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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21화 (1,421/1,559)

제 1421화

‘후우…….’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뇐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다리안의 가능성.

종언은 섬뜩할 정도로 위험한 느낌을 주었다. 강함 힘을 지닌 7원죄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종언은 비화가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두려움을 주는 무언가.

아무리 여신인 비화라도 자칫했다가 크게 다치는 걸 넘어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 일은 그녀를 제외하면 할 수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리안. 누나가 곧 구해줄게…….”

작게 되뇌며 그녀는 다리안의 심층에 있는 종언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두렵다고 하여 물러날 순 없었다.

아빠인 데이비도 수차례 목숨을 걸어가며 가족을 지켜내지 않았던가.

화아아아아악!!!!

이윽고 종언과 접촉을 완료하자 비화의 시야에 거대한 풍경이 비치기 시작한다.

다른 원죄와 달리 종언은 단순히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녀석의 고유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신 바짝 차리자!”

비화는 자신의 양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발, 두 발. 걸음을 내디뎠다.

거대한 풍경은 황폐한 숲이었다.

전후좌우 구분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며 본능적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두려움까지 일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낡은 고목들이 당장이라도 살아 그녀를 압박할 것 같은 곳.

당장이라도 숲 너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여신의 힘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제대로 파악할 수조차 없다.

비화는 천천히 나아가다 잠시 멈칫했다.

“여긴 너무 음산한데…….”

이곳은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할 것들이 단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심층의식이니 그럴 수는 있다지만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아니…… 이걸 심층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곳은 마치 또 다른 현실 같았다.

그때였다.

스산한 바람이 그녀의 전신을 한번 휘감고 사라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숲의 끝에 거대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마치 나무로 이루어진 거대한 목상 같은 것이었다.

“…….”

본능적으로 저곳이 그녀가 가야 할 곳임을 깨달은 그녀는 천천히 속도를 올리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를 방해하는 것들이 존재했다.

-떠나.

-접근하지 마.

영혼마저 차갑게 식혀버리는 듯한 목소리에 비화의 작은 몸이 움찔 떨렸다.

마치 세뇌를 걸듯 그녀를 향한 접근을 막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슈르르르르륵!!! 콰앙!!!

조금 전까지 침묵하고 있던 어두운 숲속의 고목 가지들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비화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정답임을 깨달았다.

아직 진입 초반에 지나지 않기에 그 저항은 적다지만 저 나뭇가지에 단 한 번이라도 당하는 순간 그녀의 신성에 크게 상처가 가해질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빠가 알았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비화는 몸을 가볍게 푼 뒤 바닥을 박찼다.

움직이지 않는 거목들을 발판삼아 그녀를 집요하게 추적해오는 고목의 나무줄기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진입해나갔다.

나무줄기들은 비화를 휘감은 뒤 생기를 빨아먹기 위해 더욱 집요하고 치밀하게 그녀를 위협했다.

하지만 비화의 움직임은 그럴 때마다 마치 곡예를 부리듯 빗겨나갔다.

“다리안. 이런 거로 네 누나를 막기엔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야?”

오히려 나무줄기들의 느린 속도는 비화의 농락 대상이 되어 서로 뒤엉키고 부서져 나갔다.

당연히 나무줄기들 또한 그녀의 허점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엇.”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려던 비화의 발목을 휘감은 나무줄기가 순식간에 그녀의 생기를 빨아먹자 비화가 흠칫하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무줄기가 마치 과식을 한 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펑!! 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뒤이어 몇몇 나무줄기들이 그녀를 휘감기 위해 허를 찌르고 날아들었다.

다만 구속되지 않은 비화에겐 의미 없는 기습일 뿐이었다.

팍!!!

“콱 씨. 누나한테 대들고, 뒤지려고.”

쩌어어어엉!!!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나무줄기의 끝을 향해 비화가 올곧게 장법을 뻗어 넣었다.

그러자 손바닥과 나무줄기의 끝부분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거대한 원형태의 충격파가 지상과 하늘을 향해 퍼져나간다.

파스스스…….

다리안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면 다리안의 힘이나 다름없었다.

그 말인 즉. 비화의 조율 대상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물론. 없애버리는 게 제일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다리안의 육신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선택은 자제해야 했다.

괜히 원죄들을 바깥으로 쳐낸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더 없어? 그럼 누나 간다?”

씨익 웃으며 숲의 저편에 있는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목상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사람이 그대로 나무가 되어버리면 저러할까 싶을 정도로 정교한 목상.

그 외향은 다름 아닌…….

“아빠…….”

데이비의 외향이었다.

그는 품에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머리 위에는 척 봐도 내가 본체요 라는 느낌이 드는 빛나면서도 어둑어둑한 보석이 서려 있었다.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시야의 일부가 검게 변질되는 느낌이 든다.

“으으…….”

보석을 한번 본 것으로 시야의 5분의 1에 검은 안개가 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비화는 저항을 멈춘 고목들을 뒤로한 채 다시금 속도를 올렸다.

보석을 함부로 쳐다보아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방해들을 걷어내며 저 목상의 끝.

데이비의 머리 위에 도달해야 했다.

그리고 조율의 힘을 모조리 때려 박아 녀석을 억제하고 다리안의 몸 안에서 쫓아낸다.

그 후의 일은 데이비에게 맡기면 될 터다.

“그전에…… 이건 쉽지 않겠다…….”

단계가 올라간 것처럼 공기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저거…… 끝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비화는 입고 있던 날개옷의 하늘거리는 부분을 툭! 하고 건드렸다.

그러자 그것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흩어지며 비화의 몸으로 스며든다.

“후우…… 좋아.”

파앙!!!!!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하다. 이곳은 녀석의 공간. 비화는 직접 뛰어서 저기까지 도달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속도를 올림과 동시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나무줄기들이 파고들어 왔다.

조금 전의 줄기들이 많아 봐야 4~5가닥이었다면 이곳에선 그 수가 수십을 가볍게 넘어갔다.

그럼에도 비화를 쉽게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무줄기 중 일부가 비화의 다리를 휘감았을 때.

단순히 생기를 빨아가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그녀에게 주입된다.

“윽?!”

그것은 어떤 기억의 편린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기록이며, 사실상 비화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영상이기도 했다.

“우웁?!”

하지만.

기억이 동시에 주입된 비화의 육신을 한 번에 무너져내렸다.

“이건 대체 뭔…….”

그리고, 그렇게 주저앉은 비화를 향해 사방에서 나무줄기들이 파고든다.

“윽?!”

이에 입을 틀어막고 고통스러워하던 비화가 팔을 크게 휘저어 나무줄기들을 모조리 부수고는 다시 몸을 날렸다.

이런 기억을 종언이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작해야 가짜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땅에 기록된 과거의 기록들이 아닐까.

종언이 가진 힘은 괴이쩍기 그지없었으니까.

아직 교단의 개념조차 서지 않았었던 당시.

신성력을 얻은 한 부부가 그 힘을 이용해 많은 이들을 치료했다.

병에 걸린 이들과 다친 이들은 모두 그 부부의 손을 타고 다시금 회복되었고,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부부의 입지를 두려워한 그때의 국왕으로 인해 부부는 악마의 앞잡이라는 누명을 덮어썼다.

순식간에 부부는 쫓기는 모양새가 되었고. 도망자가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살아남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날 찾아온 국왕의 중병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전신에 기이한 수포가 끓어오른 국왕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다. 이것이 모든 이들을 질시했던 자의 말로라고.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는 있으면 안 되는 끔찍한 선민사상의 극의에 이른 자가 느끼는 대가라고.

이것까지가 처음 본 기억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의 팔을 휘감으며 추가 기억이 스며든다.

자신의 죄를 후회하며 죽어가던 국왕의 앞에 도망쳤던 부부가 나타났다.

부부는 그대로 국왕의 병을 치료해주었고, 왕성에 퍼진 악한 기운을 모두 몰아냈다.

이에 국왕은 자신의 육신을 치료해주고 왕성이 나쁜 기운을 몰아준…….

그들을 산채로 태워죽였다.

자신의 권위를 위협하는 존재들을 살려놓을 수 없다는 지독한 질시 아래에.

“우웩!!”

비화는 끔찍한 땅의 기억에 입을 틀어막았다.

비화는 일반적으로 생명체와 달리 많은 것을 본다.

“이건 너무하잖아…….”

비틀거리며 그녀가 나아간다.

나무줄기 중 일부를 제대로 피하지 못해 옷의 어깨 부분이 살짝 찢어지고 피가 튀었음에도 그녀는 쉬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만큼 그녀가 기억 속에서 본 생명체들은 끔찍할 정도로 순수하게 추악했다.

일부 그렇지않은 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화에게 보여주는 기억들 속에선 그런 게 없었다. 문제는 이런 기억을 보여줄수록 비화가 생명체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이들은 느끼지 못했을 내면의 아주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 비화는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대체 이딴 것들을 왜 살리…… 흡!”

반사적으로 중얼거리던 비화가 입을 틀어막았다.

“정신 차리자. 이건 일부일 뿐이야. 개새끼들만 보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순 없지.”

과거 배승우와 엮였던 일부터 많은 경험이 없었다면 비화는 아마 여기서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검안에 갇혀 느끼던 고통과 지금의 고통은 완전히 달랐다.

슈루루루룩!!! 쿠웅!!!

그때 다른 줄기와 급이 다른 크기의 두 가닥의 줄기가 비화를 노리고 맹렬하게 파고들어 왔고 그녀는 양손을 이용해 줄기들을 휘감고 녀석의 진격을 버텨냈다.

“이 무식한 새끼!! 이젠 힘으로 몰아붙여?!”

쩌어어엉!!!

“꺄아아악!!!”

동시에 뒤쪽에서 채찍처럼 휘둘러진 나무줄기들이 그녀의 등에 큰 상처를 남겼다.

흉터가 남을까.

괜한 걱정이 서릴 정도였다.

절대 그녀가 접근하게 두지 않겠다는 듯 나무줄기들은 그녀와 접촉하는 족족 끔찍한 기억들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다리안과 비화와는 어떤 이유로든 관련이 없지만. 생명체라는 존재를 향한 근본적인 혐오가 서린 기억들이었다.

고통받는 인간들을 구해주고 치료해준 착한 엘프는 자신이 구해준 사내에게 배신을 당해 마을이 불타고 가족들이 노예로 잡혀갔으며. 본인은 그 남자에게 잡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인간과 엘프의 화합을 추구할 수 있다며 엘프의 숲에 들어가 인간도 얼마든지 선해질 수 있음을 호소하고 헌신했던 한 사내는 엘프들의 배신에 의해 마수들에게 찢겨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한 인간과 마족이 사랑에 빠졌으나 지독한 두 종족의 반목은 끝내 두 사람을 비극으로 이끌었다.

이단 심문을 핑계로 아직 젖먹이도 떼지 못한 아이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그 외에도 수십 수백. 정말 어지간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어도 미쳐버릴 것 같은 그 기억의 폭풍에 비화는 점차 자신의 몸을 휘감는 것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나무줄기들이 마치 그녀를 감싸듯 아주 조심스레 그녀를 휘감았고, 공허해진 눈으로 주저앉아있던 비화의 육신이 서서히 잠식되기 시작한다.

다른 인간이었으면 이렇게까지 고통받진 않았을 것이다.

여신이기에.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에 그녀가 그곳에서 느낀 슬픔과 괴로움 원망. 그리고 지독한 악의가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것들은 아직 어리고 여물지 못한 비화의 정신을 순식간에 붕괴시켜버릴 뻔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의 손끝만을 남기고 마치 뱀이 칭칭 감듯 휘감긴 비화의 전신에 흘러나오던 신성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때였다.

어떤 힘이 그녀 안으로 스며든다.

마치 비화의 힘을 증폭시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얼마 전 보았던 힘이었다.

각성자 배승우.

초단이의 동기이자 한때 비화와 엮인 적이 있는 인물이다.

당시 비화는 그에게 자신의 성물 중 하나를 맡기며 녀석을 보호했었는데 아무래도 배승우가 성물의 힘이 약해지는 걸 보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듯 보였다.

아주 잠깐의 틈.

그곳으로 충분했다.

의지가 저 깊숙한 심해까지 빨려 들어가던 비화는 천천히 주변을 인지했고.

주먹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위이잉!!!!!

동시에 그녀를 휘감던 나무줄기 사이로 빛줄기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날지 못하던 것과는 별개였다.

나무줄기들은 비화가 떠오르지 못하게 더욱더 강하게 휘감으며 버텼지만, 비화는 계속해서 떠오르며 결국 나무줄기들을 모조리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휘감은 나무줄기의 파편들과 함께 하늘 높이 떠올랐을 때.

감겨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부릅 뜨여졌다.

쩌어어어엉!!!!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다시금 세상에 드러났다.

그녀를 휘감던 나무줄기들은 조각조각 흩어져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감히 여신에게 접근할 수 없다는 듯 그녀를 향해 파고들던 나무줄기들은 모조리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녀가 자주 입던 날개옷과는 달랐다.

그녀가 품고 있는 힘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완숙해졌다.

“넬타리드…….”

넬타리드가 그녀를 강제로 각성시키며 개화시켰던 힘이.

그동안 반절 정도 잠들어있던 힘들이 모조리 깨어난다.

그녀의 정신력은 훨씬 견고해졌고, 그녀의 신성은 더욱더 높은 광휘를 만들었다.

쉬리리리리리릭!!!!

숲 전역에서 그녀를 향해 나무줄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수는 무려 수천에서 수만.

일제히 그녀를 찌를 듯 쏘아져 올라오는 그것들을 보며 비화는 일렁이는 안광을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한 손을 제 가슴께까지 올린 뒤 손바닥을 펼쳤다.

파직…….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새하얀 스파크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내 빛으로 된 한 자루의 장총으로 변했다.

과거 사용했을 법한 머스킷처럼 생긴 총.

다만 실전용이라기보다는 장식이 많이 달린 장식용에 가까웠다.

하지만 외관 따위는 사실 상관없는 문제였다.

비화는 묵묵히 날아오른 채로 총구를 천천히 아래로 향했고. 자세를 잡았다.

치익…….

무언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나무줄기들이 일제히 갈라지며 끔찍한 형태의 꽃을 피워올렸을 때.

비화의 등 뒤로 입자들이 모여들며 수천 미터는 되어 보이는 빛의 날개가 엄청난 속도로 펼쳐졌다.

“세계의 일면만 보여주고 나를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나 본데. 다리안. 네 누나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그녀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찬란한 빛이 터져나간다.

동시에 비화의 날개가 일순간 흩어지며 사방으로 알갱이들이 흩어졌고.

그것들은 세상에 뜬 거대한 태양이 되듯 불어나며 막대한 빛을 쏟아냈다.

막대한 빛은 검은 숲 전체를 정화하듯 불태웠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는 이미 숲의 존재가 사라진 후였다.

“생명체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극도로 악의에 가득 차 있지만 그게 선한 사람들을 죽일 이유는 되지 않아.”

만약 그들을 죽인다면 결국 자신도 그 악한 놈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비화는 천천히 목상의 머리 위로 내려섰다.

더 이상 그녀의 부유를 막아설 힘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시야에 검은 것이 끼어 보이지 않을 지경이지만 비화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보석에 다가갔을 때.

비화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다.

그때였다.

“시간이 되었군요.”

들려선 안 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갑작스런 소리에 놀란 비화가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이놈이 여기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은 할 것도 없었다.

검은 양복. 머리 대신 달린 한 가닥의 촉수. 그리고 거대한 눈동자.

솔로모니아는 순식간에 비화를 제압하듯 잡았고.

그와 동시에 옅게 진동하던 보석이 파각! 소리를 내며 깨지며 비화의 팔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검은 칼날을 쏘아 보냈다.

“꺅!!!!”

상처를 입은 비화는 팔에서 검은 안개를 쏟아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솔로모니아!!!”

격노한 비화가 소리 질렀다.

하지만. 솔로모니아는 담담한 얼굴로 비화를 바라본다.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이 순간만을 위해 저는 그토록 오랜 시간 기다려왔습니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비화가 화를 낸다.

“뭐라고?!”

“당신을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 * *

여신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세상 어디든 가지 못할 곳이 없는 존재.

프리아 여신은 검은 머리칼의 청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여신님.”

담담한 목소리였다.

이윽고 청년, 아니 데이비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그 안에 서린 슬픔은 잊혀지지 않았다.

“과거에서 오셨군요.”

프리아 여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인즉슨…… 솔로모니아가 성공했다는 뜻이겠죠.”

데이비는 쓸쓸함이 서린 웃음을 지었다.

“후회하니? 그를 살려놓은 것을?”

“후회라…… 합니다. 다만 그놈을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게 아닙니다. 제 능력이 부족했던 과거를 후회하지.”

데이비의 말에 여신은 더욱더 다가가 데이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다.

하지만 데이비는 굳은 얼굴로 그 손을 밀어냈다.

“이제는 내 손을 받아주지 않는구나.”

“죄송합니다.”

“다 잘될 거야. 비록 네게는 자기만족에 불과하지만.”

“비화는 여신이니까요. 그곳에서건 이곳에서건 결국 비화는 비화입니다. 살아만 있어 준다면, 더는 바라지 않습니다.”

데이비는 쓰게 웃었다.

“아벨을 과거로 보내 코오나를 각성시키고, 아벨의 힘을 세계의 법칙에 되돌리고 과거를 바꿈으로써 이곳과 과거를 격리시켰지.”

여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네 손에 죽었어야 할 종언, 솔로모니아를 용서하고 과거로 보냈으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데이비의 품에 안겨든다.

“반드시…… 이번엔 비화를 지켜낼 수 있을 거야.”

“그래야죠…… 그걸 위해 인과를 개변하면서까지 준비를 했으니까요. 다만. 그에겐 미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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