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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67화 (1,367/1,559)

제 1367화

거대한 시계의 바늘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파바바바박!!!

검게 타오르는 검은 갑옷은 넝마나 다름없었지만 그럼에도 넬타리드의 움직임은 느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빨라져만 갔다.

“윽?!”

콰아아앙!!!

막대한 충격파와 함께 이실디가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미치겠네, 진짜…… 팔이 완전히 나갔어.”

이실디는 검게 변질된 한쪽 팔이 고통스러운 듯 계속해서 부상당한 팔을 옅게 털었다.

“야! 저거 점점 강해지잖아 어쩔 거야!”

악신화된 넬타리드의 힘은 내가 예상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점차 강해진다.

이 공간은 단순한 차원의 틈새가 아닌 악신화된 넬타리드의 영역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그는 강해지고 나는 방해가 들어온다.

거기에 그는 나의 힘에 대해 잘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

“하아압!!!”

칠흑의 대검을 들고 일리나의 시공격검을 정면으로 치고 받아내는 넬타리드의 빈틈을 파고들고 이실디가 자세를 낮춘 채 섬광처럼 파고들었다.

“죽으려면 혼자 뒤지면 될 텐데 말이야!”

가히 추적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파고든 이실디는 부상을 입지않은 한쪽 팔로 검을 강하게 틀어쥐고 그대로 넬타리드의 흉부를 베어 넘겼다.

그러자 단단한 칠흑의 갑주가 찢겨 나가며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피가 터져 나오듯. 신이 가진 존재감이 흩어지듯

그렇게 덧없이 흘러나온 검은 안개는 근접하고 있던 일리나와 이실디를 노리고 그녀들을 휘감았다.

“윽?!”

“이…… 이건 뭐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둘을 휘감은 검은 안개에 완전히 잠식당하면 그것으로 끝장일 터.

나는 그녀들이 벌어준 시간을 이용해 모아둔 힘을 모조리 방출했다.

별부수미.

과거 칭호에 담아둔 힘을 한번에 방출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한다.

비록 많은 변화를 겪으며 칭호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게 되었다지만 오랜 시간 잘 사용해온 별부수미 칭호의 힘은 현재의 내 힘으로 어느 정도 재현을 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모아둔 힘을 한순간에 방출시키는 능력.

그동안 놀고 있었던 게 아닌 만큼 나는 긴 창의 형태를 한 신창 롱기누스에 막대한 힘을 쑤셔 박은 뒤 그대로 투창했다.

쩌어엉!!!

넬타리드가 펼친 장막이 일순간 막대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 나며 깨져나간다.

순식간에 날아든 금빛의 창은 그 안의 범위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며 나아갔다.

마치 거대한 브레스가 산을 뚫고 지나간 것처럼 반원의 형태로 쓸려나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놈을 저지할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쩌어어엉!!!

“흡!”

뒤이어 놈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롱기누스의 창끝을 걷어차듯 이차적으로 추진력을 때려 박았다.

푸화아악!!!

섬뜩한 소리와 함께 롱기누스가 놈의 갑옷을 관통했고 거기에 이어 강렬한 드롭킥을 그의 몸에 꽂아 넣었다.

파아아앙!!

“쿨럭!! 쿨럭쿨럭.”

“흐윽…… 커헉…… 쿨럭! 흐아…… 씨 진짜 뒤질뻔했네.”

그러자 검은 안개에 거의 잠식당해있던 일리나와 이실디가 검은 안개에서 해방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오랜 시간 숨을 참은 것처럼 숨을 헐떡이며 기침을 토해낸 그녀들이 복잡한 표정으로 나와 넬타리드를 시야에 담았다.

“둘 다 물러나!”

“데이비!!”

단순히 생명체를 죽이듯이 무기를 휘두른다고 해서 놈을 죽일 순 없다.

놈은 초단이의 힘에도 견뎌내고 있는 만큼 아무리 일리나와 이실디의 힘이 강하다고 할지라도 더 이상 그녀들을 이곳에 두는 건 너무 위험했다.

쩌엉!!!!

놈을 관통하고 나간 롱기누스 창에 이어 허공을 나르던 홍단이와 청단이를 초단이로 융합시킨 뒤 놈의 칠흑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막대한 힘이 전해져온다.

“힘 싸움으로 가보겠다고?”

미안한데. 중검류의 싸움은 내 전문이니.

나를 몰아붙이는 놈의 칠흑검을 빗겨내듯 한차례 튕겨냈다.

서로 검이 밀려나긴 했지만 넬타리드도. 나도 서로 멈추지 않고 다시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물론, 좀 전과 달리 초단이의 검격에 폭발적인 별의 중량이 서린다.

[중검]

[마스터피스]

[노네임드 킹]

넬타리드는 내 검에 맞서 그대로 자신의 대검을 휘둘러왔다.

검의 크기만 보면 당연히 그가 압도적일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콰아아앙!!!

검이 충돌하기가 무섭게 넬타리드의 몸이 강렬한 힘에 휩쓸려 튕겨 나간 것이다.

힘 조절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는 극한의 공격.

신체화까지 한 상황에서 휘두른 만큼 한방이라곤 하지만 이 정도의 충격으론 공간 전체를 부수기엔 무리가 있었다.

더 강한 한방이 필요했다.

x나게 거대한 한방이.

과거 타나토스나 파괴가 이런 결계를 제대로 두를 수 있었다면 아마 승자는 내가 아니라 그들이 아니었을까.

다만, 지속된 싸움으로 공략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박살 나버린 대지의 틈 사이에서 놈이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강력한 한 방을 맞고 갑옷의 절반이 찢겨 나갔음에도 그는 멀쩡히 일어났다.

마치. 미친 천사가 초단이의 힘에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벌써 지친 것인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말투였다.

상당히 여유로워졌으나 그 목소리는 예전의 넬타리드와 달리 굵고 거칠었으며 그의 눈동자엔 비웃음이 서린 것 같은 일렁임이 담겼다.

-그럴 수밖에. 애초에 이공간은 너를 위해 만든 공간이니.

넬타리드는 타나토스나 파괴와 달리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만큼 나를 잘 아는 신이 또 존재할까.

애초에 프리아 여신은 상대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예외라 치면 결국 넬타리드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신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

그의 이죽거림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그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이내 고개가 그가 쥔 칠흑검 쪽으로 향했다.

파스스스…….

무슨 이유인지 그의 검이 먼지처럼 아주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됐군.

그가 망설임 없이 검을 집어던졌다.

그러자 칠흑검은 마치 먼지처럼 완전히 파스스 흩어져버렸다.

무기를 잃은 이상 이쪽에서도 상당히 이점을 챙겨갈 수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징조였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걸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치 족쇄가 풀린 양 넬타리드가 양손을 펼치더니 막대한 기운이 서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직감인데…… 그 검은 저놈을 봉인하던 게 아니었을까?”

“알고 있으니까 좀 닥치고 도망가라고.”

“이미 늦은 거 같은데?”

그 말에 고개를 들자 시계의 침이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눈을 부릅 뜬 나는 몸을 가누고 있던 이실디와 일리나를 감싼 뒤 힘을 닥치는 대로 끌어냈다.

그리고, 시곗바늘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는 두 사람이 황급히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거대한 손 형태의 빛무리가 그녀들을 짓눌러 방해한다.

지금 상황에 놈의 마법을 차단하는 건 불가하다. 부숴도 발동될 저 마법에 괜한 힘을 빼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

아니. 정확히는 저 힘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이에 내가 펼칠 수 있는 방어 마법을 둘에게 펼쳤다.

그리고 오딘의 도움을 받아 최근에 완성시킨 한가지 마법을 발현했다.

아주 얇고 투명한 천을 펼친 것처럼 사방에 퍼져나가는 천을 보며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신력을 그대로 폭주시켰다.

-일소하라.

“데이……!”

황급히 나를 부르는 일리나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굉음에 묻힌다.

막대한 충격파는 그녀가 내뱉은 목소리가 내게 닿지도 못할 속도로 모든 것을 밀어냈다.

거대한 질량의 붕괴. 초신성폭발.

정확히는 붕괴 직전까지 압축된 거대한 밀도의 질량이 일순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대폭발 현상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넬타리드가 펼쳐둔 공간조차 찢어발기며 퍼져나간 거대한 충격파는 제아무리 강한 반신급 존재라도 순식간에 붕괴되어버리리라.

그럼에도 마법을 멈추지 않고 나는 신중하게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정 폭발이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거대한 폭발을 몸으로 맞으며 파고들었다.

-무리수를 두는구나!

그는 내가 펼친 마법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내가 무식하게 파고든다고 생각한 듯 보였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많으니까.

막대한 힘을 얻은 대신 신의 눈을 잃었다는 정보는 꽤 중요한 소득이었다.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듯 보호한 뒤 오른손에 든 초단이를 강하게 공명시킨다.

동시에 넓게 퍼져있던 얇고 투명한 장막을 한순간에 초단이의 검날로 거둬들였다.

내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초단이의 검날에 서리는 막대한 힘을 그제야 눈치챈 것일까.

악신화된 넬타리드의 안광이 크게 번뜩였다.

-그것은?!

“네 힘, 잘 쓸게.”

-비열한!!

쩌어어어엉!!!!

초신성폭발로 생겨난 막대한 힘을 고스란히 흡수한 뒤 그대로 다시한번 터뜨렸다.

다만 그의 의지를 벗어난 힘은 이제는 그와 그가 펼친 결계도 삼켰다.

-그그그그극!!!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자신이 사용했던 막대한 힘을 견뎌내려는 그를 향해 나는 초단이의 검날을 비틀어 검 끝을 그에게 겨누었다.

-제법이긴 하다만!! 이걸로 나를 어찌할 수 있을성싶더냐!

“얼마든지 가능하지.”

선물 하나 더 간다.

애초에 이 막대한 힘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그의 힘이었다.

즉.

내 힘은 단순히 그가 만들어낸 초신성 폭발급의 힘을 갈무리해 다시 방출한 것뿐이었다.

거기에 내 신력을 이용해 모든 힘의 조사 방향을.

한점에 모았다.

극도로 가느다란 한점의 광원.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가히 천문학적인 폭발력이 서린 한방이 담겨있었다.

쩌적!!!!

균열이 간다.

쩌저저저적!!! 콰창!!!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보호해주던 영역이 모조리 박살 나며 넬타리드를 휘감았다.

* * *

“주…… 죽었나?”

완전히 사라져버린 공간 너머 규칙이라곤 전혀 없는 혼돈 그 자체의 공간.

그 공간을 유영하던 일리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살아날 거 같으니까 조용히 해.”

넬타리드는 준비성이 철저한 신이다.

아마 이 정도로 죽진 않았겠지만, 그녀들의 말대로 넬타리드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듯 보였다.

이에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천천히 운을 뗐다.

“수색은 힘드니 돌아가자.”

내 말대로 사라져버린 놈을 찾을 여유가 그리 없었기에 일리나와 이실디는 비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내가 연 균열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먼저 가.”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들이 나간 균열의 문을 닫았다.

일리나가 차원의 틈새를 찢고 들어올 수 있어도 여길 찾기는 힘들 것이다.

“잠깐만! 데이…….”

일리나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지만 이미 문은 닫혔다.

“내가 진짜 최근 들어서 평화에 찌들긴 했나 봐.”

이 정도로 목숨의 위협을 느낄 정도면. 내가 그만큼 안이해진 건지.

“아니면 네가 그만큼 강해진 건지.”

중얼거리며 돌아서자 균열의 틈새가 완전히 찢어지며 그 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은 익숙한 모습이기도 했다.

“진짜 목숨 걸어야겠네.”

틈새를 찢고 다시 나타난 넬타리드의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찢어진 상의 너머로 보이는 인간의 육신. 꽤 잘생긴 축에 속하는 외모.

아마 저 모습은 신이 되기 전의 넬타리드이리라.

“이 정도로 강했으면 네가 처음부터 타나토스를 잡아 찢었으면 될 텐데.”

물론 헛소리였다. 과거의 넬타리드는 이런 힘 따위는 없었다.

번데기에서 우화한 나비 같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탓인지 그의 주변 틈새 공간이 모조리 오염되고 있는게 보였다.

그의 영역이 사라지면서 오염이 무한정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웃기는군. 제일 역겨운 존재 중 하나인 홀른이 그런 말을 하다니.

“뭐?”

인간을 가장 사랑한 신이. 아무리 악신이 되었다고 해도 저런 말을 한다고?

-진실을 모르는 것 또한 가여운 일이라는 소리이다.

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서리며 그의 눈동자가 검붉은 빛을 띠었다.

-부디 내 원한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라.

분노에 삼켜진 악신은 점차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다.

카아아앙!!!!

초단이의 검과 그가 만들어낸 기검이 충돌한다.

[꺄악!!]

다만 이전과 달리 초단이의 의지가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검이 비명을 지르는구나. 그럴 수밖에.

그의 말에 나는 눈을 살짝 치켜 뜬 채 그대로 그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거 알고 있느냐. 프리아. 너는 나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 너를 봐왔다. 그리고, 네가 손에 쥔 그 아이 또한.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카아아앙!!!!

묵직한 일검을 내리치며 그와 거리를 벌리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지? 그 아이.

“뭐?”

그의 이죽거림에 나는 웅웅 떨리는 초단이의 검신을 내려다보았다.

[괘…… 괜찮아요. 아버지…….]

괜찮아? 이게 괜찮을 리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을 넣을 순 없었다.

-어리석기는.

터엉!!!!

넬타리드는 다시금 몸을 튕겨 내게 정직하게 기검을 휘둘러 들어왔다.

별다른 허초따위는 없는 정직한 일검.

나는 그대로 카운터를 치듯 그의 검을 받아치려 했다.

하지만.

카가가가가각!! 스릉!!

촤악!!!!

순간적으로 그의 기검에 서린 힘을 보고 반사적으로 검로를 틀어 정면 승부를 피하고 말았다.

그 대가로 내 어깨에 큰 상처가 난다.

-한쪽 팔은 부상이 심각하고, 나머지 팔에는 어깨에 부상이라. 제아무리 신체화한 육신이라도 쉬이 넘길 순 없겠지.

그의 말대로 초단이의 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그의 힘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다만 지금 내 신경을 거스르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초단이의 비명.

놀라 고개를 내린 내 눈이 크게 뜨여졌다.

초단이의 검날 일부에 금이 갔다.

1차적인 완성형태 이후 2차 강화까지 했던 초단이다.

초신성 폭발도 견뎌낸 초단이의 검신에 상처가 생겼다는 말인즉슨.

그의 힘이 초단이에게 극도로 위험하다는 소리.

아마 비화가 사라지면서 공백이 생긴 탓일 것이다.

이에 나는 초단이의 검신에 둘려 있던 힘을 모두 회수했다.

[아버지!! 안 돼요!!]

당황한 초단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지만 초단이가 방금 입은 부상은 스스로 치유할 때까지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의 수로 번질 수도 있었다.

검의 분절.

검이 부러진다는 뜻은 초단이에겐 치명상이나 다름없다.

검에 정을 넣는 것은 무인으로썬 실격이지만. 아비로썬 당연한 일이다.

“쉬고 있어.”

나는 저항하는 초단이를 아공간에 밀어 넣은 뒤 그대로 신력으로 봉해버렸다.

무리하게 신력을 부수고 나오려 하면 내게 내상을 줄 수 있으니 아마 쉬이 나오진 못할 것이다.

비록 초단이에 비하면 덜 예리하겠지만. 적어도 못 쓸 정도는 아닐 터.

나는 평소 이상으로 힘을 응축시켜 기검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기검의 완성에 조금의 시간이 필요해 시간을 끌 방법을 찾던 도중이었다.

-시간을 끈다라. 예상대로 정이 너무 많군, 다만 유흥 정도야.

“유흥이라고 씨불였냐?”

-화내지 말라고, 악신이 바라는 게 무엇…… 아니지, 아니야. 프리아. 악신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의 의외의 질문에 나는 잠시 자세를 풀었다.

-태초의 완벽한 신이 만든 이 세상의 섭리에 어째서 악신 같은 게 존재하리라 생각하나.

“적어도 프리아 여신이 만든 세상이 그렇게 생각처럼 완벽한 세상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 말에 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윽고 넬타리드가 움직인다.

나는 그의 말을 되새기며 그대로 놈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응축은 완성되었다. 평소보다 훨씬 예리하고 견고한 하나의 검이 쥐어진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으며, 놈의 한마디 한마디는 오히려 내 집중을 흩어놓는 결과를 놓으리라.

수차례의 검이 충돌하며 그가 가진 신력과 내가 가진 신력이 정면으로 뒤엉켰다.

단순 검의 교차만으로는 점차 밀리는 게 스스로도 느껴지는 탓일까.

넬타리드는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재미있지 않나. 너를 그토록 사랑하고 세상을 좋아하던 비화. 그 아이가.

“네 입에서 비화의 이름이 나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카아앙!!!

그의 말에 대답해줄 필요도, 깊게 들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강제로라도 듣게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을 보았기에 그토록 분노하며 괴로워했을까.

“…….”

-무엇이 그 아이를 순간적으로 세상을 증오하게 만들었을까.

카가가가각!! 쩌어어엉!!!

도저히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발언에 틈이 생긴 탓일까.

그는 내 틈을 파고들어 와 정확하게 급소에 검을 찔러넣으려 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해냈지만 가벼운 스침이 발생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너희 피조물들을 지키기 위해서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고.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구원받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의 말에 나는 숨을 짧게 골랐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이 잔인한 건 알고 있어.

-그게 피조물이 아니라. 신이라면?

“뭐?”

틈을 보이면 안 된다 여겼지만 나는 결국 놈에게 놀아나고 말았다.

그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 증거로…….

-크흐…… 이미 미친 천사. 찢겨버린 신격들을 봐오고도 부정한다면 할 말은 없군.

“왜 여신과 넬타리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이제는 악신 넬타리드와 과거의 평온을 동일시하지도 않은 채 물었다.

이미 틈이 흔들려버린 이상 차라리 해답을 찾는 게 이득이리라.

-그들은 감정이 없으니까.

“…….”

-감정이 없고 극한의 실리와 효율, 질서를 따지기에 그 과정에서 피조물과 세상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상위 존재들에 대해 이렇다 할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제야 넬타리드가 왜 미쳐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

감정이 없는 신은 현재 둘.

프리아 여신과 넬타리드.

프리아 여신은 몰라도 넬타리드는 감정이 없었기에 지금까지의 진실을 알면서도 크게 미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여신이 그에게 감정을 심어주면서 생긴 변화는…….

1만 년 이상 존재해온 신조차 죄책감에 미치게끔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넬타리드는 악신이 되었는데, 왜 나는 저놈이 계속 이것만큼은 꼭 알아달라고, 이것만큼은 꼭 외면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것처럼 들릴까.

그 외에도 이상한 점은 많았다.

비화에게 문제가 정말로 생겼다면, 내가 그녀에게 몰래 걸어둔 것들이 반응을 했어야 했다.

단순히 어느 정도 시간이 있다고 여겼건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파고든다.

반격을 해야 하는데.

아주 잠깐의 마음의 틈이 생긴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어깨에 기검을 박아넣은 뒤 그대로 마법을 터뜨리는 그 순간.

어리석게도 나는 그의 검이 내 복부를 관통하는 것을 완전히 빗겨내지 못했다.

-제법 타격이 크군…… 아무리 잘 알아도 직접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겠어.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서 멀어졌다.

그가 내 복부를 꿰뚫었듯 나 또한 그의 어깨를 관통해 내부를 진탕으로 만든 것이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지, 뱀파이어라는 종족은 어째서 신을 배덕하는 존재가 되었을 거 같나.

“굳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태초의 진조는 여신이 만들어낸 신격이다.

그의 한마디에 내 심장이 철렁거렸다.

그의 말을 다른 말로 해석하면…….

신을 배덕한 존재인 뱀파이어는. 태초의 진조 때문에 여신에게 저주를 받았다는 뜻이 된다.

또다시 정신을 흩어놓으려고.

-크흐…… 어디 한번 들어보겠나?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부상을 입은 손을 들어 올렸다.

이제는 어느 정도 운신이 가능해진 상태.

옅게 떨리지만 나는 피를 가볍게 뱉어낸 뒤 그에게 중지 손가락을 세워 올렸다.

이 이상 휘둘렸다간 이쪽이 치명상을 당할 터.

“x까.”

승부수는 단 한 번.

이 한번에 앞으로의 대치가 완전히 결정 나리라.

망설임 없이 파고든 내가 기검을 흩어버리자 그의 눈이 살짝 크게 뜨여졌다.

하지만 이내 내 심장을 노리고 정확히 자신의 기검을 찔러넣었다.

일개 피조물이라면 절대 감당하지 못할 속도의 일검.

하지만.

이쪽도 결국은 똑같은 입장이다.

그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적어도 내가 지금껏 보였던 모든 수단은 그에게 큰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기검으로는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없다. 마법 쪽도 모조리 같은 상황. 신성 마법은 현재 육신을 증폭시키는 용도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으며 그 외의 힘은 현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초근접에서의 한방.

비록 내 격술의 대부분은 마왕 유르그에게서 배운 것이지만 단 한 가지는 달랐다.

자칭 생존전문가, 투신 헤라클래스.

그가 간혹 보여주던 한방은 단순히 그가 가진 금기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본 것이기에 완전히 같은 효능은 기대할 수 없지만. 세계의 법칙에 간섭할 수 있을 정도로 간 섭력이 강한 태초의 포식자라면.

그리고 내가 그동안 천마 독고준과 마왕 유르그에게서 배운 모든 격투술의 깨달음을 접목한다면.

그가 유일하게 사용하던 주먹의 흐름을 흉내 낼 수 있을 터.

회랑 최고의 강자이며, 사실상 지금에 이르러서도 절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괴물.

헤라클래스.

내가 자신이 알던 것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 탓일까.

그의 눈이 부릅 뜨여지는 게 느껴진다.

이미 늦었다.

[투신 헤라클래스 식(式) 멸격]

[태초의 포식자]

[복합일격]

[멸신]

헤라클래스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언어를 내뱉으며 주먹을 휘두른 바가 있다. 그리고. 그 뜻을 이제와서 해석했을 때. 풀이하면 멸신이라는 단어로 완성이 된다.

-이건…… 설마?!

투웅!

아주 청명한 그렇게 폭발적이거나 날카로운 것도 아닌 부드러운 일권이 그의 몸에 닿았다.

푸확!!!!

그의 몸 뒤로 푸른빛의 빛의 가루 같은 것들이 흩어져 나갔고 거대한 빛으로 된 턱이 그것들을 삼키듯 그를 관통하고 사라진다.

“미친.”

나는 그 빛 가루들의 정체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악신의 존재가 일순간 대폭 소멸해나갔다.

거대한 내상이 동반되었지만 이름 그대로. 신을 멸하는 일격이 얼떨결에 만들어진 셈이었다.

검술이든 격술이든 새로운 것을 창시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건만.

“이걸 개이득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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