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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12화 (1,412/1,559)

제 1412화

솔로모니아는 첫 번째로 베스타가 있는 차원을 맡겼다.

그 과정에서 이 무개념 여신의 무리수로 인해 일이 커지긴 했지만, 본래라면 이렇게 커질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솔로모니아. 그놈 여신님이 만든 거 맞다는 거죠?”

내 물음에 여신은 뭔가 토라진 듯한 기색을 내며 내게서 등을 돌린다.

“아니 화 좀 푸세요. 좀.”

감정이 생기니 이런 꼼수까지 부릴 수 있게 된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여신 베스타가 있던 차원은 여신이 다시금 거두었다.

괴사하고 있는 다른 차원과 달리 그녀의 차원은 유독 상태가 심각했다.

그 이유는 그녀가 마구잡이로 힘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티오니스로 무리하게 차원을 이어붙이면서 난동을 부리고, 여신에게 해를 끼쳤다는 게 문제였다.

세계의 법칙은 유연함이라곤 쥐뿔도 없는 하나의 시스템. 그런 법칙조차 여신에게 해를 가한 차원을 찍어눌러 버리고 있는 상황이니 당연했다.

“자. 여신님. 우리 할 이야기 있잖아요. 그동안 잘도 피해 다니셨는데. 삐진 연기 그만하세요. 내가 여신님 하루 이틀 봤나.”

데이비가 비화와 넬타리드에게 자리를 비켜달라는 눈치를 보내자 넬타리드는 떨떠름한 얼굴을 한다.

“따라와. 아까 내가 한 말 기억해?”

“저흰 아무 쓸모 없다고요.”

“우리 할 일이나 하러 가자.”

“예 선배님.”

넬타리드가 참 비화를 잘 따른다.

비화와 넬타리드가 사라지고 둘만 남은 공간.

여신은 마치 딴청을 피우듯 손가락을 휘저어 내 복장을 멋대로 바꾸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담담하게 무시하며 묻는다.

“얼마 전 케라우노스 현상이 벌어지면서 이공간이 연결된 적이 있습니다.”

내 말에 여신이 내 시선을 피한다.

“솔직히 말해봐요. 그놈이 한 말이 맞는 겁니까?”

그녀라면 맞다 틀리다라고 대답해주진 않으리라.

그녀의 의사를 해석하는 건 내 역량이다.

실제로 그녀가 답변을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결과물이라는 건 변치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답을 주는 대신 역으로 질문을 했다.

[네가 보기엔 어떠니.]

“뭐. 믿기는 어렵지만 당장 이상한 짓을 할 놈으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네 눈을 믿어보렴.]

저건 그가 믿을만하다는 존재라는 뜻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내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속 터지네요. 진짜.”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내 몸을 이리저리 바꾼다.

[모두의 생각을 존중하렴.]

“그래요. 뭐. 여신님은 제게 해가 되는걸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것만큼은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시련을 내려 억까를 하더라도.

그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많은 일을 내게 양보하고 나는 그녀를 믿는다.

“믿겠습니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도 될까요.”

내 말에 내 복장을 계속해서 바꾸며 집중하던 여신이 나를 올려다본다.

“거품 세계. 왜 만드신 겁니까?”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태블릿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놀라운 말을 했다.

* * *

여신 베스타의 차원이 다시 회수된 뒤로 이 일로 모두가 집무실에 모여들었다.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긴 한데. 워낙에 시끄러워서.”

“맞아요. 바사스 오라버니가 편지도 보내셨어요.”

뻔하지. 몸은 다친 곳 없느냐. 라고 시작해서 장문으로 에이리아를 부담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에이리아가 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라운이 정체불명의 군대에게 침공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지를 보내는 또라이가 바사스 알 린디스였다.

본래 그는 제 동생 에이리아를 죽일 듯 미워했으나 레디미아 황비와의 재회 후 그는 자신의 모든 아집을 내려놓았다.

과거 그는 에이리아를 정말로 아꼈다고 했던가.

차갑게 변한 성정이 바뀐 건 아니지만 그는 그동안 에이리아가 당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유난히 그녀를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귀족파의 필두였던 그가 변하면서 린디스 제국 내에서도 세력의 변화가 크게 일고 있는 듯 보였다.

일방적으로 황권이 강해지는 쪽으로.

“팔란도 마찬가지. 살리반 오라버…… 하아 살리반 그 인간이 또 연락을 보냈어.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몰라. 능력은 좋은데 인성이 참…….”

살리반은 아직도 일리나와 사이가 좋지 않다.

물론. 살리반은 제 동생이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지독한 인간이지만 그는 동생을 위해 끝까지 나쁜 오라비의 모습을 연기하는 집념 하나만큼은 대단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거품 세계는 아직 남았어. 코오나.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같이 다녀야겠다.”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요.”

“그리고 일리나와 페르세르크는 이번 일을 최대한 덮어줘.”

“덮으라고?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든 해줄 수 있지?”

부탁에 페르세르크와 일리나는 서로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노력은 해볼게. 가능성은 낮을 거야.”

“고마워.”

“어휴…… 이제 이런 거 좀 내버려 두고 너도 편하게 살면 안 돼?”

“어쩌겠냐. 코가 꿰였는데.”

나는 그 외에 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처리해둬야만 했다.

그것을 알리는 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괜한 혼란만 불러오리라.

이번 일을 덮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대규모 공습. 자칫 마족이 다시 침공해왔나?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최근 마족이 인간들과 동맹을 맺고 도운 전례가 있었기에 조금씩 마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었는데 자칫했다간 일이 커질 수도 있었다.

“선생님. 저는…….”

“넌 이제 돌아가 임마.”

“아씨…….”

“혹시 모르니까.”

“서방님. 저는 어떻게 할까요.”

에이리아가 다리안을 품에 안은 채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녀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아벨과 다리안을 데리고 린디스에 잠깐 들려줘. 메가로드리아를 타고 가면 금방 갈 거야.”

“린디스 제국에요?”

“가서 황제 폐하나 두 황자를 만나서 이번 사태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려주면 아마 도와줄 거야.”

한창 손자들이 귀여워 죽는 데오르트 황제라면 반드시 미끼를 물터.

린디스 제국은 그걸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그때 페르세르크가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페르?”

“본녀도 따라가겠네.”

“뭐?”

“뭐 어떠한가. 오랜만에 데이트도 가는 것을.”

아니 네가 그러면 일리나는 어쩌고.

내가 황당하다는 듯 일리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홀로 다 떠안기에는 일리나도 굉장히 피곤할 터. 분명 반박이…….

“잘 다녀와요. 언니.”

“걱정 말아라.”

너무 생글생글 웃고 있다. 반대로 코오나가 뺨을 살짝 부풀렸다.

그러고 보니 페르세르크는 솔로모니아를 보고 기겁할 수도 있겠는데.

* * *

거품 세계를 건네주는 것은 촉수 같은 외관을 지닌 존재. 솔로모니아였다.

“반갑습니다. 아가씨.”

“꺄악!!”

비명을 지르며 내 주머니 속에 숨어버리는 페르세르크의 모습에 솔로모니아가 상처를 받았다는 양 눈꺼풀을 반쯤 감고 동공을 내리깔았다.

“너무하시는군요…… 그렇게 질겁하실 것까지는…….”

“미…… 미안하네. 본녀도 이럴 생각은, 흐읍!”

그의 촉수를 다시금 확인한 페르세르크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러난다.

크라켄도 단신으로 때려잡은 전례가 과거 있었던 페르세르크이지만 이상하리만치 꾸물거리는 저 이형체에 거북함을 드러냈다.

“저기…… 위대한 혼이시여. 저도 상처받습니다.”

“미안하게 됐다. 페르세르크가 이 정도로 질겁하는 건 내 탓이기도 하고…….”

그러게 예전 심연의 생명체 이후로 심심하면 그녀를 비슷한 거로 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이게 다 데이비 때문인 게야! 데이비!!”

그녀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주머니에서 빠져나오더니 쪼르르 날아올라 내 뺨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기고 귀에 악악 소리를 질러댔다.

“여신님께서 차원을 너무 격하게 혼내셨습니다…….”

“그건 지가 자초한 거고.”

“대체 그 음식이 뭐길래…… 신격을 지닌 존재가 저토록 약해지는지…….”

“걱정 마라. 나도 한입 먹고 정신이 한순간 나갈 정도더라.”

그건 요리가 아니었다.

독의 영역도 아닌 하나의 파괴영역에 가까웠다.

언젠가. 에반젤린이 결혼한다면…… 절대 특정 요리만큼은 못하게 막으리라.

물론, 나를 이겨야 사위가 될 수 있으니 그 정도로 쉽게 죽진 않겠지만.

“후우…… 일단 여기 있습니다. 당장 정화를 받을 수 있는 괴사된 거품 세계는 현재 두 개입니다. 나머지는 아직 손을 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요.”

“여기도 신격이 있나?”

“아뇨. 없습니다. 다만. 세상이 조금 기이하게 뒤틀려있는터라.”

“위험한가?”

“글쎄요. 위대한 혼께 해가 될 정도로 강한 차원 따위는 없겠지만요.”

“베스타는 그래서 티오니스를 침공했나?”

“죄송합니다!!”

녀석이 그대로 머리 대신 달린 촉수를 숙여 보였다.

“우…… 우선 이 거품 세계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그가 허겁지겁 설명했다.

“이전엔 설명이 조금 부족했지요. 해서 여신께 간청드려 내부의 상황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이 땅은 문명이 찬란하게 핀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성체가 없는 것도 아니지요.”

“쉽게 설명해.”

“이…… 이곳 차원에 부여된 이름은 타이탄…….”

그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원시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아, 아닙니다. 이건 가능성이 없겠군요.”

“똑바로 말해.”

“아닙니다. 다만 혹시라도 그곳에서 새하얀 빛의 구슬을 보신다면.”

“본다면?”

“꼭 챙기십시오. 강력한 효력을 지닌 차원의 진주입니다. 어찌나 강한 힘인지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소원의 구슬이라고도 합니다.”

* * *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거대한 숲.

그야말로 원시의 세계라고 봐도 무방한 이곳에 진입하기 전 나는 현재 정리해야 할 거품 세계 둘 모두를 챙겼다.

다시 만나러 가는 번거로움은 피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신기하구나. 비화의 접속장치로 들어가는 가상공간과 달리 이곳은 생동감이 가득해.”

비화가 만들어낸 가상공간도 생동감 자체는 넘치지만, 이곳은 가상공간을 통해 넘어온 진짜 세계였다.

거기에 이 세상을 만든 것은 프리아 여신.

그 정교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나무, 짙게 깔려 하늘을 가린 안개. 비교도 할 수 없는 산소의 농도.

인간에겐 독이나 다름없는 대기지만 크게 영향을 받을 이는 없었다.

간간이 사람 몸집만 한 벌레들이 보이지만 그들은 몬스터와 달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생명체에 불과했다.

“엄청…… 크네요.”

코오나는 제 키보다 수십 수백 배는 커 보이는 거대한 나무들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그렇구나. 원시의 세계라더니.”

“코오나.”

그때 내 부름에 코오나가 화색을 띠며 바라본다.

“네?”

“추적 가능한지 한번 해볼래?”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아요.”

단순 소문 같은 거로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녀의 감지를 믿어야 했다.

대체 그녀의 안에 정확히 어떤 힘이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이런 류의 힘은 일부 근원이 불분명한 특질능력자나 헤라클래스의 금기의 힘 같은 부류의 힘에 가까웠다.

그도 아니라면. 알려지지 않았던 내 특성. 포식과도 같은.

“일단 의식해봐. 모든 힘은 네가 인지하고부터 시작이니까.”

“네, 으으으음…… 으음!!”

코오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다 눈을 감고 용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꼬르륵…….

그녀의 뱃속에서 공복을 알리는 신호가 널리 울려 퍼졌다.

잠깐의 침묵이 일었고 코오나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배고파?”

“그…….”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해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인다.

“데이비. 그만 괴롭혀.”

페르세르크의 타박에 나는 아공간에 넣어둔 간이 육포를 코오나에게 건넸다.

“안…… 드세요?”

“난 괜찮아. 페르세르크는?”

“본녀도 딱히 배가 고프진 않구나.”

쪽팔린 듯 빨개진 얼굴로 그녀가 육포를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음?”

“아무리 원시라지만 너무 고요해요.”

숲에서 들리는 건 간간이 들리는 벌레 소리를 제외하곤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러네. 분명 이 정도로 거대한 숲이면 생태계가 엄청나게 활발할 텐데…….”

“데이비.”

페르세르크의 부름에 나는 손을 가볍게 땅에 짚고 마나를 퍼뜨렸다.

투웅!!!

동시에 커다란 소음과 함께 무형의 파장이 나를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나간다.

“……일대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있어도 내가 확인을 못한 것인지 모른다.

온전한 신격이니 희생의 권능을 지녔느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아 참. 코오나. 페르세르크, 둘 다 이거 받아.”

짚던 손을 떼고 일어난 나는 문득 생각난 김에 아공간에서 작은 돌멩이를 코오나에게 던져주었다.

“아…… 이건…….”

“잔불. 작지만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됐거든.”

그 과정이 절대 쉽진 않지만, 희생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첫 작품이었다.

물론 여신이 준 것처럼 부활 같은 막대한 힘이 서린 잔불은 아니었다.

“흐음? 그대가 얻었던 잔불과는 다르구나.”

“일정 이상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치유석 정도의 효과야. 적용 속도가 빠른 만큼 포션하곤 비교할 수 없다만. 여신이 만들어준 것처럼 부활의 효능은 힘들 거 같다.”

여신이 괜히 잔불을 적게 주었던 것이 아니었다.

부활까지 가능한 잔불은 권능의 난이도가 급속도로 증폭되니까.

신기한 듯 코오나가 투명한 호박 같은 돌멩이 안의 화염을 들여다보았다.

“신기하네요.”

“그렇…….”

쿠우웅!!!!

그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굉음이 인다.

“무슨 소리…….”

파스스스스스!!!

동시에 어디에 있었는지 대량의 거대 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의 주인이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거대한 파충류 하나가 이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법…… 크구나…….”

페르세르크가 마법을 끌어내기 위해 마기를 손에 응축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막은 것이 있었다.

쿵!! 쿵!! 쿵!!

엄청난 속도로 굉음이 울려 퍼지며 대지가 흔들렸다.

그리고, 뒤이어 굉장히 어눌하면서도 쭉쭉 늘어지는 듯한 외침이 들려온다.

“준비돼써?!”

쿵쿵!!

“난 아직인데에~!”

전혀 다른 두 개의 목소리와 함께 새파란 피부를 가진 20미터가량 되는 거대한 거인이 두터운 나무를 마치 풀스윙하듯 휘둘러 파충류를 후려 갈겨버린 것이다.

잘 못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그들은 언어를 사용했다.

해석이 되는 것은 아마 차원의 벽이 약해지면서 강화된 여신의 가호 덕분이리라.

“트…… 트윈 헤드 오우거?”

코오나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거인은 머리가 두 개였다.

놀라울 정도로 두터운 푸른 피부에 압도적인 거대함.

그 위용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방금 들여온 대화는 아무래도 두 개의 머리가 서로 대화를 한 것이리라.

-키아아아악!!!

거대한 나무 몽둥이에 일격을 허용한 파충류는 괴성을 내지르며 거인의 팔을 물어뜯었다.

“으으!!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꽉 잡아라아!”

마치 양팔이 서로 다른 의지를 따르듯 움직이더니 이내 물리지 않은 팔의 손이 팔을 물고 늘어진 파충류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바닥에 내리치고 꼬리를 잡아 빙빙 돌렸다.

막대한 충격에 땅이 지속적으로 흔들린다.

마구잡이로 당하면서도 거대한 파충류 또한 반격했다.

거인의 몸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은 것이다.

거대한 인간을 보는 개미의 기분이 이러할까.

무식하기 그지없는 육탄전의 승자는 두 머리의 거인이었다.

거인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파충류의 윗턱과 아래턱을 잡더니 그대로 잡아 찢듯 입을 찢어버리면서 싸움이 끝난 것이다.

턱이 찢어져 버린 파충류는 그대로 절명한 듯 두껍고 냄새나는 혀를 쿵! 하고 내밀며 쓰러졌다.

우리의 바로 앞에.

“허…….”

나와 페르세르크는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에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고 코오나는 언제 다가왔는지 내 팔을 꼭 붙잡고 내 뒤에 숨어있었다.

“잡았다아! 잡았다아~!”

“오늘 밥은 푸짐하다! 먹는다! 맛있게 뜯는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몸에 난 상처도 돌보지 않은 채 신명 나게 점프하던 두 머리 거인은 이내 파충류를 회수하려는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녀석들의 거대한 두 쌍의 눈이 파충류가 쓰러진 지점의 끝에 서 있던 우리에게 닿았다.

“어?”

잠시 멍하니 보던 녀석들은 곧 이내 서로를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처음 본다!”

“신기한 벌레다!”

뭔가 신기한 듯 쪼그려 앉아 이래저래 우리를 관찰하던 거인이 천천히 손을 뻗으려 했다.

우리를 잡으려는 것인지 손을 뻗는 녀석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조심히 잡아라! 작아서 잘못하면 뻥! 터진다!”

“내가 알아서 한다! 넌 조용히 해라아!”

지능이 높아 보이진 않았다.

“여신님이 말한 요정님이다!”

“요정?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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