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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26화 (1,426/1,559)

제 1426화

다리안 올 라운.

그리고 에반젤린 올 라운.

데이비와 에이리아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인 다리안과 에반젤린은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

그렇기에 누가 오빠고 누가 누나냐 묻는다면 아마 서로 신명 나게 싸우지 않을까.

그럼에도 가장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기에 가장 많이 투덕거리면서도 가장 잘 서로를 아낄 거라곤 생각했다.

“누님이나 돌봐드려. 내가 먼저 갈 테니.”

“곧 따라갈게.”

담담하게 말한 에반젤린이 천천히 비화를 부축했다.

“에반젤린? 진짜로?”

비화가 떨떠름하게 묻자 에반젤린은 말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응. 언니. 정말 오랜만이다…….”

담담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에반젤린의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화는 현재 상황이 천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공간은 그녀가 있던 티오니스와 다른 시공의 틈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시간의 개념은 엉망진창이고, 본래라면 존재해선 안 될 존재들이 넘어올 수 있는 만남의 광장이나 다름없으리라.

물론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했다.

“어떻게…… 너 설마…… 아벨이 온 미래에서…….”

“맞아. 아벨이 갈 때부터 계속 이날만을 기다려왔거든.”

담담하게 말하며 에반젤린은 천천히 비화를 일으켜 세웠다.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사라진다고 하지?”

그녀는 비화를 품에 안은 채 조용히 말했다.

“다리안은 그래도 덜하지. 아빠나 나, 엄마들은 20년이 지나도 단 한시도 언니를 잊은 적이 없어.”

다리안의 내면에서 비화가 자신을 희생해버렸다면.

과연 이런 결과가 났을까.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다시는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으니.”

“아벨은…… 알고 있어?”

“아벨은 몰라. 적어도 아벨 앞에선 어떤 이야기도 해준 적이 없거든.”

그렇다고 해도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그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당장 하인스에 있는 이들이 말실수만 해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텐데.

“용케도 숨겼네…….”

“아벨은 시공의 권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서 절대로 멋대로 움직이게 하면 안 됐거든.”

즉.

그녀가 죽은 미래에서 데이비를 포함한 모드가 단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20여 년간 이 사실을 숨겨왔다는 뜻이었다.

“기지배.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다리안을 구하겠다고 혼자 희생해버린 언니는 제정신이야?”

“…….”

“언니가 죽은 뒤로 난 게임도 제대로 못 했어. 할 때마다 예전에 총을 들고 뛰어다니던 언니가 떠올라서.”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비화는 말없이 에반젤린의 등을 두드렸다.

“이렇게 한다고 미래가 바뀌니?”

이곳에서 비화가 살아난다 할지라도, 그들이 있는 미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럴 것이냐 묻는 모습에 에반젤린은 천천히 떨어진 뒤 말했다.

“글쎄? 나도 모르겠네?”

뭔가 있는 것 같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윽고 에반젤린은 그녀의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뽑아 들고 그녀를 뒤로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다리안과 내가 저 개자식을 묶어둘 거야. 기회가 생기면, 핵에 언니의 힘을 때려 박아줘.”

“자…… 잠깐! 저건 위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에반젤린의 등 뒤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날개가 드러났다.

스르륵…….

동시에 그녀의 검 끝에 새하얀 기류가 모여든다.

단순한 오러나 오러블레이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의 기류였다.

이클립스와 헤라클래스 사이에서 태어난 마지막 고대룡 에반젤린이니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대체 얼마나 노력을 한 것일까.

터어어어엉!!!!!

그런 생각에서 강제로 그녀를 현실로 끌어낸 것은 엄청난 폭음이었다.

화들짝 놀란 비화는 곧 거대한 늑대를 무식하게 맨주먹으로 때려눕히듯 대지에 처박아버리는 청년을 보며 멍한 얼굴을 했다.

“허…….”

검은 로브를 입은 채 섬광처럼 파고든 다리안은 정말 자비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힘으로 종언을 몰아넣었다.

그제야 비화는 눈치챌 수 있었다.

종언이 그녀와 싸울 때 제힘을 똑바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괜히 종언이라 불린 게 아니라는 거겠지…….”

비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리안과 에반젤린. 단둘의 참전이었지만 이토록 든든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흡사 다리안의 뒷모습은 아빠의 든든한 뒷모습을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쉬리리리리릭!!!

종언의 반격도 매서웠다.

창공을 찢어발기며 튀어나온 고목들이 다리안을 휘감듯 감싸 그의 힘을 흡수하려 하자 그의 한쪽 손바닥에 막대한 힘이 서린 구체가 생겨났다.

동시에 다리안을 휘감은 줄기들이 일제히 그를 꿰뚫기 위해 쏘아져 들어오자 다리안은 망설임 없이 손에 든 구체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 놀라운 결과가 드러났다.

다리안의 구체에 닿은 줄기들이 증발하듯 바스러지며 순식간에 전염되기 시작했고, 새하얀 빛의 줄기들은 고목의 줄기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며 일순간에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크아아아앙!!!

생각지도 못한 강력한 반격에 종언이 주춤하며 물러난다.

하지만 다리안은 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의 손에 검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이 쥐어진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놈을 베어 갈라버렸다.

검은 화염이 사라지며 다리안의 손에도 에반젤린의 용신검과 비슷한 색상의 검이 드러났다.

아마 아빠가 만들어준 것이겠지.

동시에 거대한 목상으로 이루어진 늑대의 거대한 팔 하나가 잘려나가며 크게 휘청거렸고, 그는 망설임 없이 더욱 파고들어 결정타를 막아 넣으려 했다.

하지만 종언도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종언의 복부 쪽이 일렁이더니 이내 정체 모를 섬광을 그대로 다리안에게 쏘아 보냈다.

이에 다리안이 마법을 끌어올리려던 찰나.

“으랴아아아아!!!”

투쾅!!!

하늘에서 마치 미사일 떨어지듯 낙하한 에반젤린이 그대로 광선을 짓이기듯 걷어차 날려버렸다.

물리법칙이 아닌 비 물리법칙 계통의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날려버린다는 건 비화가 보기에도 황당했다.

하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는 존재에 대해 이미 데이비의 자잘한 이야기 속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회랑의 최강자.

인류 수호의 총사령관이나 다름없던 존재.

생존 전문가 헤라클래스의 힘이었다.

에반젤린의 일격은 단순히 에너지를 튕겨내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일대 공간 전체를 일그러뜨릴 정도였다.

급기야 에반젤린은 몸을 튕기며 날아올랐고 그대로 늑대의 머리 위부터 그를 찍어누르듯 검을 내리 휘둘렀다.

마치 도끼로 장작을 패듯 휘둘러진 검은 정작 종언에게 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허공에서 멈춘 검과 달리 정체불명의 충격파와 압력이 그대로 종언의 전신을 짓눌러버렸고 일순간 종언의 육신이 마치 종잇장처럼 일그러지며 짓눌린다.

“하여튼 눈 돌아가면 주변 안보지. 아빠가 매번 하던 말은 까먹었냐?”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짜증을 내는 에반젤린의 말에 다리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오겠거니 했지.”

“하…… 진짜 말이나 못 하면…….”

에반젤린이 한숨을 내쉬며 검을 튕겼다.

헬릭시윰제 검이 아니었으면 몇 번이고 부서졌을 정도로 과격한 공격방법이었다.

비화는 멍하니 둘의 협공을 바라보았다.

투덕거리는 듯싶지만 둘은 마치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보완했다.

에반젤린의 힘이 그대로 공간 전체를 비틀어버리며 놈을 찍어누르면 그 틈을 파고들어 다리안의 공격이 놈을 강하게 찍어 눌렀다.

누가 봐도 압도적인 상황이지만 비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장녀가 돼서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웃긴 일인데.”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여러 조건이 다르다 해도 결국은 동생들이었다.

정말 잘 커 줬다는 사실에 비화는 괜히 눈물이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소모된 신력은 빠르게 회복된다.

규칙이 엉망진창인 공간이기에 신력이나 마나의 회복이 극단적으로 어려운 걸 넘어 호흡도 하기 힘든 공간이지만 비화는 여신이었다.

붉은 공허의 종말 같은 게 아닌 이상 그녀의 힘은 엄연히 효과가 있었다.

그때 고목의 줄기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에반젤린과 다리안은 망설임 없이 종언의 본체를 향해 파고들었다.

당연히 그들에 비해 속도가 느린 고목의 줄기들은 허공에 부딪히며 뒤엉켰다.

명백히 공격실패였다.

하지만 종언은 거기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뒤엉킨 고목 줄기들이 일제히 꿀렁거리더니 형태를 변화하기 시작했고 마치 산탄처럼 뒤쪽에서 두 사람을 향해 파고들었다.

[억제.]

쩌어어엉!!!

비화의 권능이 거대한 고목의 움직임을 일순간 멈춘다.

이에 그 상황을 파악한 에반젤린은 다시금 대지를 박차며 그대로 파고들었고 다리안 또한 그녀를 엄호하듯 엄청난 속도로 뒤따라붙었다.

“저 멍청이들이!!”

뒤쪽에 복병이 있다면 저렇게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 텐데.

비화가 그들을 제지하는 것보다 비화의 권능을 맞고도 움직이는 고목 줄기들이 더욱 빨랐다.

이윽고 가장 위협적인 에반젤린을 먼저 노리듯 파고든 고목 줄기들을 보며 비화가 소리치려던 찰나였다.

뒤에서 엄호하듯 따라가던 다리안에게 에반젤린이 자신의 애검 트와일라잇을 던져주기가 무섭게 다리안은 허공으로 점프해 트와일라잇을 낚아채고 양손에 하나씩 검을 집어 들었다.

[초중검]

[마스터피스]

동시에 폭발적인 중량이 다리안의 육신에 걸리자 비화가 눈을 부릅떴다.

“노네임드 킹?!”

쩍!!! 쩌저적!!!

다리안을 믿듯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파고드는 에반젤린을 지키듯 다리안의 검술이 거대한 검기가 되어 그녀의 뒤쪽으로 날아들던 고목 줄기들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크아아앙!!!

회심의 공격이 빗겨나간 탓에 격분한 종언이 잘려나간 앞발을 빠르게 회복하며 에반젤린을 향해 휘둘렀다.

본체를 피해도 그 뒤에 따르는 후폭풍만으로도 여신을 순간 무력화시킬 정도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단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세로로 찢어진 동공에 정확히 놈을 담았다.

“으랴아아아아!!”

쩌어엉!!!

그리고 무식하게 정면으로 파고들어 종언과 충돌했다.

그 체급 차이만 놓고 보면 에반젤린이 순식간에 짓눌려 쥐포가 되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에반젤린은 놀랍게도 녀석의 공격을 쳐내는 건 물론, 공격했던 양쪽 앞발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다리안이 에반젤린의 날개 한쪽을 가볍게 밟았고 그것을 지지대로 삼듯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마령검?”

서걱!!

중검과 달리 부드러움이 서린 검은 검기가 번뜩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리안의 육신은 놈의 등 위 하늘까지 날아올라 있었고 검은 잔상과 함께 종언의 머리통이 잘려나갔다.

종언의 육체가 나무답지 않게 극도로 단단한 점을 생각하면 가히 경악스러운 파괴력이었다.

종언은 앞발을 잃은 상황에서 머리까지 잘려나가며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붉은색의 핵으로 보이는 구슬이 튀어나왔다.

“비화 언니!!”

뒤이어 에반젤린의 외침이 들려오자 비화는 반사적으로 제 몸만 한 머스킷을 구현해낸 뒤 빠르게 겨누었다.

보통이라면 억제를 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폭주]

폭주의 권능이 그녀의 탄에 서리며 충격파를 만들어내며 공간을 찢어발기고 날아든다.

저항하나 없이 날아든 탄환이 노리는 것은 핵.

종언의 육신은 마치 슬라임처럼 빠르게 꾸물럭거리며 어떻게든 머리를 수복하려 했지만, 비화의 탄환이 더욱 빨랐다.

콰직!!!

그리고.

뒤이어 탄환이 핵과 충돌하며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힘의 핵을 잃어버린 것처럼 수복되던 머리가 일순간 힘을 잃은 젤리처럼 무너져내린다.

동시에 에반젤린은 녀석의 나머지 다리 부분으로 파고들었고, 그녀의 양쪽 공간이 찢어지며 거대한 용의 앞발이 튀어나와 놈의 육신을 짓눌렀다.

이후 하늘에 떠 있던 다리안이 용신검 트와일라잇과 그의 검을 손에 쥔 채 소용돌이치듯 검의 폭풍을 일으키며 낙하했다.

검신의 중검이었으나 그것을 휘감는 건 천마의 마령검 특유의 검은 검기였다.

“너 하나 죽이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렸는지 모르지.”

그의 눈동자가 서슬 퍼렇게 번뜩이며 붉은빛 안광을 마치 혜성의 꼬리처럼 늘어뜨렸다.

“정말…… 오래 기다렸다, 이 개자식아.”

서거걱!!!

이윽고 남은 육신조차 수 갈래로 갈라버린 다리안이 검을 털어냈고.

종언의 모든 에너지가 서서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설마. 데이비가 오기 전에 정말로 끝낸 것일까.

다른 가능성도 아니고 종언의 가능성을 해치운 것일까.

멍하니 서 있던 비화는 언제 다가왔는지 그대로 그녀의 품에 안겨드는 에반젤린을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끝난…… 거지?”

“그래 언니. 다 끝났어…….”

슬픈 목소리로 말하는 에반젤린을 보며 비화는 떨떠름하게 다가오는 다리안에게 말했다.

“다리안…… 다친 곳은 없고?”

“네…….”

다리안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에반젤린의 뾰족한 귀를 콱 잡아챘다.

“꺄아악! 아파 이 새끼야!”

그리고는 그녀를 휙 하니 밀어내고는 다가와 비화를 내려다본다.

“비화 누님. 아니 누나.”

“어…… 어어?”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대답보다 다리안의 행동이 빨랐다.

그는 그대로 비화를 끌어안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누님…….”

그 한마디에 서린 후회는 너무도 짙었다.

그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안도와 슬픔. 그리고 기쁨을 나누는 그들을 멀리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며 데이비가 말했다.

“아직 미숙하네.”

“자식이 부모를 쉽게 이기겠냐. 다리안이나 에반젤린이나 태생부터가 워낙에 장난 없어서 말도 안 되게 강해지긴 했다만.”

“에반젤린은 이해하겠는데. 다리안…… 대체 얼마나 갈아 넣은 거야.”

“본인이 원했던 만큼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 했다.”

“회랑에 보냈나?”

“아벨이 가진 시공축을 살짝 훔쳐서 방대한 시간을 굴렀지. 너나 나처럼. 그래도 아직 미숙하다만, 언젠가 놀랄 정도로 높이 도달할 재능이긴 해. 가장 듬직하고, 믿을 수 있는 장남이다.”

가면을 쓴 청년의 말에 데이비는 헛웃음을 흘렸다.

“자랑스럽다 해야 할지 미안하다 해야 할지…….”

“적어도 자랑스럽게 여겨라.”

그 말과 동시에 둘 다 기척 없이 조용히 마법을 발현했다.

동시에 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미약해질 대로 미약해진 종언의 마지막 파편이 뭉개지듯 흩어졌다.

“확인사살에 대해선 새로 가르쳐라.”

“그래. 그래서 직접 보니 어떠냐.”

“뭘.”

“네 자식들. 잘 커 준 에반젤린과 다리안.”

“너무 자랑스럽지 뭐.”

데이비의 웃음에 그가 쓰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리고. 코오나를 잘 다독여줘라.”

“……아벨한테 못 할 짓 한 건 알고 있지? 다시 말하지만, 이번만큼은 페르세르크가 허락한다 해도 내가 허락 못 해. 그 애가 내게 품고 있는 연심은 레이나의 집착처럼 비틀린 가족애야.”

“그게 사실이라 해도, 네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 상처 많던 아이가 조금 더 빨리 웃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으니까. 나는 못 한 걸 아벨은 해냈다. 조금만 더 빨리했으면 코오나도 평범하게 활발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내가 후견인으로 있으니까. 말은 그렇지만 결국은 딸과 다를 바 없어.”

그의 말은 쉬이 공감해주기 어려웠지만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잔인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코오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으니까.

“코오나는 나이만 먹었지 순 어린애거든.”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았고, 어린 나이에 칼을 들었으니 당연하긴 하다만.”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그 가면 뭐냐. 촌티 나게.”

“이 가면이 어때서. 초단이가 예전 졸업작품을 만들면서 같이 만들어준 가면인데.”

“다시 보니 굉장한 가면이네. 아주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마나 배열도 완벽해.”

풉 소리와 함께 그가 가면을 벗으려다 멈칫했다.

“그런데…… 정말로 끝이 맞나?”

데이비가 문득 묘한 느낌을 받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처리하면 되니.”

그리 말한 그가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아. 이 말은 늘 하고 싶은 말이지 않나? 공자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빛이 있으라.”

데이비가 피식 웃으며 똑같이 말해주기가 무섭게 가면을 쓴 청년, 또 다른 데이비의 손끝을 타고 방대한 빛이 터져 나오며 공간 전체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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