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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13화 (1,413/1,559)

제 1413화

자신들끼리 계속 뭐라 뭐라 싸우던 녀석들의 말 중에는 그냥 넘기기 애매한 말도 있었다.

바로 여신의 요정.

지능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일단 지성 자체가 있는 녀석들이기에 뭔가 알고는 있는 것일까.

그때였다.

뻐억!!

자기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싸우던 녀석들이 양쪽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더니 서로의 머리통을 후려치기 시작한다.

머리가 두 개다 보니 서로 다룰 수 있는 팔이 한쪽씩 나뉘는 것일까.

“우억!”

“끄우억!!”

비명과 함께 나뒹구는 놈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코미디 그 자체였다.

“저들은 흥미롭구나. 양쪽 팔이 양 머리의 의견을 따로 이 따르는 것인가.”

보통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은 한쪽 머리가 담당하고 나머지 한쪽은 여분에 가까운 느낌인데 이 거대한 거인은 둘 모두가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저 머리 중 하나가 움직이면 몸의 절반이 멈추는 것일까.

문득 연구자로서의 흥미가 샘솟지만 그건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툭…… 투툭…… 투투두두둑……. 쏴아아아아!!!

상상하기도 힘든 굵기의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소인국에라도 온 기분이로구나.”

“저거…… 괜찮은 거예요?”

제법 먼 곳에 있는 절벽 중간에 있는 동굴이다.

높이가 상당한 탓에 숲의 전반적인 모습이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먼 곳에서 바닥을 뒹굴며 혼자 주먹질하고 싸우는 녀석이 보였다.

“귀찮긴 하다만 적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음이니.”

“내버려 두자.”

다행히 적당히 베이스로 쓸만한 절벽의 동굴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적당히 모닥불을 편 뒤 먹을 것들을 적당하게 구워 코오나에게 건네주자 그녀는 조심스레 그것을 받아들고는 옴뇸뇸 삼켰다.

마치 도토리를 먹는 다람쥐 같은 모습이었다.

“저놈은 비가와도 행동이 변하지 않는구나.”

“그래 보이네.”

비가 한창 오는 와중에도 파충류의 시체를 옆에 놓고 신명 나게 혼자 싸우던 녀석의 외침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너 때문이다! 너 때문에 여신의 요정님을 놓쳤다!”

“요정님 예뻤다! 너 때문이다!”

쿵!!! 쿵쿵!!

신명 나게 싸우는 놈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구경거리도 이만한 구경거리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던 녀석은 급기야 지쳤는지 숨을 헐떡거리더니 천천히 싸움을 멈추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힘들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다시 싸운다!”

“맛있는 부위는 내 꺼다!”

굉장히 우직하게 화를 내면서도 녀석들은 쓰러진 파충류의 시체를 맨손으로 찢어발기고는 갑자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부위는 맛있다! 내가 먹는다!”

“내가 방금 먹는다고 했었다!!”

급기야 먹는 거로도 싸우기 시작했다.

“자꾸 까분다! 요정님도 너 때문에 놓쳤다! 너 박살 낸다!”

뻑뻑!!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한참을 싸우던 도중 녀석이 벌러덩 드러눕더니 이내 잠들어버렸다.

비가 쏟아지는 것 따위는 역시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던 페르세르크는 깔끔하게 녀석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지성체 치고는 경이적일 정도로 멍청한 게로고…….”

설마 자기 몸과 싸우는 바보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녀석의 생태가 제법 신기한지 펜과 종이를 꺼내 들고 녀석들의 모습을 천천히 스케치했다.

밖에선 비가 오고 거대한 거인이 난동을 부리고 있지만, 이쪽의 동굴만큼은 마치 다른 세상마냥 아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직도 감이 안 잡혀?”

“죄송해요. 정확히 어떤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솔로모니아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텐데.

“어쩌면 그 괴사한 부위를 직접 본다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찌하면 저 거인이 알지도 모르지.”

페르세르크의 의견도 타당했다.

하지만.

“전에도 그러다가 베스타와 충돌이 생겼거든. 마냥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흐음…… 복잡한 일이로구나.”

마냥 걸어서 찾기엔 너무 세상이 방대하니 골치가 아팠다.

현재 이 차원의 경우 베스타의 차원처럼 시간제한이 팍팍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일이 찾기엔 시작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 차원도 문제가 있는 차원 아닌가요?”

그때 코오나가 고기 꼬치를 내 입에 밀어 넣으며 물어온다.

그녀의 그런 기습적인 행동에 페르세르크의 눈이 가늘게 뜨여졌지만, 코오나는 능청스레 대했다.

“그럼 이곳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소리 같은데…….”

“그건 천천히 알아봐야지.”

내 대답에 코오나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된 답변은 아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잠깐 둘러보고 올게. 잔불 잘 가지고 있어.”

데이비가 몸에 마나로 된 장막을 두른 뒤 떨어지듯 동굴 바깥 절벽으로 몸을 던진다.

이후 단둘이 남게 된 페르세르크와 코오나는 잠시 침묵한 채 저 멀리서 싸우던 거인을 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페르세르크였다.

“후우…… 치기라고 하기엔 너무 진지한 것을.”

“죄송해요…….”

코오나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해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게야?”

“쉽지 않아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걸 다 털어내고 정리하고 싶은데…….”

거짓말.

“잘 대해주고 신경 쓸 때마다 점점 좋아지는 걸 어떻게 해요…….”

데이비를 좋아하던 이는 제법 있었다.

외곽 차원의 뮤린 황녀, 세계수의 영역에 있는 신녀. 그 외에도 알베르타의 재상이었던 튜나 드 머전트.

그 외에도 명국의 천녀도 그러하였던가.

물론, 뮤린 황녀는 실연을 당했고 신녀는 그 감정이 크진 않다.

튜나 재상은 기억을 소거 당했기에 데이비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았고 천녀도 신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코오나는 기억을 소거 당한 것도, 차원 간의 문제로 실연을 당한 것도 아니었으며 데이비와 거의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외에도 레이나처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이들은 있지만 일일이 따져보면 저들이 전부였다.

“제가…… 밉죠?”

“그래. 아주 밉구나. 남의 남편을 홀리는 불여우를 좋아할 이가 누가 있을까.”

“…….”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닌 게지…….”

페르세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본녀에겐 사실 데이비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늘리지 말라 압박할 자격이 없음이야.”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데이비를 못 믿었기에 그녀는 에이리아와 일리나를 받아들이게 했다.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걸 알았다면 페르세르크는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도록 납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본녀는 집착이 강하고 질투가 심하지. 성격도 숨기고 있지만 실은 그리 좋은 편도 아닌 게야.”

“언니는…….”

페르세르크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워할 수가 없으니……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니 어찌할까…… 먼저 사랑하는 이가 진 것을…….”

호감을 표한 것은 데이비였지만 데이비의 한결같음에 반해버린 건 페르세르크였다.

“저…….”

그때 코오나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는…… 안 되는 건가요…….”

“…….”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떨쳐낼 거 같지가 않아요. 장난스러운 감정도 아니에요. 아빠와 결혼한다고 말하는 딸 같은 치기도 아니에요…….”

코오나가 고개를 무릎에 파묻은 채 조용히 말했다.

“그냥……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요. 꿈에서까지 나타나는 걸 어떻게 해요…….”

그녀의 중얼거림에 페르세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팔다리를 묶어놓고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했어야 함인가…….”

“…….”

“미안하지만 허락은 해줄 수 없음이니. 그것은 그대도 잘 알 게야. 그리고. 본녀도 이제 욕심을 부릴 게야. 더는 내 남편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킬 생각도 없고.”

단순 개인의 영달 때문이 아니었다.

코오나도 데이비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만드는지 알고 있었다.

결국, 소리죽여 흐느끼는 그녀였지만 페르세르크는 굳이 다독이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녀는 많은 것을 참고 양보한 것이니까.

거세게 내리던 비가 서서히 멎는다.

“언니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속에 응어리진 것을 일부 털어낸 듯 코오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콰아앙!!!!

갑작스레 날아든 거대한 익룡 한 마리가 괴성을 내뱉으며 동굴 안에 있는 둘을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날갯짓이 강했는지 순식간에 동굴 안의 모닥불이 꺼지며 강풍이 일었다.

스릉!!!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고 익룡을 걷어차듯 동굴 밖으로 튕겨 나갔다.

조금 전의 거인과 달리 이 익룡은 그녀들을 명백히 먹이로 보고 있었다.

이에 그녀가 익룡의 날개를 갈라버리려던 찰나.

텁!!

거대한 손이 익룡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저항할 틈조차 주지 않고 바닥에 꽂아버렸다.

“요정님 먹는 거 아니다!”

“요정님 괴롭히는 나쁜 고기는 혼이 난다!!”

조금 전까지 온몸이 퉁퉁 불어 오를 때까지 싸우던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거인은 너무 멀쩡해 보였다.

그 사이에 회복한 것일까.

일방적인 힘으로 익룡을 제압해버린 녀석은 멍하니 그를 보는 코오나를 바라보더니 서로를 바라본다.

“거봐라! 요정님이 맞았다!”

“맞다! 요정님이다!”

녀석이 천천히 손을 뻗자 페르세르크의 플라이 마법에 의지하고 있던 코오나가 천천히 녀석의 손위에 내려섰다.

“요정님 예쁘다!”

“요정님 작다!”

헤픈 웃음을 내비치며 놈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큰 굉음이 인다.

“요정님 요정님! 나 요정님 처음 본다!”

“그…… 그래…… 나도 처음 봐…….”

당황한 코오나가 조심스레 답해주자 녀석들은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껄껄 웃었다.

“야! 요정님 내 손에 올려놓을 거다! 그만 내려놔라!”

“요정님이 귀찮아한다. 넌 빠져라!!”

또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이자 코오나가 소리쳤다.

“싸우지 마.”

“읏…….”

“요정님이 싸우지 말라고 하신다.”

어눌하게 대답하며 싸움을 멈추는 걸 보면 나쁜 녀석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여기 혼자 있는 거야?”

이에 정보를 얻어 데이비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던 그녀였다.

“우린 혼자 아니다!”

“둘이 같이다!”

“아…… 아니. 그러니까…… 가족이나. 친구는?”

“친구? 가족? 그게 뭔가?”

아니 요정님이니 여신님이니 하더니 정작 가족과 친구에 대해서도 모른다?

코오나가 의아해하자 그녀의 곁으로 페르세르크가 천천히 날아서 착지했다.

“작은 요정님이 또 왔다!”

“이번에 내 손에 올려놓을거다!”

“하나 물어도 되겠는가.”

“요정님이 물어보신다!”

“나는 똑똑하다! 뭐든 대답한다!”

“그대들을 태어나게 한 이는 어디 있는가.”

페르세르크의 질문에 그들은 잠시 생각하는듯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 바위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게 한 존재 같은 건 없다!”

“우리! 강력한 힘을 지녔다. 이 세상의 주인이다! 하지만 우리 둘뿐이다!”

거짓은 아닌 듯 보였다.

“언니. 아무래도 지성체는 이 녀석이 전부인 것 같아요.”

“그래 보이는구나.”

거인에게 들리지 않게끔 소곤소곤 대화한다.

“다행히 적대적이진 않네요.”

“그 또한 다행이지. 하면 어디 한번 물어보자꾸나.”

페르세르크는 천천히 날아올라 그들의 눈높이까지 날았고 천천히 물었다.

“하면, 혹 이 세상에 검게 죽은 기이한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검게 죽은 기이한 것? 말이 너무 어렵다! 나는 똑똑하지만 그건 잘 모른다!”

“요정님의 말은 너무 어렵다!”

괴사한 부위라 해서 지금껏 봐온 오염의 증세 같은 것을 늘어놓았더니 녀석들은 이해를 못 하는 듯 보였다.

“간단히 말해서 이 세상을 아프게 하는 것 같은 거지.”

“아픈 것…… 아! 하나 알고 있다! 그곳만 가면 땅이 아프다고 엉엉 운다!”

“맞다! 엉엉 운다! 우리는 그 말 들을 수 있다!”

그 말에 페르세르크와 코오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화색을 띠었다.

이곳에 오랜 시간 있었던 녀석이니 아는 것도 많을 것이다.

이에 페르세르크는 데이비가 돌아와서 자신들과 합류할 수 있도록 마법과 편지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거인의 손에 올라탄 채 말했다.

“그걸 보여줄 수 있겠는가. 본녀가 사례하지.”

“하지만 땅이 아파한다!”

“어쩌면 치료해줄 수 있을지 몰라 하는 말이네.”

그 말에 거인이 서로를 보더니 화색을 띠었다.

“요정님 부탁 들어준다!”

“우리 착하다! 똑똑하다!”

거 똑똑하다는 말은 좀 빼면 좋겠는데.

그때였다.

“아 참! 위험할 수 있다! 요정님들 내 손에서 내려가지 마라!”

“내 몸은 지킬 정도는 돼.”

“안된다! 이곳에 얼마 전에 나쁜 놈이 자리 잡았다!”

나쁜 놈?

의아함이 서린 얼굴로 거인을 올려다보던 중이었다.

거인의 머리 중 하나가 흠칫 놀라더니 그대로 몸을 빠르게 돌렸다.

콰아아앙!!!!

동시에 녀석의 몸에 거대한 굉음이 일었다.

“으으!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빠르게 회복되긴 하지만 방금 전의 폭발은 굉장한 힘을 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귀를 쩌릿쩌릿하게 만드는 흉포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드래곤?”

“세상에…… 엄청 거대하구나…….”

“나왔다! 나쁜 놈!”

“나쁜 놈이 뿜는 거 너무 아프다!”

거인이 주변에 있는 나무를 무자비하게 꺾어 몽둥이로 만들며 두 사람을 내려주었다.

“요정님! 나는 저 나쁜 놈 혼내주고 온다!”

“저놈은 요정님 먹으려 든다! 내가 지켜준다!”

그리 말하며 쿵쿵 소리를 내고 용감하게 돌진하는 그였다.

뻐억!!!!

하지만 거대한 드래곤은 지금까지 거인이 싸우던 다른 존재들과는 달리 매우 강한 듯 보였다.

힘에서도 밀리지 않는 듯했다.

아니. 크기는 거인보다 조금 작았으나 오히려 힘은 거인을 압도했다.

“크아아앙!!!”

거인의 주먹을 그대로 쳐내고는 그대로 거인의 어깨를 물어 뜯는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에 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펄쩍펄쩍 뛰었다.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그러면서도 녀석은 우악스러운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육체 능력을 믿는 무식한 전술이었다.

난장판으로 뒤엉키며 싸우는 거인과 용을 보며 코오나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무래도 도와야겠죠?”

“그래야 할 것 같구나. 자칫 용에게 당해버리면…….”

기껏 얻은 단서. 그나마 말이 통하는 존재 모두를 잃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코오나. 본녀에게 오는 잔해를 좀 막아주게.”

“네.”

동시에 페르세르크의 발밑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가며 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드래곤은 거인에게 정신이 팔려 페르세르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윽고 페르세르크가 막대한 마나를 일으키며 마법을 발현한다.

[세미 메테오]

쩌저적!!

하늘에 공간이 찢어지며 불타오르는 바윗덩어리들이 엄청난 속도로 드래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키아아아아악!!!

거인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드래곤은 그대로 페르세르크의 마법에 직격했고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아무리 진짜 메테오가 아니라도 엄청난 물리 에너지를 담고 있는 세미 메테오를 버틴 건 놀라운 수준이었다.

페르세르크의 마법에 당황한 드래곤이 주춤한 것은 거인에게 큰 기회였다.

“혼내준다!!!”

이윽고 양손에 몽둥이를 집어 든 거인이 풀스윙을 때리듯 드래곤의 목덜미에 거대한 나무를 휘둘렀다.

콰직! 소리와 함께 나뭇조각이 사방에 튀었고, 드래곤의 몸이 마치 배트에 맞은 공마냥 튕겨 나갔다.

“끝장낸다!!”

야생의 존재들은 기세를 잃어버리면 도망치는 법이다.

드래곤은 거인의 일격에 치명상을 허용했는지 허겁지겁 날아올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씩씩거리며 발을 구르던 거인이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요정님 강하다! 멋있다! 이 숲의 날개왕을 혼내줬다!”

“요정님 대단하다!”

“어…… 어음…….”

눈을 반짝거리며 소리치는 거인들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한 페르세르크가 시선을 돌렸다.

“내가 안내한다! 요정님에게 도움받았다!”

조심스레 두 사람을 다시 손에 올린 녀석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신명 나게 달렸다.

이윽고 거인이 두 사람을 데려다 준 곳은 꽤 충격적인 몰골을 하고 있었다.

마치 늪지대처럼 검고 흰빛을 내뿜는 기이한 영역.

그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지만 가장 섬뜩한 건 검은 영역의 중간에 있는 흑발의 수인 소년이었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얼굴을 보진 못했다.

아무도 없다고 했을 텐데?

저건 누구지?

이상하리만치 익숙한 느낌에 페르세르크가 움찔했다.

“이게 대체…….”

하지만 코오나는 전혀 수인족 소년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코오나. 저 아이가 보이지 않는 게야?”

페르세르크가 당황한 듯 물었지만, 코오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이요?”

“……저기…… 어라?”

다시금 고개를 돌려 소년을 가리키려던 페르세르크는 긴 귀를 지닌 수인족 소년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헛것을 본 것일까. 그런 것치고 소년의 귀가 너무 익숙했는데.

에이리아와 같은 사막여우의 귀와 흡사했으니까.

하지만 눈을 씻고 다시 봐도 흔적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단순 잘못 본건 아닌듯한데.

“아무래도 의논을 좀 해봐야겠구나…….”

그리고, 코오나는 천천히 거인의 손에서 내려와 오염되듯 검은빛을 내뿜는 대지에 다가갔다.

“요정님! 그 검은 거에 닿으면 엄청 아프다!”

“물러나야 한다! 지난번에 고기가 저기 닿았다가 온몸이 녹아내렸다!”

거인이 당혹스럽게 외쳤지만, 코오나는 마치 무아지경처럼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시에.

놀랍게도 그녀를 중심으로 오염된 땅이 모조리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 안에서 실로 신기하기 그지없는 힘이 흘러나왔다.

무아지경의 빠진 코오나의 눈동자가 하늘빛으로 강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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