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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10화 (1,410/1,559)

제 1410화

여신 베스타는 현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방금 저 하늘을 나는 비행선에서 떨어진 빛무리에서 느껴진 것은 신력이었고.

그 신력을 통해 소환된 이들이 보여준 건 다름 아닌 강림이었다.

인간은 강림을 사용할 수 없다.

베스타가 있던 세계에선 그녀의 은총을 받은 일부 강자들이 공간을 넘는 특수한 힘을 얻은 케이스는 존재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달랐다.

그들이 사용하는 건 은총을 기반한 공간 능력.

그리고. 지금 눈앞의 존재들이 사용한 것은…….

“여신이시여. 감히 여신의 앞길을 막는 저들을 배제하겠나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필두사도들은 각기 자신들의 힘을 끌어내며 공격할 준비를 한다.

“감히. 여신님의 앞길을 막은 죄는 무거우나. 깔끔한 죽음만으로 자비를 베풀어주마.”

한 사내가 새까만 화염을 일렁이며 선두에 서서 빠르게 접근해온다.

“아…… 자…… 잠!”

뭔가 이상하다. 이게 아닌데.

강림이라니. 인간은 그런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그녀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특히. 안대를 쓴 작달막한 체구의 소녀와. 연분홍빛 머리칼의 여인은 더더욱.

“죽음으로 죄를 사하……!”

자신만만한 얼굴로 빠르게 접근하는 필두사도를 향해 베르타가 황급히 소리쳤다.

“자…… 잠…….”

쓰으으읍!!! 퍼어엉!!

“깐…….”

여신 베르타의 말은 끝내 모두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막대한 연기가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키히히히히!!”

광기 서린 웃음과 함께 마치 종잇장처럼 유연하게 주먹을 피해낸다.

동시에 주먹이 뻗어지며 생긴 빈틈으로 손이 뻗어져 들어갔다.

필두사도 알스의 능력인 검은 화염이 폭발한 것이다.

시체의 잿더미 하나 남기지 않고 불타오를 포악한 화염.

알스의 능력을 아는 이들은 모두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오만하게 나선 사내의 온몸이 타들어 가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라고.

하지만 뒤이어 벌어진 일은 그들 모두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제법이긴 한데. 매운맛이 조금…… 부족하네.”

“이게 뭔 개 같은…….”

검은 화염에 휩싸여있으면서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팔을 뻗어 그대로 알스의 멱살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검은 화염 속에서 사내의 안광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 제어기]

[명치 세게 치기]

단단한 주먹이 날아드는 것조차 제대로 본 이가 없었다.

일격이 날아든 한방은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고 일순간 알스와 그가 서 있는 하늘의 구름 일부가 찢겨 나갔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알스의 등에 커다란 원형태의 붉은빛이 감돌았다.

피에 젖은 것처럼 점차 그 규모를 늘린 원은 이내 형태를 일그러뜨리며 주르륵 흘러내렸고 알스의 육신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필두사도중 하나. 비록 무력순위가 높은 편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여신의 은총을 받은 존재인 필두사도다.

그런 그가. 반항조차 못 하고 피거품을 문 채 쓰러진 것이다.

누가 봐도 일격에 즉사한 모습이었다.

“무…… 무슨…….”

“내가 어지간하면 별로 간섭을 안 하는데. 선을 넘으면 안 되지.”

씨익 웃으며 덩치 큰 사내가 손을 뚜둑뚜둑 소리 내며 꺾었다.

“햇병아리들이 감히 누구에게 검을 들이대.”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팔에 들러붙은 검은 화염을 툴툴 털어내 강제로 꺼버린 그가 쓰러진 시체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척 봐도 굉장히 위협적인 화염이었건만, 그에겐 닿지 않는 듯 보였다.

“한 번만 더 몸 험하게 굴리면 진짜 뒤져.”

뒤이어 정령 여제 유리아나가 짜증스레 말하자 근육질의 사내. 유르그가 굽신거렸다.

“예 마님.”

“아오, 얄미워.”

볼품없이 구르며 돌아온 필두사도의 시체에 베르타 진영의 필두사도나 병사들은 물론, 이 상황을 지켜보던 백작저의 방어 병력들도 모두 입을 떡 벌렸다.

모르긴 몰라도 극도로 위험해 보이는 화염에 노출되었었다.

하지만 어떤 방어구도 없이 단순히 털어내는 것으로 화염을 꺼버렸다?

저런 존재가 있다는 말은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하늘에 뜬 비공정은 분명 라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는 하인스의 비공정 아스가르드.

그렇다면 데이비 올 라운 대공은 소드마스터 이상으로 위압을 내뿜는 존재를 일격에 제압할 인재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는 소리였을까.

나타난 이들이 모두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제는 단순 일개 영지. 일개 국가 수준의 전력이 아니었다.

한때 하인스를 견제하지 않는 국가들을 보며 의아해하던 귀족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던 백작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적당히 강해야 비벼보거나 틈을 찾지. 정도가 지나치다.

“운 좋은 줄 알아. 데이비가 직접 나섰으면 여긴 지옥도가 열렸을 테니.”

미친놈. 지금은 뭐가 다르냐.

수가 압도적이다 못해 절망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필두사도 하나가 손도 쓰지 못하고 피떡이 되어 사망한 상황에서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 드가자!”

이윽고 유르그가 서늘하게 웃음과 동시에 오딘이 지팡이를 가볍게 바닥에 두드린다.

투웅…….

쿠웅!!!

동시에 하늘에 뜬 구름들이 원으로 찢어지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떨어지는지 모를 얇은 광선 하나가 병력의 중앙에 내리꽂혔다.

공격력은 없었다.

당황하던 병사들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의문을 품었다.

“잠깐만. 야 오딘, 이 미친년…….”

쩌어어어어엉!!!

그리고 시작된 것은.

[초월계 극마법]

[은하수]

하늘의 심판이었다.

마치 행성을 정화하는 광선이라도 쏟아지듯 어마어마한 광선이 일순간 병력들이 있는 땅에 내리꽂혔고, 그대로 마치 화가가 붓을 거칠게 그어버리듯 일렬로 날려버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광선이 비스듬하게 빗겨나가며 대지를 그어버린다.

“아…… 저 미친년…….”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온전히 들릴 정도로 모든 게 고요해졌다.

“미친…… 저게 대체…….”

필두사도중 하나가 겁을 단단히 집어먹고 이를 딱딱 소리 내며 부딪혔다.

하늘에서 떨어진 광선, 그리고 그 광선이 그어버리면서 지나간 곳은 대지하며 산이며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붉게 타버린 흔적과 화강암이 녹아 생긴 용암의 흔적들만 있을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대마법이다. 저걸 막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대규모 마법이건만.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건 그녀의 마법 준비가 너무도 짧았다는 사실이었다.

“괴…… 괴물…….”

여신 베스타가 있음에도 성전 부대의 모두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그들에게 마법을 폭격한 것은 엄연히 현신한 뒤로 짧은 시간 만에 타나토스를 쫓아내 버렸던 대마법사.

회랑 최고 연장자인 헤라클래스를 제외한 최고 연장자인 마법사의 신, 오딘이었으니까.

‘말도 안 돼…… 저만한 힘을 쓰고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여신 베스타는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은 유일신.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은 그저 피라미이며 미물일 뿐이다.

그녀가 태어나면서 익숙하게 받아들인 진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녀가 무리하게 차원을 이어붙이며 문제를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도 아닌 태초의 신에게 상처를 입히려 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변화시켜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괜찮은가요?”

“프리아 여신을 해치려 했다는 게 모든 법칙을 무시하고 있나 보네. 나도 이 정도 화력이 나올 줄 몰랐는데.”

마음만 먹으면 행성도 터뜨려버릴 수 있는 이들이기에 힘을 억제했음에도 이 정도였다.

마법 한 번에 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잿더미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것도 오딘이 최대한 피해를 억제한 게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이쯤 되면 필두사도들이라고 별다를 수는 없었다. 공포에 덜덜 떨며 자신들의 여신의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여…… 여신이시여…….”

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로 필두사도들이 베스타 여신을 바라보았지만, 여신이라고 별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그녀의 힘은 강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의 그 광선. 그녀가 맞아도 어찌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을.

대체 자신이 어딜 공격한 것인가.

그만큼 눈앞의 현실은 그녀조차 믿기 힘들었다.

그때였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던 땅속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온다.

검은 화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열을 몸에 달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존재.

스켈레톤 언데드였다.

다만 그들의 힘은 여신 베스타가 보기에 섬뜩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스…… 스켈레톤!”

“노…… 놈들을 죽여!!”

스켈레톤 자체는 큰 힘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일반적인 스켈레톤일 경우에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데스 로드의 이름으로 명합니다.]

[이 땅에 밤을]

이어지는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의 한마디에 태양이 사라진다.

마치 밤처럼 어두워진 세상에는 활활 타오르는 스켈레톤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모두 눈치챌 수 있었다.

저 스켈레톤들이 누구인지를 말이다.

조금 전 마법에 지워져 버린 존재.

그리고, 그 스켈레톤 중 하나가 불타는 헬버드를 가볍게 휘두르자…….

막대한 검기가 발생하며 근처에 있던 병사 대여섯의 목을 날려버렸다.

정상이 아니다.

이 스켈레톤들.

단단히 미쳤다!

제 아무리 신명을 달고 있는 이들이라도 이쯤 되면 극한의 공포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주…… 죽고 싶지 않아!!”

“사…… 살려줘!”

“여신이시여 제발! 저희들을!! 끄아아아악!!”

뒤늦게 필두사도들이 황급히 힘을 끌어내 어떻게든 병사들과 기사들을 구하려 했다.

아비규환이 된 난장판.

고작 단 두 명의 마법으로 인해 벌어진 대 난전을 더 이상 지속했다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갑작스레 허공에 붙잡힌 듯 움직이지 않은 팔에 우뚝 굳어버렸다.

“이…… 이건 무슨…….”

서걱!!!

동시에 두 명의 사내가 그들을 지나치며 전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거참 안타까운지고. 끅!”

“힘 조절 하지, 형씨.”

술에 잔뜩 취한듯한 사내와 또 다른 검을 든 사내의 목소리와 함께 필두사도중 두 명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여신의 은총?

막대한 병력?

웃기는 소리. 저들은 단순히 진압할 뿐이었다.

* * *

“흐으…… 흐으!!”

허겁지겁 도망치는 여신 베스타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전지전능의 힘?

베스타는 그녀의 차원에서 못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녀가 데려온 병력은 일부 선발대라곤 했지만, 필두사도들이 모두 참여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살아남은 이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처절하게 자비를 구걸하던 이들을 보며 그녀는 터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췄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이렇게 모두 죽일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할 생각은 없었다.

침략자에게 응징을 해주려던 것뿐인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인지.

살아남은 것은 그녀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필두사도와 병력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끌어내려던 순간.

거대한 석장을 허공에 후려쳐 일대 신력을 동결시켜버린 미친 여자의 말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여신님 여신님. 당신의 어린양이 요구하는데. 저 미친년의 힘이 더 이상 당신의 땅에서 활보하지 못하도록 당신의 은총을.]

그녀는 신관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경하기 그지없는 기도를 읊으면서도 베스타가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신관보다도 압도적인 힘을 냈다.

자신은 전능의 절대 신이 아니었던가. 어째서 이쪽 신의 사도가 내뿜는 힘의 잔재만으로도 자신의 은총이 모조리 흩어져버릴 수가 있는 것인지.

두려움에 빠져 미친 듯이 도망쳤다.

본래 차원으로 가기 위해선 그녀의 힘이 다시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 미친 신관으로 인해 그것조차 불가능한 상황.

타나토스조차 당혹게 할 정도의 힘을 고작해야 갓 태어났으며 힘도 부족한 햇병아리 여신이 어찌할 수는 없었다.

“허억…… 허억…….”

그렇게 필사적으로 달렸을까.

여신의 품위는 잃어버린 채 옷 곳곳에 흙이 묻은 그녀는 숨을 거칠게 쉬며 천천히 걸어 나아갔다.

그리고.

우뚝 굳어버렸다.

그곳에는 그녀가 처음 공격했던 푸른 머리칼의 여신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너…….”

베스타의 눈에 서슬 퍼런 한기가 서린다.

이게 다 저 망할 사도 때문이다. 감히 사도 주제에 전능 신인 자신을 이리도 욕보인단 말인가.

그녀가 화를 내며 다가가려던 그때였다.

프리아 여신은 태블릿을 들어 천천히 글귀를 출력했다.

[미안하구나.]

“닥쳐! 일개 사도 따위가 감히 나를 내려다 보…….”

그때였다.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에 그대로 베스타의 머리채를 뒤에서 잡아당겼다.

퍽!!

동시에 우악스러운 충격이 그녀의 오금에 작렬했고 베스타는 그대로 무릎을 꿇듯 주저앉았다.

“꺅!!”

깜짝 놀란 고개를 돌려본 그녀는 이내 자신을 공격하고 머리채를 잡아낸 게 누구인지 확인했다.

검은 머리칼의 소녀와 한 소년이었다.

“선배님! 이럴 시간 없습니다! 선배님 아버지가 지금 눈 돌아간 거 안 보이십니까?! 잘못하면 그냥 죽는 거로 안 끝납니다! 성역의 사도분들이 막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프리아 여신이 공격당한 것으로 데이비의 눈이 돌아가 버렸다.

매일 제 맘대로 한다고, 툭하면 말도 안 하고 사람을 장난감 취급한다고.

그렇게 화를 내지만 데이비에게 프리아 여신은 그만큼 각별한 존재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데이비 성격상 이미 골백번은 반목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 그가.

지금 프리아 여신이 공격당했다는 이유로 폭발 직전이라는 걸 알기에 그를 베스타에게 이어붙이는 미친 짓을 할 순 없었다.

“알고 있으니 닥쳐!”

짜증을 낸 비화가 손을 강하게 휘젓는다.

동시에 그곳에 있던 네 신 모두 중간계에서 흩어지듯 사라졌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베스타가 정신을 차린 장소는 거품 세계의 성역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신성한 공간.

프리아 여신의 성역이었다.

침략자의 말로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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