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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62화 (1,362/1,559)

제 1362화

프리아 여신을 모시는 교단.

에이리아 알 라운은 순백의 기도실 내부에서 양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부디. 슬퍼하는 이가 없기를. 데이비가 다치는 일이 없기를. 가족이 앞으로도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오랜만에 찾은 신전이었다.

과거 악마의 피. 그 지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있을 때 그녀는 성국의 신전에서 몸을 의탁한 바 있었다.

그곳의 신관들과 수녀들은 그녀의 몸을 치료해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탓일까.

에이리아에게 있어서 프리아 여신의 교단은 제법 호의적인 곳이기도 했다.

“기도는 잘 마치셨습니까. 자매님.”

경건한 목소리로 말하는 여성 신관을 보며 에이리아는 옅게 웃어 보였다.

“네. 덕분에 방해 없이 기도를 올릴 수 있었어요.”

“마침 영주님께서 이곳에 좋은 커피를 가져다주셨어요. 한잔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네. 그럼 부탁드려요.”

하인스 영지 내에 있는 프리아 여신의 신전.

성국 내, 데이비의 지지 관계에 있는 측에서 파견한 이들이기도 했다.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세요.”

커피를 나눠준 여성 신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보라 말했다.

“벼…… 별거 아니에요.”

“어머나. 저는 자매님이 어릴 적부터 봐온 사이랍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까요. 말씀해보세요.”

여성 신관은 그녀가 성국 발샤스에 머무를 때 그녀의 곁을 지켜주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에이리아와의 관계는 제법 각별했다.

“실은…… 말이죠. 저는 일반적인 케이스잖아요?”

“일반적인 케이스요?”

“음…… 그러니까. 일리나 언니나 페르세르크 언니처럼 노화가 멈춰버린 게 아니니까…….”

“아…….”

“그 사람도 그렇고…… 지금은 괜찮지만, 시간이 지나 저 홀로 늙어가면 그 사람의 곁을 지킬 수 있을까요…….”

데이비도 다른 이들도 모두 그대로인데 그녀만 늙어갈 거라는 사실은 조금 씁쓸한 사실이었다.

“그렇죠. 딜레마나 다름없죠, 그건. 본래는 잘 없는 경우이긴 하지만…….”

아무리 마스터급에 환골탈태를 했다고 해도 노화가 완전히 멈추는 경우는 잘 없다.

하지만, 일리나나 데이비 페르세르크는 사실상 노화가 완전히 멈췄다고 봐도 무방했다.

에이리아도 영향을 받았으니 노화가 조금 더디긴 할지라도 사실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제가 두려운 건 단순히 늙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그렇게 늙어가면서 제가 변해버릴까 두려운 거죠.”

본인의 몸이 늙어가는데 주변의 모두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

그 지독한 괴리감 속에서 에이리아가 일평생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말 못 할 고민이기도 했다.

“적어도 하인스의 대공께서는 그런 분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알아요. 알지만 정작 버티지 못하는 건 제가 아닐까 싶네요…….”

에이리아의 작은 중얼거림에 신관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어도 마땅히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 괜찮을 거랍니다.”

할 수 있는 건 틀에 박힌 위로뿐이었다.

그렇게 에이리아를 떠나보낸 여성 신관은 여신의 석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하찮은 어린양이 기도하옵니다. 부디. 자매님의 앞길에 평온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이런 기도를 해본들 사실 큰 의미가 있을까.

그저 자기만족일 뿐인 것을.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봐온 에이리아는 참 다사다난했기 때문이었다.

“자매님! 본산에서 부탁하신 고서가 도착했어요!”

그때 어린 신관 하나가 커다란 상자 하나를 들고 허겁지겁 뛰어들어왔다.

“자매님. 신전에서 뛰어다니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헤헤. 죄송합니다아. 그보다. 성녀님께서 보내주셨어요.”

성녀라 함은 현재 발샤스에서 신성시하는 존재. 성녀 리나를 뜻하는 것이리라.

“성녀님께서…….”

“네. 어렵게 구하셨다고 꼭 전해달라고…….”

그 말에 신관은 조용히 상자를 열고 고서를 펼쳤다.

능청스럽기는.

그만큼 이타적이고 순수한 그녀이기에 성국에서도 그녀는 거의 치외법권에 가까운 존재가 아니던가.

물론, 리나 성녀를 잘못 건드리면 대륙의 성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그들도 자중하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손에 쥔 고서는 사실 오래된 성경본이었다.

그 내용에 진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오랜 시간 수행해온 여성 신관이 바랬던 책인 것은 맞았다.

괜히 들뜨는 마음에 책을 펼친 그녀는 옆에 놓인 커피를 호로록 들이켜며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평생을 여신교에 몸담았고 고서를 읽는 것에 취미를 두고 있는 그녀에게 성경의 내용은 정말 신비하며 성스러웠다.

잘 읽기 어려운 고어들로 되어있지만, 해석을 위해 배운 고어 해독방법이 빛을 발한다.

“신께서 빛을…….”

천천히 내용을 읽어내려가던 도중이었다.

그녀의 손이 우뚝 굳었다.

“성…… 모?”

처음 듣는 단어에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괜스레 호기심이 동한 그녀는 더욱 많은 정보를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처녀의 몸으로 신의 은총을 받아 아이를 가진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서에 적힌 당시엔 그녀의 존재를 마녀로 몰았으나 그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휘광의 빛을 내뿜었을 때. 모두가 그녀를 두고 신성한 존재의 어미라 하여 성모라 불렀다고 한다.

“……이건 에이리아 자매님과 같은 경우인데…….”

여성 신관은 에이리아에 대해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고서에 적힌 이 내용이 에이리아의 것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모께서는 신의 축복을 받으셨으매, 그 축복이 주변 모두를 평온하게 하셨다.

-성모께서는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견이 변하지 않았으며,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한결같이 모두를 평온하게 만드는데에 일생을 바치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에이리아 자매님이 성모님이라는 뜻인가?”

안타깝지만 그 아이는 유산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성모와 같은 경우인가 아닌가.

의문스러웠다.

“좀 더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에이리아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매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헤헤. 들켰네요!”

“잠시 저와 외출을 좀 하시죠.”

“어디 가시나요?”

“고서가 발견된 유적에 가봐야 할 거 같아요.”

* * *

데이비는 못 하게 막았지만, 비화는 절대 물러날 수 없었다.

이 미친 천사의 본질을 보는 건 그녀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끼이이이이익!!!

정신을 차린 듯 미친 듯이 저항해보지만, 비화의 억제에 짓눌린 녀석은 크게 반항하지 못했다.

“조금만 참아…… 곧 편하게 해줄게…….”

저 괴성 속에서 놈의 진위를 느낄 수 있는 비화의 표정은 겉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위험합니다! 가까이 가면!”

“괜찮아.”

짧게 답하며 그녀가 미친 천사의 몸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옅은 빛무리들이 흘러나와 비화와 미친 천사 사이에 공명을 시작했다.

“…….”

그녀의 그런 행동에 많은 이들이 당황스러워했지만, 그 누구도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행동 자체가 당연한 행동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전과 같아. 힘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처음 나타났던 미친 천사는 파괴에 치중된 힘을 다루었다.

그리고 이번 녀석은 제압과 억압에 관련한 힘을 다루었다.

단순 파괴력은 처음 녀석이 강하지만 그 외에의 면을 보면 이쪽이 훨씬 더 강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눈을 감은 채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더욱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끼이이이이익!!!

그럴수록 녀석은 더욱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가진바 힘은 중요하지 않아. 이놈들이 하나같이 비틀려버린 가짜 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하지. 중요한 건…… 이 녀석들이 심어진 이유와. 왜 폭주를 했냐는 건데…….’

마치 힘 싸움을 하듯 살살 간을 보던 비화의 정신에 분노가 서렸다.

“적당히 반항해.”

같은 신이라곤 하지만 놈들은 만들어지다 만 존재. 온전한 신이 된 비화와는 케이스가 달랐다.

쩌적!!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안에. 내부에…….”

비화는 더욱더 자신의 힘을 밀어 넣어 놈들과 공명해나갔다.

자칫하면 그녀도 휘말릴 정도로 위험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직 경험과 힘이 부족한 어린 신이었으니 말이다.

‘됐다!’

이윽고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비화는 그대로 녀석의 정신과 그대로 공명한 뒤 폭주의 힘을 이용해 그 정신력을 최대한 증폭시켰다.

아주 미약하던 신호들이 모여들어 그녀에게 스며든다.

미친 천사의 내부는 도저히 자아를 가졌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내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인간이 아닌 세상 자체에 대한 지독한 증오. 여신을 향한 극한의 분노와 슬픔이 서려 있었다.

여신이 자신들을 만들고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말이다.

하지만 미묘한 부분이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증폭되어있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폭주시킨 것처럼.’

그녀는 뭔가 잡힐 듯 말 듯 한 단서를 더욱 찾기 위해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흡?!”

섬뜩한 느낌을 받은 그녀가 털썩 주저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일리나가 황급히 뛰어와 그녀를 부축했다.

“비화야! 괜찮아?!”

안 그래도 걱정이 가득했는데 그녀가 이런 행동을 보이니 그쪽에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화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다시 괴물에게 손을 뻗었다.

“그만.”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은 데이비에게 막혔다.

“뭔진 모르겠지만 방금 너 변할뻔했어. 그만해.”

“아빠.”

굳은 목소리로 데이비를 부른 비화는 생각했다.

방금 전에 본 것을 제대로 확인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절대 물러날 수 없다.

고민하던 비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켜줘요. 확인해야 해.”

“안돼.”

그 말에 데이비가 그녀를 강제로 끌어내려던 찰나. 비화가 그대로 움직여 데이비의 뺨에 입을 맞췄다.

“윽?!”

동시에 막대한 억제의 힘이 데이비에게 스며든다.

큰 효과도 없고 지속시간도 짧겠지만……. 아주 잠깐 데이비를 무력화시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파악!!

“비화!!!”

데이비가 화가 난 듯 순식간에 억제를 풀어버리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고작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래도 여신의 권능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비화는 다시금 녀석의 몸에 손을 댔다.

파아악!!!!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느려진다.

동시에 비화는 빠르게 다시 그 심층으로 파고들었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 그 안에 이 일에 대한 큰 단서가 있다.

비화는 빠르게 더욱더 깊이 들어갔고 그 의식 내부 심해의 끝에 다다랐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야…….”

그녀가 본 것은 거대한 눈이었다.

그 크기만 놓고 봐도 도저히 감히 잡히지 않을듯한 거대한 눈.

그 눈에 서린 감정은 지독한 세상을 향한 증오였다.

-꺼져라. 햇병아리.

이윽고 거대한 눈이 그녀에게 강력한 의지를 투사하자 비화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우웁!!”

여신의 몸으로도 견디기 힘든 지독한 위압감. 이건 미친 천사 같은 실패한 신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거…… 타나토스 이상으로 지독해…….’

이미 그녀는 검 내부에서 타나토스와 싸워본 바가 있었다.

그런 타나토스 이상으로 지독한 무언가가 눈을 떴고.

“너구나…… 네가 사람들의 몸 안에 있는 이 불쌍한 녀석들을 폭주시켰어.”

비화가 섬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더욱더 압박되는 힘에 그녀의 정신이 어지러워진다.

“끄윽…… 끄아아아아아!!!”

동시에 지독한 격통이 그녀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 곳곳에 기이한 문신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동시에 그녀의 눈 한쪽이 또다시 푸른빛을 띠며 점멸했다.

“아아아악!!!!”

마치 거대한 힘으로 찍어누르듯 비화를 쫓아내려 하는 놈을 향해 비화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들킨 이상 어디에 숨어도 소용 없을 거야.”

콰득!!!

그녀의 등 뒤에 돋아난 날개 한 짝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피투성이가 되지만 비화는 멈추지 않았다.

“어디에 숨어도 소용없을 거야.”

그말과 함께 비화는 그대로 심층의식에서 튕겨 나갔다.

“아악!!”

힘없이 튕겨 나가는 그녀를 데이비가 받아들였다.

“대체 뭐 하는 거야!!”

데이비가 화가 난 듯 소리치지만 비화는 의식을 놓기전 말해야 했다.

“아빠…… 누군가가…… 이 녀석들을 폭주시키고 있어요…….”

“뭐?”

“찾아냈어…… 그놈을 소멸시키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야…….”

순간적으로 변이할 뻔한 비화였지만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셈이었다.

정확히는 데이비가 강제로 끌어낸 것이지만 말이다.

비화의 말에 데이비는 황급히 괴물과 똑같이 공명했다.

비화는 못할 거라 말했지만 그녀가 벌려놓은 의식의 통로를 그대로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했다.

상당한 힘이 빠져나갔지만, 아직도 거대한 존재감을 품고 있는 거대한 눈을 말이다.

데이비조차 흠칫 놀랄 정도로 지독한 힘의 압박이 느껴질 정도였다.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힘. 그 힘 속에서 마치 의지가 스스로의 이성을 거부하듯 외친다.

도망치자고. 싸우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마치 최면을 걸듯 들려오는 의지를 강제로 짓누른 데이비가 차갑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어이.”

거대한 눈동자를 노려보던 데이비가 한발 내디뎠다.

중요한 건 이것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며, 비화를 그 지경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파바바바박!!!

이 일대는 놈의 의식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그렇기에 싸움의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음에도 데이비는 거대한 눈동자에 그대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홍채 옆면의 흰자위에서 수백 수천의 촉수들이 그를 향해 파고들어 그를 휘감고 방해했지만, 데이비는 맨손으로 그것들을 찢어발겨 버렸다.

콰득!!!

그리고 놈의 눈에 팔을 박아넣은 뒤 손에 잡히는 것을 뜯어내 버렸다.

파앙!!!

순식간에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며 그의 의식이 밖으로 튕겨 나온다.

몇 걸음 강하게 밀려난 데이비는 인상을 찡그린 채 손에 쥐어진 것을 내려다보았다.

의식 속에서 뽑아낸 것이지만 놀랍게도 손에 쥐어져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뽑아낸 것이다.

“이건 뭐야.”

손에 쥐어진 것은 피처럼 붉은 어떤 광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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