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87화 (1,387/1,559)

제 1387화

새카만 어둠.

비릿한 쇠 냄새와 정체 모를 후끈한 열기. 그리고, 지독한 땀 냄새.

지옥 중에 하나가 이러하다 하면 믿을 정도였다.

고란의 생존자이자. 특작부대 대장이었던 문라이트는 새카만 어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된 것일까. 자신은 분명 그 괴물들과 싸우다가 처참하게 패배했다.

그녀가 가진 강인한 힘은 대륙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존재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알려져있는 대륙의 강자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하다고 자부했다.

비록 강해지는 과정이 일반적인 케이스와 달랐다곤 하지만 그녀가 강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한데. 지금 상황은 무엇인가.

정면으로 이기긴 어려울지라도 작정하고 도망치면 방법은 있을 줄 알았건만, 본인도 아니고 그 하수인으로 보이는 기괴한 존재들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하고 끌려오다니.

이곳은 대체 뭐 하는 곳일까.

그런 의문이 퍼지던 찰나.

팟!!

어두컴컴하던 실내에 불이 켜지더니 일련의 무리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뀨.

뀨.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섬뜩한 소리에 그녀의 몸이 한차례 크게 떨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가 본 것은 터질듯한 근육을 가진 새하얀 토끼들이었다.

새하얀 빛을 띠는 인간의 몸체에 머리는 마치 인형 같은 토끼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콩알 같은 빨간 눈동자는 저 토끼 괴물들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게 만든다.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은 무엇이라 표현해야 옳을까.

마치 종에 각인된 원초적인 두려움이 그녀의 몸을 마치 돌처럼 굳게 만든다.

격한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 찢어져 흘러내리는 옷을 부여잡은 채 주춤주춤 물러나는 그녀를 포위한 채 빨간 토끼들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다가온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이 괴물 새끼들아!!”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될까. 저들에게 산채로 뜯어먹힐까. 그것도 아니면…….

터질듯한 근육을 꿈틀대며 다가오는 그들을 똑바로 시야에 담은 채 적의를 내비치던 찰나였다.

토끼 중 하나가 무언가를 그녀에게 건넨다.

그것은 보통 근력을 단련할 때 쓰는 덤벨과도 비슷했지만, 그 색이 짙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어서 받으라는 양 까딱거리는 토끼에게 딱히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경계 어린 표정으로 그것을 받으려던 찰나였다.

쿠우웅!!!

미끄러지기라도 했는지 토끼의 손에 쥐어져 있던 분홍색 덤벨이 바닥에 떨어졌고, 엄청난 소음을 일으킨다.

“…….”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굉장히 느끼한 목소리와 말투.

토끼 중에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무거운 덤벨을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들고는 다시 내민다.

[받아.]

“…….”

그녀가 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겁에 질린 그녀가 다시 도망치려 하자 유별나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토끼가 몸을 일으키며 손뼉을 쳤다.

우르르르르!!

동시에 다른 토끼들이 그녀의 몸을 제압하듯 잡았다.

“이…… 이거 놔! 이거 놔! 그거 들이밀지 마!!”

핏줄이 도드라진 팔에 쥐어진 덤벨을 천천히 가지고 그녀에게 들이미는 토끼를 보며 그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절규하듯 소리쳤다.

“내…… 내가 잘못했어! 제발 치워! 치워주세요!”

물론, 이 쇠질에 미친 토끼들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오늘은 가볍게 이두만 조지자고. 걱정 마. 조금만 지나면 언니도 우리처럼 이 우람하고 멋진 근육을 가질 수 있어.]

그게 더 싫다!

소리가 거의 차단되는 이 지하 공간밖에 그녀의 절규가 작게 울려 퍼질 정도로 그녀의 비명이 크게 울려 퍼졌다.

* * *

문라이트를 제외한 다른 특작부대는 모두 그 자리에서 사살당했다.

보팔 레빗과의 전투에서 당한 이들도 있지만 눈치 빠른 이들은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 벗어나려 했다.

그중 일부는 문라이트가 이 숲에 펼쳐둔 최후의 한 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도망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노린 최후의 수단은 데이비에게 차단당했고.

결국, 특작부대 전원이 아무도 없는 이 숲에서 조용히 전멸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정신 차리셔야 해요! 그래야 저를 더 미워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정신 꽉 붙잡아요!”

“……미련한 것…….”

그렇게 미워했는데도 배알도 없는 것인지.

에이리아는 데이비가 치료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바사스가 의식을 잃지 않게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서방님…… 오라버니를 살릴 수 있나요?”

“해봐야지. 부상이 너무 심해서 고위 성마법으로 지져야 될 수준이라곤 해도. 네 남편 그 정도 능력도 없진 않아.”

바사스는 병에 노출된 게 아닌 부상을 입은 상황. 그렇기에 신성 마법으로 아주 지져버리면 회복 자체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가.”

바사스를 데리고 린디스 황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소식을 전해 듣고 황급히 다가온 데오르트 황제와 알버스 황태자의 시선이 데이비에게 꽂힌다.

“본인이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

“그 원인은…….”

계속해서 바사스의 의식을 각성시키듯 말을 걸고 있는 에이리아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소곤거린다.

“아마 에이리아를 더 이상 미워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겠죠.”

자세한 사실은 모른다. 하지만 바사스 황자가 지금껏 에이리아를 미워한다는 핑곗거리로 지금까지 버텨온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대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어야 저렇게 되나 싶지만 이제 와서는 단순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목표이자 패턴이 되어버린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멍청한 것…….”

신력을 두른 눈동자로도 똑바로 보였다.

그래도 마스터급이라고 육신은 이만한 부상을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그의 영혼은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론 가망이 없는 수준입니다. 그동안 몸에 쌓인 부상이 너무 커요. 고위 신성 마법으로 지져버리면 가능은 하겠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 회복인 만큼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겠죠.”

내 설명에 데오르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작게 한다고 했는데 데이비의 말을 에이리아 또한 들은 모양이었다.

“오라버니! 일어나셔야 해요! 왜 자꾸 스스로를 포기하려 하시는 건가요!”

에이리아가 울먹거리며 그의 멱살을 잡아 흔들자 그가 고통스러운 듯 힘겹게 에이리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다 죽을 때가 돼서 이제 와서 마음이 바뀐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팍!

“시끄럽다…… 저리 가라…….”

가차 없이 에이리아의 머리를 밀어내버린 그가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저…… 저 새끼가!”

“참게! 참게!”

그 모습을 본 데이비가 눈이 돌아가서 그를 조지려 들자 알버스가 달려들어 데이비를 말렸다.

“에이리아.”

“네…… 오라버니…….”

“네가 정말로 나를 아낀다면…… 내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둬라.”

그의 말에 에이리아가 천천히 그리고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더는…… 너를 미워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너를 미워하고 원망했음에도 너는 끝까지 나를 걱정하는 건가……. 나는 이제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 너를 다시 미워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가 없다.”

아마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겠지.”

데이비가 심드렁한 얼굴로 양손에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다가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걸어온 데오르트가 차갑게 말했다.

“…….”

“지금 네 녀석이 제일 괴로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벨류아드에 대한 것 아닌가?”

“…….”

“아들을 올바르게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이제 와서라도 들었더냐.”

그의 분노는 에이리아를 향한 것뿐만 아니라 아들까지 집어삼켰다.

그 결과. 벨류아드는 바사스가 생각하는 이상의 괴물이 되어버렸고, 끝내 황족의 위까지 박탈당하며 평민으로 추락했다.

“그 사실을 알았으니 그런 생각도 들었겠지. 아들까지 망가뜨려 가며 에이리아를 미워했어야 했던 것인가. 복수심이 모든 걸 망친 게 아닌가. 그런 마당에 정작 에이리아는 네 녀석을 미련할 정도로 걱정만 했으니.”

마치 속을 꿰뚫어 보듯 쏘아붙이는 데오르트 황제의 말에 바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죽게 놔두십시오. 어머니를 그리 보냈던 것처럼.”

“네놈…….”

데오르트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거짓임을 알면서도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네놈의 한마디가 지금 그녀를 얼마나 힘들고 아프게 하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냐.”

“…….”

“말해봐라. 네 어미. 레디미아가 지금 네놈의 꼴을 보면 얼마나 괴로울 것 같냐는 말이다.”

“그 입에서 제 어머니를 논하지 마십시오!!”

그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외친다.

“폐하께서는 그때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더 많은 인원을 보냈다면…….”

그의 말에 데오르트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오래전 데오르트 황제는 황제의 자리 때문에 레디미아 황비의 구조를 예정보다 늦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 결과 일말의 가능성도 잃어버린 것일 테니까.

“그 죄는 내가 안고 가야 할 문제다. 결코, 네놈이 괴로워하고, 에이리아가 고통받아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입니까. 죽게 두십시오. 저승에서 어머니께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데오르트가 다시 화를 내려던 찰나였다.

화아아아악!!!

갑작스레 에이리아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가 반짝이기 시작했고 에이리아의 몸에서 신성한 기운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내부에 있던 이들 중, 데이비를 제외한 모두가 놀란 듯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바사스…….

이윽고 강렬한 빛 속에서 모두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데오르트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고 듣는 것은 다른 문제였으니까.

-바사스…….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에 바사스 황자의 입에서 힘겨운 목소리가 나왔다.

“어…… 어머니?”

그 말과 함께 강렬하게 퍼져나가던 빛이 멎어 들며 반투명한 모습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 부인…….”

“어머니!!”

바사스는 제 부상도 잊은 채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혼의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 레디미아 황비가 누워있는 바사스의 가슴에 머리를 묻은 채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십수 년 만에 만난 모자의 재회. 십수 년 만에 만난 부부의 재회.

어느 쪽이건 너무도 애틋하고, 너무도 슬프며, 너무도 믿기 힘든 일이 펼쳐졌다.

성모 에이리아가 만들어낸 기적이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기회를 만들어낸다.

“어머니…… 정말…… 어머니입니까…….”

바사스는 어렵게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보려 했지만 굳어버린 팔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독한 고통을 악물고 버티며 손을 움직여보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상태가 이토록 증오스러울 수가 없다는 듯 그의 검게 탄 눈가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체…… 어떻게…… 빌어먹을!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달해있었다.

-이 어미가 미안하구나……. 너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어……. 바사스…… 아아…… 내 아들…… 이 엄마가 너무도 미안해…….

구슬프게 오열하는 그녀의 존재에 쉬이 이성을 찾지 못한 것은 데오르트 황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인…… 정말로…… 정말로 부인이 맞소? 정말…… 레디미아 당신이 맞소?”

-폐하…… 그간 왜 이렇게 고생을 하신 겁니까…….

마스터급 존재이기에 노화가 멈춰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데오르트 황제는 마스터에 이른 이후부터 더 노화가 진행된 모습이었던 것일까.

데오르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바사스는 어떻게든 움직이려 이를 악물고 악을 썼고 데오르트는 알버스에게서 등을 돌린 채 몸을 잘게 떨었다.

대륙 최강의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였으나.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부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롭진 못했던 것인지 그의 눈에는 후회와 슬픔. 그리고 미안함이 서린 눈물이 흘렀다.

레디미아 황비와의 재회에 알버스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세상에…… 기적이로구나…….”

그저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자자. 분위기 좋은데 죄송합니다만. 치료해야 하니. 보호자들은 다 나가세요. 에이리아. 너도 나가.”

“서…… 서방님?!”

지금 이 상황에 그래야 하냐는 시선을 보내는 데오르트와 바사스, 그리고 데오르트 황제.

마지막으로 레디미아 황비까지.

누가 한집안의 가족 아니랄까 봐 똑같은 시선이 동시에 데이비에게 꽂힌다.

하지만.

의원으로서 직업병이 도진 데이비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뭐요. 왜요. 지금 그렇게 보면 환자가 낫습니까? 장모님. 아들 죽게 두실 겁니까? 폐하. 지금 아들 죽게 두실 겁니까? 바사스 황자. 어머니 앞에서 뒤지고 싶나?”

데이비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움찔거리는 게 보인다.

“에이리아. 하아…… 됐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가봐. 장모님의 혼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니까 바로 사라지거나 하지 않으실 거다.”

데이비의 말에 다른 이들은 거의 등을 떠밀리듯이 나갔다.

이후 새하얀 광휘를 머금은 손을 우드득 우득 소리 내며 푼 데이비가 씨익 웃는다.

“바사스 황자. 아직도 뒈지고 싶나?”

“…….”

“미안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죽으면 당신 어머니와의 재회는 두 번 다시 불가능해. 영혼이 만능은 아니거든.”

데이비의 말에 바사스 황자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살아서 대화할래. 죽어서 영영 이별할래.”

“살려주시오…… 반드시 살아야 하오!”

그의 외침에 데이비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그럼 이 악물고, 조금 따끔할 테니까.”

“무슨…… 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과 함께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온다.

의사들이 말하는 ‘조금 따끔할 거에요.’는 실은 죽도록 아프다는 뜻이라는 걸 데이비는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전생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조금 따끔할 거에요.’ 였으니 말이다.

“엄살피우지 마. 조금 따끔하다 그랬잖아.”

“끄윽…… 끄아아아악!!!”

“버텨. 마스터가 그것도 못 버텨? 살아서 어머니하고 재회해야지. 이 악물고.”

이가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이를 꽉 깨무는 그를 보며 데이비가 씨익 웃었다.

“자. 기본 조치는 끝났고. 이제 좀 아프다?”

참고로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조금 아플 겁니다.’는. 죽도록 아픈걸 넘어 아주 환장할 테니 각오하라는 소리라는 것 또한 데이비는 잘 알았다.

바사스 황자의 수술은 그로부터 약 40분 정도 지속되었고, 거의 반쯤 영혼이 빠져나간 몰골로 이동식 침대에 실려 수술실의 밖으로 나왔다.

“오라버니…… 신성력으로 치료하는데에도 그토록 괴로워하는 건가요…….”

수술을 마친 데이비에게 에이리아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묻자 데이비는 잠시 고민하다 이리 답했다.

“그럴 리가 있나. 다만, 외상 자체는 치료해도 지병이 하나 있더라고, 몸 안에 종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치료하는데 시간이 좀 들었다.”

종양.

암을 치료하는데 고작 40분밖에 안 들었다는 말을 지구의 의사들이 들었다면 기겁할 소리였지만 태연하게 내뱉는 데이비였다.

“악마가 따로 없군…… 짐은 저놈에게 치료를 받고 싶지 않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데오르트 황제와 알버스 황자가 동시에 말했다.

“폐하. 최근 간이 안 좋으시다고…….”

“커흠! 커흠! 요즘 간이 너무 좋아서 문제일세!!”

데이비의 눈이 무섭게 가늘어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