다시는 이런 의뢰 안 받는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최대한 버티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후퇴는 불가해요. 1조 여러분. 고생하겠지만…… 조금만 부탁드립니다.”
“아…… 네.”
다만 1조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싸움이 벌어진다.
연수아는 1조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처음에도 배승우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한 끝에 그나마 등급이 낮은 팀을 보호팀으로 빼낸 것도 사실이었다.
혹여라도 여기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뒷감당이 쉽지는 않으리라.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방법을 쓰려던 찰나였다.
“어?”
그녀의 눈에 이상한 것이 비쳤다.
가장 낮은 등급의 각성자들이 모인 1조였다.
후방으로 빼내는 게 불가능해 그들 또한 승우를 지키면서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뭐야…… 왜 저렇게 잘 싸워?”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1조를 보며 모두가 멍한 얼굴을 했다.
물론,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몇 등급 이상 차이 나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조금 딸리는 편이지 등급 자체는 평이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1조는 그런 피지컬적인 요소가 이전과는 달랐다.
“뭐……뭐야! 몸이 왜 이렇게 가벼워!”
“아까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만…….”
정작 1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일부 몬스터가 파고들어 배승우를 노리듯 공격해 들어왔다.
“아……안돼!”
자신의 힘에 심취해있던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통감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배승우의 등급으로 맞서기엔 너무 강했으니까.
하지만 배승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해오는 몬스터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해내며 역으로 반격을 꽂아 넣었다.
촤악!!!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또 옵니다!”
그의 외침에 잠시 멍하니 있던 이들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왜 더 강해지는 거 같지?”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느낌을 받는 이들이 당혹스러워하던 찰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배승우의 몸에서 황금빛 기류가 터져 나오며 사람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말도 안 되는 힘의 상승 원인이 저 사람이라는 것을.
그냥두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범위를 넓히며 모두의 힘을 증폭시키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전에 티오니스 성자가 대규모 축복을 걸어줬던 게 생각나는데. 기분 탓인가?”
“나도 그 생각했다. 팀장님.”
“가능하겠어요?”
“이 정도로 힘이 증폭되면…… 이건 뭐 나가리죠. 죽으려야 죽을 수가 없네.”
“그럼 쓸어버리죠.”
상황이 역전된다.
연수아는 공략대원들의 진형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대로 쐐기를 찌르듯 몬스터의 포위망을 뚫어나가기 시작했다.
“살면서 저런 각성자는 본 적이 없는데…… 이 힘에 대해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네.”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렇게 압도적인 증폭의 맛에 취해버린 공략대원들은 평소 이상의 속도로 미쳐 날뛰며 게이트를 토벌했고 기록을 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비화를 포함한 이들의 예상이 적중하듯 헌터 업계에 승우와 증폭에 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일이 있고 난 뒤 연수아는 에반젤린에게 물었다.
“대체 그 사람 뭐야?”
“어떨 거 같아요?”
“아니 솔직히 한 번만 봤으니까 잘 판단하긴 어렵지만…… 그 사람…… 주변 공략대원들 스펙을 엄청나게 상승시키는 것 같던데.”
“맞아요. 본인에겐 그리 크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을 미친 듯 이 증폭시켜요.”
“세상에…….”
“난 말이에요. 언니. 그 사람이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게 만들 거에요.”
“어떻게 하려고?”
“소문을 퍼뜨려주세요. 조만간 협회에서 그 사람의 능력과 등급을 재 측정할 거에요. 서포터긴 해도…… 그만한 능력이라면 엄청나게 올라가겠죠?”
“원래 c급이라 했나? 육체강화계.”
“네. 그런데 이제 달라지는 거죠.”
“대체 능력이 뭐야?”
“비화 언니는 증폭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나도 잘 몰라요. 고작 그게 끝인지.”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그 물음에 에반젤린이 배시시 웃었다.
“그냥…… 사람 돕는 데 이유가 필요해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그 질문에 연수아는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너 말이 맞다. 도와줄게. 소문을 퍼뜨리면 돼?”
“네. 측정 당일날 기자나 스카우터들이 아주 떼거지처럼 몰려들게요.”
계획이 차곡차곡 진행된다.
그리고 같은 시각.
“어? 왜 이게 안 돼?”
비싼 영약을 먹고 자신의 힘을 체크하던 정민아는 자신의 몸에 생긴 이변을 눈치챘다.
영약을 먹기 전보다 오히려 힘이 약해진 것이었다.
“모든 건 순리대로지. 분에 맞지 않은 축복을 받았으나 욕심이 그걸 망친 거야.”
그리고, 그런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던 비화는 싸늘하게 중얼거리고는 그녀의 몸에 가해진 배승우의 힘을 더 빠르게 사라지도록 손을 쓴 뒤 소리 없이 길드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유리아가 다가온다.
어차피 그녀의 것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정민아는 박지훈에게 있어서 그녀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게 될거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
“비화 아가씨. 말씀하신 정보는 다 가져왔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영약 섞은 음식도 완성됐고요.”
유리아의 보고에 비화는 스산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 있나요? 그냥 그들의 힘을 회수하면…….”
“그렇게 우리가 다해주면. 복수심에 불타는 그놈이 만족할까?”
그 물음에 유리아는 침묵했다.
“등만 떠밀어주는 거지. 대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가 지원하는 거고.”
“초단 아가씨가 조금 우울해하세요. 자신만 하는 게 없다고.”
에반젤린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를 돕고 있고 비화는 그 모든 것을 통틀어 조율하고 있다.
반면 초단이가 한 것은 초반부에 그를 잠깐 상대해준 것뿐이었다.
“초단이 그 지지배는 나중에 다른 놈을 처리할 때 힘을 쓸 거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보다 참 안타깝네요. 어쩌다 아가씨한테 걸려서.”
비화가 노려보자 유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