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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89화 (1,389/1,559)

제 1389화

하인스의 기술이 유출되었다는 사실은 콘타스 제국에서 있었던 회담의 내용도 있지만 고란 왕국 측에서 하인스의 고유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한몫했다.

현재 레디미아 황비가 떠나기 전까지는 다른 곳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는 만큼 이번 일은 비화에게 맡겨볼 생각이었다.

청단이와 홍단이는 학교의 동아리 여행, 에반젤린은 방송. 그 외에 다리안이나 아벨은 어린아이니 이런 일을 당연히 맡길 수 없다.

라는 게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사실은 조금 달랐다.

“은퇴한다고 선언했는데 단 한 번을 쉬질 못하게 하네.”

그냥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믿을만한 이를 내세우는 수밖에.

초단이는 제일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제일 인간과 동떨어진 존재라 할 수 있다.

겉보기엔 문제없어도 초단이의 사상이나 생각은 일반적인 생명체와 조금 다르기 때문에 자칫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

에반젤린은 워낙에 성격이 가는 대로 행하는 기분파에 가까운 만큼 절대 일을 함부로 맡길 성정은 아니었다.

아직은 어리니까.

반면 비화는 제법 사리 분별이 확실했다. 검이었으나 여신으로 우화하며 그녀의 생각 또한 많이 바뀜 셈이다.

유일한 문제점은 여신이라는 존재가 되면서, 그녀 또한 일개 생명과 다른 것들을 보고 느낀다는 사실인데…….

그래도 제일 상식적이지 않을까.

“아 참 아빠.”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찰나. 신이 나서 뛰쳐나갔던 비화가 창문을 열고 벌컥 들어오며 내게 말한다.

“아빠. 이걸 말해야 하나 계속 고민을 했는데요.”

말을 하면서도 고민이 되는지 비화는 침묵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내가 뭐라 말하려던 순간.

“사랑해요.”

펑!!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 * *

“그래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

미식연구회 부장인 유리아 헬리샤나와 영지개발부서의 부장 역을 맡고 있는 에오니샤가 비화를 직시했다.

“네. 맞아요. 고모.”

외향은 비화가 에오니샤보다 연상 같아 보이지만 실상만 놓고 보면 에오니샤가 손위 배분이 맞았다.

물론, 존재해온 시간만 따지고 놓고 보면 비화는 어지간한 인간 성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존재해왔다는 사실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흐음…… 이건 제법 심각한 문제네요. 하인스의 기술이 유출된다는 건…….”

“아빠는 유출을 상정해둔 기술이 여럿 있어요. 실제로 티오니스 대륙은 국제연합의 출범 이후 학회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연금술이든 마탑이건 그 외의 분야이건.

실제로 그 탓에 하인스 아카데미에서 발표하는 논문으로 인해 여러 기술이 흘러나간 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그것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 엄연히 기밀에 속하는 기술이에요.”

“정확히 어떤 기술이야?”

에오니샤의 물음에 비화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어벤저편대 골렘과 디셉티콘 편대 골렘의 중추기술. 그중 일부가 흘러나갔어요. 실제로 아빠가 고란 왕국과 전쟁을 벌일 때 그놈들은 미완성된 골렘을 동원하려 했구요.”

마폭탄 이외에도 군사국가인 고란은 어떻게 얻었는지 모를 골렘의 기술 일부를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기술에 담으려 했다.

물론, 중추기술이라곤 해도 정작 초 고위마법사 정도의 지식이나 마법이 없으면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껍데기만 이용해도 일반적인 골렘의 기술력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으리라.

“하인스에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자칫하면 국가 파워벨런스가 뒤틀려요.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겠죠.”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조금 선을 과하게 넘었네요.”

“내부의 인원이 빼돌린 건가…….”

“블랙마켓 쪽에서 기술이 저서된 사본이 돌아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잠시 침묵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유리아가 빙그레 웃으며 에오니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시적 동맹이라도 맺을까요?”

“그러죠.”

“두 분…… 싸우셨어요?”

“싸운 건 아닌데…….”

미식연구회 때문에 영지개발부까지 지원금이 삭감되는 일이 많아서 항상 투덕거렸던 모양이었다.

“그냥 뭐…… 미식연구회가 툭하면 뒤통수 후려갈기는 거지.”

“어머. 저희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 줄 알겠네요~”

“아니었어요?”

다시 이를 으득 갈며 투덕거리는 둘을 보며 비화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저렇게 적당 선을 지키지만, 만약 정말로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두 분. 장난으로 싸우는 거 맞죠?”

“네?”

“아뇨.”

그래. 저런 반응이면 차라리 다행이다. 별거 아니다 라고 말하면 사태가 제법 심각했으리라.

“부탁드릴게요. 아빠한테 두 분 모두 중요한 분인데 두 분이 싸우기 시작하면 그땐 두 부서를 박살 내버릴지도 몰라요.”

이게 단순한 협박이 아님은 아는지 서로 눈치를 살피는 둘이었다.

에오니샤든 유리아든 자신의 부서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건 곤란하죠. 우선 신뢰부터 쌓아볼까요?”

“우리 영지부서는 이미 신뢰도가 제법인데. 미식연구회는 사고를 하도 쳐서…….”

“자자 자잘한 건 그만두고 의견 좀 주세요. 아빠가 맡긴 일이라곤 하지만 솔직히 어디부터 들쑤셔야 할지 모르겠어요.”

비화에게 이런 일은 초보나 다름없었다.

“그렇네요. 막상 시작해보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겠죠.”

“우선은 정보를 취합하는 쪽으로 가볼까?”

“브레인스토밍을 할 겸 맛난걸 먹는 건 어떤가요?”

“…….”

둘 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다. 시작 전에 계획을 짜자는 유리아나 일단 닥치는 대로 정보를 모아보자는 에오니샤의 의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정당성이 존재했다.

“당장 해놓은 게 없는데 놀자고요? 계획이 나오질 않으니 정보를 얻자는 거죠.”

“신중하셔야 해요. 에오니샤 왕녀님. 이건 몬스터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내는 게 아니에요. 하인스에 숨어있는 시궁쥐를 찾아내는 거죠. 그것도 제법 똑똑한.”

“그게 무슨 상관…….”

“후후. 아직 어리시긴, 상대는 시각장애인이나 귀머거리가 아니에요. 저희가 이렇게 정보를 캐고 있는 모습을 대놓고 보이기 시작하면, 곧바로 경계에 들어가겠죠.”

“그건…….”

누가 보면 사이비 교주라고 할 정도로 유리아는 에오니샤와 비화를 살살 구슬렸다.

“그러니까. 시작 단추를 잘 꿰어야 해요. 상대는 저희가 단순히 늘 하던 다과회를 하는 줄 알겠죠. 다만 그 과정에서 은밀하게 정보를 캐내야 하고요.”

“그냥 그림자 분들 도움을 빌리면 안 되나요?”

“그분들은 지금 최소인원만 남기고 기술이 유출된 외부 쪽을 조사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도 잠입계통에 한해선 그림자의 수장조차 혀를 내두르는 미식연구회인지 유리아는 제법 놀라운 판단력을 보여주었다.

“정보를 캐는 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상대는 현재 자신이 들킬 거라곤 생각지도 않을 거예요. 정말 들킬 거라는 일말의 걱정이 있었다면…….”

“겁도 없이 여기서 그런 일을 저지르진 않았겠죠. 들켜도 상관없다. 도망가면 그만이니. 라는 사상이 안 먹힌다는 건 이미 봐서 알 테니까.”

유일한 활로는 절대 들키지 않는 것. 실제로 외부에서 문제가 발생학에 아니었다면 기술유출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절대 안 들킬 자신이 있거나.

혹은 정말 똑똑하거나.

어느 쪽이건 흥미롭기 그지없다.

“자. 그럼 우리 미식연구회에서 이번에 새로 만든 자신작을 드셔보실래요?”

유리아가 손뼉을 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륀느가 양손과 머리 위에 쟁반을 얹은 채 슈르륵 들어왔다.

“완벽 숙성. 륀느가 높게 평가.”

“어머 정말요?”

겉보기엔 정말로 멀쩡한 쿠키였다.

하지만 그동안 당한 게 있었는지 에오니샤가 움찔하며 물었다.

“저기…… 이거 재료가 뭐죠?”

“독은 아니에요. 드셔보세요.”

유리아가 한입 해보라며 쿠키를 입안에 넣고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륀느 또한 무표정으로 쿠키를 집어 먹고는 들썩거리며 말한다.

“륀느가 맛을 높게 평가. 성공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

너무 맛있게 먹는 두 사람의 모습에 에오니샤는 불안한 표정으로 쿠키를 내려다보다 한입 집어먹었다.

그리고 찾아오는 황홀한 맛의 향연에 그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하아…….”

“맛있죠?”

“커흠!! 마…… 맛은 있네요!”

한껏 풀어진 표정으로 대답하던 에오니샤가 흠칫 놀라 표정을 가다듬는다. 분하지만 맛은 좋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걸 인정하면 지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죠? 오래 숙성시키길 잘했네요.”

“그런데…… 이거 대체 뭘로 만든 거죠?”

에오니샤는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나 생각하며 재료를 물었다.

미식연구회가 이상한 짓을 하긴 해도 멀쩡한 음식을 만드는 경우도 제법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유리아의 대답에 비화와 에오니샤 모두 먹던 것을 그대로 뱉어버리고 말았다.

“아아. 그거요? 일반 고급 밀에 각종 조미료가 들어갔어요. 다만, 유일하게 우유가 다르죠. 우유는 한창 뱃사람들 홀려 먹는 세이렌의 것을 아주 중요한 기술을 이용해서 가공시켜서…….”

“우웨엑!!”

결국, 참지 못한 에오니샤가 울먹거리며 주저앉아버렸고, 비화는 떨떠름한 얼굴로 손에 쥔 쿠키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세이렌은 지구에 있는 인어, 소야와 달리 몬스터에 가까운 존재다.

생긴 것은 소야와 흡사하나 그 위계는 한참 못 미치는 저급 몬스터였다.

“내가 미식연구회를 믿은 게 잘못이지…… 어휴…….”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맛이 너무 기가 막힌다는 사실이었다.

당장 재료만 숨기고 내놓는다면 엄청난 인가를 호가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실제로 이런 식으로 나가서 대륙에 붐을 일으켜 인식이 바뀌어버린 음식도 더러 존재했다.

이를테면 절대 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하피의 일부 부위나 생긴 게 혐오스럽다며 먹는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메가 웜의 혓바닥 같은 것들이 말이다.

지금은 거의 없어서 못 먹는 별식취급을 받을 정도로 미식연구회는 생각 이상으로 대륙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아마 이 쿠키도 그런 부류가 아닐까.

구역질하며 울먹거리는 에오니샤를 뒤로한 채 표정을 찌푸리고 있던 비화가 중얼거렸다.

“이건 우리 후배님 먹여야지. 히히…….”

후대 넬타리드가 들었다면 기겁을 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계획을 어떻게 짤건데요?”

울먹거리며 에오니샤가 입가를 스윽 닦고 물었다.

그러자 유리아는 륀느를 흘끗 보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아니, 행동하기 전에 면밀하게 계획을 짜야한다면서요……. 상대에게 들키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고.”

“네. 그랬죠?”

“그런데 아무 계획이 없어요?”

“넹~”

장난스러운 대답에 에오니샤의 이마에 실핏줄이 돋았다.

“아오. 진짜!!!”

미식연구회의 생각은 일반적인 케이스와 많이 달랐다.

“부장. 최근 영지 주방장의 사표를 수리 중. 결재 부탁.”

“아. 그분도 떠나시나요. 아쉽게 됐네요.”

“응? 주방장이요?”

“네~ 실은 영지를 관리하던 주방장님이 이번에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셨다고 사표를 내셨거든요. 저희가 이쪽 일도 관여하다 보니 사표를 수리해주고 있었어요.”

관련 부서다 보니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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