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86화
서부도시에서 발견된 황족의 흔적. 린디스 황족들이 실종되었을 경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몸 안에 삼키는 흔적.
그것을 회수하는 데엔 성공했다.
“맞아요. 바사스 오라버니의 문장이에요.”
에이리아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흔적을 손에 쥐었다. 떨리는 손이 그녀가 그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걱정이 돼?”
“그…….”
“그는 너를 원망하고 증오했잖아. 십여 년간. 네 인생의 대부분을 미워해 온 원수인데. 그런데도 걱정이 돼?”
“가족이잖아요.”
에이리아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저를 미워하셔도…… 물론, 미워하신다면 괴롭겠지만 그럼에도 서방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게 가족이잖아요.”
오래전 바사스 황자는 에이리아를 정말 살뜰하게 챙겨주던 인물이었다고 했던가.
이 상황을 레디미아 황비가 보지 못한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리라.
“그런데…… 오라버니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정보에 따르면…….”
“그래. 아직 잡히진 않았겠지. 제 몸을 불태워서 어쩔 수 없이 치료를 받게 만든 다음 틈을 타고 도망치다니. 미친놈은 분명해.”
“그럼 어디로…….”
“겉으로는 도시 중앙 쪽으로 향했다고 하지만 그건 함정일 거야. 그를 쫓는 건 고란의 잔당들이니까.”
소드마스터급이나 되는 그가 어떻게 그리 쉽게 제압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란과의 전쟁이 아직 끝난 게 아님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놈들은 바사스 황자를 찾으면 자연스레 만나게 될 터.
나는 천천히 땅을 짚었다.
[정령이여.]
얼마나 남아있을진 모르겠지만 너희들의 기억을 좀 보여다오.
내 의지에 따라 정령들이 반응하기 시작하며 그들의 기억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억은 흩어졌지만 몇 가지 흔적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영지의 바깥쪽으로 나갔다라…….”
“바로 쫓아가야 해요!”
“그래. 가보자.”
급하게 쫓느라 제대로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면, 그것이 패인이 되리라.
숲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에이리아가 코를 킁킁거렸다.
“탄 냄새가 나요. 여기 근처에 있어요.”
그렇게 말한 에이리아가 주변을 급히 둘러보다 황급히 어디론가로 뛰어간다.
“에이리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빠르게 뛰어가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보팔레빗. 두억시니. 타우르스.”
내 부름에 미치광이 헬창 셋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이리아를 보호해줘. 나는 다른 걸 조사해봐야겠다.”
에이리아가 급히 뛰어간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조금 익숙하면서도 지저분한 느낌이 사방에 퍼져있다.
그림자처럼 스르륵 흩어지는 저 셋을 보내놨으니 에이리아의 신변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차원의 벽이 얇아지면서 영향을 미친 건가? 신기한 현상이네.”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이 기묘한 공기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 듯 보였다
* * *
나인테일의 후각은 수인족답게 굉장히 예민하게 발달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녀는 은신상태에 있던 데이비를 냄새만으로 거의 찾아낼 뻔한 전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숲 내음이 짙어도 피 냄새와 탄내만큼은 그녀의 후각을 피할 순 없었다.
황급히 내달린다곤 하지만 에이리아의 옷은 험준한 숲을 내달릴 정도로 편한 복장이 아니었다.
“읏!!”
쓰러질뻔한 그녀는 자신의 치마를 내려다보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치맛단을 손으로 잡아 손톱을 꺼낸 뒤 가볍게 찢었다.
부우욱!!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녀는 직접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데엔 상당히 젬병이었으니까.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늦으면 바사스가 정말로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몸을 살짝 웅크린 에이리아는 곧바로 자신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평소엔 잠잠하던 꼬리들이 빛을 내뿜으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파아아앙!!!
수인족은 숲과 굉장히 친숙한 편이다.
특히 에이리아의 종인 나인테일은 굉장한 편에 속하기도 했다.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마치 숨겨져 있던 잠재력이 발현된 것처럼 그녀의 속도는 점점 빨라져 갔다.
솜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빠르게 내디딘 그녀는 숲의 안쪽까지 빠르게 파고들었고 그렇게 찾아 헤매던 이를 볼 수 있었다.
여인의 손에 목이 틀어 잡힌 채 들어 올려진 사내.
겉보기에도 살아있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참담한 몰골이다.
“오라버니!!!”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가 무섭게 그녀는 뒤도 보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워했다곤 하나 소중했던 오라버니가 저런 몰골이라니.
데이비가 미친놈이라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지만 실제로 본 그의 몰골은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물론, 그녀의 진입을 틀어막는 이들도 있었다.
무리한 것은 아닐까. 강한 것도 아닌 주제에 홀로 이렇게 뛰어들어오다니. 미련한 짓이 아닐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스스스스슥!!!
순식간에 튀어나온 새하얀 토끼들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퍼억!!!!
크라우칭 스타트를 하듯 몸을 웅크리고 있던 팬티 한 장만 입은 거대 근육 토끼들이 날아들어 검은 로브를 입은 적들을 낚아채 처박아버렸다.
“커헉!!”
끔찍한 격통에 숨을 토해내는 그들을 보면 보팔레빗의 본체가 여기 있는 여러 분신체들에게 얼마나 강한 힘을 부여했는지 알법했다.
쾅!! 쾅!!
마치 새하얀 파도가 밀려오듯 그들 사이로 파고드는 토끼들의 저력에 흑의 로브인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내 눈!”
“비…… 빌어먹을! 저 괴물은 뭐야!!”
“사…… 살려줘!!”
한 명의 흑의인이 토끼의 어깨에 둘러 메어져 허리가 꺾이며 비명을 지른다.
또 한 명의 흑의인은 토끼가 잡은 다리에 저항하다 빙글빙글 돌려쳐 나무에 처박혔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제압이었다.
보팔 레빗들이 만들어준 기회에 에이리아는 바사스를 잡고 있는 여인을 향해 달렸다.
“뭐야. 고작 저딴 걸로 날 어떻게 할 줄 알았던 거야?”
여인은 보팔레빗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질 거라곤 생각지 않았는지 에이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에이리아를 보호하고 있는 건 보팔 레빗뿐만이 아니었다.
슈르르륵!!
에이리아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도깨비방망이가 여인의 복부를 후려쳐 날리기가 무섭게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주를 품고 있는듯한 거대한 소가 그녀의 몸에 정권을 꽂아 넣었다.
“커헉!!!”
아무리 마인드 마스터급의 경지라도 타우르스의 힘까지 무시할 순 없었던 것일까.
그녀가 격통을 호소하며 몇 바퀴 숲길을 굴렀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정신 차려요!”
“……멍청한 것……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냐…….”
“오라버니!!”
“죽음을 앞둔 상황에 본 게 증오스럽기 그지없는 네년의 얼굴이라니…….”
말은 그리하지만, 바사스의 표정에 서려 있던 이전의 냉기는 조금 줄어있었다.
“어떻게 그래요! 오라버니가 위험한데 어떻게 모른척하냐고요!”
“……넌 화나지도 않는 것이냐…….”
바사스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너를 원수처럼 대했다. 네 인생의 대부분을 미움에 노출되게 만들었다.”
그가 고통스러운 기침을 흘린다.
“린디스 내에서 수인 천대 사상이 더 커지게끔 방치한것도 나였지. 그럼에도 내가 밉지 않은 것이냐.”
“오라버니…….”
“집어치워라. 너에게 동정받을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고 싶진 않다. 저놈들의 움직임을 방해했으니 더 이상 내게 미련은 없다.”
아들을 잃었고, 자신의 몸도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터.
에이리아가 이곳에 있다는 건 데이비 올 라운 또한 이곳에 있다는 뜻일 터다.
본래 목적이었던 고란의 특작부대를 막아섰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그가 눈을 감으려던 순간이었다.
파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던 에이리아가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바사스의 가슴을 팍!! 팍! 내리쳤다.
“커헉!! 컥!!”
“오라버니! 왜 죽는다는 말을 자꾸 함부로 하시는 건가요!”
“컥!! 끄윽!!”
엉엉 울며 바사스의 가슴팍을 내리치던 그녀가 오열했다.
“오라버니가 그렇게 죽어버리면 제가 기뻐할 거라 생각하셨나요?!”
“기뻐해야지. 이 미련한 것아. 네 평생을 고통스럽게 만든 내가 밉지도 않는 것이냐!?”
“그렇다고 해도 오래전 오라버니께서 저를 그토록 아껴준 사실이 사라지나요?!”
그 외침에 바사스의 몸이 잘게 움찔거렸다.
“미련한 것…….”
“말하지 말아요! 오라버니가 자꾸 그런 말을 하면 속이 터지니까!”
“난 이미 틀렸다. 곧 죽을 터. 그렇다면 네 손으로 나를 죽여라.”
그의 말에 에이리아가 울먹거리며 그를 바라본다.
“사실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일은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어머니의 목숨을 희생해서 살아남은 네가 기억을 못하는 것도 마냥 탓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무서웠고 충격을 받았으면 기억까지 잃어버렸을까.
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빌어먹을 것들이 적당히 까불어!!!”
그때 허공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던 여인이 막대한 힘을 방출하며 에이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기다리고 있던 금우궁 타우르스가 그녀에게 주먹을 뻗었으나 그녀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그것들을 피해낸 뒤 타우르스의 목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우드득!!
상상을 뛰어넘는 근력을 발휘해 타우르스의 목을 꺾어버렸다.
“하아…… 하아…… 별것도 아닌 게!”
격노하며 에이리아와 바사스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에이리아가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을 모두 죽이고 이곳을 벗어나는 수밖에.”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누가 날 막을 거지? 저 흰색 토끼들? 아니면 저 목이 꺾인 소? 미안하지만 저들은 내 상대가 안 돼.”
자신만만하게 말한 그녀가 무기를 빼 들고 에이리아에게 다가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텁!!
“어?”
목이 꺾였던 타우르스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여인의 목을 움켜쥔 뒤 그대로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커헉!!!”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그녀의 눈이 부릅 뜨여진다
분명 목을 꺾어버렸는데? 게다가 이 힘은 또 뭐란 말인가.
자신이 당한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그녀는 몸을 쉬이 일으키지도 못한 채 타우르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꺾여있는 목이 보인다.
하지만.
타우르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꺾여버린 자신의 목을 본래대로 되돌렸다.
“이…… 이익!! 말도 안 돼!!!”
그녀의 전신에서 막대한 마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마스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나를 내뿜으며 그녀는 타우르스를 다시 밀어내려 했다.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타우르스의 힘이라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어?”
어째서인지 좀 전보다 더 강한 힘을 주었음에도 타우르스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어머.]
[표독스러운 언니. 조금 전에 보여준 게 타우르스의 힘이라 생각한 거야?]
[뀨]
[어리석네.]
한둘이 아닌 십여 명에 달하는 새하얀 토끼들이 그녀를 포위하듯 내려다본다.
한마디 한마디 나올 때마다 온몸이 비틀리는듯한 괴리감이 들었다.
“대…… 대체 저게 무슨…….”
“타우르스 씨는 서방님과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강한 분이에요. 평소엔 그 힘이 너무 강해서 일부러 억제해 두시지만…….”
그만한 힘에 걸맞는 존재가 나온다면…….
제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 될 터다.
“오…… 오지마…… 오지마!!!”
그제야 자신에게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그녀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이 괴물 같은 것들!! 대체 하인스 대공은 무슨 괴물을 사육하고 있는 거야!!”
“당신의 영혼도 깨끗하진 않아요. 망가질 대로 망가진 혼의 냄새. 당신의 정기는 오염되어있어요.”
에이리아의 싸늘한 말에 그녀가 소리 질렀다.
“닥쳐!!! 웃기지 마라! 제까짓 것이 뭘 안다고!”
주변의 정리가 완전히 끝난 듯 보팔레빗과 타우르스가 그녀를 포위한 채 서서히 압박하자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라도 쓰겠어.”
괴물을 상대로 도망치기 어렵다면 하다못해 길동무로라도 삼아야겠다.
그녀는 이 숲에 퍼뜨려둔 그녀가 가진 특유의 힘을 모조리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 힘이 제대로 발현되면 이 일대 숲은 모조리 황폐해지리라.
이제와서 저들이 막을 수도 없거니와 설사 저 괴물들이 버텨낸다 해도 에이리아나 바사스 황자는 반드시 죽을 터였다.
“동작 그만.”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에이리아가 이곳에 있는데 데이비가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느냐는 점이었다.
숲 전체에 흐릿하게 깔려있던 힘들이 거짓말처럼 흩어진다.
동시에 숲 저편에서 날아든 무형의 힘이 그녀의 몸에 강타했고, 고통 없이 그녀의 몸을 완전히 무력화시켜버렸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마나들이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힘이 모조리 흩어져버린 것을 보며 그녀가 눈을 부릅 뜬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그녀는 곧 숲 저편에서 걸어오는 사내를 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
직접 마주하기가 무섭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건 괴물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마인드 마스터에 이르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거대한 재앙이 될 정도로 강해졌다고 여겼건만.
눈앞의 청년은 완전히 달랐다.
“서…… 서방님! 오라버니가……! 오라버니를 살려주세요!”
그때 에이리아가 데이비를 향해 소리치자 데이비는 싸늘하게 바사스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주 죽으려고 작정을 했네.”
“비웃으러 왔나?”
그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비웃어줘야지. 멍청한 짓을 했는데.”
“하…….”
[저기 언니, 얘는 어떻게 할까?]
의지가 서려 있는 보팔레빗의 분신체 들이 여인의 팔다리를 제압한 채 물어왔다.
땀 냄새냐는 거대한 근육 덩어리들에 제압당해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운지 그녀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너희 원하는 대로 해.”
[그럼 그곳으로 데려갈게.]
“그러던지.”
“이……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이 괴물들아!! 이거 놔! 난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다고!!”
그녀의 발작적인 외침에 데이비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걸 휙 던졌다.
그것은 한 노인의 머리였다.
오울.
바로 에이리아를 베르나르트 협곡으로 유인했던 이였다.
“혼자 도망치던 거 잡은 건데.”
피식 웃은 그가 손짓을 하자 그림자 속으로 보팔 레빗들이 스르륵 스며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끌려들어 가던 여인, 문라이트는 비명을 지르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제발 살려줘!”
마치 늪 속에 끌려들어 가듯 그녀의 몸 대부분이 빠져들어 간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주변의 풀이나 꽃을 쥐고 버텨보지만 빨간 안광을 검은 그림자 속에서 빛내는 토끼들은 가차 없이 그녀를 그림자 속으로 끌어내렸다.
텁!!
그리고.
그 그중 한 개체가 거대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휘감자 문라이트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제발…….”
수욱!!!
마인드 마스터라 불리던 그녀의 몰락은 그야말로 처절하고 한순간에 벌어졌다.
“대…… 대체 어디로 데려간 거지?”
새카맣게 탄 바사스도 그 모습을 보고 혼란이 왔는지 조심스레 물어왔다.
“별거없어. 저 미치광이 변태 헬창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지.”
거기 끌려갔다가 제정신으로 나온 놈을 내가 거의 못 봤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