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74화
처음엔 이 악물고 버텼다. 그래도 경지를 돌파했으니까.
실시간으로 마나가 그녀의 육신을 진화시키고 있는 이 와중에 고작 몽둥이에 비명을 지를까.
하지만. 에반젤린은 몰랐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처맞기 전에는…….
뻐억!!!
“으갸갸갸갹!! 아파요! 쪼개져요! 내 엉덩이가 쪼개져!!”
“어허. 엉덩이는 원래 두 쪽일 터 엄살피우지 말아.”
쩌업!!
“으꺄아악!!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고통에 에반젤린은 펄쩍펄쩍 뛰며 맞은 부위를 감싸고 바닥을 굴렀다.
“자…… 잠깐! 뼈…… 뼈 맞았어요! 진짜로!”
“네 아빠가 그렇게 능력이 없을 리가. 넬타리드의 성역에서 뽑아온 기둥으로 만든 물건인 게야. 아픔 말고는 큰 타격도 없으니 아무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신물인 게지.”
“아니 무슨…….”
“어허, 잘못 맞으면 흉터가 지고 뼈가 부러진다. 어서 엎으래두.”
“방금 괜찮다면서요!!”
페르세르크는 체벌에 상당히 가차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너무 힘들구나…….”
“그…… 그럼 그만해도…….”
“네가 아파하는 걸 봐야 하는 본녀가 너무 힘들어…….”
결국, 일리나가 나서서 말릴 때쯤 되어서야 몽둥이를 손에서 놓은 페르세르크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이에 일리나는 조용히 어서 들어가 보라며 에반젤린에게 말했다.
“흑…… 죄송해요오…… 엄마…….”
자신 이상으로 너무 괴로워하는 페르세르크 때문일까. 에반젤린은 더는 참지 못했는지 슬금슬금 물러나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침대의 시트 사이로 꼬물꼬물 기어 들어가 버렸다.
“흑, 흐흑…….”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페르세르크는 짧게 탄식하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언니…… 괜찮아요?”
“그래…… 괜찮아야지…… 에린이는 몇 배로 더 아팠을진대…….”
정말 그럴까. 일리나가 느끼기엔 때리는 것은 페르세르크였지만 정작 그녀가 더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디, 이 일로 에린이가 세상을 너무 쉽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사실 중요한 것은 에반젤린이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었다.
목적을 위해 자신의 역량 이상의 무언가를 고민하지 않고 저지른 것.
지금이야 고작 3억 정도이지만 이런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에반젤린에게 절제력이 떨어질 터.
특히 고대룡 같은 그녀의 존재 특성상 그런 성정은 후에 극도의 오만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았다.
좀 더 심사숙고하지 않고 모든 일을 행한다면 언젠가 그녀가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직면했을 때 모든 것이 무너지리라.
그렇기에 데이비도, 페르세르크도, 에반젤린을 포함한 모두에게 절제심을 심어주려 한 것이었다.
부자가 돈을 많이 쓰는 건 그들이 절제력이 없어서가 아닌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 자들은 이미 무너져 내렸으니까.
수십번의 전쟁에서 승리한 명장이 과감하게 전략을 펼치는 건 무지성 돌진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충분히 심사숙고 후에 최악의 수를 염두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단순히 화난다고 마구잡이로 지르고, 현 상황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점점 수렁에 빠지는 건 도박장에 갔다가 끝도없이 나락으로 빠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생각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데이비가 입버릇처럼 달고 있는 말의 근본이 바로 그것이었다.
현재 에반젤린의 행동은 생각도 빠르게 행동도 과감하게라는 표본 그 자체였으니까.
“백날 말해봐야 소용없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할 터인데…….”
“데이비는…….”
“데이비에겐 잘 말해두어야겠지. 가서 보듬어주라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대는 것을 보는 건 그리 달갑지 않다.
* * *
에반젤린이 그녀의 레어에 있는 침대에 콕 처박힌 후 페르세르크는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온 초단이에게 부탁했다.
“네 동생을 잘 부탁해.”
“걱정 마세요. 어머니. 에린이도 어머니가 왜 그랬는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이걸로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을진대…….”
페르세르크의 씁쓸한 말에 초단이는 싱긋 웃더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초단이의 육신에서 빛이 흘러나왔고 청단이와 홍단이의 모습으로 바뀐다.
“에린아아아아!”
동시에 홍단이와 청단이가 쪼르르 뛰어가 점프하듯 에반젤린의 침대로 날아들었고, 시트 속으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어 갔다.
갑작스런 감촉에 놀란 에반젤린의 비명은 덤이었다.
“어…… 언니?!”
“꺄르르륵! 많이 아파? 홍단이가 호 해줄게!”
“꺅! 뭐 하는 거야! 이 변태야 저리 가!!”
비명 섞인 외침에 이어 상처받은 홍단이가 울먹거린다.
“으…… 으우…… 그냥 홍다니는 에린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홍단이가 울자 청단이도 덩달아 울먹거린다.
당연히 가장 크게 당황하는 건 에반젤린이었다.
“미…… 미안해 언니! 내가 잘못했어! 울지마! 응?”
어떤 의미로던 간에 에반젤린의 최대 천적이나 다름없는 홍단이와 청단이였다.
* * *
에반젤린이 페르세르크나 일리나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드잡이질을 하는 동안 린디스의 황제 데오르트 알 린디스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바사스의 뺨을 후려쳤다.
“못난 놈…….”
“폐하…….”
이번에도 그러는구나.
바사스의 얼굴에 원망이 서린다. 린디스의 절대자 데오르트는 단 한 번도 그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어리석고 평화에 찌든 알버스만 인정할 뿐.
“내 누누이 말했을 터다. 절대 가족에게 살기를 들이밀지 말라고.”
“폐하. 저는 저년을 제 동생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뭐라?”
“어찌 제게 그런 잔인한 지시를 요구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제가 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제가 얼마나 부족하기에 이토록 차별을 두신단 말씀이십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다시금 데오르트의 주먹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바사스는 이번에는 맞지 않고 막아섰다.
“이놈이!!”
“저는 죽어도 용서할 수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겁니다. 하면, 먼저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인 뒤 나가버리는 그였다.
“못난 놈…… 그저 사고였다고 말했거늘…….”
바사스의 말대로 그의 모친은 죽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서는 곤란했다.
“어찌 네 어미의 바람까지 이렇게 외면한단 말이냐.”
“폐하.”
“못난 꼴을 보였군. 물러나 줘서 고맙네. 사위.”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의문이 서린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지만 우선 제 쪽의 일도 바쁘니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적당히 혼내도록. 아이는 다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니…….”
저 말은 경험담처럼 들렸다.
“돌아간다. 시종장.”
“죽여주시옵소서. 폐하. 소신이 똑바로 처신하지 못했나이다.”
“시종장에겐 실망했군.”
스릉!!!
“죄송합니다. 폐하.”
정말로 목을 치려는 듯한 그 행태에 에이리아가 후다닥 달려들어 그 앞을 막아섰다.
“폐하! 아…… 안 돼요! 그를 살려주세요!”
“비켜라. 에이리아. 이는 중차대한 일이다.”
“에린이의 고집일 뿐입니다! 제발…… 부탁드려요. 아바마마…….”
“…….”
데오르트 황제는 말없이 에이리아를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본래라면 즉결처형을 했어야 할 일이지만 그대가 그동안 해온 공로를 생각한바 이번만큼은 용서하도록 하지. 따라오라. 그대들의 처분에 대해 논할 테니.”
“송구하옵니다. 폐하…….”
반론은 받지 않겠다는 듯 돌아서는 모습은 어째서인지 쓸쓸해 보였다.
이 일이 없었다면 에반젤린을 숨긴 일로 사위의 격한 투정이 쏟아졌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분위기는 아닌 듯 보였다.
* * *
“흐읍!!”
정신이 번쩍 든 벨류아드 알 린디스는 커다랗고 익숙한 방을 시야에 담았다.
“허억…… 허억…….”
깨질 듯 아파져 오는 머리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휘적거렸다.
평소라면 손닿을 장소에 있을 술병이 보이지 않는다.
어찌 아느냐고? 이곳은 그의 방이었으니까 모를 수가 없었다.
“여봐라…… 걔 누구 없느냐.”
벨류아드의 목소리에도 아무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이에 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여봐라! 걔 누구 없느냔 말이다!! 빨리 꿀물을 대령하라!!”
대답은 없었다. 이에 짜증이 극도로 치솟은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 순간 덜컥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 아버지?”
“…….”
이 시간대엔 이곳에 없었어야 할 존재.
벨류아드의 부친 바사스 알 린디스가 그를 내려다본다.
“몸은 괜찮으냐.”
“……예…… 예…….”
식은땀을 흘리며 그가 겁먹은 듯 고개를 숙였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망나니지만 제 아버지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럼 되었다.”
“예…… 커헉!!”
대답하던 벨류아드는 바사스가 휘두른 주먹에 맞고 그대로 수차례 굴렀다.
“끄아아악!! 아…… 아버지!!”
“네놈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짓을 저지른 건지는 알고 있느냐. 감히 태양의 별관에 침입이 불허되는 자들을 데리고 들어가?”
“그…… 그것은!”
“거기에 하인스 영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려 했더냐.”
“…….”
그제야 그는 기절하기 전의 일이 떠올랐다.
태양의 별관에서 만난 뿔이 달린 수인. 그리고 그녀에게 석궁을 쏜 뒤로 기억이 모호하다는 것을.
“그년은 대체 뭡니까. 대체 뭔데 수인 따위가 함부로 그곳에…….”
“하인스의 대공녀다. 네놈이 생각하는 수인도 아니야.”
“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느냐. 네놈이 지금 벌집을 들쑤셨다는 말이다.”
하인스 영지. 아무리 세상 놀기 바쁜 망나니라도 그곳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 하하 농담이시겠죠. 설사 진짜 하인스 영지의 공녀라고 해도…… 제대로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잘 들어라.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가만히 있는 대공녀에게 찾아가서 시비를 건 것. 그리고 하필 그 장소가 태양의 별관이라는 사실이다.”
벌집을 쑤셔도 제대로 쑤신 셈이었다.
“전후 사정 따윈 중요하지 않다. 네놈이 공녀에게 시비를 걸었고, 그 결과 하인스의 대공과 내가 정면으로 충돌할뻔했다. 무엇보다!!”
그가 손을 뻗어 벨류아드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내 눈에 그년을 보이게 했다.”
“아…… 아버지…….”
“……일주일간 근신하거라. 그리고 너를 따르던 간신 놈들은 지금까지 그냥 두어왔으나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 그놈들을 전부 정리할 테니 그리 알아라.”
“하…… 하지만 아버지!! 그들은 전부 제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
“헛소리!! 그저 네놈의 지위에 빨대를 꽂아 권력의 과실을 탐하려는 기생충에 불과하다는 걸 왜 모르느냐!!”
“…….”
“누누이 말했을 것이다. 이 아비의 길에 방해가 된다면 설령 네놈이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
이를 빠득 소리 내며 깨문 그가 바사스를 노려보았다.
“경고다.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할 것이다. 허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 있거라. 다만 두 번은 없다.”
그렇게 나가버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이내 악을 쓰고 주변에 있는 기물들을 다 집어 던져버렸다.
“아아아아악!!!”
와장창!! 챙그랑!!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자신을 미워하는 이들과 달리 자신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던 심복들을 전부 쳐내? 이게 다 빌어먹을 그 수인 년 때문이다.
정확히는 수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 열 받는 것은 황손 벨류아드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그의 심복들을 모두 쳐내게 만든 원흉. 에반젤린의 존재였다.
“빌어먹을…….”
그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하지만 상대가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안 이상 쉬이 손댈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고민해보지만 결국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화만 더 날 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문득 어떤 사실이 떠올랐다.
-폐하께선 거짓말을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죽게 만든 그년을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술에 취해 홀로 할머니의 초상화 앞에서 중얼거리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에이리아 알 라운이 오래전 어릴 적 할머니를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그 당시 데오르트 황제는 그 일을 덮으면서 단순 사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류아드는 아버지인 바사스가 그토록 에이리아 알 린디스를 미워하고 수인을 미워하는 게 그 사실이 거짓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복수를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가 스산하게 웃어 보였다.
“감히 비천한 수인 따위가. 제 아비의 위광만 믿는 더러운 년이 감히 나를? 이 몸에게 이런 치욕을 줘?”
어릴 때부터 선민사상이 몸에 밴 벨류아드에게 있어서 자신은 언젠가 황제가 될 귀한 몸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한 사실로 다가왔다.
* * *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냥 두면 분명 사고를 치실 겁니다.”
같은 시각. 저택의 시종장을 곁에 둔 채 현 상황의 처리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바사스는 시종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놈이 아무리 어리석어도 제 무덤을 파진 않을 테지.”
“저하…… 도련님은 진실을 모르십니다…….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지금이라도 진실을 전하시는 게…….”
“그리되면 지금껏 수인을 혐오하고 그 아이를 미워한 나는 무엇이 되느냐.”
바사스의 물음에 시종장은 입을 다물었다.
“저하. 가끔씩은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십여 년간 미워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년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년이 어머니를 죽인 거야!! 그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런 주제에 기억상실?! 뻔뻔하게 제 혼자 그 끔찍한 기억을 잃어버린 년을 내가 어떻게 용서하란 말이냐!”
“하지만 저하…… 폐하께서는 단순사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정황들이고요. 에이리아 대공비 마마는 그때 당시 너무 어렸습니다. 저하. 저는 저하를 어린 시절부터 봐왔습니다.”
“그만.”
“저하는 에이리아 대공비를 그토록 좋아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이 이상의 반목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저하께선 그저 미워할 대상을 찾고 싶으신 것…….”
“닥치라고 했다!!!”
스릉!!! 창!!
순간적으로 섬광이 번뜩이며 시종장의 뺨에 혈선이 생겨났다. 그럼에도 그는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주제넘게 굴지 마라. 시종장.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었다. 설사 폐하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년을 용서할 생각이 없다. 일부러 했든 그렇지 않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사실이다.”
시종장은 짧게 탄식을 흘렸다. 그토록 총명하고 형제를 좋아했던 그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는가. 어쩌다가 형제의 목에 칼을 겨누는 사태까지 왔는가.
바사스는 확실히 그의 말대로 너무 멀리 돌아왔다. 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다만, 벨류아드는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 그가 오만하고 수인을 혐오하는 건 바사스의 영향이 큰 만큼 지금이라도 되돌린다면 천천히 그를 개과천선 시킬 수 있을 터인데.
그 슬픔과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못난 아비. 바사스는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지독한 악순환일 뿐이었다.
그저 이 세상을 관망하는 프리아 여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