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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61화 (1,461/1,559)

제 1461화

여러 면에서 이상한 점이 많다. 단순 테러리스트가 준비하기엔 너무 정교하고 그 힘의 총량이 거대하다.

실제로 크로네스와 상대하는 척 놀아주고 있는 사령 술사는 엄연히 마스터급. 아니 마스터급 중에서도 제법 위쪽의 수준이었다.

물론, 에반젤린이 보기엔 뭔가 이상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가 그만한 힘을 내뿜는다는 사실이다.

‘시선이 사라졌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드래곤 피어가 제대로 먹혀들어 갔음은 확실했다.

‘자, 그럼 상대의 눈은 끝냈고, 이제 저 기분 나쁜 리치만 처리하면 되겠지.’

단순 소드마스터급의 힘만으론 압도하는 게 불가능할지 몰라도 여러 면에서 보면 에반젤린은 참 다재다능했다.

“저…… 공녀님? 이제 눈…… 떠도 돼요?”

유일하게 에반젤린에게 신경을 쓰고 있던, 그리고 가까이 있던 이오샤는 다행히 영향을 받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대로 사용해본 건 오랜만인데…… 그래도 다행이네.’

단순히 눈을 감는다고 완전히 영향권에서 벗어날 리 없다. 그럼에도 에반젤린이 눈을 감으라고 한 이유는 최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에반젤린의 고대룡의 피어에 노출되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대체 뭘 봤길래…….”

“누군가가 몰래 지켜보고 있길래 그 시선을 끊었을 뿐이에요. 이제 저 뼈다귀도 처리하죠.”

“네?”

“이오샤 영애. 지금부터 본 것들은 가능한 비밀로 해주세요.”

그 말과 함께 에반젤린의 기세가 변했다.

“고…… 공녀님?”

이오샤 페트릭은 사령 술사와 충돌하고 있는 크로네스를 향해 걸어가는 에반젤린을 뒤에서 바라보았다.

그녀를 뒤따라가려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주저앉아버렸다.

“…….”

말없이 그녀는 자신의 떨리는 팔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내가…… 내가 방금 뭘 본 거야?’

그녀는 조금 전 에반젤린이 눈을 감으라고 했을 때.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는 잠시 감았다가 뜬 것이었다.

별일인가 싶었지만, 그것을 후회하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허공을 직시한 채 잠시 침묵했을 때. 영혼이 떨어져 나가는듯한 섬뜩한 기류가 전신을 지배하면서 주변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집안 내력에서도 특수하게 저항력이 강한 편인 이오샤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는 건 줄론, 자칫 심장이 멈춰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녀님은 대체 정체가 뭐지?’

보통 이 나잇대의 소년 소녀 중 마법이나 검술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배우는 이들이 있다. 개중엔 천재도, 둔재도 존재하는 편이지만 이오샤가 아는 한에서 에반젤린 같은 경우는 단연 듣도 보도 못했다.

단순 시선으로 사람을 이렇게 무력화시킨다고?

감이 좋은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에반젤린이 대치한 시선의 주인은 분명 저 사령 술사와 흡사한 실력가. 그런 존재를 단순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제압한 것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가.

헛웃음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 떨림이 도저히 가라앉지를 않았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언니인 알리샤 페트릭이 하인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이라고 하던 말이 말이다.

* * *

크로네스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검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이미 한계까지 몰렸다. 스켈레톤들은 멈추지 않고 일어났으며 치명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그를 평소에 도와주던 라티우스는 다른 공간으로 내던져졌고 같이 있던 크라마는 무슨 짓을 당했는지 마나가 역류하며 당장 싸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래라면 도망쳤을 것이다.

검을 처음 마주 대했을 때 상대와 자신의 힘의 격차를 눈치챘으니 말이다.

상대는 소드마스터급이 와도 쉬이 상대할 수 없는 수준.

그런 존재와 마주하고도 아직 살아있는 건 그가 크로네스를 당장 죽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망을 치려 해도 지켜야 할 사람이 셋이나 있다. 크라마는 당장 전력이 되길 기대하기 어렵고 이오샤 영애나 에반젤린 공녀에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즉, 세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건 그뿐이라는 소리였다.

‘살면서 이렇게 궁지에 몰려본 건 처음인데…….’

그는 제법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똑바로 인지하고 있었고, 필요 이상의 객기도 부린 적이 없었다.

같은 나이임에도 압도적인 재능은 그를 두고 과거 유명했던 신검의 주인, 검의 황녀라 불리던 일리나 데 팔란에 버금가는 재능이라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이상의 재능이라 생각했다. 일리나 데 팔란 황녀가 16살 때 익스퍼터 최상급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자신은 상급의 경지에 마법까지 다루지 않았던가.

그것도 황녀보다 더 어린 나이에.

그가 성년이 되는 나이라면 충분히 그녀의 재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 콧대를 높였던 탓일까.

‘이게 업보라니, 정말 너무하는군.’

생각해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천재니 뭐니해도 결국은 아직 어렸다. 세상에 마스터급은 상당수 존재했고, 크로네스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아직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요 경험이거늘, 어째서 자신은 이런 빡빡한 일에 휘말리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딱 몇 년만 경험이 풍부했다면, 지금 대륙을 풍미하는 강자인 성자나 제2의 검신이라 불리는 일리나 대공비같은 실력을 내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서 죽는가. 그건 너무 억울한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하인스 아카데미에 입학하라고 왕실에서 말했을 때 들을 걸 그랬네.’

그리 생각하며 검을 강하게 휘둘러 스켈레톤들을 베어낸다.

처음과 달리 위태롭기 그지없지만, 재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런 탓에 그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며 허점을 파고들어 스켈레톤들을 베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호오. 제법 강단이 있구나. 괜히 대륙 최고의 기재 중 하나라고 불리는 건 아닌 모양인 게지.’

끌끌 웃으며 리치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조각난 스켈레톤들의 뼈가 한자리에 모여든다.

“지랄하지 마 x발…….”

평소 절대 내뱉은 적도 없던 욕설까지 내뱉으며 크로네스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혼자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는 건 어렵지 않다.

그만큼 두려웠다. 막상 죽음이 코앞까지 들이닥치니 공포가 밀려온 탓이다.

한자리로 모여든 뼛조각들은 마치 찰흙처럼 빚어졌고 이내 거대한 형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실은 자네가 상대한 것들은 전부 드래곤본이라네.”

“뭐라고?!”

“못 들었는가? 용의 뼈로 만들어낸 인간의 스켈레톤이었다는 뜻일세. 소재가 뛰어나니 같은 스켈레톤이라도 그 성능 차이는 가히 놀라울 정도지. 뭐, 그래도 뼈를 구성하던 연결선을 끊어 조각낸 건 칭찬할 일이로고.”

그가 손짓하자 거대한 본 드래곤이 포효한다.

가슴팍에 나 약점이오, 하듯 붉은 심장이 맥동하는 게 보였지만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도저히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겉보기엔 굉장히 무방비하게 노출된 심장 같지만 보이지 않는 방어가 전신 그 어떤 곳보다 튼튼하게 되어있을 것이다.

“뭐. 본 드래곤이라고 해봐야. 본체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말일세. 정말 어렵게 구했거든.”

그는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듯 말했다.

그때였다.

“어디서 구했는데요?”

에반젤린이 담담한 얼굴로 다가오며 물었다.

“호오. 이 상황에도 겁을 먹지 않았는가. 뭐 티오니스 성자의 여식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그래. 기왕 이리된 거 어디 늙은이가 수다 좀 떨어도 되겠는가.”

겉보기엔 굉장히 정중해 보이지만 본 드래곤으로 구석까지 몰아넣은 주제에 이딴 말이라니 퍽 우스울 따름이다.

크로네스는 속으로 욕지기를 뱉었다.

“간단하네. 묻힌 용족의 뼈를 구할 수 있는 건 동족뿐이지.”

그말에 에반젤린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리 보면 드래곤이라는 족속들도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 참 욕심이 많단 말이지. 끌끌. 그래. 궁금한 건 다 해소되었는가.”

“……그 드래곤 이름은?”

그 물음에 리치의 안광이 일렁인다.

“성자의 여식이여, 제 아비를 닮아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실성한 건지 모르겠다만, 이 본 드래곤이 보이지 않는가?”

“잘 보여요, 그래서 묻잖아. 보아하니 헤츨링에서 성룡이 되기 직전의 드래곤 본 같은데. 헤츨링은 드래곤 사이에서도 극히 보호종. 그런 뼈를 유출하는 건 중죄일 텐데.”

그말에 리치의 안광이 다시 일렁인다.

“흐음? 그런 것까지 아는가. 자네, 제법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군.”

“관심이 많아서요.”

“오호라…… 자네라면 이 드래곤의 자태를 이해한다는 소리로군. 하지만 한가지는 틀렸네, 이 본 드래곤은 헤츨링의 사체가 아닐세. 실제로 뼈를 구해다 준 드래곤은 이 뼈의 주인이 성룡이라 말했으니.”

“이봐요 에반젤린 공녀, 대체 뭘…….”

갑자기 리치와 드래곤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크로네스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곧 다물었다.

가만, 이거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건가?

그쯤 되니 크로네스는 착각에 빠졌다. 그녀는 현재 그가 힘을 추스를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상당히 영리한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성룡? 이상한데. 성룡치고는 너무 빈약한데.”

“흐음. 자네. 지금 내가 만든 본 드래곤을 폄하하는 건가? 어디서 어쭙잖게 드래곤에 대한 서적만 읽고 맹신하는 꼴이라니 우습기 그지없군, 가서 죽여라, 본 드래곤.”

발작 스위치가 조금 이상한데 있는 건지 자신의 작품을 무시당했다 판단한 리치가 손을 뻗었다.

‘젠장, 왜 갑자기 그를 도발해서는!’

시선을 잘 끌다가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탄식하며 크로네스가 움직였다.

다만 오래가지 않아 또 이해했다. 에반젤린도 두려움에 겁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영리한 판단이긴 하지만 그녀는 가녀린 영애가 아니었던가.

그녀는 대륙의 강자라 불리는 티오니스 성자가 아니었다.

그대로 두면 그녀의 가녀린 육체나 새하얀 드레스는 드래곤의 발톱에 갈가리 찢길 터.

그는 첫눈에 시선을 잡아끈 예쁜 소녀가 죽는걸 원치 않았기에 자신의 몸을 날려 에반젤린의 앞을 막아서고 드래곤의 공격을 검으로 받아냈다.

콰아아앙!! 터엉!!

순식간에 튕겨 나간 크로네스가 피를 울컥 토해냈다.

천재니 뭐니해도 현재 그의 실력으론 본 드래곤을 이길 수 없었다.

조금 전의 타격은 스켈레톤 때와는 급이 달랐는지 그의 검은 검기를 둘렀음에도 순식간에 조각나버렸다.

‘망했네.’

검까지 잃어버렸으니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에반젤린이 검붉은 기이한 검을 지니곤 있었지만 장식용 검이라는 판단이 서 있었다.

‘없는 것보단 낫지만…….’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억지로 몸을 일으킨 그는 파이어 볼트 마법을 본 드래곤에게 난사했다.

“파이어 볼트!!”

펑! 펑펑!!

“하하하하하! 그런 조잡한 마법은 드래곤에게 먹히지 않는다네!”

리치의 광소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마법을 멈추지 않았다.

“도망치세요! 공녀! 제가 시선을 잡아끌겠습니다.”

“왕자님.”

“저들은 전쟁을 일으키려는 겁니다! 당신까지 죽으면 세계정세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질 겁니다! 국제연합이 붕괴하고 과거 전쟁이 숱하게 터지던 시대로 퇴화하는 겁니다!”

그의 외침에 에반젤린은 조용히 그를 시야에 담았다.

“허허허, 미안하지만 놓칠 수야 있나. 본래라면 아예 계획에서 배제할 생각이었다만, 참석해버린 이상 반드시 죽여야 할 터, 노부가 이곳에 온 이유만 봐도 모르겠는가.”

그는 다시 한번 손을 휘저어 본 드래곤을 움직였다.

“이상한 것투성이네. 성룡치고는 너무 약한 뼈에, 아무리 봐도 본 드래곤을 다룰 실력자로는 보이지 않는데. 다루질 않나.”

“무…… 무슨 말을…… 헙!?”

에반젤린이 고민하듯 중얼거리자 이제는 짜증이 인 크로네스가 뭐라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에반젤린과 크로네스를 정확하게 노리며 날아드는 본 드래곤의 꼬리뼈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막기엔 늦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려진 상황 속에서 크로네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크게 떴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몸을 날려 에반젤린을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에반젤린의 앞을 막아선 순간. 에반젤린의 작고 흰 손이 그의 팔을 잡았다.

두려운 것일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엄청난 힘이 크로네스의 몸을 뒤쪽으로 당기듯 날려버린 것이다.

콰아아아앙!!!

이윽고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크로네스는 앓는 소리를 냈다.

“무슨…….”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반젤린이 자신을 당겨 날려버린 것일까. 아니면 생각보다 빨리 닿은 꼬리에 맞고 날아간 것일까.

이에 확인차 고개를 든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본 드래곤의 꼬리는 분명 닿았다.

하지만 꼬리가 닿은 건 에반젤린도, 크로네스도 아니었다.

허공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용의 앞발이었다.

“아니?!”

동시에 리치의 안광이 거칠게 흔들리며 경악성을 터뜨렸다.

“저…… 저건!!”

거대한 앞발은 에반젤린의 뒤쪽 허공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공간 너머에서 팔만 내뻗은듯한 모습이었다.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해하던 크로네스는 뒤이어 에반젤린의 반대쪽 어깨 뒤의 공간이 열리며 거대한 앞발이 튀어나오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궁금한 건 다 해결했고, 다른 물어볼 것도 많지만 지금은 화가 나는 거 같네요.”

담담하게 말한 에반젤린이 한걸음 내디뎠다.

그제야 크로네스는 에반젤린의 눈동자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세로로 찢어진 용안.

그제야 크로네스는 에반젤린의 뒤쪽 허공을 찢고 나타난 용의 앞발이 누구의 소행인지 깨달았다.

“마…… 말도 안 돼!? 드래곤이라고?!”

경악하는 리치를 향해 에반젤린이 한 손을 휘저었다.

동시에 주먹처럼 말아 쥐어진 거대한 드래곤의 한쪽 팔이 그대로 본 드래곤과 함께 리치를 짓이기듯 후려갈겼다.

쩌어엉!!

순간적으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본 드래곤의 육체 일부가 터지듯 찢겨 나갔다.

“흐음…… 급조한 힘으론 이게 안 되네.”

그러더니 에반젤린의 작은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리고는 말한다.

“크로네스 왕자님.”

“…….”

“지금부터 보는 건 가능하면 비밀로 해주시겠어요?”

에반젤린의 작은 입이 벌어지고 숨을 들이켜자 그녀의 입 앞에 오색의 구체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전조현상은 드래곤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상이었다.

“드, 드래곤 브레스!?!”

경악한 리치가 황급히 실드를 펼친다.

드래곤의 브레스에 대해서도 아는 만큼 그는 최대한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에반젤린이 그냥 드래곤이 아니라 고대룡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웅. 쩌어어엉!!

이윽고 에반젤린의 입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빛의 광선을 만들어냈고, 가장 먼저 닿은 대지부터 완전히 증발시키며 그대로 일자로 그어 올리듯 차올려졌다.

그 후에 드러난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말도 안 돼…….”

본 드래곤은 증발해버렸는지 아예 사라져버렸고, 리치는 육체를 구성하는 뼈의 절반이 사라져버렸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쓰러진 리치는 겁에 질린 듯 에반젤린을 향해 말했다.

“말도 안 돼…… 드래곤 브레스가 아니야? 네년…… 대체 정체가…….”

“드래곤 브레스 맞아요. 뭐 브레스가 별거인 줄 아나. 그냥 숨 들이켜고 내뱉으면 그게 브레스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성룡, 아니 고룡급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밀도를 지니진 못한다!!”

꼴에 리치라고 몸의 절반이 증발했음에도 살아남아 있는 그가 발악하듯 외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에반젤린의 피어가 그를 짓누르자 그의 육신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초대 리치 닉스처럼 완전한 불사도 아닌 불완전한 불사의 육체는 그녀의 피어에 마나가 역류하기가 무섭게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꺼흑…… 끅…….”

“그럼 내가 그냥 드래곤이 아닌가 보지.”

그 말을 들은 리치는 온몸을 경련하며 중얼거렸다.

“흐…… 흐흐흐. 미안하지만 이미 계획은 시행되었다. 이제 그 누구도 앞으로의 격류를 막을 순 없을 거다. 네년이 죽지 않아도 국제연합은 붕괴할 테지! 막고 싶으냐? 미안하지만 이 계획에 참가한 이들 중 나는 말단일 뿐……”

“쉿.”

에반젤린이 조용히 하라는 재스쳐를 취했다.

“어차피 변하는 거 없어요.”

그리고는 다시금 숨을 들이켰고 그녀의 힘이 제어가 풀리며 사방에 퍼져 나왔다.

그녀의 등 뒤 허공이 양쪽으로 찢어지며 거대한 날개가 드러나고 크게 바람을 일으켰다.

쩌어어어엉!!!

뒤이어지는 두 번째 브레스에 리치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이후 에반젤린이 현현했던 반현신의 형체들이 모두 사라진다.

굳은 채 그녀를 지켜보던 크로네스와 크라마, 그리고 이오샤를 향해 에반젤린이 돌아본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에 셋 모두가 그녀의 힘에 경악하던 찰나.

그녀가 말했다.

“저기…… 배고픈데. 뭐 간식거리 챙겨놓은 거 없어요?”

대답은 없다. 이에 에반젤린은 잠시 고민하더니 뭔가 떠올랐다는 듯 공간 주머니에서 미리 쟁여둔 도시락 상자를 꺼냈다.

“이게 있네. 배고플 텐데 같이 먹을래요? 내가 만든 떡볶이라는 건데.”

그녀의 환한 미소는 너무 활기차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팔이 도시락통을 낚아채더니 그림자 속으로 숨겼다.

-이런 정신 나간 년! 저 셋을 모두 죽일 셈이더냐!

순간적으로 허공이 찢어지며 튀어나온 거대한 용의 앞발이 그림자 속으로 파고들더니 작은 도깨비의 목을 틀어쥔다.

“다시 말해봐요.”

-그…… 네가 날뛴 덕분에 방금 전의 뼈다귀와 비슷한 망가진 혼령을 빙의시킨 놈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인지 아직 사망자는 없다만, 그냥 두면 피해자가 속출할 거다.

“망가진 혼령을 빙의해요? 그게 무슨 말이래.”

-말 그대로다. 강대한 힘을 지녔으나 망가진 혼이 인간의 육신에 깃들어있다. 흔히 빙의라고들 하지.

도무지 이번 테러리스트 놈들은 이해가 되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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