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09화
좌정관천.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 위로 보이는 하늘밖에 보지 못한다.
새로이 태어난 차원의 여신 베스타에게 있어서 세상은 좁고 편협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그녀의 잘못이냐 묻는다면 그 또한 애매한 답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정상적인 여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어떤 제약도 없이 마구잡이로 일을 벌였다.
본래 존재할 수 없는 여신이지만 차원이 그녀를 만들어 냈고, 그녀는 차원의 수명조차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자신의 힘을 방출했다.
물론, 그녀의 차원에 있을 땐 그 영향력으로 인한 여파가 적은 편이었지만 티오니스와 이어진 시점에서 그것은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온전한 규칙과 정도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힘을 발현한다는 것은 그녀와 그녀를 만들어 낸 차원의 소모를 순식간에 가속화할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하늘이 일렁이며 공간이 찢어진다.
그리고 새하얀 성전 부대의 갑옷을 입은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음…….”
“여신이시여. 명령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놀라울 정도로 우직한 모습을 보이며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 필두사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그래.”
본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 차원에 넘어옴과 동시에 모든 것을 비틀고 감히 유일신에게 대적한 존재들에게 그 죄를 각인시켜주려 했다.
하지만 차원을 이어붙이고 넘어온 직후부터, 아니, 푸른 머리의 사도를 베어버린 후부터였을까.
그녀는 알 수 없는 피로감이나 탈력감이 전신을 장악하는 걸 느꼈다.
감히 유일신의 육신에 문제가 생긴다고?
애초에 그녀가 만든바 없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부터 유일신의 전제 가능성을 버렸어야 했지만, 그녀는 자신과 같은 절대적인 힘을 지닌 신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좋은 예시로 그녀를 막아선 푸른 머리의 사도 또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소멸하지 않았던가.
잠시 알싸해지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 쥐던 그녀는 이내 그녀만을 보고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찮은 피조물. 고작해야 미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이끄는 신도들이기도 했다.
“들어라. 유일신 베스타의 이름으로 명한다.”
몸에서 올라오는 정체 모를 구토감을 억누르고 그녀는 근엄하게 말했다.
“너희는 축복받았다.”
잠시 눈을 감은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가 딛고 서서 살아가던 그 땅은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던 세상. 완성되지 않았으나 언젠가 진정한 낙원으로 거듭날 장소.”
실제로 그녀가 폭군 같은 면모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힘을 남용하면서 그녀의 차원에 막대한 발전을 가져오거나 막무가내식 풍요를 가져왔다.
그래야 잘 따르니까.
비록 그곳에 사는 피조물들이야 크게 중요한 게 아닐지 몰라도 여신 베스타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은 정말 따분하다 여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낙원에 암운이 드리웠구나.”
그녀의 말에 병사와 기사들 사이로 전쟁의 광기가 아주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만족하지 못하고 감히 유일신의 성역을 더럽히려 했다. 너희에게 내려준 낙원을 더러운 흙발로 짓밟고. 감히 여신의 사도를 죽였다.”
그녀의 눈에 분노가 서린다. 자신의 것을 파괴한 외부의 존재에 대한 분노였다.
“대답하거라. 너희 낙원을 지켜내고 싶으냐?”
“지켜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무기를 들어라. 너희들의 낙원을 침략했던 침략자들에게 보여 주거라. 성역의 주인들의 분노를. 더러운 침략자에게 철퇴를.”
그녀가 양팔을 펼친다. 조금 전부터 신력이 말을 잘 안 듣지만 상관없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온 신성이 모든 이들에게 스며든다.
막대한 힘과 속도, 그리고 체력을 얻은 그들은 눈앞에서 목도한 신의 기적에 탄성을 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비록 필두사도 중 하나가 은밀하게 고독과 사룡을 만들려 했지만 다른 필두사도들 조차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여신께서 성역에 거주하는 미물 같은 우리를 위해 이토록 강대한 축복을 내리셨다.’
“이 땅에 존재하는 하찮은 사도들은 너희들의 어머니인 내가 막겠다. 가서 보여 주거라. 너희가 어떤 존재인지. 누가 신의 은총을 받았는지를!”
그녀의 말과 동시에 필두사도중 하나가 소리친다.
“전군!!! 진영을 꾸리고 진군을 준비하라!!”
이 땅이 얼마나 넓은지는 사실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필두사도라 할지라도 막무가내로 진군하는 건 멍청한 짓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필요한 것은 정보였다.
필두사도들은 곧바로 가장 가까이 있는 상당한 규모의 영지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들은 소속 불명예 수많은 군대가 갑자기 진군해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소란이 일며 성벽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올라와 긴장한 얼굴을 했다.
저들이 적이라면 자신들은 지금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저들의 배후가 누구고 저들의 정체가 무엇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수많은 이들이 죽게 될 테니까.
특히 영지의 주민들은 최근 있었던 내전으로 인해 병사들이 많이 상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국가 총력전 급의 병력이 몰려온다? 게다가 막대한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까지.
겁을 먹지 않으려야 안 먹을 수가 없었다.
데이비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베스타가 있는 차원은 엄연히 본래의 규칙을 모조리 짓뭉개고 활동하고 있다.
그 때문에 단시간에 다수의 마스터를 보유했고, 그 영향력도 가히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진군하는 성전기사단원들을 향해 성문이 열리며 기사 중 하나가 황급히 달려나간다.
“머…… 멈추시오!!!”
미친 듯이 말을 몰아 진군한 그는 말에 탄 채 천천히 진군해오는 성전 부대를 향해 소리쳤다.
“소속을 밝히시오!! 이 이상 접근하면 응전할 수밖에 없소이다!!”
노장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구른 자들의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새하얀 갑주를 입은 이들이 무슨 목적으로 몰려오는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을 정도였다.
기사의 외침에 필두사도 중 하나가 천천히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병사들의 눈에 흉흉함이 서린다.
분위기만으로도 노장을 짓뭉개버릴 것 같은 묵직함이 감돌았다.
“무릎을 꿇어라. 노장이여. 감히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구나.”
“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인가! 바니스 백작가요? 아니면 베나 후작가인가!! 이곳은 파르투스 백작의 영지! 이 같은 무력행위는 사전에 합의된 바도 없는 기습공격이오!!”
그의 외침에 필두사도 중 하나가 천천히 나선다.
터엉!!!
-히이이이잉!!!
동시에 말에 타고 있던 사내가 튕겨 나갔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말 또한 깜짝 놀라 길게 울고는 도망가버렸다.
바닥에 쓰러져 큰 부상을 입은 노기사에게 다가간 필두사도는 그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머리를 조아려라. 유일신이신 베스타 여신님의 앞이다.”
“그…… 무슨…….”
“여신의 이름으로 이 땅의 악을 모두 정화하겠다. 저 성은 그 시작을 알리는 종이 될 것이며,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감히 성역을 범하려 한 죄를 묻기 전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미…… 미쳤군! 당신들…… 라운의 왕국 국민이 아니었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대체 누가 미치지 않고서야 라운을 공격한단 말인가!!!”
하는 행동, 말투, 그 외에 모든 것이 라운 왕국민과 거리가 멀었다.
노기사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절망감을 느꼈다.
그리고, 기사들을 은총 하듯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소녀라고 해야 할까. 여인이라고 해야 할까. 앳된 외모를 가진 그녀는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공포가 스멀스멀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저건 정말로 위험한 여자다. 마스터 급의 존재가 내뿜는 살기보다도 더 깊고 무서운 무언가.
노기사는 곧 불바다가 되어버릴 영지를 생각하며 구슬픈 생각을 품었다.
현재 영지는 저만한 수의 병력과 이토록 강대한 존재들을 막을 힘이 없다.
그리고 워낙에 기습적인 공격이라 왕실에 알릴 틈도 없었다.
차라리 하인스를 친 것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달랐다.
“아아…… 프리아 여신이시여…….”
“감히…… 유일신 베스타 님께서 계시거늘!! 어디 하등한 잡신 따위를 부르짖는단 말인가!!”
“이단이다!!”
“이단이다!!!”
동시에 병사들이 일제히 핼버드의 장대를 땅에 쿵쿵 내리치며 입을 모아 소리쳤다.
“이단에게 처단을!”
“이단에게 죽음을!”
“침략자에게 징벌을!!”
광기에 가까운 외침 속에서 노기사는 자신을 압박하는 힘이 점차 강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저자를 수감하라. 그리고. 전 병력.”
필두사도가 말을 타고 앞선다.
“여신님의 명에 따라 진군한다.”
라운 왕국 내엔 많은 귀족들이 존재한다.
파르투스 백작가는 라운 왕국의 북부에 위치한 중규모 형태의 영지였다.
국경과 마주한 것은 아니지만 제법 전략적인 요충지였기에 이곳을 뚫리면 라운의 수도까지 일직선의 길을 내주는 셈이었다.
게다가 영지 내의 토지가 비옥하고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광산도 존재하는 터라 영지는 제법 부유한 편이었다.
게다가 파르투스 백작은 유별날 정도로 자신의 영지민들을 아끼는 여인이었다.
여인의 몸으로 백작가의 후계자가 된 그녀는 영지를 지탱하는 모든 영지민들을 평등하게 아끼는 인물로 인망이 두터운 인물이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병력의 진군에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백작님! 도망가십시오! 이곳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무슨 소리냐……. 절대 그럴 수 없다.”
세월의 무게가 서린 주름살을 찌푸리며 중년의 여인이 갑옷을 입고 나섰다.
그들의 진군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은 얻을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영지의 수비병력은 1천 남짓이었고, 상대는 어림잡아도 5만이 넘었다.
그것이 여신 베스타가 굴릴 수 있는 상비군이라는 사실이 더욱 황당한 일이지만 베스타가 통치하는 어린 차원은 그게 가능할 정도로 구조 자체가 기형적이었다.
본래라면 절대 불가능해야 할 뒤가 없는 행동.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무지한 신의 여파였지만 백작의 눈에는 저들이 갑자기 나타난 악마보다 더 두려운 존재로 다가왔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백부장.”
“예! 백작님!”
“피난준비를 서두르게. 나와 병사들이 막는 동안 반드시 도망쳐라. 이미 조정에 보고를 띄우긴 했지만 그쪽에서 움직이는 것도 한계가 있을 터.”
“하…… 하오나 백작님!”
“영지민들을 지키지 못한 나는 도망칠 자격이 없다. 이곳에서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려 모두를 지키다 장렬하게 죽겠다.”
말려야 하지만 백작의 심지는 굳었다.
이에 병사들은 압도적으로 절망적인 수의 차이에서도 전의를 불태웠다.
“백작님을 따르라!! 우리의 터전을 훔치러 온 저 간악한 미치광이들에게 우리의 저력을 보여 주자!!”
저들이 대화를 무시한 이상 저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외국의 병력이라고 하기엔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던 만큼 저들의 정체는 아마 살아서 알지 못하리라.
하인스에서 만든 고성능 통신용 수정구를 통해 지원을 요청한다 해도 백작가 주변의 영지는 죄다 그녀와 척을 진 자들뿐이었다.
도우러 온다 할지라도 아마 미적미적 댈 가능성이 높으리라.
그리고 설사 소드마스터인 페일트리스 후작이 지원을 온다 할지라도 그 거리가 상당하니 시간이 걸릴 터.
유일한 가능성은 하인스 영지인데. 하인스 영지와 이곳의 거리는 상당한 편이다. 아무리 데이비 대공이라도 도우러 오기엔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만약 국왕 바리스가 하인스에 명령을 내린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만.
뿌우!!!!
“백작님! 저들이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활을 들어라!! 빌어먹을…… 수성 장비가 없는 것이 큰 문제로구나…….”
절망 어린 상황에서 백작이 이를 악물었다.
저들의 진군을 얼마나 버틸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척…… 척!!
긴장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겁도 없이 천천히 진군하는 그들은 마치 활을 쏠 거면 어디 쏴봐라 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군!! 발사!!”
이윽고 백작의 외침과 동시에 성벽에 있던 수많은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아무리 단단한 갑주라도 이 정도의 화살 세례라면 수를 어느 정도…….
“뭐…… 뭣이?!!”
경악한 백작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병사들이 쏜 화살이 침략자들에게 닿지도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동시에 특수한 복장을 한 열댓 명의 인물들이 앞장서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마스터에게서 느낀 것 이상으로 끔찍할 정도로 강해 보이는 존재들.
백작은 이 싸움이 처음부터 공성전이 아니라 그냥 학살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저들이 어디서…….’
허탈한 탄식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마법 활을 집어 들고 활시위를 당겼다.
과거 하인스 영지의 드워프에게서 비싼 값을 주고 구했다며 진상 받은 활이었다.
마법이 깃들어있다고 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짜드드득…….
줄이 팽팽히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화살을 쏘아 보냈다.
맹렬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든 화살은 앞서 진군하는 이들 중 한 명의 목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어리석은 놈.”
푸욱!!!
하지만.
그녀의 화살이 박힌 것은 지면도, 대상도 아닌…….
“어…… 어째서…….”
그녀의 몸이었다.
마치 비웃음이라도 던지는 것일까.
분명히 적을 향해 날아갔건만. 화살은 어째서인지 그녀의 몸에 박혀 있었다.
“끄륵…… 끅…….”
“배…… 백작님!!!!”
“쏴라!! 화살을 쏴라!!!”
자신들의 영주이자 지휘관이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병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당기고 바위를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그들이 쏘는 무기는 여신 베스타의 축복과 필두사도들의 힘 앞에 무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하늘의 암운이 드리우며 구슬픈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병사들은 겁에 질려 와들와들 떨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그 병사들을 위해 도망가지 않고 남은 일부 영지민들은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윽고 척척 소리를 내며 진군하던 병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사기와 공포. 그리고 대지의 진동이 몰려들었다.
얼마나 버티는 게 아니었다.
얼마 만에 학살당하는가가 관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침략자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준비의 차이가 너무도 거대했다.
그때였다.
어둡던 하늘이 한층 더 어두워진다.
동시에 하늘의 기상까지 조절하던 여신 베스타를 시작으로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무엇이지?”
여신 베스타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시선에 보인 것은 하늘에 뜬 거대한 배였다.
베스타의 병사와 기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하늘의 배를 보며 주춤했다.
하지만 반대로 백작 영지의 병사들은 그것의 정체를 천천히 깨달을 수 있었다.
“하…… 하인스…….”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나타났다!!!“
그 말과 함께.
하늘에 뜬 비공정의 포신에서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내 지상을 향해 빛으로 된 포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쩌엉!! 쩡!!
막대한 힘이 서린 에너지포는 베스타가 만들어 낸 신격 보호막과 충돌했다.
막대한 포격에 베스타의 표정이 왈칵 찌푸려진다.
무시하기엔 화력이 상당했던 탓이었다.
“그래. 침략자주제에 가진 수는 있다 이거겠지. 재밌구나. 어디 한번 해보거라.”
그녀는 그리 말하며 손을 휘저어 더욱 강력한 보호를 그녀의 모든 병사에게 걸었다.
신력이 말을 안 듣고 비명을 내지르며 그녀의 차원의 수명이 급속도로 줄어들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것이 단순한 인사치레라는 것을 말이다.
하늘에 뜬 배가 포격을 멈춘다.
“포격이 멈췄다! 진군하라!! 저들에게 신의 철…… 어?”
병사들을 이끌고 진군하던 필두사도들은 곧이어 벌어진 일에 모두 침묵했다.
거대한 배에서 떨어진 거대한 빛의 구체가 마치 영역을 정하듯 원 테두리를 만들어 냈고.
그 영역안에서 마치 개개인의 공간 이동을 하듯 다수의 인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터질듯한 근육을 지닌 사내였다.
그는 양손에 낀 너클을 쾅! 소리 나게 부딪힌 뒤 저벅저벅 걸어 나왔고 그 뒤를 이어 빛의 기둥이 퉁! 퉁! 소리를 내며 하나둘 어떤 존재들을 불러냈다.
“x발, 살면서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는 처음이네. 되다만 신격이 미쳐가지고.”
“격한 말은 좋지 않지만. 프리아 여신님을 공격한 건 조금 문제가 되네요.”
“진짜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일개 병사가 지휘를 하는 황제에게 소리를 질러도 이것보단 덜 어이가 없을 거다.”
커다란 금속 메이스를 땅에 쾅! 소리 나게 떨어뜨리며 성의를 흩날리는 보랏빛 머리칼의 여인.
펑퍼짐한 드레스를 입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으나 절대 자애롭게 볼 수 없는 사기를 두르고 있는 여인까지.
그 외에도 활을 든 엘프나 검을 든 사내 두 명.
그 수는 5만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숫자였지만. 절대 가벼이 볼 수 없었다.
본래라면 나타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이번 사태는 절대 그렇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데이비가 미쳐 날뛰면 이쪽도 머리 아파지니까.”
“말은 똑바로 하지, 형씨? 그냥 눈 돌아간 거 아냐?”
낡은 지팡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한 손에 부적을 여러 장 들고 있던 청년이 히죽 웃자 거검을 든 사내가 피식 웃는다.
“그래. 부정할 순 없겠군.”
베스타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뒤늦게 눈치챘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의 행동에 경악한 건 저들뿐만이 아니었으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이가 더 있다는 것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