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40화 (1,440/1,559)

제 1440화

[오늘 자 절제쉑 방송 레전드]

-절제쉑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여자 다시 방송 출현함.

-본인은 호문클루스라고 하는데, 애초에 절제쉑, 티오니스 성자 딸인 에반젤린하고 꽤 친한 편이라 티오니스 문명의 산물이라 생각되는 호문클루스가 있는 것도 그러려니 함.

-중요한 건 이 무친 년이 인간이 아니다 보니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

이어지는 움직이는 사진에는 노아가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보면 알겠지만, 육체 기반이 슬라임으로 만들어져서 변형이 생각보다 자유롭다고 함. 원래 모습은 본래 원형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중요하지 않음. 중요한 건 이 무친 년이 이것저것 변하다가 저지른 짓임.

이어지는 그림에는 노아가 어떤 캐릭터로 변하자마자 승현이 기겁하며 그녀를 제지하는 사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은 아끼도록 하겠다ㅋㅋㅋㅋ

게시물은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ㅋㅋㅋㅋㅋㅋ미친년 제대로 사고 쳤네 ㅋㅋㅋㅋ

-아니 하필 변해도 그걸로 ㅋㅋㅋㅋㅋ

-그래서 저게 뭔데.

-보면 모르냐 게이야…… 하도 유명해서 이름만 말해도 다 아는 건데 그걸 모르네…….

-그래서 굉장히 눈길이 가는데.

-그래서 제목 뭐냐고!!

-검은…… 크흠…… 여기까지 하겠음.

-왜 이리라고 말을 못 해!

-정지 안 당하냐 ㅋㅋㅋ

-캐릭터로 변했다고 정지를 때리겠냐 등신아 ㅋㅋ

하필 노아가 변한 캐릭터가 타이틀 캐릭터이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라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저런 거 그냥 둬도 됨? 애초에 저렇게 변할 수 있으면 범죄 저질러도 막말로 누가 암.

-그래서 어쩌자고.

-어쩌긴 잡아놓고 감시해야지. 저런 거 돌아다니는 거 생각하면 섬뜩하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알고 보니 호문클루스일 수도 있는 거 아님?

-미친 쟤가 할 짓 없어서 너한테 그런 짓이나 하고 있겠냐 ㅋㅋㅋ

일각에선 잠깐 모습을 비춘 노아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와…… 내 최애 캐릭터도 변신하네. 엄마! 저건 어디서 사?

-미친 사람을 사고팔라고 드네.

-지랄 저게 어떻게 사람이냐. 호문클루스라며. 호문클루스 모름? 인조생명체임. 인조생명체에 인권 같은 게 어딨냐.

-기어 잘 박아라. 저거 티오니스에서 온 거다.

“이것들은 아니고.”

일각에선 다른 세력도 있었다.

-아니 인조생명체라고? 와 티오니스 성자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맞음. 역겨워죽겠네. 여성을 성 상품화 시킨 거 아니냐. 미친 거 아님? 하여튼 어디 미개한 왕정국가 출신 아니랄까 봐…….

-이것들 개 빠꾸 없네? 왕정국가가 마냥 미개하다고 여기는 건 어디서 나온 개논리야. 민주주의는 뭐 완벽하냐?

-모르면 공부하세요…….

-나 남잔데. 솔직히 저런 거 X나 역겨움. 제발 지구에 저딴 것 좀 안 가져오면 좋겠다.

-;;어디 좌표 찍었나. 왜케 몰려와서 층간소음 일으켜.

“이것도 아니고…… 그보다 여기 댓글들 보고 있으니까 정신이 나가겠네! 진짜…….”

호문클루스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시끄럽기 그지없다.

물론, 이 상황은 협회 측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다곤 패러사이트의 움직임은 노아를 쫓을 때 드러난다.

그런 만큼 노아의 상황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놈들이었다.

현아는 승현의 방송이 생각 이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만족스럽게 반응을 살펴보다 곧바로 후회했다.

“그래서 오빠야, 본인 생각은 어떤데?”

“뭐가.”

“티오니스에서 호문클루스가 넘어왔다는 이유로 엄청 시끄러워졌는데.”

“무슨 상관이야. 이것들은 김칫국을 거하게 한 사발 하네.”

일각에선 지구의 경제를 박살 낼 전조다. 티오니스 성자가 선을 넘고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티오니스 성자의 의도는…….

뭐 별의별 이야기가 나 나돌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인간들이 착각하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노아가 단순한 호문클루스가 아니기에 저런 호문클루스는 다시금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지구에서 무슨짓을 한들 호문클루스 같은 존재를 양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었다.

“노아가 적출해낸 다곤 패러사이트. 조사를 해봤는데. 역시 본체에서 떨어져나온 파편이긴 해.”

“그렇겠지.”

“문제는 그 본체인데……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다곤 패러사이트와는 조금 많이 다른 존재 같고.”

“그렇겠지.”

“도와주면 안 돼?”

“싫다.”

단호한 데이비의 답변에 현아의 표정이 팍 찡그려졌다.

“그러면 그렇지. 어휴 저 밴댕이 소갈딱지.”

“너 인마. 처음 나랑 다시 만났을 때 그 차갑던 이미지는 어디가 팔아먹었냐.”

“오빠야 만나서 요즘은 살만해.”

담담하게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는 그녀였다.

“그쪽 세계 동생은 잘 지내?”

“바리스는 국정 돌보느라 정신없고, 윈리는 요즘 깨가 쏟아진다더라.”

잘 지내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비록 자주 만날 수 없게 된 건 서글픈 일이지만 본인들의 행복도 찾아야 하는 법이니까.

“이상하네…… 아무리 변종이라도 이건 단순한 정도를 넘어섰는데…….”

“아예 새로운 종이라고 해도 되겠네.”

“새로운 종?”

“다곤 패러사이트의 위험도가 얼마지?”

“전투능력은 없지만, 감염성 때문에 최소 B급 이상. 다만 이번에 S 급 각성자까지 감염시킨 거로 봐서 등급이 S급으로 올라갈 예정이야.”

단순히 감염되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협회가 긴장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S급 각성자가 소리소문없이 감염되었다는 사실.

다른 말로 하면 이미 빠져나온 놈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이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현아가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누군지 몰라도 최초감염자 자식은 잡히는 대로 아주 제대로 콩밥을 먹여 버리든지 해야지…… 아니 오빠. 농땡이 그만 피고 좀 조언이라도 해주지?”

“이런 거 하나 해결 못 해?”

“오빠는 방법이 있나 보다?”

“있지.”

“뭔데?”

현아가 눈을 반짝이자 데이비는 빙그레 웃으며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어디 날로 먹으려고.”

“이 개새끼야!”

그대로 날아 차듯 데이비를 걷어찬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일단 상위 각성자들 전부 소집해야겠어. 감염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이 안 되는 현 상황에…….”

본래 다곤 패러사이트는 검사가 된다.

“생각해보면, 첫 번째 감염자도 자신이 감염된 건지 몰랐던 게 아닐까?”

“그건 아닐걸?”

데이비는 패러사이트를 조사한 보고서를 집어 들고는 싸늘하게 웃었다.

“인간의 내부에 들어가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거야. 다곤 패러사이트가 그렇게 악랄한 생명체는 못된다는 거지.”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한다?”

“비슷한 케이스에 대해 보고된 바가 있어. 참고로 다곤 패러사이트는 다른 세상이야. 티오니스가 아니라.”

다만 확률이 극도로 낮은 편인데 용케도 이런 사태가 벌어졌거니 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데이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상황이 좋다고 해야 할지.”

“무슨 말이야?”

“노아 말하는 거야.”

“노아? 패러사이트가 노리는?”

“왜 다곤 패러사이트가 갑자기 노아에게 환장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봤어?”

“그냥…… 인간과 달리 녀석들이 기생하기 가장 좋은 육체 같은 거 아니었어?”

“노아의 육체를 구성하는 슬라임 로드, 그건 지구를 제외한 다른 세상에서도 흔히 보이는 개체야.”

“그런데?”

“어떤 세계에선 슬라임 로드가 다곤 패러사이트의 천적이라고.”

슬라임 로드.

티오니스에도 있고 다른 대륙에도 존재하는 것이 바로 슬라임이다.

그리고, 슬라임 로드는 그런 슬라임과 흡사하지만, 훨씬 더 정교하고 많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데이비가 아는 한에서 다곤 패러사이트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선 슬라임 로드의 주식이 바로 다곤 패러사이트였다는 건 분명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슬라임 로드에게서 다곤 패러사이트가 유혹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언가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다곤 패러사이트는 본능적으로 슬라임 로드에 향하고, 자신이 잡아먹히는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에 기생하려 든다.

“빨리 찾는 게 좋을 거야. 애초에 슬라임 로드의 육체 기반이라 곤하지만, 노아는 자기 힘을 거의 다룰 줄 모르거든. 무인도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지.”

* * *

잔뜩 지친 채 노아는 드넓은 모래사장에 대자로 뻗었다.

베헤모스라고 했던가.

자신의 육신을 만들어주었던 존재, 데이비 올 라운이 계약하고 있는 환수왕이라고 들었다.

겉모습은 소년이었지만 본모습을 본적이 있는 만큼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묘한 존재임은 틀림없었다.

끝도 없이 거대해지는 탓에 본체의 크기가 가히 섬을 우습게 덮을 정도였던 만큼 그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있다.

본인 말로는 심해의 폭군이니, 태초의 포식자이니 말은 많지만 노아가 보기엔 단순 스트레스나 푸는 성질 더러운 흰수염 고래일 뿐이다.

좋은 예시로 힘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도와주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녀는 베헤모스에게 신명 나게 두들겨 맞는 두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힘을 발현하지 못했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도 알 수 없다. 힘의 트리거가 정확히 뭔지도 알 수 없고, 자신의 안에 또 뭐가 들어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아를 만들어준 신인 넬타리드는 자신을 보내면서 만나기 어려워졌고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존재인 데이비 올 라운은 이번 일에서 손을 철저하게 떼버렸기에 직접 만나 몸 안에 뭘 숨겨놨는지 털어놓으라 말할 수도 없었다.

짜증이 왈칵 일어난 노아는 상체를 벌떡 일으킨 뒤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짜증 나네……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해?”

근본적으로 그 협회인지 뭔지가 망할 다곤 패러사이트를 관리 못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인간들이 나쁘다.

그들이 일을 못한 게 잘못이다!

노아는 강력하게 자기합리화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괜히 짜증이 난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숲속으로 들어갔다.

“승현이 잘못한 거야.”

밖에 나와서 저 망할 흰수염고래에게 죽도록 얻어터진 것도 결국은 승현의 방송에서 사고를 쳤기 때문이 아닌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승현이 좋아할 만한 게임. 영화 캐릭터로 변하는 능력이 장기인 그녀였기에 그가 좋아할 만한 것은 모두 정교하게 기억해두었다.

실제로 검은 이리라고 했던가.

그 파일에는 [매우 중요! 함부로 열지 말 것!] 라는 문구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변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당황하며 그녀를 내쫓아버린 승현의 태도를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쫓아.”

베헤모스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고 난 후라 그 울적함이 과해진 기분이다.

그렇게 절벽 끝에 걸터앉아 바다 저편을 지켜본다.

이곳은 알려진 바가 없는 장소. 이 장소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문 일부이며, 그것도 한국에 있는 인물은 아니다.

즉.

놈들이 아무리 길길이 날고 기어도 절대 노아가 있는 이곳을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새하얀 해면, 놀라울 정도로 투명한 물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헤엄치고 싶게 만들지만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놀러 온 거야 놀러 온 거. 승현도 나쁜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닐 거야.”

자신의 뺨을 두어 번 두드린 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박자박 걸어가 승현이 머물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동시에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왔고 이내 야외 그릴 위에서 신나게 고기를 굽고 있는 승현과 한창 풋풋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시우 커플이 보인다.

“노아! 빨리 와! 네가 좋아하는 목살 한가득 구워놨으니까!”

그 말에 노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방금 전까지 분명 울적했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거지.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가 매달리듯 안기고 싶은 충동까지 인다.

“가! 간다고!”

자신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 그녀가 헤실거렸다.

그녀가 품고 있던 불만들이 마치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작 고기에 넘어갈 정도로 멍청이가 아닌데.

그래. 이건 자신이 승현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상태를 진단했다.

“아니 왜 이렇게 많이 한 거야?”

“너 많이 먹잖아. 그러니까 한가득 구워놔야 우리도 혓바닥이라도 대지.”

“아니 흐, 흐흣. 나, 낭비인데 이거…….”

승현을 타박하면서도 노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마치 잔뜩 삐져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쪼르르 달려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한창 깨를 쏟아내던 엘리시아가 웃으며 그녀의 앞접시에 고기들을 덜어내 주었다.

“많이 먹어요.”

“고마워!”

해맑게 웃으며 그녀가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인어랑 그 망할 고래는?”

“소야 씨와 베헤모스는 자리를 비웠어. 내일쯤에나 돌아올 거 같다는데.”

“흐흐…… 상관없지.”

그리 말하며 그녀가 손을 뻗으려는 순간이었다.

노아의 손짓이 멈췄다.

승현을 바라보던 노아의 표정이 갑자기 찡그려진다.

“왜?”

“……승현. 기다려봐.”

어째서일까.

노아는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승현에게서 느껴지는 느낌을 받았다.

“으악! 얘 왜 이래!”

갑자기 득달같이 달려들어 승현을 바닥에 쓰러뜨린 노아가 씩씩거렸다.

“왜 이래! 진짜!”

“노아야!”

놀란 시우와 엘리시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노아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나 방금까지 아무것도 안 느껴졌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지금은 보이는 거야? 승현…… 네 몸 안에…… 왜 그 빌어먹을 기생충이 있는데?”

그녀의 말에 승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그 짜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절제, 승현의 표정이 무서우리만치 차갑게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의식도 빼앗지 않았는데. 이걸 들켰네?”

승현의 미소에 노아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개자식이!!”

동시에 노아는 이전 코오나와 함께 있을 때처럼 거의 본능적으로 자기 방어시스템을 활성화해냈다.

동시에 노아의 양팔이 슬라임처럼 액체로 변하며 승현을 휘감았고 이내 승현의 입안에서 작은 살덩어리 같은 것을 적출해냈다.

파스스스…….

동시에 패러사이트 유충으로 보이는 것은 그녀를 감염시키려는 건지 빠르게 노아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다곤 패러사이트가 본능적으로 기생하고 싶어 하는 유혹을 주는 것이 바로 슬라임 로드였다.

“꺼져!!”

하지만 데이비가 예상한 대로 다곤 패러사이트는 노아를 감염시키지 못한 채 그녀의 체내에서 완전히 기화하듯 사라져버렸다.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본체 감염자를 제외한 존재들은 그 존재를 찾아내려 하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승현의 몸 안에 기생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 말인 즉.

승현의 안에 기생한 기생체가 특수한 경우이거나 작정하면 인간의 검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노아 또한 승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더욱 커지면서 각성한 일부 능력이 아니었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혹시나 하는 상황에 검사를 했을 텐데?”

분명 감염 여부가 음성으로 떴었건만. 왜 감염이 된 것일까.

“설마 이 무인도에도 이미 다곤 패러사이트가…….”

“아냐. 그런 거 아냐…… 처음부터 몸 안에 있었어. 알프랜드에서 그 개자식들을 만났을 때부터.

처음부터 계획이 되어있었다.

지금까지 꼭꼭 숨겨놓고 노아를 자극하고 인간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숨긴 거겠지. 실제로 승현의 의식을 건드리지 않고 몸 안에 숨어있기만 했어. 아마 찾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인간의 지식과 기억을 훔쳐서 똑똑해진 기생충의 행동은 가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대체…… 왜?”

다만 왜 그런 짓을 했는가가 의문이었다.

이에 엘리시아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노아 씨를…… 이곳에 가둬버리기 위해서…… 가 아닐까요.”

이곳에선 그 누구도 기생충의 공세를 방해할 이가 없으니까.

괜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인원 배치가 적은 이 순간을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베헤모스 씨가 있을 텐데…….”

“베헤모스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거나…… 중요한 건 놈들에게 이곳의 위치가 드러났다는 거야.”

노아는 자신의 몸 안에서 녹아 사라져버린 망할 기생충이 승현의 몸을 휘저었다는 사실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했다.

“흐으…… 흐으…….”

숨이 가빠지고 그녀의 눈이 충혈된다.

“노아?”

“아…… 아아아…….”

다른 일은 화가 나도 이렇게 제어가 안되지 않았는데.

베헤모스에게 죽도록 얻어터질 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노아는 승현이 죽은 듯이 쓰러져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신이 붕괴해버릴 것 같은 불안함과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가 점차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 저편에서 커다란 비행기가 한 대 지나갔고, 다수의 인영이 섬을 향해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누…… 누가 오고 있어!”

“시우 씨! 피하세요!”

본능적으로 저것들이 감염된 각성자들임을 깨달은 엘리시아는 시우와 노아의 팔을 붙잡고 장소를 벗어나려 했다.

가장 안전한 장소라 생각한 무인도지만 위치를 들키고 다곤 패러사이트가 협회의 눈을 피한 시점에서 이곳은 오히려 안전한 장소가 아닌 도망칠 곳 없는 장소로 변해버린 셈이었다.

극히 위험한 상황.

이에 노아는 엉엉 울며 기절한 승현을 어떻게든 붙잡고 그 장소를 벗어나려 했다.

치이이익!!!

위성으로 연결된 무전기를 통해 코오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듣고 있어요?! 기생체가 그곳의 위치를 알아낸 거 같아요! 베헤모스 씨가 있다곤 해도 혹시 모르니까 몸을 숨겨요!

이미 늦었다.

별일 없거니 하며 멍청한 베헤모스는 농땡이를 피우러 자리를 비웠고, 그 틈을 타고 기생체에 감염된 존재들이 강하를 시작했다.

그리고, 십수 명에 달하는 다양한 각성자들이 일제히 네 사람을 포위했다.

“조진 거 같은데…….”

시우의 중얼거림에 엘리시아는 창백한 얼굴로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리고. 노아는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승현을 잡고 흔들며 오열했다.

저벅…… 저벅…….

그때였다.

성큼성큼 걸어온 각성자 하나가 기절한 승현에게 다가왔고 시우가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서 그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각성자의 육신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이들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곳에 있는 이들은 정작 이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을 눈치채진 못했다.

“스스로 둥지를 떠나 날아오를 줄도 알아야지 언제까지고 어미가 부리로 밀어주기만을 바라나.”

“저기…… 저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인어의 질문에 청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노아 저게 보기보다 불안정해 보여도 내 역작이야. 저것들은 덫에 걸린 거다.”

데이비가 차갑게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