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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42화 (1,442/1,559)

제 1442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데이비는 과거 수많은 골렘을 취미 겸 영지 방어용 시스템으로 구축한 바 있다.

두 개의 편대는 당연히 데이비의 사심과 취미가 잔뜩 주입된 채로 만들어졌고, 그에 따른 진화를 거쳐왔다.

다만 지금까지 이런 케이스는 없었다.

특수한 개체를 이용한 육체 구성은 몇 차례고 존재했지만, 신이 직접 자아를 빚어 그 육체 안에 안착시킨 케이스는 처음이라는 소리였다.

무엇이 되었건 새로운 미지.

데이비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던 또라이 기질이 발현되는 데엔 오랜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데이비가 종합한 실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아에겐 여러 능력이 주입되었지만, 감히 말하건대 마지막 능력만큼 경악스러운 것은 없으리라.

노아의 육신 안에는 다량의 존재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있다.

코드명 의태 보팔 레빗 또한 그런 케이스였다.

육체가 빠르게 변형한다.

하지만 완전 변형은 힘들었는지 머리 위에 새하얀 토끼 귀와 토끼 꼬리가 생겨나거나 피부가 더욱 희게 변한 것뿐이었다.

뿌드득…….

촉수를 맨손으로 잡아 뜯어버리는 노아의 괴력은 이전과는 달랐다.

빨갛게 변한 눈동자는 이전과 달리 흉포함을 담고 있었다.

“젠장 일이 꼬였군! 빨리 제압해!”

감염된 각성자 협회장의 외침에 각성자들이 일제히 노아를 향해 덤벼들었다.

다곤 패러사이트는 자신의 생존본능이 강했다. 그리고.

현재 노아가 보이는 의태가 자신들이 생각한 수준의 이상임을 깊게 깨달았다.

자신들의 천적인 노아만 사라지면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도 없어진다.

그 후 모든 의체들을 버리고 새로운 의체로 갈아탄 뒤 하나하나 장악해나갈 계획이 한순간에 비틀리는 느낌이었다.

콰득!!!

이윽고 육체계 각성자 하나가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노아를 향해 파고들었다가 저지당했다.

고개를 숙인 채 의태를 진행하던 노아가 작은 손을 뻗어 그대로 사내의 목을 틀어쥔 것이다.

가녀리기 짝이 없는 육체.

그럼에도 그녀의 손에 목을 잡힌 육체계 각성자는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컥컥 소리를 냈다.

얼마나 힘을 강하게 줬는지 노아의 손에 잡힌 사내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꺽…… 꺽…….”

고통스러워하는 사내를 보며 노아는 격노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 때문에 승현이 크게 다쳤잖아. 어쩔 거야.”

“망할 벌써 손을 떠난 건가?! 이렇게 된 이상 탈출을…….”

덜컹!! 화르르륵!!!

노아의 상태가 심상찮음을 깨달은 협회장은 곧바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비행형 각성자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쓰러져 있던 시우가 근처의 레버를 잡아당기기가 무섭게 창고 근처 일대가 마법의 불로 만들어진 벽으로 둘러싸인다.

“다곤 패러사이트…… 불에도 약하지?”

“이…… 이 망할 놈이!!”

터어엉!!!

노아의 힘은 고작해야 보팔 레빗의 20퍼센트.

하지만. 고대의 마수인 보팔 레빗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터엉!!! 터엉!!

그야말로 터프함의 그 자체. 미친듯한 폭력성.

노아는 붉게 변한 눈동자를 번뜩이며 미친 듯이 놈들을 제압해나갔다.

[의태 제한시간 만료, 다음 의태를 개시합니다.]

[단계적 의태 개시. 두 번째 데이터를 활성화. 의태 개체 명.]

노아의 머리위에 돋아나 있던 귀가 사라지고 두 개의 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팔 레빗의 육체를 재현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머리카락의 빛이 마치 은하수처럼 물들었다.

[금우궁 타우르스 재현율 15%]

수치는 줄었지만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노아의 전신에서 기이한 투기가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육감적인 몸매로 변한 노아가 자세를 살짝 낮췄다.

그녀가 노리는 것은 감염체들의 본체. 즉 각성자 협회장이었다.

“이…… 이런?!”

잡히는 순간 감염체의 본체건 아니건 위험하다.

각성자 협회장을 장악한 다곤 패러사이트의 본체는 반사적으로 위험을 감지했고 격하게 소리쳤다.

“막아라!!!”

동시에 덩치가 큰 한 사내가 순식간에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인물이었다.

노아의 돌진을 맨손으로 막아선 그가 괴성을 내지른다.

“흐아아압!!!”

터어엉!!!!

엄청난 기합과 함께 그가 노아를 향해 기합을 내질렀다.

터엉!!!

동시에 무형의 충격파가 노아를 휘감고 뒤쪽까지 튕겨 나갔다.

하지만, 놈의 충격파는 노아를 밀어내지 못했다.

고작해야 타우르스의 힘의 일부를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재현율 15%라곤 하지만 그것이 타우르스의 전력의 15%라는 뜻 또한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아의 힘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노아와 충돌한 사내는 분명 상위 각성자였지만 노아가 방대한 정보로 재현해낸 존재는 다름 아닌 별자리.

그것도 별자리 중에서도 강력한 금우궁 타우르스였다.

당연히 그녀를 정면에서 막아낸 각성자는 양팔이 완전히 기괴하게 꺾인 채 피를 뿌리며 포탄처럼 튕겨 나가버렸다.

그 외에도 그 충격파에 휩쓸려 나간 다른 각성자들 대다수가 순식간에 전투 불능이 될 정도였다.

물론, 노아도 멀쩡하진 않았다.

아무리 육체가 변형에 최적화되어있고 신이 직접 빚은 혼을 지니고 있는 탓에 데이비가 예측한 최고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반동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는 뜻이었다.

창백하게 질린 채 그대로 밀려 나간 노아의 전신이 크게 일렁이더니 의태가 순간적으로 풀려버렸다.

마치 100미터를 전력질주로 주파한것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신 노아는 자신이 벌인 참상을 보며 눈동자를 잘게 떨었다.

유지만 했다면 압도적인 승리였겠으나 노아는 아직 그것을 유지할 정도의 힘이 없었다.

재앙에 가까운 풍경이다.

이정도에 휘말렸다면 각성자들은 한줌의 고깃덩어리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않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노아를 막아섰던 각성자는 치명상을 입었을뿐 죽지는 않았다.

아직 힘에 익숙하지 않은 노아가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 힘의 제어를 놓쳐버렸기 때문이었다.

“후우…… 후우.”

주변을 노려보던 노아의 눈이 스산하게 번뜩인다.

“저것들을 그냥 두면…… 후우. 승현이 또 다칠 거야.”

그녀는 다시금 힘을 강제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감각을 잃어버리기 전에 되찾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육신은 반 정도 다시 의태에 성공했다.

“제…… 젠장!”

협회장은 노아가 다시 기상천외한 힘을 내뿜자 기겁하며 물러났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각성자들이 그녀를 막기 위해 움직이지만, 노아는 거침없이 그들을 처박아 제압하며 협회장을 향해 달려갔다.

더 이상은 그를 지켜줄 이가 없는 상황.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던 그가 비명을 내지르고 노아가 막대한 힘이 서린 주먹을 내지르려던 그 찰나.

“흐…….”

협회장의 입가에 섬뜩한 웃음이 걸렸다.

터엉!!!

순식간에 튕겨 나간 노아가 숨을 쿨럭거렸다.

“어떻게…….”

“내가 존재해온 이래로 네 년 같은 슬라임 로드는 본 적이 없다. 인간형체인 것도 황당한데 그 괴이한 힘은 더더욱 말이지.”

각성자 협회장은 스산한 기류를 내뿜으며 걸어왔다.

“하지만 한계로구나. 나를 공격할 때는 이미 한 줌의 힘도 남지 않았지?”

결국, 노아가 먼저 방전되어버린 것이다.

“놀랐다. 놀랐어. 이 정도의 힘이라니. 감염시킬 수만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슬라임 로드는 감염시킬 수가 없으니 별수 없지. 여기서 죽이는 수밖에.”

그의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 있던 시우가 이죽거렸다.

“이봐 괴물, 후우, 후우. 여기서 우리를 죽인다 해도 네놈의 정체는 이미 다 밝혀졌을 텐데?”

각성자 협회장이 대량의 각성자를 감염시키고 이곳으로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협회장이 없는 협회나 공조하고 있는 신성 그룹이나 어느 쪽이든 이미 추적대를 보내고 있으리라.

“뭔가 착각하는 듯하구나. 인간, 네 말대로 내 본체는 이 인간에 기생해있지만 기생하고 있는 육체를 잠시 버리고 이 근처 바다생물에 기생하면 나를 잡을 수 있을까? 유일한 슬라임 로드가 사라진 상황에서 나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웃기는군. 다곤 패러사이트의 감염 여부는 얼마든지 기계로 찾아낼 수…….”

“정작 찾아내지 못했지 않나.”

그 말에 시우가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나는 일반적인 동족과 달리 진화를 이뤄낸 존재이니까.”

“빌어먹을 개자식!”

시우가 격정을 내뱉었다.

“그들이 온다 해도 이미 늦었다.”

협회장은 주변에 널브러진 검을 집어 들었다.

“일반적인 슬라임 로드라면 거대한 핵이 있지. 네년에게도 핵은 분명 존재할 터.”

힘이 방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노아를 향해 다가간 그가 검을 역수로 틀어쥐고 심장을 겨누었다.

“네년의 핵은 어디 있을까.”

“…….”

“두려운가?”

노아에게 질문을 하지만 노아는 자기 죽음 따윈 겁나지 않는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자기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 이건가? 그럼 이건 어떨까.”

이윽고 그가 저벅저벅 걸어가 쓰러진 승현의 가슴 쪽에 검을 들이밀었다.

동시에 노아의 눈이 부릅 뜨여진다.

“하지 마…….”

“호오. 이건 반응이 있나?”

“하지 말라고 이 개x끼야!!”

파랗게 질린 채 그녀가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 자체가 유쾌하다는 듯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장난을 치듯 찌를 듯 말 듯 하는 척을 하며 노아를 더욱 도발했다.

“네년 때문이다. 네년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일찍 무리하게 정체를 드러낼 이유도 없었다.”

그 점은 이상했다. 이 상황에 굳이 본체인 그가 직접 와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시우는 그의 말에서 어떤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바로 그가 대량의 각성자들을 제어하기 위해선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이에 그가 그것을 입 밖으로 꺼냈다.

“너…… 아직 완전한 게 아니구나?”

그 말에 협회장의 표정이 굳었다.

“…….”

“그래서 여기까지 직접 와야 했던 거야. 거리가 멀거든. 노아는 네게 굉장히 치명적인 존재니까. 어떻게든 처리하기 위해서.”

“넌 살려두면 안 되겠군.”

그가 장난기를 지운 얼굴로 천천히 시우에게 다가왔다.

이에 엘리시아가 황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지만, 협회장은 검으로 엘리시아를 겨누며 말한다.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미안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동족과 달라. 이 아무런 힘도 없는 몸뚱어리라도 막대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

“안 돼요. 그를 해치게 둘 수 없습니다.”

그녀가 양손을 꼭 모은 채 단호하게 말했다.

“엘리시아 씨! 물러나세요!”

“시…… 싫어요!”

그녀가 고집을 부리건 말 건 협회장은 검은 기류를 검에 담은 뒤 그대로 엘리시아를 베어버리려 들었다.

하지만 그의 검이 엘리시아를 베어버리기 전 섬광처럼 파고든 누군가가 그대로 그의 검을 쳐낸다.

“카아아앙!!!”

묵직한 금속음과 함께 협회장의 신형이 크게 움찔거렸다.

“늦어서 미안하게 됐어요.”

동시에 엘리시아의 앞에 나타난 이는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다시 한 번 섬광이 되어 파고들었고 그대로 협회장의 어깨를 검으로 찌르며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콰아앙!!

“그윽?!”

“코오나 양.”

엘리시아가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사람은 이번 일은 반드시 지구인들이 처리하라 말했어요.”

코오나는 협회장을 제압한 검에 힘을 더했다.

“무슨 이유가 있건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아요.”

코오나의 말과 함께 하늘에서 대형 수송기들이 빠르기 날아들었고 마치 강하를 하듯 다량의 각성자들이 빠르게 착지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곳에 섬이 다 있네…….”

누군가는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협회장…… 역시 감염자 본체는 당신이었군요. 처음 발견된 두 감염자인 발탄 길드원 때문에 조사를 했었습니다. 발탄 길드장이 당신과 만난 날. 그가 게이트에서 나올 때 당신과 만난다는 이유로 검사를 숨겼다는 정황이 드러났어요.”

뒤이어 부유 능력을 지닌 각성자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낙하한 현아가 싸늘하게 말했다.

한국 각성자 협회는 과거 국재원 때부터 계속해서 발전하여 자리를 잡은 국가 기관이다.

역사는 짧지만, 그 위세는 절대 가볍지 않다.

협회장이 고위 인사인 만큼 발탄 길드의 길드장은 검사 때문에 발목을 잡혀 그와의 약속을 깰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런 참사를 일으킨 셈이었다.

차라리 일반 다곤 패러사이트였다면 일이 이토록 커지진 않았을 테지만 그는 돌연변이였다.

“더이상 도망칠 곳은 없어요. 오는 길에 당신이 하는 말을 이미 들었습니다.”

시우가 숨겨둔 위성용 통신기기를 들어 보였다.

그가 본체이며, 혹여 일이 꼬이더라도 이 일대 바다의 생명체 하나에 기생해서 도망치면 된다는 말까지 전해 들은 참이었다.

“부상이 심각해 코오나!”

“알고 있어요.”

현아의 일사불란한 외침에 각성자들이 움직였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국제 기업인 신성 그룹의 계약 용병.

그런 만큼 국가를 막론하고 세계 각지의 문제를 돕는 이들이었다.

엘리시아 홀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큰 부상이지만 그런 부상이라고 해봐야 코오나의 복원 앞에선 의미 없는 저항일 뿐이다.

다른 각성자들이 협회장을 포위하는 사이 코오나는 빠르게 승현과 시우의 몸에 난 부상을 치유했다.

그리고 노아를 본다.

“다친 곳은?”

“없어…… 조금 탈진한 거야.”

시시각각 목숨을 위태롭게 하던 부상은 서서히 사라졌다.

“이상하네. 이정도의 부상이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법한데…….”

상황이 긴박해 몰랐지만, 부상의 정도가 심하다는 걸 깨달은 코오나가 인상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그리고 뭔가 알아챈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아…… 역시 직접 해결하라 했지만 두고 볼 수만은 없었나 봐요…….”

죽었어야 할 부상을 죽지 않게 유지시키는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건 단 한 명뿐이다.

코오나는 마음속에 꽉꽉 들어차는 안도감에 미소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엘리시아 씨. 두 사람을 챙겨주세요.”

그 말과 함께 코오나는 검을 빼 들고 협회장을 향해 다가간다.

“흐…… 흐흐 뭔가 착각하는듯하군.”

그때였다.

협회장이 스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가 이렇게 몰려온다는 건 감염체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의 말에 현아는 차갑게 일갈했다.

“웃기는 소리. 당신. 더 이상 감염시키기 어렵잖아.”

그렇게 즉발 감염이 쉽게 일어날 정도였으면 이미 한국의 각성자 협회는 초토화가 돼야 했었다.

하지만 정작 일부만 감염되었을 뿐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게 그 증거였다.

“이…… 이익!”

“조건이 있겠지.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너 같은 괴물은 여기 지구에 있을 자리가 없어.”

현아가 신호하자 각성자들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나…… 나를 지켜라!!! 육체가 파괴되는 한이 있어도!”

이에 협회장이 황급히 소리쳤다.

이미 감염시켜둔 각성자들을 조종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자신과 이어진 다곤 패러사이트의 유충들과의 연결이 모두 끊어졌다는 사실에 그가 당혹성을 내뱉었다.

동시에 그의 눈에 노아가 잡혔다.

노아는 한쪽 팔을 땅에 대고 있었고 그녀의 손가락 끝으로 마치 액체 같은 것들이 꿀렁거리며 각성자들과 이어져 있었다.

이윽고.

“쿨럭!!”

“구에에엑!!”

의식을 잃은 감염자들이 일제히 경련하더니 유충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승현의 몸에 심어져 있던 특수한 유충을 먹어치워 버린 것과는 달랐다.

“이제 너 혼자 남았네? 너만 처리하면 조용히 가는 거야. 저항하지 마.”

한 사내가 너클을 강하게 틀어쥐며 협회장을 압박했다.

“이…… 이 빌어먹을 놈들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노아를 무리하게 제거하려다가 본인이 당하게 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보였다.

협회장이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위 각성자들을 상대로는 어찌할 수단이 없었다.

이에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도주였다.

그의 몸이 빠르게 경련하기 시작했고 이내 입안에서 다른 다곤 패러사이트와는 격이 다른 사이즈의 거대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놈이 도망간다!! 놓치지 마!!”

뒤가 없이 도망치는 그의 행동에 각성자들이 황급히 움직이려 했지만, 협회장의 몸에서 빠져나온 놈은 마치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 검은 안개를 토해내며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서컹!!!

물론, 모두를 제압한 건 아니었다.

눈을 하늘빛으로 빛낸 코오나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놈의 육신의 절반이 잘려나갔다.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설마 몸의 반절이 날아갔음에도 도망칠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그가 황급히 절벽 너머 바다로 뛰어든다.

“이런!”

이에 코오나가 뒤따라 바다에 뛰어들려던 그 순간.

해태의 미래가 순간적으로 발현되었고 코오나는 그대로 추적을 멈췄다.

터어어어엉!!!!!

동시에.

절벽 너머 바다 깊은 곳에서 거대한 흰수염고래 한 마리가 입을 떡 벌린 채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다곤 패러사이트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첨벙!!

엄청난 크기의 파도 소리에 각성자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방금 튀어나온 건 데이비의 계약환수이자 지구에 자리를 잡은 존재.

일부에겐 알려진 심해의 폭군 베헤모스였다.

[음? 뭔가를 먹은 거 같은데…….]

“이런! 안돼! 베헤모스가 감염되어버리면!!”

하필 저 멍청이가 먹어도 다곤 패러사이트를 먹어버렸다는 사실에 그의 힘을 아는 각성자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뭐 상관없나?]

애석하게도 변종 다곤 패러사이트 따위가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베헤모스의 위장은 가볍지 않았다.

태초의 포식자의 힘 중 하나로 무엇이든 먹어치워 버리는 베헤모스에게 먹힌 놈에게 남은 결말은 죽음뿐이었다.

“어?”

“감염이 안 돼?”

베헤모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자 각성자들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칫 지구 전체를 거대한 팬데믹으로 몰고 갈뻔했던 다곤 패러사이트의 사고는 결국 베헤모스의 한 입 거리 식사로 사라져버렸다.

* * *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기록하던 륀느는 만족스레 고개를 주억거리는 데이비를 보았다.

“이게 참 미묘하긴 한데. 베헤모스도 소야 너 때문에 지구에 눌러앉았으니 지구의 일원이긴 하네.”

“수호자님이 정말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 나도 이제 와서 환수왕들을 무리하게 소환할 생각은 없고. 당분간은 메가로드리아로도 충분하니까.”

“꺄악! 수호자님!”

“결과적으로 잘 처리되긴 했는데. 그놈의 변종은 일반적으로 있으면 안 되는 존재란 말이지…….”

마치 누군가가 손을 댄 것 같다. 적어도 지구 쪽은 아닌듯한데. 어디서 이런 개 짓거리를 저지른 것일까.

작게 중얼거리던 그가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우웅…… 우웅…….

연락용 수정구를 통해 페르세르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데이비. 본녀가 뿔을 갈아서 만든 시약 재료. 어디다 팔아먹었어. 설마…… 그 노아인지 뭔지 하는 아이의 육신을 만드는데 쓴 건 아닐 테지?

페르세르크는 마족인 만큼 뿔이 나 있다. 하지만 여타 다른 마족과 달리 그녀는 태생부터 워낙에 다사다난했던 탓인지 그 뿔의 크기가 다른 마족들에 비해 훨씬 큰 것도 사실이었다.

비록 탈부착식이라곤 하나 그녀는 오랜 시간 자신의 뿔에 힘을 담고 그동안 연구한 마법을 심어 저장고로 만들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뿔의 표면을 갈아 소량 모아두었다가 시약의 재료로 만들었다.

그녀 또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마법사였으니까.

데이비와 륀느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구경하던 인어 소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륀느를 이용해서 빼돌렸다는 거, 다 알고 묻는 거니 이건 통보가 되겠구나. 본녀가 그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잡히면 뒤졌어 이 개자식아.

“으…… 으아아악!!!”

“에러! 에러! 에러!!”

데이비가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지르고 륀느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빙글빙글 돌며 패닉에 빠졌다.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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