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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16화 (1,416/1,559)

제 1416화

데이비가 주술을 파훼하는 동안 페르세르크는 쉬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종말을 요격했다.

단순히 작은 운석만 떨어지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요격이 가능하지만 점차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거나 하늘을 구성하는 것들이 비틀리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파직!!

“우어어어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앙을 모두 막아내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아는지 거인은 자신의 팔뚝 핏줄이 터져 나가는데에도 멈추지 않고 바위를 집어 던졌다.

“뭐라도 해야…… 윽!!”

그 모습을 지켜보던 코오나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극심한 통증과 어지럼증이 그녀를 덮친다.

“코오나!!”

휘청거리며 쓰러지려는 그녀를 부축하며 페르세르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죽고 싶어 환장한 게지!! 당장 물러나!”

한눈에 보기에도 코오나의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아…… 안 돼요……. 나도 도움이…… 도움이 되어야 해…….”

“되었으니 물러나! 힘을 회복하고 나서 그때 다시 움직여도 될 터이니! 지금 무리하게 힘을 짜내려 들면 마나 고갈과 비슷한 증세로 죽을 수 있음을 어찌 몰라!”

그 말에 코오나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힘이 바닥난 터라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었으니 말이다.

“죄송…… 합니다.”

“괜찮으니 물러나. 본녀가 그대를 지켜줄 터이니…….”

숨을 짧게 고르며 페르세르크가 다시 초월의 종언을 높이 들자 막대한 힘이 소용돌이치듯 그녀를 중심으로 유영했다.

붉은 벼락이 서린 창이 만들어지며 마치 미사일을 연속발사하듯 쏘아져 올라간 붉은 뇌광의 창은 떨어지는 운석은 물론, 기이한 빛을 내뿜으며 창공의 공간을 잠식시키는 주술을 강제로 깨부숴나갔다.

“꾸어어억!!”

“아프다! 아프다!”

일정 주술을 발현해 차원의 창공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코오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주술이길래 이토록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일까.

더군다나 술자가 보이지 않는 이 상황 속에서 말이다.

적어도 코오나가 보기에 안 그래도 불안정하던 세상을 가볍게 흔들어버린 것만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진 느낌이었다.

“우주는…… 차원의 벽이라고 했지…….”

생명체는 절대 일반적인 방법으로 넘어갈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벽.

다른 말로 하면 즉, 차원의 틈새에 흩날리는 것들을 보호하던 차원의 보호막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뭐라도…… 해야…….”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리던 찰나였다.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지더니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부르고 있어…… 뭔가가…….”

무언가가 그녀의 감지에 잡혀 그녀를 부르고 있다.

코오나는 힘겹게 일어선 뒤 그곳으로 향했다.

힘을 사용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야 했으니까.

* * *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코오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전에 봤을 땐 파충류들이 득실거렸던 장소였음에도 세상이 곱창 나기 직전인 터라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이쪽이야…….”

가볍게 몸을 튕기며 빠르게 나아간 그녀는 이내 거대한 폭포를 볼 수 있었다.

맹렬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호수.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폭포가 쏟아지는 물줄기 근처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그녀를 다급히 부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찰박…….

숨을 짧게 고른 그녀는 해태의 힘을 발현한 뒤 물 위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나아갔다.

쏴아아아아아!!!

거칠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짙어질수록 그녀를 부르는 소리는 짙어진다.

쿠웅!!! ……쿵!!

저 멀리서 페르세르크나 거인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소형운석들이 떨어지며 일으키는 진동을 느낄수록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빨리 가서 도와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발을 내디뎠다.

“저기다…….”

그녀의 눈에 비친 곳은 새하얀 반딧불 같은 것들이 머금어진 자연 동굴이었다.

본능적으로 들어가는 데에 두려움을 품게 만드는 자연 동굴이지만 그녀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동굴의 내부는 녹빛의 반딧불 같은 것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물론. 외관만 그럴 뿐 미끌거리는 이끼나 어둑어둑한 내부 공간은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너구나…… 네가 나를 이곳으로 불렀어…….”

코오나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꽃. 아니 정확히는 거대한 꽃잎 위에 피어있는 새하얗게 빛나는 구슬을 시야에 담았다.

어두운 동굴을 환하게 비추는 전등처럼 반짝이는 구슬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는다.

어째서 그래야 했는지는 그녀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녀의 새하얀 손가락이 구슬에 닿았을 때.

어떤 단편적인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으으. 으으읏!!”

놀란 그녀가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 * *

“끄으으으…… 아프다아…….”

지칠 대로 지쳐 쓰러진 거인. 그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마법을 발현한 페르세르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데이비의 주술 파훼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처음엔 버틸만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균열이 더욱 거대해진다.

페르세르크는 자신의 힘만으론 차원의 종말을 막아낼 힘이 없음을 통감해야 했다.

비록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고, 환골탈태를 통해 반신에 달하는 힘을 얻었음에도 그녀가 막아서고 있는 해일은 너무도 거대했다.

점차 지쳐가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비틀어진 창공의 틈 사이로 마치 태양 직사광선이 쏟아지듯 대지를 불태운다.

대기에 구멍이 뚫린 채로 태양광을 강하게 내리꽂으면 생기는듯한 현상.

문제는 그 고열광선이 숲을 불태우며 데이비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작 저 정도로 데이비를 해칠 수는 없겠지만 데이비의 집중을 흩어버릴 가능성이 컸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앞선 그녀는 빠르게 나무를 박차듯 뛰어나간 뒤 스태프를 강하게 휘둘렀다.

쩌어어어엉!!!

막대한 에너지 포격이 페르세르크가 펼친 장막과 충돌했다.

고작 태양광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그녀의 마나를 쉴 새 없이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으읏…….”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던 페르세르크는 천천히 손을 뻗어 올리며 막대한 자연재해를 강제로 받아냈다.

“어찌 이곳에 와서…….”

가던 길 마저 갈 것이지 왜 하필 데이비가 있는 곳에서 멈춘단 말인가.

이미 주변은 불바다로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도 이것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이 차원은 완전히 불지옥이 되어버릴 터.

지금 페르세르크의 마나로는 데이비를 지키는 데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붓고 있기에 그 이상의 방어는 힘들었다.

쩌적!! 쩍!!!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도화선에 불이 붙은 폭약은 점점 종말을 불러일으켰다.

서서히 갈라지는 하늘은 마치 거대한 보호막이 중앙부터 흩어지는듯한 착각을 일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상에…….”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저것이 무엇의 전조인지 모르는 그녀가 아니었다.

“크기가 너무 크구나…….”

지금까지 떨어진 운석들은 마치 애들 장난이었다고 말하듯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수준의 운석이 찢어진 틈을 타고 쏟아지려 한다.

저걸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을까.

버티는 건 가능해도 그렇게 되면 이 차원은 끝장일 것이다.

페르세르크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구나. 이차원은 포기를…….”

그때였다.

저 멀리에서 하늘빛의 일렁임이 마치 미사일처럼 쏘아져 나가더니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코오나?”

코오나는 지금 이 함을 쓸 여력이 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그녀는 대체 어딜 간 것인가.

당황하던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세상에…… 찢어진 균열이…… 돌아가고 있구나.”

거대한 운석, 아니 저걸 운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비어있는 행성과 행성의 충돌에 가까운 재앙은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그 별들의 충돌을 일으키는 현상을 막아버린다면.

문제는 없으리라.

비록 너무 거대하게 번진 것이라 페르세르크의 힘으로는 그것을 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코오나의 힘은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새로운 방식의 힘이었다.

사박…… 사박…….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하늘빛의 빛무리들은 창공과 대지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며 모든 것을 본래대로 되돌려 나갔다.

이런 재앙에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대비책이다.

다만 코오나의 힘이 부족한 것인지. 주술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세상의 균형을 어그러뜨리려 들었다.

“시간은 벌었구나…… 그보다. 코오나. 품에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이야.”

“이거…… 그…… 차원의 진주인 모양이에요.”

“음?”

“그 있잖아요……. 아주 낮은 확률로 차원에 생겨나는 진주…….”

단순 빛나는 구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서린 힘은 방대한 힘을 머금고 있었다.

“세상에…… 그게 실존하는 것이었구나……. 헌데. 그대가 어찌 그걸?”

“모르겠어요.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서 가봤는데…… 이게 있었어요.”

“호오…… 그것이 그대를 주인으로 인정한 것인가?”

“잘 모르겠어요. 다만 힘이 엄청 흘러나와서.”

코오나는 하늘빛으로 물든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구술을 잡고 있던 손을 하나 빼 페르세르크에게 손을 뻗자 신기한 힘이 페르세르크의 몸을 휘감았다.

동시에 페르세르크는 자신의 몸이 마법을 난사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볼수록 말도 안 되는 힘이로구나…….”

직접 겪어본 코오나의 힘은 정말 경이적이다라는 말이 들 정도였다.

차원과 차원의 충돌 같은 최악의 상황은 막아냈지만, 아직 사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저도 오래 못 버텨요. 제가 복원하는 것보다 틈이 벌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쿠우웅!!!

“으윽…… 진짜. 오래 못 버틸 거 같아요…….”

큰불은 껐지만 산불에 물벼락을 쏟는다고 쉽게 꺼질 리가 없다.

물론, 그녀가 다시 힘을 발현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콰직…… 콰지지직!!!

이윽고 봉합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붕괴가 되기 시작했고, 코오나와 페르세르크의 표정이 굳어졌다.

쩌저적!!!

이윽고 대지가 갈라지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내가 맡는다!”

“저거 내가 이어붙인다!”

그때 만신창이가 되었던 거인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어와 갈라지려는 대지를 이어붙이려 들었다.

당랑거철.

중과부적.

사실 거인이 백날 날고 기어봐야 의미 없는 발버둥이었다.

그의 힘은 한계가 있었고 그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실시간 부서져 나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물론…….

푸확!!!!

한계는 명확했다.

“끄어어어어어!!!!”

“정말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데이비가 예측했던 시간을 채우려면 아직 30분은 더 버텨야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코오나. 본녀의 몸을 계속해서 복원시켜줄 수 있겠는가.”

“안 돼요. 힘이야 돌아오겠지만,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지칠 거에요.”

“해봐야지. 데이비가 믿고 맡긴 일인 것을.”

그 말에 코오나는 자신도 결국 남 말 할 처지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볼게요.”

“좋아. 하면 큰 것부터 틀어막아 보자꾸나.”

이윽고 그녀가 힘을 끌어내려던 찰나였다.

“읏?!”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누가 짓눌렀다.

“고생했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데이비.”

“파훼하는 걸 넘어서 비틀려버린걸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고작 30분도 안 돼서 대규모 주술을 파훼한 것도 모자라서 더 발전시켰단 말인가.

그녀가 허탈함에 헛숨을 내뱉자 데이비는 씨익 웃으며 아공간에서 대량의 부적을 꺼내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마치 수백 장의 부적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쓰읍…….”

이후 데이비가 검지와 중지를 펼치고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 가리키자 막대한 양의 도력이 퍼져나오며 부적들을 향해 스며든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물에 젖은 종이가 흩어지는 것처럼 허공에 스며들 듯 사라졌고.

우우우웅!!!

무형의 에너지를 퍼뜨리며 창공에 얇고 투명한 장막을 펼친다.

“안 그래도 불안정하던 차원이야. 그 차원의 그 특이점을 비틀어놓았으니 주술의 영향을 넘어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진 거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여유롭게 말한 데이비는 본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차원의 하늘을 보며 피식 웃었다.

“고생했어. 페르세르크.”

“아주 고생했으니 상이라도 받아야겠구나.”

“그리고, 코오나도. 고생 많이 했다. 고집에 어울려줘서 고마워.”

그냥 차원을 포기하면 되는데.

이전엔 그래놓고 이제 와서 왜 이러는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저…… 고생 많이 했어요…….”

울먹거리며 코오나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품 안에 안겨진 커다란 빛의 구슬을 데이비에게 건넸다.

“차원의 진주에요. 막대한 힘을 품고 있어요. 가져가요.”

그녀의 말에 데이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네가 써.”

“네?”

“네 꺼잖아. 네가 찾은 거고. 그럼 네 꺼지.”

* * *

차원의 괴사한 부위가 사라진 이상 차원 자체는 안정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솔로모니아가 차원을 보이드에 고정시키기 시작했는지 불안정해 보이던 차원이 점차 안정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으으…… 으어…….”

거인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부서지는 차원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날뛴 덕분인지.

아니면 그가 가진 힘을 모조리 끌어냈기 때문인지. 녀석은 회복이 가능한 수단을 넘어서 죽어가고 있었다.

“요…… 요정님……. 하…… 하늘이 파랗다…….”

“멍청이다…… 하늘은 원래 파랗다…….”

죽어가면서 저런 말을 하는 게 우스운 녀석이었다.

“말하지 마. 회복시켜줄게.”

코오나는 쓰러진 거인의 몸에 손을 올리며 자신의 힘을 발휘하려 했다.

차원의 진주가 있다면 그녀의 힘도 다시 끌어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힘이 발현됨에도 불구하고 거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힘 자체는 놀랍다만 규칙이 있나 보네.”

“규칙이요?”

“그래. 멋대로 시간을 역행하듯이 복원하는 게 현실적으로 제약이 없을 순 없지. 거기에 지금 네 실력으론 이놈 치료 못 해.”

데이비의 설명에 코오나가 안절부절못하며 당황했다.

그러더니 뭔가 떠오른 듯 품 안에 넣어두었던 돌멩이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돌 안에는 옅은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코오나!”

“살리고 싶어요.”

“그건 네 목숨의 보험이야. 그래도 주겠다고?”

“죽게 둘 순 없잖아요. 이 아이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좋아.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해.”

“데이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줘. 나는 양도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본인 마음이야.”

저것도 어떤 의미로는 희생이 아닐까.

코오나는 결심 끝에 자신의 잔불을 거인에게 양도했다.

그러자 거인의 육체에 막대한 힘이 스며들며 녀석의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다 죽어가던 녀석의 피부는 본래 색을 되찾았고 울긋불긋하던 핏줄은 다시금 피부 속으로 사라졌다.

잔불의 힘은 코오나가 가진 힘과는 방향성이 다르지만 적어도 지금 눈앞에 죽어가는 거인을 회복시키는 데엔 더없이 완벽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저런 게 많았다면…….”

“잔불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고. 겨우 몇 개 만든 게 전부야.”

그렇게 말한 데이비는 굳은 표정을 했다.

“하면. 이제 말해 줄 때도 된 게지. 그대…… 대체 누구와 싸운 게야.”

페르세르크의 물음에 데이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결심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분명해. 다리안이다.”

“음? 누…… 누구라고?”

“다리안. 다리안 올 라운. 우리 아들.”

그 말에 페르세르크는 이해를 못 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그럴 것이 키부터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다리안이라고. 이 사태를 만든 게. 불안정한 차원에 숨어들어서 차원의 척추를 비틀어 이 사달을 내고 검은 늪을 깔아댄 게 다리안이라는 소리야.”

“다리안은 어린애예요! 게다가 그 아이가 어떻게 이곳에 있고 그런 짓을…….”

“그건 알아봐야지. 전에 비화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다리안에게서 신력을 느낀 것 같다고.

“아무래도 다리안이 뭔가 큰 걸 품고 있는 거 같다.”

자식놈들이 하나같이 왜 다 이러나.

“우선 빨리 돌아가자. 느낌이 안 좋아.”

“하지만 거인이 아직 회복을…….”

“으으…… 괜찮다. 요정님…… 나 이제 다 나았다!”

“이제 튼튼하다!”

벌떡 일어나는 거인을 보며 코오나가 걱정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괜찮아?”

“그렇다! 나 튼튼하다!”

“고기 먹으면 낫는다! 그런데 요정님. 이제 돌아가는 건가?”

“가야 해. 이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그 말에 거인의 두 마리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다음에도 또 놀러 오면 된다! 나 여기서 쭉 기다린다!”

“요정님 또 놀러 와라! 맛있는 고기 많이 모아놓는다!”

녀석의 배웅에 코오나는 걱정을 하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작은 손을 뻗어 그의 손가락에 가져다 댔다.

“다음에 또 올게. 그동안 잘 지내.”

“요정님, 날 살렸다! 이 은혜 꼭 갚는다!”

“그래.”

마치 악수하듯 거대한 녀석의 손가락을 잡고 흔들어준 코오나는 제 상체만 한 새하얀 구슬을 품에 꼭 안은 채 물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오나의 물음에 데이비는 차원의 진주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비화가 봐야 알겠지만. 일단 차원이 생겨나면서 아주 낮은 확률로 생겨나는 거야. 조개의 진주랑 비슷해서 진주라고 이름 붙은 거겠지?”

“그렇…… 겠죠?”

“어쩌면 그걸 네가 흡수하면 네 수명이 방대하게 늘어날 수도 있을 거다. 네 힘도.”

그 말에 코오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 말인 즉. 오래오래 살아서 데이비의 곁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코오나는 진주를 소중한 듯 품에 안았다.

* * *

데이비와 페르세르크. 그리고 코오나가 떠난 뒤 거인은 엉망진창이 된 숲을 돌아보며 말했다.

“요정님 가니까 쓸쓸하다!”

“그러게! 조용하다!”

“우리도 가고 싶다! 요정님 사는 곳으로!”

말은 그리하지만 사실 방법은 없었다.

“고기나 먹자!”

“이번엔 내가 맛있는 부위 먹는다! 넌 다리나 뜯어라!”

“웃기지 마라! 내가 맛있는 부위 먹을 거다!”

급기야 서로 치고받고 싸울 듯 씩씩거린다.

하지만 벌떡 일어나 싸우려던 두 머리의 거인은 코를 찌르는 끔찍한 냄새에 멈추고 말았다.

“피 냄새 난다.”

“너무 짙다.”

벌떡 일어나 쿵쿵 소리를 내며 걸어간 거인은 곧 냄새의 근원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야…… 내가 지금 너무 화가 나서 미쳐버릴 거 같거든?”

거인의 시야에 비친 것은 전신이 검은 화염으로 뒤덮여있는 작은 존재를 짓밟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마치 심해에서 끌어올린 듯한 끔찍한 위압감에 거인은 마치 뱀 앞에 놓인 개구리마냥 바짝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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